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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두 세계 이야기
작가 : 한니발렉터
작품등록일 : 2017.12.10

문명세계에서는 꼬맹이 현상금 사냥꾼, 카슨 더 키드,
야만세계에서는 백년에 한번 나올 위대한 전사, 웅크린곰.
두 세계의 이야기.

 
Ch.2 갈망 - 08
작성일 : 17-12-14 12:31     조회 : 319     추천 : 1     분량 : 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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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야만인은 스스로를 붉은 곰 씨족의 웅크린 곰이라고 했소.”

 “그랬지. 아는 자인가?”

 “나는 잘 모르지만, 나와 만나는 크로우족 야만인들은 대부분 알더군.”

 “그래, 그럼 뭐라던가? 허세를 제일 잘 부린다고 하던가?”

 “아니, 다들 입을 모아 악귀라고 하더군. 재앙신이 인간의 모습으로 현세에 강림했다고.”

 그 말에 보어인들이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야만인들의 상상력이란! 어짜피 총알 한 방에 뚫리는 살덩어리에 불과하다. 옛날에는 마나, 즉 트랜스(Trans)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야만인에게 개척자들이 골머리를 싸맨 적이 있다. 문명인들과 달리 야만인들은 트랜스를 신체에 두르고 무기나 갑옷처럼 운용하는데 익숙했다. 하여 플레이트 아머와 강철 검을 쥔 기사도 야만인들에게 농락당하기가 일쑤였다. 적어도 그들의 영역인 숲에서는.

 하지만 이제 아니다. 트랜스라는 미지의 물질이 밝혀진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야만인들이 몸에 두르는 푸른색 빛은 더 이상 마나(Mana)라는 이름의 주술이 아니라, 트랜스의 다른 활용법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인간들은 트랜스를 화약으로 개조해 총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아무리 놈들이 트랜스와 물아일체가 된다 해도, 총알을 피할 수는 없었다.

 보어인들은 총을 믿었고, 자신들의 사격술을 믿었다. 하여 그들은 느긋하게 기다렸다. 빌 또한 불안감을 애써 억누르고 소식이 들려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영 편안해지지 않아 자기 혼자라도 말을 타고 찾아가 볼까 하던 찰나, 언덕 위에서 말 한 마리가 질주해 내려왔다.

 “왔다!”

 보어인들이 소리치며 일어섰다. 커피 잔을 기울이며 웃음 짓던 그들의 얼굴이 점차 굳어졌다. 말 두 마리가 떠났는데 돌아오는 것은 한 마리뿐. 그 한 마리도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발을 절룩거리고 있었다. 빌은 손을 들어 햇살을 가리며 다가오는 말을 응시했다. 말등 위에 앉아 있는 두 형체가 뚜렷해진 순간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지옥에서 방금 돌아온 시체도 그보다는 덜 끔찍한 몰골을 하고 있으리라. 두 사람의 몸통에는 머리가 없었다. 두 팔도 잘려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체는 흔들리는 말 위에서 용케 떨어지지 않고 있었는데, 배에서 끄집어낸 소장으로 말등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장을 빼낸 후에는 배를 헤집어 놓았는지 말이 움직일 때마다 조각조각 잘려나간 내장 조각들이 피와 함께 줄줄 흘러내렸다.

 “만인의 수도원이시여.”

 몇몇 사람들이 성호를 그으며 신음했다. 야만인들의 습격을 수도 없이 당했고 수도 없이 격퇴했지만, 이런 끔찍한 몰골은 생전 처음이었다.

 보어인들은 커피잔을 내던졌다. 전대미문일 정도로 잔혹하게 훼손된 시체를 본 그들은 분노를 터뜨렸다. 야만인들이기에 할 수 있는 짓이다. 문명인들은 이런 야만적인 짓은 하지 않는다. 오기와 분노가 한데 뒤섞여서 꿈틀거렸다.

 “추격대를 꾸린다! 모두 자리를 정리하고 말에 올라라.”

 정찰대의 대장이 소리쳤다. 콧수염을 길게 기르고 턱살이 접히는 살집 좋은 남자였다. 보어인들은 “야만인을 죽이자!”하고 소리치며 자신의 총을 치켜들었다. 다들 동료의 끔찍한 죽음에 반쯤 이성이 나가 있었다. 버팔로 빌이 영 떫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놈은 우리를 도발하는 거요.”

 보어인들은 그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말에 올랐다.

 “이대로 쫓아간다면 놈의 작전에 휘말리는 거요.”

 “무섭소, 빌? 버팔로 빌이라는 그 명성은 어디 갔길래 크로우족의 헛소문만 듣고 겁을 집어먹은 거요? 놈이 정말로 악귀일 것 같소?”

 빌은 어깨를 으쓱하며 훼손된 시체를 가리켰다.

