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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BONDSMAN
작가 : 어름산이
작품등록일 : 2017.12.9

마법과 도술 그리고 괴물들이 나타난 가까운 미래의 지구.
괴물들을 비롯해 돈이 되는 것들이라면 해결해주는 ‘선수’들이 생겨났다.
선수로 생활하는 이리에게 오랜 친구 페이가 갑자기 나타나고,
기꺼이 그녀의 일을 돕지만 점점 위험한 일에 휘말려 가는데.

 
본즈맨 13화
작성일 : 17-12-14 16:10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8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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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화

 

 

 이리가 눈을 가늘게 떴다. 정작 까마귀를 앞에다 두고 정보를 얻겠다고 그 난리를 쳤던 거라니. 맥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 하나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라서─ 정확히는 그들 중 하나에요. 그래서 까마귀에게 무엇을 물어보려 했을까요?”

 

 화월의 말에 페이가 쭈뼛거렸다. 이리가 그녀의 옆구리를 콕 찔렀다. 어서 말하라는 제스쳐다.

 

 “유물이랑 관련된 건데, 광석처럼 생겼어요. 얼핏 보면 그냥 돌멩이 같기도 하고. 그게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거든요.”

 

 이리가 눈썹을 치켜떴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지? 그러나 페이는 계속 말을 이었다.

 

 “이런 물건이랑 같이 있었거든요? 들어보니 꽤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고 그래서 엄청 좋아했었는데.”

 

 그녀가 주머니를 뒤적였다. 담배와 라이터 같은 잡동사니가 나온다. 한동안 뒤적거리던 페이가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더니 의수의 겉 표면을 뜯었다. 그러자 그 안에서 작고 납작한 것이 나왔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주화다.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났으나 빛깔은 여전하다.

 

 페이가 주화를 화월에게 내밀었다. 주화를 받은 화월이 아리송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살폈다.

 

 “겉으로만 봐선 평범한데요? 내가 봐선 통 모르겠네.”

 “언니는 생각보다 아는 게 없네. 계속 실망이에요.”

 “난 백과사전이 아니에요. 기다려 봐요.”

 

 화월이 상의의 윗주머니에서 단안경을 꺼내어 착용했다. 그녀가 주화를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신음을 흘렸다.

 

 “흐음. 도대체 어디서 이런 걸 얻었죠? 이상한 기운이 서려있는데.”

 “어때요. 보나마나 이것도 비싸게 팔 수 있을 게 분명해!”

 

 페이의 얼굴이 환해졌다. 식별장치로 보면서 뭔가가 나왔다면 값나가는 물건이란 뜻이 확실하다.

 

 “글쎄요. 귀기가 서린 물건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나도 그렇지만 다른 이들도 사지 않을 거예요. 이런 물건들을 가지고 있어서 좋을 건 없으니까요.”

 “뭐야, 김빠지게.”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찾아가보는 것이 좋겠네요. 이런 것을 주로 다루는 사람… 아니 한 분 있어요. 그 분이라면 물건의 행방을 알지도 몰라요. 혹은 단서라도 주실 분이니까. 이따가 여러분들이 만나야 할 사람이에요.”

 

 뭐, 좋아요. 페이가 다시 주화를 건네받았다. 주화의 값어치 보다는 물건의 행방이 중요하다.

 

 “전 다시 나가봐야 해서. 이따가 두 시간 뒤에 다시 올게요. 주점에 급하게 사람을 보내긴 했는데 일을 잘 하려나 몰라. 아차,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실래요?”

 “나가도 돼?”

 가만히 듣기만 하던 이리가 물어왔다.

 

 “누가 보면 감금한 줄 알겠네요? 그래도 돗가비 장터 밖으로 나갈 순 없어요. 우리 위치도 그렇고, 당신들에 대해서 보고도 해야 하고. 그래도 여기가 바깥보단 더 안전할거라 확신하죠.”

 

 화월이 밖으로 문 밖으로 나가려다 머리만 빼꼼 내밀었다.

 

 “참. 녹호가 여러분들의 주위에서 아주 잘 지켜줄 거예요. 이따가 나가고 싶으면 가이드라도 시키든지!”

 

 그녀가 말을 끝마치고 후다닥 나갔다. 이상한 언니야. 페이가 쫑알댔다. 녹호도 이리와 페이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 문 밖으로 나갔다. 조용히 문을 닫은 뒤 발걸음 소리가 나지 않았다.

