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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두 세계 이야기
작가 : 한니발렉터
작품등록일 : 2017.12.10

문명세계에서는 꼬맹이 현상금 사냥꾼, 카슨 더 키드,
야만세계에서는 백년에 한번 나올 위대한 전사, 웅크린곰.
두 세계의 이야기.

 
Ch.2 갈망 - 07
작성일 : 17-12-14 08:09     조회 : 317     추천 : 1     분량 : 5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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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크린곰은 평원을 내달렸다. 이미 해는 서쪽으로 지고 군청색 하늘에 의존할 것은 달밖에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그는 야간 승마에 익숙했다.

 멀리서 암호랑이가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컷을 부르는 소리였다. 말은 그 소리에 겁먹었는지 연신 푸륵거렸지만 웅크린곰은 오히려 기뻤다. 허벅지로 말의 옆구리를 꼭 죄인 채 그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함성소리를 내질렀다.

 “호우! 호우! 호우!”

 사흘 연속으로 굶은 채 평원을 헤매다 갈비구이를 만나면 이런 기분일까. 보통 굶주린 사람은 허겁지겁 음식을 먹어댄다. 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음식을 너무 포식하면 배탈이 난다. 많이 못 먹는 것은 덤이다. 천천히, 죽부터 시작해서 위를 풀어준 후 갈비를 포식해야 진짜 맛을 느낄 수 있는 법이다.

 인간 사냥이라고 다를까.

 침엽수가 빽빽하게 자란 달빛 숲, 무지갯빛 물고기가 사는 시냇가, 관목과 돌멩이 몇 개를 제외하면 텅 비어 있는 평원을 내달렸다. 모두가 그의 부족의 땅이었다. 그리고 그는 익숙한 땅이 알려주는 이야기를 들었다. 열다섯 기의 기마가 세 시간 전 달의 숲 근처를 지나 북상하고 있었다.

 이쯤 된다면 새벽쯤에는 따라잡을 수 있으리라. 놈들을 찾는다면 최대한 잔인하게, 즐기면서 죽여 줄 생각이었다. 적을 죽이고 그 피를 뒤집어쓸 때마다 웅크린곰은 자신이 산다는 것을 느꼈다. 일상의 지루함과 무료함에서 벗어나, 정말로 자신이 ‘나’로써 우뚝 서는 것을 느꼈다.

 ‘나에게 다른 영혼이 들어 있다고?’

 며칠 전 반남반녀 주술사 ‘발로 차는 새’가 한 말. 언제 다시 떠올려도 기분이 나빠지는 말이다. 안 그래도 평소 무료할 때마다 꺼림칙한 기분을 느낀 게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마치 혼령이 된 것처럼, ‘웅크린 곰’이라는 인간을 밖에서 관조하는 기분이었다. 새벽별은 그걸 보고 ‘감각이 둔한 것이다.’고 했지만, 그건 단순히 둔하다는 말만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전투를 앞둔 지금은 아니다. 언제보다 감각이 또렷했다. 혈관을 타고 도는 뜨거운 피와 마나의 흐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자신은 살아 있었다. ‘웅크린 곰’이라는 인간으로써 이 대지에 발을 딛고 살아 있는 것이다.

 동쪽 하늘이 서서히 푸른빛으로 적셔지기 시작했다. 지금 그는 서쪽에서 접근하고 있으니, 상대는 이쪽을 잘 볼 수 없고 이쪽은 상대를 잘 볼 수 있으리라. 말똥과 말발굽 자국, 그리고 피우다 버린 담배의 흔적을 쫓던 웅크린곰은 눈앞의 언덕을 넘어가면 적들과 마주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싸움에 임하기 전에, 그는 몸 구석구석 퍼진 혈관을 통해 마나를 내보냈다. 몸이 푸른빛으로 달아올랐다. 그의 몸 주변이 아지랑이처럼 어른거렸다. 하지만 웅크린곰은 알았다. 아무리 강한 주술, 아무리 강한 마나라도 와시추들의 ‘천둥 막대기’를 당해낼 수는 없다. 거기 걸려 있는 주술의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래도 전투 전에 몸 상태를 점검하는 행위로는 더할 나위 없으리라.

 ‘이 느낌이다.’

 웅크린 곰은 만족감을 한껏 느끼며 언덕을 향해 말을 몰았다. 꼭대기에 올라 주변을 한 번 휘 둘러보았다. 동쪽으로 이백 미터쯤 떨어진 곳에 자그마한 형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근처 숲에 묶어든 말들 하며, 피워 올리는 모닥불의 불빛도 보였다.

 한동안 웅크린곰은 언덕 위에 서 있었다. 그가 있는 서쪽은 아직 어둠에 잠겨 있었기에 멀리서 보면 언덕 위에 튀어오른 검은 실루엣으로 보일 터였다. 와시추들이 그를 발견했는지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웅크린곰은 목청을 가다듬은 후 창을 휘두르며 크게 외쳤다.