 “악귀만이 할 수 있는 짓을 거리낌없이 한단 것은 분명하오.”

 “그러면 우리는 그 악귀를 잡아서 똑같이 해 줘야지. 따라갈 것이오, 말 것이오? 따라가지 않을 것이면 여기서 모닥불이나 지키시구려.”

 빌은 한숨을 한 번 내쉬고 자신의 총을 집어들었다. 그는 산사람이었다. 온갖 험악한 곳에서 사냥을 하고 돌을 베게삼아, 말을 벗 삼아 잔다는 반쯤은 전설적인 북부의 사나이였다. 일평생 자존심에 상처가 날 만한 일은 하지 않았다. 설사 그것이 죽을 수도 있는 일이라 해도.

 하지만 동시에 그는 냉혹한 현실주의자이기도 했다. 그는 광란에 휩싸여 제대로 계획도 짜지 않고 무턱대고 돌격하는 보어인들을 보며 패배를 예감했다. 저 야만인이 한 명만 있다는 보장은 어디 있는가? 근처 숲에 야만인 대부대가 있을 가능성이 어찌 없겠는가?

 “실수하는 거요.”

 빌이 보어인들을 보며 한 마디 던졌다. 하지만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웅크린곰은 적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것을 보았다. 한 줌의 새우에 꽤나 많은 물고기들이 낚인 셈이었다. 이 평원에서는 천둥 막대기를 든 적들을 맞상대하는 것이 위험했으므로, 숲으로 유인할 생각이었다. 숲에서는 시야가 줄어들고 천둥 막대기를 막아줄 엄폐물들이 많으므로.

 살찐 턱의 옆구리에 발을 박아넣은 웅크린곰은 한층 더 속도를 가했다. 뒤에서 천둥소리가 펑. 펑. 하고 들려왔다. 하지만 근처에 맞는 것은 하나도 없다. 거리도 멀었지만, 말 위에서 총을 쏘아 정학히 맞추는 것은 웬만한 실력으로는 어림없었다.

 “호우! 호우! 호우!”

 그는 일부로 소리를 크게 내지르며 말을 몰았다. 적들은 거기 반응하듯이 다시 총을 펑펑 쏴 대었다. 맞을 리 없다 생각해 느긋했지만, 총알 하나가 그의 귓가 근처로 지나가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다. 웅크린곰은 뒤를 돌아보았다.

 하얀색 얼굴에 사슴가죽 옷을 입은 빌라가나가 바싹 추격해오고 있었다. 다른 와시추들보다 꽤나 앞으로 나가 있었다. 마술이나 총술이나 실력이 제법 되는 놈이었다.

 ‘저 놈부터 죽인다.’

 웅크린곰은 생각했다. 숲으로 들어가면 저 놈부터 사냥할 생각이었다. 뛰어난 놈일수록 사냥할 가치도 높으리라. 벌써부터 흥분되어 그는 입술을 한 번 혀로 핥았다.

 평원에서의 추격전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웅크린곰은 몇 시간 동안 저들을 끌고 다니면서 기력을 다 빼놓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돌아가 버릴 우려가 있었다. 하여 물이 흐르고 수풀이 우거진 계곡이 나오자 곧바로 그곳으로 말머리를 틀었다.

 시내에서는 무지갯빛 물고기가 유유히 헤엄치고, 솟아 있는 양안으로는 나무들이 우거져 있는 평화로운 곳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피의 도살장이 될 것이었다.

 

 빌은 말의 속도를 줄였다. 앞서나가던 그가 속도를 줄이자 보어인들이 옆을 휙휙 통과했다. 대부분은 앞의 야만인을 향해 그대로 돌격했지만, 일부는 말머리를 돌리고 빌에게 다가왔다. 도대체 왜 갑자기 속도를 줄였냐는 책망이 가득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두 개의 분대로 나누는 게 좋을 것 같소. 서로 적당히 거리를 보며 따라가고 있다가 놈의 기척이 보이면 곧바로 포위합시다.”

 빌이 말했다. 그러자 보어인들이 일제히 인상을 찌푸렸다. 동료를 미끼로 내놓을 셈이냐고.

 “사냥하듯이 할 뿐이오. 한쪽에 몰이꾼이 있으면 한쪽에는 사냥꾼이 있어야 하지 않소. 저들이 놈을 몰면 우리가 놈에게 타격을 가해 잡으면 되는 것이오.”

 물론 적이 단 한 명이면 이런 절차는 필요없다. 그냥 압도적인 수로 때려잡으면 되니까. 하지만 빌은 매복을 염두하고 있었다. 정신 나간 놈이 아니라면 15명을 상대로 한 명이 도발할 리가 없다. 저 놈은 숲속에 동료들을 매복시켜놓은 것이다.