 

 아마도 바깥에서 문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어찌 행방을 알 사람을 구했네? 이따가 저녁에나 알게 되겠지만.”

 “응.”

 

 페이가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아, 몸이 무거워. 죽겠다! 그녀의 앓는 소리에 이리의 눈이 가늘어졌다.

 

 “복녀. 정말 괜찮은 거 맞아?”

 “누가 누굴 걱정해? 난 그냥 잠깐 기절해있던 것뿐이고, 넌 저승사자랑 하이파이브 하고 왔잖아.”

 

 그 말이 아니잖아. 이리가 눈을 찌푸렸다. 지난 몇 시간의 일들이 빠르게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걱정하고 자시고 할 문제가 아니다.

 

 “일 말한 거야. 물건을 꼭 찾아야 해?”

 “당연한 걸 물어본다? 내 물건인데 찾아야지.”

 

 페이의 대답에 이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답답하다.

 

 페이가 죽을 뻔했다. 쉬운 일이라 생각했지만 계속 이상한 일에 휘말려간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그녀를 잃은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리고 동시에, 이리는 페이를 지켜주지 못했다. 오히려 그녀가 자신을 두 번이나 구해주지 않았나. 이리 그녀는 누군가를 죽이는 사람이지 지키는 것은 하지 못했다.

 

 페이는 그녀의 곁에 남은 마지막 사람이다. 다시는 자신의 사람을 잃고 싶지 않다.

 

 “여기서 그만 두면 안 돼?”

 “뭐라는 거야. 갑자기 왜 그래?”

 

 페이가 자리에서 고쳐 앉았다.

 

 도대체 그 돌멩이가 뭐라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일까. 그걸 팔아서 돈을 벌어야 하나. 이미 이상한 녀석들이 페이에게 꼬이기 시작했다. 더는 안 된다.

 

 “꼰대처럼 그만 굴어. 일 끝나면 돈 왕창 만질 거니까. 그때 되면 나랑 놀러나 다니자구.”

 

 이야기의 포인트가 어긋났다. 페이가 장난스러운 손짓을 보인다. 그 모습에 이리의 목소리에 날이 서기 시작했다.

 

 “꼰대처럼 구는 게 문제가 아니야. 그깟 지랄 맞은 돈이 뭐가 대수인데? 애처럼 그만 굴어. 그 얘기 하는 거 아니잖아.”

 “뭐? 그깟 돈? 지랄? 너 말 그따위로 하지 마.”

 

 페이의 예민해진 반응에 이리의 표정도 사나워졌다.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잖아. 모르는 척 그만해.”

 페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이리도 지지 않고 말을 이었다.

 

 “말 쉽게 꺼낸 거 아니야. 넌 계속 돈 얘기만 하잖아.”

 “내 돈 다시 찾자고 하는 일이니까! 이제 와서 발을 빼도 위험한 건 똑같아. 그래도 네가 날 보호하고 내가 널 보호하면 되잖아. 지금처럼. 앞으로 일이 잘 풀릴지 누가 알아?”

 “복녀, 너야 말로 쉽게 얘기하지 마. 나한텐 제대로 된 설명도 해주지 않았잖아.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상도 할 수 없어. 왜 말을 안 해주는데?”

 

 이리의 말에 페이가 그녀를 째려봤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이런 위험에 빠트린 것은 자신이건만 정작 말은 엉뚱하게 튀어나온다. 미안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화를 내는 이리에게 섭섭함을 느꼈다. 감정이 통제 불능이다.

 

 “너도 라진에서 있던 얘기는 안 하잖아. 나도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 꺼낼 이유도 없어.”

 

 페이의 말에 이리의 입가에서 이를 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한 번 만 더 그 얘기 꺼내봐.”

 “왜? 네가 복수한답시고 벌인 일 때문에 내 친구들도 휘말려서 다 죽었어. 네가 죽인 애들도 있겠지. 그래도 난 캐묻지 않았어. 너도 그냥 따라와 주면 덧나? 알아봤자 달라질 것도 없잖아.”

 

 입 밖으로 아무렇게나 버려진 말들이 비수가 되어 서로의 가슴에 꽂힌다. 이제는 서로가 눈을 마주보고 노려본다. 거친 숨소리만 오고 갔다.

 

 페이의 말은 사실이었다. 자신이 저지른 복수에 그녀의 친구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페이의 인간관계를 망쳐버린 것도 자신이다.