 “나는 <붉은 곰>씨족의 웅크린 곰이다. 너희들 따위는 겁나지 않다!”

 도발 같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엄연한 대화 시도였다. 상대가 정말 대화 의사가 있다면 이런 도발 따위에 넘어가진 않겠지.

 “너희들은 우리 부족의 땅을 더럽혔다. 더러운 주술이 묻은 발로 어머니 대지를 더럽혔다. 지금 당장 사죄하고 물러가라. 물러간다면 쫓지 않겠다!”

 펑. 하는 총 소리가 들리고, 이내 슝. 하고 총탄이 날아왔다.

 웅크린곰은 말등에서 훌쩍 몸을 날려 근처의 바위 뒤로 숨었다. 콩 볶는 총소리가 몇 번 더 들려왔고, 말은 푸히힝 한 번 울부짖은 후 언덕 아래로 쏜살같이 내려갔다. 그리고 그 주위를 맴돌았다. 완전히 내빼지 않고 주인 주위를 맴도니 ‘살찐 턱’은 용맹한 말이었다.

 웅크린곰은 바위 위로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대신 귀를 땅에 가져다 댔다. 이곳으로 달려오는 기마가 있었다. 수효는 약 둘에서 셋. 틀림없이 맞았는지 맞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오는 것이리라. 바위 뒤에 몸을 찰싹 붙인 채 그는 허리춤에서 도끼를 꺼냈다.

 땅의 진동이 커졌다. 말발굽이 대지를 박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와시추들이 총에 총알을 쟁여 넣는 소리도 들렸다. 웅크린곰은 보지 않고서도 그들이 막 언덕 꼭대기에 도착했다는 것을, 말의 속도를 줄이고 그의 시체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저들이 나누는 대화는 아마 “놈의 시체는 어디 있어?”정도의 뜻이리라.

 와시추 한 명이 소리를 질렀다. 언덕 아래에서 맴돌던 ‘살찐 턱’을 발견한 것이다. 녀석이 말을 몰아 언덕 아래로 내려갔다. 웅크린곰은 드디어 와시추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놈은 등을 빤히 노출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열심히 달려가고 있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다. 웅크린곰은 도끼를 던졌다. 날아간 도끼는 말의 허벅다리에 그대로 박혔다. 힘줄이 끊긴 말이 비명을 내지르더니 왼쪽으로 몸이 기울었다. 앉아 있던 와시추가 꽤액 비명을 내지르며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 다행히도, 놈은 죽지 않았다. 다만 다리가 부러졌는지 신음을 내지르며 끙끙거렸다.

 마침내 웅크린곰이 바위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모습을 드러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웅크린곰은 사신처럼 천천히 적을 향해 걸어갔다. 쓰러진 놈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다. 급히 바닥을 더듬었으나 총은 저 멀리 떨어져 있었고, 다리는 부러져 있다. 웅크린곰은 도끼 하나를 더 꺼내 허공을 더듬는 놈의 팔을 향해 던졌다. 날아간 도끼는 깔끔하게 손을 반쯤 절단하고 땅에 가 박혔다.

 “끄아아아아악!”

 놈이 비명을 내질렀다. 동시에 웅크린곰은 자신이 사선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급히 몸을 날려 바닥에 엎드렸다. 총알이 방금 그가 있던 곳을 통과했다. 멀찍이서 말 위에 탄 와시추가 욕을 내뱉으며 총을 장전하는 것이 보였다.

 웅크린곰은 바위를 향해 뛰어갔다. 몸을 숨겼던 바위다. 와시추는 의미 모를 말을 지껄이며 말을 몰아 바위 옆쪽으로 돌아갔다. 웅크린곰이 엄폐한다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웅크린곰은 창을 잡자마자 바위 위로 뛰어올랐다. 갑자기 나타나자 와시추의 조준선이 흐트러졌다. 그 잠시를 틈타 웅크린곰은 힘껏 창을 던졌다.

 거대한 꼬챙이가 날아오니 와시추는 기겁을 하며 고개를 젖혔다. 그러나 창은 와시추를 노린 것이 아니었다. 말을 노린 것이다. 창날은 정확히 말의 목 한가운데를 꿰뚫고 들어갔다. 말이 앞발을 들며 단말마를 내질렀고 와시추는 균형을 잃었다. 하지만 곧바로 쓰러지는 말등 위에서 튀어 오르다시피 해 땅에 착지했다. 놀라운 기마술이었다.

