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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레몬 타르트
작가 : 소피아
작품등록일 : 2017.11.19

이제는 배우입니다. 남장여자 배우 데뷔기!

 
15화
작성일 : 17-12-14 01:07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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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으흠. 나는 사실 이 학교 스파이야.”

 “거짓말.”

 

 준모가 팔짱을 끼고 있다. 그 앞에는 눈을 굴리며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있는 유진이 앉아있었다. 되지도 않는 거짓말로 덮어보려고 했던 유진은 말을 돌렸다.

 

 “그래, 어…”

 “내가 궁금한 건, 언제 너가 여기를 나가냐야.”

 “뭐? 왜?”

 “얼른 짐 싸서 나가라. 일주일 줄게. 나 들어간다.”

 

 부엌에 놓인 4인용 식탁에 앉아있던 두 명이 5분도 안 돼서 한 명으로 줄었다.

 

 유진은 생각을 정리했다.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무조건 빌고 울 생각이었다. ‘이름하야 여자의 눈물 작전.’ 그렇지만 유진은 여자의 눈물을 무기로 삼기엔 연약하지 못했다.

 

 ‘그래도 안 되면 협박이다.’ 이것도 실패했다. 되려 준모가 유진에게 “학교에는 알리지 않을 테니 조용히 나가라” 고 조곤조곤 말했다. 쫓겨나는 것보단 제 발로 나가는 게 다른 학교로 전학 수속을 밟는 것도 쉬울 것이라는 이유였다.

 

 ‘사정을 설명하면 잘 되지 않을까? 정에 호소하는 작전!’ 하지만 기회는 더 이상 주어지지 않았다. 준모는 이미 방에 들어가 있었다.

 

 ‘쉽지 않네…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야. 어떻게든 여기에 있어야 하는데… 적어도 아빠한테 연락이 올 때까지는 있어야 해.’ 유진이 마음을 다잡았다. 친한 상대라면 차라리 편했을 것을, 미리 잘해주지 않았던 것이 살짝 후회되었다.

 

 유진은 준모가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 전부터 준모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소리가 나고 현관에 불이 들어오고, 유진이 식탁에 앉아 준모를 맞았다. 몇 개월을 같이 살았지만 이런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 왔어?”

 “...”

 “앉아. 그… 얘기 좀 할까?”

 

 그리고 지금 상황이 되었다. 준모의 방문은 닫혔다. 준모의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얼굴이 무섭게 굳어있었다.

 

 ‘그나저나 이게 아닌데? 여보세요? 잠시만요? 나 아직 말 다 안 끝났는데…’ 방 앞에 서서 문을 세게 두들기고 싶지만, 괜히 심기를 잘못 건드리는 게 아닐까 유진은 겁이 났다.

 

 “어… 야. 나 못 나가. 갈데도 없고, 여기 있을 거야.”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안 들렸나?’ 유진이 생각해놓은 대안책들은 소용이 없었다. 이대로 그냥 ‘네, 알겠습니다’ 하고 인정할 수도 없다.

 

 “야…”

 

 조용한 것이 더 사람을 긴장되게 만들었다. ‘…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대로 정말 나가라고? 왜 내숭 덩어리 싸가지 없는 룸메이트와 잘 지내는 법 101가지 같은 책은 나오지 않는 걸까?’ 유진이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이제 어떡하지. 하나도 안 통하잖아. 바늘로 찔러도 정말 피 한 방울 안 나오겠네. 쟤는 왜 나한테만 저래? 그냥 좀 봐주면 어때서.’

 

 유진이 전에 엘리베이터에서 보았던 준모, 그 싸가지 없는 모습 그대로였다. 유진이 볼 때 준모는 다른 사람들한테는 웃는 얼굴이던데, 왜 자기한테는 그러지 않나 하는 생각에 내심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말이야 쉽지. 일주일 안에 나가라니, 난 갈 곳이 없는데? 여기서 나가면 정말 갈 데가 없는데, 너무한 거 아닌가? 사람 사정은 생각도 못 해주나?’ 유진은 서운한 마음이 든 것과 더불어 풀어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한 나머지 화가 치솟았다.

 

 ‘지가 뭐라고! 다 자기같이 잘 나고 잘 살아서 내가 하는 이런 건 장난으로 한다고 보는 걸까? 내가 장난으로 여기 온 줄 아나!’

 

 유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세게 두들겼다. ‘내 일상을 무너뜨린 건 오히려 네 쪽이다, 윤준모 놈아! 누구는 좋아서 여기 있냐!’

 

 “야! 윤준모, 나와보라니까! 야, 난 절대 못 나가니까 알아서 해! 니가 뭔데 기한을 일주일 주네 마네야?”