 

 당시에 페이는 말 한마디 없이 라진을 떠나고 없었다. 연락도 받지 않았다. 그렇게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것이 불과 며칠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묻지 않았다.

 

 페이의 말에 가슴이 아려오는 것만 같다. 알아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다. 정보를 달라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조금만 더 의지해달라는 뜻이었다.

 

 서로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왜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꺼내지 못하는 걸까. 페이가 위험한 것이 싫다는 진심이 엉뚱하게 표출되었다.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 아니었다.

 

 ‘내가 널 지킬 자신이 없어.’

 

 그러나 이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녀가 눈을 감았다. 시간이 지나서야 그녀가 다시 눈을 떴다.

 

 “조금이라도 말해주면 안 돼? 넌 내 일을 알잖아. 그런데 난 네 이야기를 하나도 몰라.”

 

 잠시 숨을 돌린 이리가 누그러진 말투로 물었다. 그러나 본심은 얘기할 수 없었다.

 

 페이의 입술이 열리려다 도로 닫혔다. 그녀는 창가로 다가서서 한쪽 창을 열었다. 페이의 눈동자로 돗가비 장터의 풍경이 들어왔다.

 

 그녀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말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 그녀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늘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말했던 페이다.

 

 무슨 연유로 그 돌멩이에 집착하고 있는 것일까. 말하지 않는 그녀에게 서운함이 몰려왔다. 그간 몇 년간의 공백은 미세한 거리를 만들었다.

 

 이리도 입을 다물고 멀찌감치 앉았다. 창밖으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오는데. 이리와 페이 사이에는 침묵만 감돌았다.

 

 “복녀. 우리 나가서 뭐 먹자.”

 

 불편한 적막을 먼저 깬 것은 이리였다. 그녀를 걱정했던 것뿐이지 싸울 생각은 전혀 없었다. 페이와 싸우고 싶지 않다.

 

 이리의 말에 페이가 뒤를 돌았다. 복잡한 표정이건만 웃으려 애를 쓴다. 그녀가 웃음을 지었다.

 

 “응, 그래. 그러자. 나 좀 씻고.”

 

 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반만 열린 창문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다.

 

 

 ***

 

 

 두 여자가 밖으로 나와 거리를 걸었다. 돗가비 장터는 그녀들이 보아왔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인 것 같았다.

 

 과학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세상이다. 드론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홀로그램이 보급화 되는, 차가운 세상. 그러나 여기는 다르다.

 

 페이가 고개를 올리자 천장에 호롱불이 둥실둥실 떠다녔다. 도심의 가로등보다는 밝지 않다. 거리의 가로등, 도심의 네온사인과 홀로그램의 여느 빛보다 따듯한 색이다.

 

 “재밌는 곳이에요.”

 

 그녀의 말에 녹호가 자랑스러운 듯 웃어보였다.

 

 “이 땅의 전통이 제법 잘 살아있는 곳이죠. 멋진 곳입니다. 오늘은 남사당패도 거리에 나와 소동을 부리니, 흥이 절로 나는 것 같습니다.”

 

 페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라진의 도시에서 자란 페이와 이리에겐 처음 보는 광경이다. 남사당패가 줄을 타고 장구와 북을 두드리고 태평소를 부르며 꽹과리를 친다. 우스꽝스러운 탈을 쓴 이들이 랩을 하듯 무어라 말들을 내뱉었다.

 

 아이들이 좋다고 깔깔 웃어대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리를 부르려던 페이가 멈칫했다. 그 모습을 본 녹호가 페이의 옆에서 걸었다.

 

 “어색하십니까?”

 “어색하긴. 옛날에도 싸우긴 했어요. 그냥, 있잖아요. 그런 거.”

 

 페이가 횡설수설하며 이리를 쳐다봤다. 이리는 앞서서 저만치 혼자 걸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녹호가 미소를 지었다.

 

 “두 분은 서로를 정말 아끼는 것 같습니다. 부러울 다름이네요.”

 “모르겠어요. 머리가 복잡해.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생각을 비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맞아요. 난 생각하는 거랑 맞지 않거든. 그녀가 한숨을 푹 쉬었다.

 

 이리는 앞에서 천천히 걸었다. 뒤에서 녹호와 페이가 뭐라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녹호의 말마따나 멋진 곳이다.

 

 단순히 지금 시대에서 볼 수 없는 건물들이 멋진 것은 아니었다. 이런 건물이야 당장 을파 영감탱이의 집만 봐도 한옥이니까.