 웅크린곰은 혀로 입술을 한 번 핥았다. 이제 몸에 남은 것은 작은 단검뿐이다. 와시추는 허리춤에 찬 권총을 급히 꺼내려 했으나 혼란중에 떨어뜨렸다는 것을 알았다. 웅크린곰이 다가온다. 결국 와시추는 허리춤에 찬 장검을 꺼내 맞섰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고 생각한 것일까. 와시추는 장검을 치켜들고 괴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상단베기로 내지른 검은 웅크린곰의 어깨를 향해 날아들었다. 검의 궤적을 읽은 웅크린곰은 단검을 든 오른팔을 치켜들어 막으려 했고, 와시추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웅크린곰은 곧바로 팔에 마나를 둘렀다. 푸른색 생명력이 그의 팔을 안개처럼 휘감았다. 칼은 오른팔에 정확히 명중했지만 살을 베지도 뼈를 가르지도 못했다. 마치 철판에 맞은 것처럼 튕겨나갔다. 불똥은 튀지 않았지만.

 “놀랐나?”

 웅크린곰이 씨익 웃었다. 처음으로 와시추의 검은색 눈동자에 공포가 피어올랐다. 웅크린곰은 두 손가락을 세우고 곧바로 놈의 눈에 박아 넣었다. 눈동자에 닿기 직전 손톱 끝에 마나를 집중했기 때문에, 마치 칼로 찌르는 것처럼 부드럽게 안구를 뚫고 들어갔다.

 “크아아아악!”

 적의 비명소리는 언제 들어도 감미로웠다. 웅크린곰은 손가락을 쑥 빼냈다. 으깨진 안구 두 개가 시신경과 함께 딸려 나왔다. 인간의 눈을 먹는 취미는 없었다. 하여 그는 손가락을 털어 달라붙은 안구를 빼냈다.

 한 명을 반시체로 만든 웅크린곰은 뒤를 돌아보았다. 다리가 부러지고 손목이 반쯤 잘려나간 와시추가 필사적으로 총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웅크린곰은 다가가서 놈의 다리를 짓밟았다. 이어지는 격통과 찢어지는 비명.

 “아아, 비명소리가 저기까지 들리면 우리가 오래 즐길 수가 없잖아.”

 웅크린곰이 씨익 웃었다. 눈이 멀쩡했던 와시추는 거기서 악귀를 보았다. 혀가 잘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가 내뱉은 것은 “만인의 수도원이시여...”라는 짧은 말이었다.

 

 웅크린곰이 한창 인간 사냥을 즐기고 있을 때, 두 명을 떠나보낸 나머지 열세 명의 남자들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도리어 그들은 천하태평이었다. 나머지 두 명이 빨리 야만인의 말을 빼앗아와 합류하기를 바라며, 그들은 모닥불의 불을 키우고 커피를 데우고 베이컨을 구웠다. 구운 베이컨의 기름으로 옥수수빵을 가볍게 튀겼다. 야만인의 땅에서 먹는 가벼운 아침식사였다.

 색이 다소 짙은 피부에 푸른색 눈, 곱슬머리의 사람들. 야만인들이 ‘와시추’라고 부르곤 하는 그들은 ‘영원한 야만인 변경’의 남쪽에서 농장을 경영하며 대가족별로 모여서 살아가는 식민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보어인들이라 불렀다.

 현재 붉은 곰 씨족의 땅에 침입한 보어인 열 두 명은 정찰대였다. 며칠 전 보어인들은 한데 모여 거대한 대이주 계획을 짜면서 사방으로 정찰대를 보냈다. 그들은 제 3지파의 정찰대로써, 포장마차 집단이 지나갈 경로를 알아보는 한편 정착하기에 안성맞춤인 토지를 찾기 위해 파견된 자들이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농부였던 보어인 특성상 야만족 땅에는 밝지 못했기에, 길잡이를 고용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 자는 열세 명 중에서 유일하게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당했을 수도 있소.”

 노란색 콧수염을 길게 기르고 가죽옷을 입은 백인이 말했다. ‘버팔로 빌’이라는 이명을 지닌 그는 정찰대의 길잡이였다. 보어인들이 남쪽의 히스파니아(Hispania) 출신 식민자들이라면, 빌은 라티움(Latium) 출신이었다. 보어인들은 검은색 곱슬머리에 다소 짙은 피부를 가지고 있었지만, 라티움인들은 금발에 하얀 피부를 가졌다. 다만 전체적인 이목구비는 비슷했다. 적어도 야만인들과 비교하면 두 인종은 동질감이 넘치는 외모였다.

 “빌, 당신이 아무리 유명한 산(山)사람이라고 해도, 우리의 사격 실력을 얕보면 안 되지.”

 베이컨을 굽던 보어인 남자가 농담조로 말했다. 모닥불 주위에 모여든 다른 남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날뛰던 야만인은 총에 맞아 말에서 떨어졌다. 그런 반신불수에게 질 리가 없다. 늦어지는 것은 도망친 말을 끌고 오느라 늦어지는 거라고 다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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