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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오펠리아를 위한 연가(戀歌)
작가 : 리체르카레
작품등록일 : 2017.12.14

남주 시점/ 회귀물/ 후회 남주/ 회귀를 눈치 못 채는 여주/ 서브남 존재.

한 사람의 가치는 그 사람이 곁을 떠났을 때 절실히 아는 법이다.

황궁의 젊은 서기관이 된 테오도르는 고향에서 갑작스런 부고를 듣게 된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상실감으로 고향에 온 테오는 죽은 소꿉친구 오펠리아의 장례식을 찾고,

망인의 반지가 계모의 딸 손에서 빛나는 것을 발견한다.

그것은 망인의 어머니가 망인에게 물려준 유품이었다.

계획적인 살인을 예감한 테오는 모녀의 뒤를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표지는 피나타님의 팬아트로 남주 테오도르입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ㅎㅎㅎㅎ

 
1장. 마지막 축제.
작성일 : 17-12-14 03:03     조회 : 41     추천 : 0     분량 : 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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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는 끝보다는 시작에 더 가까운 젊은 나이다. 1년의 계절로 비유하자면 이제 변덕스러운 봄바람의 시샘을 넘기고 활짝 피어난 오월과 유사한 시기라 할 것이다. 부모님의 보호받는 어린애에서 사회에 첫발을 디디며 한 사람의 성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시기이며, 자신의 뜻과 의견을 당당하게 전달할 수 있는 나이다.

 

 물론 이런 나이에 도달하지도 못하고 생의 끝을 마감하는 이들도 부지기수이다. 이 나라의 유아 사망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했다던가, 아니면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던가, 기타 여러 가지의 이유로 시작이 가까운 나이에 이미 모든 것을 종결하는 경우는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모든 것에 자신이 있었던 젊은 내게 오랜 친구의 죽음은 일종의 충격이었다. 언제나 고향을 생각하면 함께 기억 속에서 나타났던 나의 친구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거기 그 자리에서 영원히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나는 내게 온 아버지의 편지를 서둘러 살펴보았으나 거기에는 더 이상의 정보가 없었다. 아마도 아버지께서는 내게 친구의 죽음을 최대한 빨리 알리기 위해 핵심적인 내용만 골라서 쓰신 듯했다. 평소에 정갈하기로 유명한 아버지의 필체가 이렇게 흐트러진 것을 보면 말이다.

 

 “오펠리아가 죽다니……. 아직 스물도 채 되지 않았는데.”

 

 나는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해밀턴 변경백의 외동딸이었던 오펠리아는 기억나지도 않을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함께 어울렸던 친구였다. 집 근처에 귀족가문은 해밀턴 백작가와 나의 집안인 아이멜 자작가 뿐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아주 어린 날부터 함께 어울려 놀곤 했다.

 

 유년시절의 나와 함께 들을 뛰놀던 소꿉동무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귀엽게 나풀거리던 금발과 풍성한 머리칼을 장식하던 푸른 리본, 따뜻한 봄 햇살 아래서 환하게 빛나던 하얀 원피스, 그 어떤 녹음보다도 푸르렀던 녹색 눈동자, 그리고 나를 향해 환히 웃어주는 그 미소도 말이다.

 

 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퇴근 후 나보다 연배가 많은 동료들과 어울려 마셨던 술이 대번에 깼다. 나는 서둘러 편지지를 꺼냈고 거기에 유려한 필체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 직속 상사에게 급하게 휴가를 요청하는 편지였다.

 

 사환을 불러 그 편지를 보낸 직후 나는 필요한 것만 골라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오월의 찬란한 날이라 밝고 화사한 옷들 사이에서 검은 옷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의 마지막 가는 길을 예의 없이 마중하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나는 두께와 색상을 적당히 타협한 옷을 골라내고 내 방의 문을 잠갔다. 손에는 간단한 일용품이 들어있는 가죽 가방 하나를 챙긴 상태였다. 수도 린턴에서 해밀턴까지의 거리를 생각할 때 조금이라도 지체할 수 없었다.

 

 “아이멜씨, 답신 받아왔어요.”

 

 어둑어둑한 복도 한쪽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내가 보낸 편지의 답장을 들고 온 소년 사환이었다. 나는 조금 한숨을 내쉬었다. 휴가 허락이 무사히 내려진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고맙다.”

 

 나는 소년에게 수고비로 약간의 동전을 건넸다. 소년이 생글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다. 답장은 내 예상대로 휴가의 허락이었다. 그것도 거의 일주일간의 휴가다. 용케도 휴가를 받아서 다행이다 싶다. 사교 파티다 자선 바자회다 해서 상당히 일이 산적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나는 답장을 가방에 넣고선 서둘러 길을 떠났다. 조금의 시간도 낭비할 수는 없었던 탓이다.

 

 

 *

 

 

 내 고향 해밀턴은 수도에서 마차로 하루 반을 걸려서 가야 도착할 수 있는 먼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아직 철도가 놓이지 않은 관계로 힘들게 마차로 가야하지만, 현재 건설되는 철도만 놓이게 되면 반나절의 이동으로 도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제국 최고의 무역항인 키엔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것이 해밀턴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첫날 다행히 해밀턴으로 가는 합승 마차를 탄 나는 요금을 지불하고선 내 몸을 마차의 한쪽 구석에 실었다. 밤에 움직이는 마차는 여관에서 자는 비용을 아끼거나, 무척 급하게 움직이는 여행객들이 대부분 이용한다. 그렇기에 6인승 마차 안은 사람으로 가득했음에도 무척이나 조용했다.