 

 그녀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이곳의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바깥과는 달리 사람들의 얼굴에 그림자가 없었다. 어둠 속에 숨어사는 이들 치곤 표정들이 밝다. 살아있는 표정이다.

 

 하루하루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현대인들에겐 볼 수 없는 표정들. 생생한 얼굴들이다.

 

 이리의 굳었던 얼굴이 조금은 밝아졌다. 스무 살이 조금 안됐을 때, 페이와 놀이동산에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곳의 테마파크에서 맡았던 향기가 나는 것만 같다.

 

 생각해보니 그 전날에도 페이와 싸웠었다. 놀이기구에 대한 선택으로 시작한 작은 말다툼이었는데. 그녀가 피식 웃었다.

 

 ‘나 분명 그거 안탄다고 했어.’

 ‘귀신의 집이 뭐 어때서? 여기는 2인 이상이란 말이야!’

 ‘싫어.’

 

 그때 어떻게 화해했더라. 기억의 꼬리를 물면서 천천히 떠올렸다. 후룸라이드에서 찍혔던 사진이 가관이었는데. 이리와 페이 모두 귀여운 머리띠를 하고서 무표정하게 찍혔었다.

 

 그렇게 두 여자는 놀이기구에 내려 멀찌감치 걸었드랬다. 어떻게 했더라.

 

 “아.”

 

 이리의 눈에 포장마차가 띄었다. 닭 꼬치 냄새가 그녀의 코를 자극했다. 그녀가 포장마차로 걸어갔다.

 

 “어서 오세요! 어느 걸로 드릴까?”

 “꼬치 세 개. 순한 맛 둘 완전 매운 맛 하나.”

 

 매운 맛은 페이의 것이다. 놀이동산에서의 그날. 입이 심심했던 이리가 닭 꼬치를 샀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페이는 이리가 들고 있는 것을 무심히 보다가 심술이 났는지 뺏어 먹었다.

 

 ‘얘는 애도 아니고 무슨 순한 맛이야?’

 ‘싫으면 먹지 마.’

 

 이리가 손을 빼다가 페이의 얼굴에 양념을 가득 묻혔고, 그녀도 이리의 얼굴로 양념을 튀겼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 못나서 서로를 놀리며 웃었었다.

 

 그녀가 포장마차 앞에 서있자 페이와 녹호도 천천히 다가왔다.

 

 “네. 여기는 통신장치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홀로그램이니 뭐니 그런 것들이요. 대신 유선을 이용한 것들은 어떻게 작동이 되기는 하지만…”

 “여기 꼬치 세 개 나왔습니다.”

 

 이리가 계산을 하려 홀로그램을 열려 했지만 어찌 작동하지가 않는다. 그녀가 버벅이며 당황하자 녹호가 옆으로 다가왔다.

 

 “여기요! 거스름돈은 괜찮습니다.”

 

 그가 주인장에게 작은 옥을 꺼내어 건네자 주인장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꼬치를 받아 든 이리가 멍청히 녹호를 쳐다봤다.

 

 “전자화폐는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작은 옥들을 화폐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 여기. 보시면 알겠지만 비추는 색마다 값어치가 다릅니다.”

 

 꽤 올드한 방법이죠? 그가 멋쩍게 웃었다.

 

 페이의 눈길은 온통 녹호의 손에 들린 옥에 고정되었다. 욕심은. 이리가 혀를 차며 페이에게 다가갔다.

 

 “먹어.”

 

 꼬치 하나를 건넸다. 이리의 손에 들린 꼬치를 보고 페이가 이리를 쳐다봤다. 조금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누굴 돼지로 아나.”

 

 말과는 다르게 페이가 꼬치를 낚아챘다. 입안에 밀어 넣자 매운 맛이 느껴졌다. 입에서 오물거리던 그녀가 이리를 노려봤다.

 

 “이건 너무 맵잖아, 이 멍청아!”

 “흥.”

 

 이리는 페이가 꼬치를 받은 것에 만족했다. 그녀가 녹호에게 꼬치 하나를 더 건네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 모습을 보던 페이가 웃음을 지었다. 분명 옛날에 있던 일을 기억해낸 것이다. 은근히 순수한 구석이 있어 귀엽다.

 

 “기분이 풀리신 것 같군요.”

 “뭐. 완전히 풀린 건 아니에요. 그래도 하는 게 귀엽지 않아요?”