 만일 매복이 있다면, 앞서 달려간 조가 접전을 벌이고 있을 때 옆으로 우회해서 야만인들을 칠 생각이었다. 오랫동안 야만인들과 부대껴 살아온 산(山)사람으로써, 빌은 야만인들의 방식이 어떤지 잘 알았다.

 “모두 나를 따라오시오. 저들의 방식이 어떤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아니.”

 손에 카빈총을 든 빌이 다시 말을 출발시켰다. 빌 주위에 모여든 세 명의 보어인들은 멀뚱멀뚱 자기들끼리 바라만 보다 이내 그를 따라갔다. 쫓기는 야만인 쪽도, 쫓는 동료들도 아니라 계곡의 고지대로 향하는 것을 보면 그의 목적이 뻔히 보였다.

 웅크린곰은 계곡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점점 경사가 심해졌기에 말의 속도가 뚜렷하게 느려졌다. 그것은 추격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수풀은 안으로 갈수록 빽빽해졌고, 더 이상 말이 앞으로 나갈 수 없게 되자 결국 말에서 내려 웅크린곰을 쫓았다. 물론 웅크린곰은 이미 오래 전에 말을 근처 나무둥치에 묶어둔 지 오래였다.

 이곳은 ‘달의 숲’이었다. 드넓은 평원에서 계곡을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이런 원시림이 펼쳐진다. 떡갈나무와 참나무가 높이 치솟아 햇빛을 가렸고, 발밑은 이끼 낀 돌로 미끈거렸다. 웅크린곰이 큰 동물을 잡기 위해서 흔히 오는 곳이었다. 하여 이곳에는 그만 아는 온갖 지형지물과 미리 설치해 놓은 함정으로 가득했다.

 웅크린곰은 뒤를 돌아보았다. 와시추들은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수풀 부스럭거리는 소리는 들려왔다. 선두에 서서 맹렬히 달려오던 빌라가나는 어디로 갔는지 조금 전부터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의외라고 생각하며 웅크린곰은 숲의 내부로 더욱 더 나아갔다.

 놈들을 사냥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총만 없으면 놈들은 크로우족만도 못한 적이다. 하지만 한 발만 맞아도 치명적이기에 몸을 사려야 했다. 하여 웅크린곰은 나무 위를 기어올랐다. 올라가서 주위를 살펴보며 와시추들이 가까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저기다!”

 와시추들이 소리쳤다. 웅크린곰도 저들이 하는 말 몇 마디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총알이 쏟아져서 나뭇가지를 분지르고 나무껍질을 튀겼다. 둥치 뒤에 몸을 숨긴 웅크린곰은 나무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이어 눈알을 굴려 가장 가까운 와시추를 찾았다.

 푸른색 연기가 근처 나무 뒤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웅크린곰은 몸을 낮추고 재빨리 달려가 와시추의 옆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한창 총을 장전하고 있던 와시추가 웅크린곰을 보더니 기겁했다.

 “빌어먹을! 여기 야만....”

 웅크린곰은 파랗게 빛나는 손으로 놈의 턱을 후려갈겼다. 마나를 둘러 강화된 손은 둔기와도 같은 효과를 낸다. 턱뼈가 으지직 하고 깨지고 놈의 이빨이 후두둑 떨어졌다.

 “너는 나와 같이 간다.”

 웅크린곰이 씨익 웃으며 손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놈의 머리통 안으로 쑥 집어넣었다. 손가락으로 뇌를 헤집자 놈이 신음소리를 내며 절명했다. 시체를 끌고 간 웅크린곰은 나무둥치에 등을 대 꼿꼿이 세운 후 창을 박아 넣어 고정시켰다.

 “이봐! 코르테스! 그쪽에 있나?”

 와시추들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웅크린곰은 곧바로 몸을 숨겼다. 다섯 명 정도로 보이는 놈들이 총을 겨눈 채 다가온다. 그들의 시선이 나무둥치 옆으로 빠져나와 있는 동료의 손과 발로 향한다. 얼핏 보기에는 나무에 몸을 기댄 채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르테스! 놈을 잡았나?”

 대답이 없자 와시추들이 경계하면서 총을 겨눈다. 함부로 다가가지 않고, 주변을 관찰하면서 매복이 없는지 살핀다. 한 사람이 용기를 내서 서너 발짝 다가가 보고, 팔이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것을 보고 경악한다.

 “망할!”

 욕을 내뱉으며 손을 들어 접근을 막는다. 경계하고 있던 와시추들이 인상을 찌푸린다. 모든 경계가 앞쪽으로 쏠려 있다. 매복을 염려하는지 한 발짝 뒤쪽으로 물러나기까지 한다.

 그리고 웅크린곰이 뒤쪽 수풀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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