 

 규칙적으로 흔들리는 마차를 타고 돌아가는 동안 내 머릿속은 여러 가지 생각으로 가득했다. 무슨 일로 오펠리아는 이렇게 갑자기 사망한 것일까. 작년 늦은 가을 내가 해밀턴으로 잠시 들렀다가 얼굴을 봤던 것이 내가 그녀를 본 마지막 기억이다.

 

 그때의 기억을 세세하게 되살렸지만 그렇게 특별한 것은 없었다. 대화의 내용도 특별히 기억나는 것이 없다. 그녀의 얼굴 상태도 상당히 양호했던가. 잘 모르겠다. 아니, 얼굴에 병색이 없었던 것만은 확실했다. 그때 그녀가 어떤 옷을 입었던가? 그것까진 잘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는다.

 

 보통의 남녀가 다 그렇듯이 나이가 든 이후로는 서로 예의를 차리며 만나는 것이 이곳 에스틴 제국의 기본적인 사교 관계였다. 도시인 린턴의 경우 남녀가 다 장성한 후에도 예의를 갖춘 상태에서 조금 더 친하게 지냈지만, 시골인 해밀턴은 일단 15세가 되면 남녀의 만남을 엄격하게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 덕에 어릴 때는 매일같이 함께 어울렸던 나와 오펠리아도 15세 이후로는 조금 더 격식을 차려서 띄엄띄엄 만나곤 했었다. 사람은 만남이 줄어들면 상대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때의 나는 수도의 화려한 생활을 동경하고 있었고, 기회만 생기면 수도에서 근무하며 자리를 잡는 것에 내 모든 관심을 다 쏟고 있었다.

 

 오펠리아는 해밀턴의 여인들이 그렇듯이 조용하고 얌전한 시골처녀였다. 어릴 때에는 나와 함께 천진난만하게 산과 들을 뛰놀았지만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어른스러워지고 차분한 성격으로 변모했다. 그것은 아마도 그녀의 어머니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일찍 사망한 것과 상관이 있을 것이다. 육친의 죽음은 아이를 빨리 어른으로 만드는 법이었으니까.

 

 ‘빨리 도착해야 하는데…….’

 

 마차의 속도는 상당히 빠른 편이지만 내 마음은 계속 초조한 상태였다. 해밀턴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5일 내에 매장을 하는 풍속이 있었다. 날씨가 따뜻하면 따뜻할수록 시체가 빨리 부패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3일 내에 매장을 하기도 한다. 이곳을 떠난 이후로 그녀와 간간히 편지를 주고받긴 했지만 그녀가 무슨 내용을 써서 보냈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는 처음으로 내 기억력을 원망했다.

 

 

 *

 

 

 야간에 출발하는 마차여행은 생각보다 힘든 편이었다. 간단한 식사시간을 제외하고선 전혀 쉬지 않고 강행군으로 움직인 탓에 몸의 이곳저곳이 뻐근한 상태였다. 게다가 모르는 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기분도 아니었던 탓에, 나는 여행 내내 창밖의 풍경만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하루 반의 험한 여정이 거의 끝나고 해가 서서히 넘어가자 익숙한 산과 들이 유리창 밖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드디어 고향으로 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리고 드디어 푹신푹신한 침대에 누울 수 있다는 것에 안도했다.

 

 합승마차에서 내려서 짐을 챙겨든 나는 석양이 저물어가며 점점 어두워지는 길을 천천히 걸어갔다. 서둘지 않으면 완전히 깜깜해지겠지만 한치 앞이 보이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다. 이곳은 내가 태어나 자란 나의 고향이었고, 눈을 감고도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길이었으니까.

 

 지난 늦가을에 보고 올해 처음 보는 나의 본가는 전혀 변한 것이 없었다. 나는 심호흡을 한 후에 천천히 문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곧 문이 열리고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작년부터 우리 집에서 하인으로 일하는 톰슨이었다.

 

 “테오 도련님 오셨군요.”

 

 평소 같으면 웃으면서 나를 맞이했을 톰슨이지만 그의 얼굴은 무감각하기만 했다. 나는 그에게 가방을 건네주며 집안 분위기를 잠시 살폈다. 평소에도 그리 가벼운 편이 아니었지만 오늘따라 집안 분위기가 무척이나 가라앉은 편이었다. 아니 가라앉다 못해서 무덤과도 같이 적막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아직 이시면 곧 준비하도록 주방에 말을 넣겠습니다.”

 

 톰슨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오는 내 뒤를 따르며 입을 열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점심때 조금 먹었던 샌드위치가 아직 소화가 되지 않은 탓에 저녁때가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무언가를 먹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아버지는 지금 어디에 계시지? 내방에 들르기 전에 먼저 뵙고 싶은데?”

 

 “주인 어르신께서는 지금 서재에 계십니다.”

 

 “그래?”

 

 나의 발걸음은 자동으로 아버지의 서재로 향했다. 톰슨이 내 뒤를 따르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아마도 그는 내게 조금이라도 끼니로 때울 수 있는 무언가를 먹이고 싶은 모양이다.

 

 “하녀에게 이야기를 해서 간단하게 차를 들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래주면 고맙겠어. 가방은 내 방에 가져다 줘.”

 

 “네. 도련님.”

 

 모든 볼일이 끝난 톰슨이 내 가방을 들고 사라졌다. 나는 아버지의 서재에 도착한 나는 다시금 심호흡을 했다. 똑똑 두 번의 노크를 하자 안에서 문이 열렸다. 아버지께서 직접 문을 열어주신 것이었다.

 

 “먼 길인데 오느라 수고했다. 어서 와라.”

 

 “네, 아버지.”

 

 나는 아버지를 따라 서재 안으로 들어섰다. 서재 안은 죽음과도 같은 무거운 분위기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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