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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Love In London
작가 : 해롯
작품등록일 : 2017.11.30

네번째 여름휴가. 그리고 여름휴가를 맞아 떠난 런던. 15일간의 꿈같았던 여행과 그 안에서 만난 남자 해리.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재희는 해리와 다시 만나 사랑할 수 있을까?

 
12화 쓸데없는 걱정에서 오는 귀여움
작성일 : 17-12-13 22:17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4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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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해리는 일을 잘해요.”

 

 단점을 쏟아낸 것이 미안했는지 다니엘이 장점으로 추정되는 말을 내뱉었다.

 

 “*기업 분석력도 뛰어나고 그걸 기반으로 한 통찰력도 있고.”

 

 “*맞아, 그리고 아니다 싶은 건 누가 말해도 아닌 냉정한 판단력도 있어요.”

 

 연인으로 혹은 인간성으로 어필하는 대신 업무능력으로 하는 어필이라니.

 

 신선하면서도 하등의 쓸모는 없었다.

 

 “*그래서, 합격입니까?”

 

 박전무는 재희가 하루를 날려가며 면접관 행세를 하고 난 후 사무실로 불러서 꼭 이렇게 말하곤 했다.

 

 합격자를 뽑는 것은 그 후 면접관들과 회의를 거치고 고민하며 시간을 두고 해결해야하는 문제였지만 박전무는 그저 즉각적인 대답. 그 하나만을 원했다.

 

 재희는 이 말을 내뱉어보고 나서야 후련함과 함께 깨달음을 얻었다.

 

 아, 그래서.

 

 권위를 이용해 누구를 찍어 누르는 이 편리함은 평생을 가도 잊지 못할 경험일 것 같았다.

 

 “*네.”

 

 모두가 합창하듯 입을 모아 대답했다.

 

 팀원들은 자신의 말이 납득이 갔는지 추측하기 위해 재희의 행동을 유심히 살폈다.

 

 고개를 끄덕이는 재희의 모습을 보고 통한 것 같다는 눈짓을 열심히 주고받았다.

 

 멍청함과 귀여움의 경계에 있는 행동에 재희는 한껏 웃음을 터뜨렸다.

 

 팀원들은 영문도 모른 채 하나, 둘 무작정 따라 웃기 시작했고 결국 웃음은 전염되어 이유도 없이 한참이나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자정이 다 되어가자 슬슬 파장분위기로 흘러갔다.

 

 해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적당히 취해서 적당히 기분이 좋아진 사람들은 재희와 손을 붕붕 흔들고 포옹하며 슬픈 헤어짐을 고했다.

 

 “*제이, 안녕.”

 

 “*즐거웠어, 제이.”

 

 그리고 적당히 보다 약간 더 취한 마크는 허리를 숙여 재희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해리가 너를 많이 좋아하나봐.”

 

 취한 사람답게 목소리 조절에 실패한대다 상당히 은밀해 보이는 자세로 있던 탓에 다른 사람에게 목덜미를 잡혀 끌려 나가긴 했지만 말이다.

 

 사람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펍 앞엔 간단히 맥주를 한잔 하는 낯선 사람들과 재희만 남았다.

 

 펍 앞에서 기다려 달라는 문자 하나만으로 덩그러니 서서 기다리기만 십 여분. 이 남자가 어디로 간걸까. 생각한 것도 십 여분.

 

 서있는 다리가 슬슬 아파올 때 쯤 검은색 세단이 앞에 멈춰 섰다.

 

 ‘멋있는 차네.’

 

 과하지 않은 앰블럼과 고전적인 차체는 차를 색으로만 대충 구분하는 재희조차 좋은 차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오늘도 당연히 택시를 타고 갈 거라고 생각한 재희는 길을 걸어 다니는 사람만 유심히 보았다.

 

 운전석이 열리고, 자신의 바로 앞까지 걸어와서야 차의 주인이 해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가 오늘 단 한 방울도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것도.

