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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레몬 타르트
작가 : 소피아
작품등록일 : 2017.11.19

이제는 배우입니다. 남장여자 배우 데뷔기!

 
16화
작성일 : 17-12-14 06:57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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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은 마음을 다잡았다. 유진이 다시 준모의 방문을 두드렸다.

 

 “윤준모, 나와봐.”

 “할 말 없어.”

 

 방 안에서 준모의 목소리가 들렸다. 준모는 조금 겁만 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면 유진이 바로 나간다고 하거나 오히려 세게 나올 줄 알았다.

 

 ‘내가 너무 심했나?’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유진을 보고 되려 당황해 준모가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이 정도 각오는 하고 들어왔어야지… 바보같이.’

 

 “여기가 내 집이야.”

 

 단호한 유진의 말에 준모가 방문을 다시 열었다. 룸메이트로 계속 같이 지냈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오래 한 적은 처음이다. 룸메이트지만 서로 접점이 없기에 그렇게 지낼 이유도 없었다.

 

 “야, 너. 뭐야, 울었냐?”

 “난 여기 있어야 해.”

 “너 대체 생각이 있는 거야?”

 

 준모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자기가 너무했다는 걸 알면서도 말은 차갑게 나갔다. 그래야 유진도 빨리 나갈 거라고 생각했다.

 

 유진은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유진도 처음에는 룸메이트가 있다고 해서 친하게 지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알렉스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티비에 나온 이미지처럼 사근사근한 성격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뭐…’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다.

 

 첫 만남 이후부터 유진은 준모가 마음에 안 들었고, 준모는 유진을 신경 쓴 적이 없었다. 최근 그런 일로 인해 처음 부딪히게 된 거지만, 이것도 좋은 일로 엮인 게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만 남았다.

 

 “정말 갈 데가 없어. 아버지가 빚쟁이들한테 도망 다니고 계셔서. 내가 아르바이트해서 집을 구하게 되면 그때 나갈 거야.”

 “내 말은... 그게 아니고… 넌 여자가 무슨, 겁도 없냐? 됐다. 나 잔다.”

 

 ‘휴’ 하고 준모가 한숨을 쉬면서 등을 돌렸다. ‘겁이 없는 게 아니라 겁이 많아서 여기 숨어있는 거야, 이놈아. 너야말로 드라마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 상황이 지금 이해가 되냐고.’ 유진이 속으로 말을 곱씹었다.

 

 “윤준모, 잠깐만.”

 “또 뭐?”

 

 고개를 도리질하더니 금새 자기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준모를 유진이 한 번 더 붙잡았다. ‘이번엔 쫄지 말고 제대로 말하자.’ 울어서 눈이 빨개진 유진이 말을 이었다.

 

 준모를 이해는 시켰다는 생각이 들어 유진은 걱정을 덜었다. 하지만 정작 준모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지만, 우는 애를 두고 호되게 밀고 나갈 수는 없었다.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로 말하지 말아줘.”

 “내가 왜 하냐, 너나 잘 해. 나까지 피해입히지 말고.”

 “네가 왜?”

 “너 바보지?”

 

 준모가 한숨을 푹 쉬더니 식탁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식탁에 걸터앉은 채 문 앞에 서 있는 유진을 쳐다보았다. ‘소리도 안 내고 운 거야? 나란 놈은 뭐 하는 거야… 그러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유진을 이렇게 다시 보니 영락없는 여자애다. ‘어딜 보고 이 애를 남자라고 생각한 걸까? 나도 진짜 모자란 놈이야.’ 준모가 생각했다.

 

 “네가 여자인 게 소문이 나면, 내 이미지가 뭐가 되겠냐? 생각해 봐. 아무리 우리가 아무 사이가 아니라고 해도 사람들이 그걸 믿겠냐?”

 

 유진은 식탁에 걸터앉은 준모를 보며 딴생각에 빠졌다. ‘확실히 이목구비가 뚜렷한 점이나 신체 비율은 참 바르고 알맞게 잘 자랐네... 머리만 좀 바르게 크지, 잘 사는 집 애들은 이래서 안 돼. 인성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데...’

 

 준모가 계속 말을 했지만 유진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 짧은 찰나 많은 감정이 휘몰아친 탓인지 집중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평범했던 4인용 식탁이 이 녀석이 걸터앉은 것만으로 엄청 비싸 보이는 건, 역시 윤준모. 대단한 녀석이네, 바쁘게 사니까 그럴 수 있는 건가? 꾸준히 관리하는 거겠지? 몸이 재산이니까.’ 유진이 혀끝을 찼다.

 

 “야, 듣고 있어?”

 “응?”

 “내 얘기 듣고 있냐? 들키기 전에 빨리 나가라고. 일이 잘못돼도 나는 끝까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뗄 테니까 혼자 알아서 잘 해.”

 

 ‘당연하지. 나라고 조심 안 하냐?’ 말이 턱밑까지 올라왔지만 유진은 꾹꾹 눌러 담았다. 더 이상 준모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 않았다. 얌전히 있는 게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누굴 꼬시려고 왔든, 누구 스토커든, 난 상관 안 할 거야.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거다. 나랑 엮지 마.”

 “그런 거 아니라니까!”

 “됐고. 최대한 빨리 짐 싸서 나가. 안 그럼 학교에 이야기 할 테니까.”

 

 준모는 유진을 한 번 쏘아보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윤준모 놈. 진짜 언제 한번 제대로 걸려봐라 정말.’ 유진이 이를 갈았다. 눈앞에서 문이 닫혔다.

 

 그래도 준모가 당장 학교에 연락하거나 경찰을 부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 부분이 유진도 제일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그렇게 의리가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일이 어느 정도 해결된 것 같아 유진도 마음이 놓였다. 아까의 사건으로 아직도 심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었지만 그건 그나마 견딜 만 했다.

 

 앞으로 유진은 준모와 크게 마주칠 일이 안 생기도록 피해 다닐 것이다. 여태까지 그랬고, 이번 일 이후로는 더욱 그럴 것이다. 서로 좋을 것이 없었다.

 

 ‘그나마 학교에 다니면서 일을 할 수 있으니까... 더러운 꼴 더 안 보려면 빨리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해야겠다. 한 푼, 두 푼 모으다 보면 작은 원룸 정도는 구할 수 있지 않을까? 보증금이 문젠데… 고시텔 같은 데를 알아볼까?’

 

 그래도 당분간은 조금 더 머물러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 ‘아빠한테 연락이 안 와도, 그냥 준비되는 대로 나가자. 그래. 그게 좋겠어.’

 

 준모 방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의식적으로 유진의 고개가 준모를 향했다. ‘응?’

 

 “야, 그리고. 아깐 미안했다.”

 “어?”

 

 준모가 ‘크흠’ 하고 큰기침을 한 번 하더니 말을 이었다. 사과한 일을 덮으려는 듯 목소리가 커졌다. 유진은 잘못 들은 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쨌든 앞으로 집안일은 다 네가 하는 거지? 설거지는 매일매일 그때그때. 내 방 청소기도 일주일에 두 번은 돌리고. 쓰레기통도 같이 비워줘. 내 빨래는 색깔 있는 거랑 하얀 건 구분해서 빨면 되고. 화장실 청소도 네 쪽 할 때 같이 하면 될 거야.”

 준모가 빙긋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어?”

 “잘 자라.”

 ‘뭐라고, 이 자식아?’ 라는 말이 유진의 입에서 튀어나오기도 전에 방문이 다시 닫혔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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