 

 이리는 그새 귀여운 장신구에 꽂혀 멍하니 장신구를 구경하고 있다. 긴장이 풀리면 저렇게 볼볼 돌아다니는 것이 아이 같은 면모가 있다.

 

 “슬슬 식사를 하시죠. 시간이 금방 가는군요.”

 “그래요. 마침 꼬치도 먹은 것이 입맛이 돌거든요.”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와중에도 이리는 크게 말이 없었다. 한결 기분이 풀어진 것 같지만, 계속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거 안 먹을 거면 같이 먹어요.”

 

 허락은 없다. 그녀가 녹호의 음식을 집어 그대로 입에 쑤셔 넣었다.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온다.

 

 “까마귀들은 단지 바깥과 교류를 하는 사람들이야?”

 이리가 입을 열었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이곳이 그렇게 오픈적인 장소가 아니니까요. 그래도 하나 말씀을 드리자면 장물을 취급하는 이들도 까마귀라 부릅니다.”

 

 오오. 페이가 감탄을 내뱉었다. 음식에 대한 감탄인지, 장물이라는 말에 반응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역시, 여기도 꽤 어두컴컴한 곳인가 봐요? 그럼 아저씨도 장물을 다루고 그래?”

 “저는 까마귀가 아니라서요.”

 “하긴. 장물을 다루는 것보단 싸우게 생겼어. 몸도 탄탄하고.”

 

 페이의 말에 녹호가 웃었다. 웃음이 많은 사람이다.

 

 “이따가 보실 분은 까마귀들의 수장이라 보셔도 됩니다. 정확히는 장로쯤 되시는 분이죠. 워낙 밖으로 안 나오시고 섬뜩한 분이시지만… 많은 것들을 알고 계십니다. 분명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장담하죠.”

 “도움 안 되면 아저씨가 가지고 있는 옥들 다 줘요.”

 

 장난기 가득한 페이의 말에 이리가 눈치를 줬다. 왜, 혹시 모르잖아. 그녀가 투덜댔다.

 

 “이곳에만 있으면 갑갑하지 않아?”

 

 조용히 자신의 접시를 비운 이리가 입을 닦으며 물었다.

 

 “이리 씨는 어떠십니까? 바깥에서 자유를 느끼고 계십니까?”

 

 녹호가 반대로 물어왔다. 그의 질문에 이리가 한동안 가만히 접시를 내려다봤다.

 

 “해를 못 보는 것은 아쉽습니다. 저는 동이 틀 무렵, 해가 뜨는 것이 정말 좋거든요. 그래도 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곳이 조금 갑갑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바깥보다는 나은 것 같네요. 세계가 넓을 뿐이지 오히려 저에겐 바깥의 세상이 더 갇혀있다고 느껴지거든요.”

 “왜요? 놀러갈 곳도 많고, 먹을거리도 많은데.”

 

 여차하면 도망치기도 편하고. 페이가 말했다.

 

 “다들 하나의 기계가 되어가는 것 같거든요. 세상 사람들은 낡으면 버려지고 교체되는 기계의 부품으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평양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단순노동, 중노동의 인부들은 드론으로 교체되었고요. 여기 남포는 드론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이 살기는 힘듭니다. 얼마든지 대체할 인력이 넘치고 넘쳤으니까.”

 

 녹호의 말이 길어졌다. 말에서 쓸쓸함이 느껴진다.

 

 “광활한 새장보단, 비좁더라도 사람답게 사렵니다. 이거, 말이 너무 재미없게 흘렀네요. 화월 씨가 재미없는 남자는 질색이라 했는데.”

 

 제가 좀 감성적인 부분이 있어서요. 그가 머리를 긁적였다. 화월의 이름이 나오자 페이의 눈이 반달을 그렸다.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한 듯한 얼굴이다.

 

 “다들 식사를 끝내신 것 같으니 일어보죠.”

 “벌써? 아직 구경 못한 것이 가득인데─”

 “다음에 구경하자.”

 

 이리의 말에 페이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우린 항상 다음이라고 하면 못 하더라.”“사람만 만나면 되잖아.”

 “그래. 그렇다고 나 아직 완전히 풀린 거 아니야!”

 

 페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손을 내밀었다.

 

 “나도.”

 “웃기고 있네.”

 

 녹호는 어느덧 계산을 마치고 문 앞에서 그녀들을 기다렸다.

 

 “그럼 이동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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