 

 “*많이 기다렸어요?”

 

 다가서자마자 재킷을 벗어 재희의 어깨에 둘러주었다.

 

 드러나 있던 쇄골과 어깨라인이 가려지며 원피스의 밑단만 한 뼘 보일 뿐이었다.

 

 내밀어진 손바닥 위 손을 조심스레 올려놓고 고개를 작게 내저었다.

 

 해리는 금방이라도 깨질 유리 공예품을 옮기는 것처럼 몇 걸음 안 되는 차까지 거리를 조심히 에스코트했다.

 

 

 깔끔한 콘솔과 적당히 푹신한 시트, 그리고 빛을 뿜어내는 계기판을 제외한 검은색 내부는 차체와 어우러져 고급스러움을 한껏 뽐내었다.

 

 무언가 기능이 잔뜩 있는 건 같았지만 운전면허조차 없는 재희가 이를 구분할 리가 만무했다.

 

 그저 시트에 편안히 몸을 뭍은 채로 고개와 몸을 이리저리 돌리며 차 안을 부지런히 구경했다.

 

 차에 해리가 타자 구경하던 눈길을 거두고 슬그머니 정면을 바라보았다.

 

 차가 부드럽게 출발하고 도로를 한참이나 달릴 때까지 차안은 적막 그 자체였다.

 

 신경을 느슨하게 했던 술기운의 열기는 여름밤 바람의 찬 기운에 사라져 어색한 분위기가 둘 사이를 감돌았다.

 

 “*사람들이 너무 짓궂게 굴지는 않았나요?”

 

 “*아니요, 괜찮았어요. 재밌고, 유쾌하고.”

 

 웃으며 하는 말에 해리는 뭔가를 말하고 싶은 듯 입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지만 결국 말을 뱉지 못했다.

 

 “*저녁식사는…”

 

 “*아, 좋았어요. 여행자로 쉽게 알 수 없는 식당이라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그렇군요.”

 

 이것저것 말을 걸어왔지만 두 번 이상 대화가 이어지지 않고 결국 어색한 침묵만 남게 되었다.

 

 그 뒤로 한마디 말없이 호텔에 도착한 둘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마주섰다.

 

 어제와 달리 간단한 밤 산책은 없어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뜨거운 낮과 달리 조금 서늘한 밤공기와 나란히 걷던 발걸음, 약간의 장난기 섞인 스킨쉽은 서로를 좀 더 가깝게 만들어 주었으니.

 

 오늘도 어깨에 걸쳐져 있는 재킷의 긴 소매를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며 하고 싶은 말을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다.

 

 ‘어제 옷도 내 방에 있는데. 아침에 생각을 못했네. 기다리라고하고 가져다 줘야하나?’

 

 뜨거움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것 같은 얼굴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 이내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잘 가요.”

 

 묵직한 분위기 속에 고민과 고민을 거듭하던 재희는 인사와 함께 웃음기 없이 손만 살짝 흔들었다.

 

 그리고 곧이어 아, 하는 감탄사와 함께 걸치고 있던 재킷을 벗어 내밀었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던 해리는 한손으로 옷을 받아들며 드디어 입을 열었다.

 

 “*실망했어요?”

 

 “*네?”

 

 “*제가 회사에서 그런 모습이라 위선적이라고 생각했습니까?”

 

 그러니까 해리는 지금 자신을 대하는 모습과 일할 때 회사의 모습이 달라 실망했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토막 난 말을 짜 맞춰 완전한 문장을 만들고 나니 쓸데없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아니요. 저도 회사에서 이런 성격이 아니라 서요.”

 

 “….”

 

 “*지금은 사랑스럽고, 예쁘고, 섹시한?”

 

 재희는 진지하게 말을 이어갈 수가 없어 웃음을 참기위해 숨을 들이 마쉬며 문장을 끊었다.