 

 벌컥 열리는 문에 유진이 뒷걸음질 쳤다. ‘아, 이러면 기 싸움에서 진 건데…’ 문이 열리자 유진이 놀라 몸을 뒤로 뺐다.

 

 준모는 유진을 빤히 보고만 있다. ‘뭐야. 내가 욕을 한 것도 아니고, 쫄지 말자. 그나저나 상큼하게 나는 게, 향수가 이게 뭐야? 이 상황에서도 후각은 지 좋을 짓만 해대고 있네.’

 

 “너 남자야? 아니잖아.”

 “그, 그게 왜?”

 “여긴 남학교야. 알지?”

 “알아.”

 “넌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

 

 그리고 준모는 유진의 팔을 잡고 벽에 밀어붙였다.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유진의 몸이 떨리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사자나 호랑이의 먹잇감이 되기 일보 직전의 초식 동물들은 이렇게 몸이 얼어붙을 것이다. 유진도 큰맘 먹고 이 남학교 생활을 시작했지만, 이렇게 두려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뭘 안다고?”

 “여기 오면 안 되는 거 알아,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었고, 나도…”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고 목이 탄다. ‘쾅!’ 준모가 큰 소리가 나게 벽을 치더니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이래도 좋다, 이거야?”

 

 유진은 큰 소리에 놀란 것과 더불어 심장 박동이 귓가에 크게 울려 머리가 어지러웠다. 눈에 갑자기 눈물이 핑 돌고 팔다리가 괜스레 저린 느낌이 들었다.

 

 “너 남자 잡으러 왔냐? 설마 하지만 너 같은 게 꼬셔도 넘어갈 놈은… 그래, 있기야 하겠지만 절대 좋게 안 끝날 거…”

 “저리 꺼져.”

 

 유진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를 겨우 쥐어짜 냈다. ‘진짜 미쳤지, 왜 괜히 성질 건드리는 말만 골라서 하게 될까. 녀석이 뭐라고 왜 이렇게 무섭지?’

 

 남자아이들이 득실거리는 남학교라는 장소 때문에 아버지도 소중한 딸을 보내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었다.

 

 호신술을 배우기에는 너무 늦었고, 아버지의 말대로 급소 정도를 가격하라는 소리는 기억하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닥치자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바들바들 떨렸다.

 

 “뭐?”

 “저리 비키라고, 더러우니까.”

 “...”

 

 윤준모가 아무 말 안 하고 뒤로 물러나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유진은 넘쳐서 흘러나오는 눈물을 주섬주섬 닦았다. 처음 겪는 일이기에 더욱 무섭고 긴장되었다.

 

 남학교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유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여자로 있는 게 들키면, 이렇게 되는 건가?’ 아버지가 남자를 조심하라고 말했을 땐 그냥 건성으로 넘겼던 유진이었다.

 

 하지만 준모가 나가라고 얌전히 나갈 수는 없었다. ‘누가 여기 있고 싶대? 나도 아빠가 와서 안전한 곳이 정해지면 내가 내 발로 나갈 거야!’ 유진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런 자뻑에 빠져서 지들 자랑밖에 못 하는 사회성 떨어지는 애들하고 누가 있고 싶겠냐? 무일푼에 가진 거라곤 어깨너머로 배운 연기가 다인데 어떡하라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억하심정이 들어 눈물이 계속 흘렀다.

 

 그치고 싶지만 한번 터진 울음은 통제가 안 되었다. ‘나도 여기 싫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유진이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정말 나쁜 놈이야. 아니, 나쁜 건 둘째치고 너무하잖아. 내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 옳은 소리만 늘어놓고 가버리고. 누가 모르나? 나도 이게 공문서위조인 것도, 범죄인 것도 안다구. 위험한 일인 것도 알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 나라고 좋아서 여기 있는 게 아니라고.’

 

 유진은 다른 학생들처럼 이 학교에서 데뷔할 생각도 없다. 성별이 드러나면 안 되기에 최대한 조용히 지내다 갈 생각이었다.

 

 졸업까지는 바라지도 않거니와 아버지의 거처가 정해지는 대로 유진에게 연락을 주기로 했다. 그러면 다시 꿈꾸던 평범한 여자 고등학생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

 

 유진은 마음이 뒤죽박죽이었다. ‘내가 남아있는 게 그렇게 위험한 일일까? 나쁜 일일까? 내가 지금 밖에 알몸으로 내던져지는 것보다는 여기가 안전해. 살려면 어쩔 수 없어. 어떻게든 녀석을 설득시켜야 해.’

 

 

 

 

 
작가의 말
 

 jihyey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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