 

 “*그런 모습이지만 회사에서는 카리스마 있고, 자기주장이 강하고 또… 때로는 냉정한 모습이 기본이죠.”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어가며 자신의 모습을 설명하던 재희는 마무리로 예쁘게 웃음을 지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원래 특별해야하는 거니까요.”

 

 “….”

 

 “*전 이런 당신이 좋으니까 걱정 말아요.”

 

 재희는 가볍게 뒤꿈치를 들고 해리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지금은 좀 귀여웠어요.”

 

 한 번의 키스와

 

 “*쓸데없는 걱정을 진지한 표정으로 하는 게.”

 

 한 번의 말.

 

 “*그게 당신의 매력이죠.”

 

 그리고 진하게 이어지는 키스.

 

 벅차오르는 기분에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애쓰던 해리는 이내 궤도를 벗어날 수 없는 행성처럼 굴복했다.

 

 목에 두른 팔이 아프지 않도록, 더 편하게 기댈 수 있도록 허리를 숙이고 재희의 허리에 팔을 얹은 채 더 깊숙이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몸이 깊이 맞닿을수록 여름의 얇은 천과 천이 만나 발생하는 몸의 곡선의 적나라한 느낌에 온몸이 긴장되며 힘이 들어갔다.

 

 울렁거리는 기분을 진정시키기 위해 숨을 깊게 들이마시니 목덜미 근처에서 단 냄새와 풀 향이 섞여 있는 향수냄새가 퍼졌다.

 

 시각, 촉각, 후각. 감각 중 어떤 것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잔인하게, 하지만 매혹적으로 해리를 이끌었다.

 

 깊게, 더 깊게. 서로를 탐하는 키스가 끝난 후 가벼운 입술간의 접촉으로 마무리되었다.

 

 “*위에 어제 재킷이 있는데. 같이 올라갈래요?”

 

 분명히 영어, 자신의 모국어인데도 낯선 언어같이 들렸다.

 

 긴 문장이 아닌데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힘들어 눈만 깜빡거리며 서 있길 한참.

 

 “*같이….”

 

 자신의 팔을 가지고 이리저리 만지며 장난치는 재희 때문에 겨우 정신을 다잡은 해리는 본능적으로 위험해 보이는 단어를 중얼거렸다.

 

 “*싫어요?”

 

 자신을 올려다보는 재희의 표정은 잠깐 든 생각이 무례하게 느껴질 정도로 깔끔하고 산뜻했다.

 

 깜빡이는 눈이, 조금 내민 입술이, 셔츠를 잡고 있는 손이, 먹지도 않은 술에 취하는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결국 거절의 말을 하지 못한 채 끌려가는 모양새로 호텔 로비를 향해 걸어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나란하게 서있는 중 재희와 떨어져있는 조금의 간격에도 해리는 크게 안도했다.

 

 논리적인 이유 없이 그저 위험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음, 음, 음.”

 

 재희는 벽에 기대어 작게 노래를 불렀고 해리는 입안이 바싹 말라갔다.

 

 엘리베이터가 로비에 도착하고 탑승할 때까지 다른 누군가가 함께 타기를 바랐지만 그 소망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은 채 문이 닫혔다.

 

 14층까지 올라가는 시간이 영겁과도 같았다.

 

 문이 닫히는 소리,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소음, 그리고 숨소리까지.

 

 소리 하나하나가 귀에 예민하게 날아들어 꽂혔다.

 

 영원 같은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작고 경쾌한 소리가 울리고 문이 부드럽게 열렸다.

 

 재희를 따라 내린 해리는 앞서가는 재희 뒤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쫓아갔다.

 

 왼쪽 끝 방에 다다라 작은 크로스백에서 카드키를 꺼낸 재희는 자연스럽게 문을 열었다.

 

 “*맥주 한잔 하고 갈래요?”

 

 
작가의 말
 

 7화가 일부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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