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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활력고교
작가 : 리리박스
작품등록일 : 2017.12.13

특별할 것 없는 대한민국 고등학교 2학년 해인. 성적경쟁에 지친 주인공의 정신상태와 처절한 말로를 볼 수 있는 일기형식의 창작소설입니다.

 
16. 자기소개서
작성일 : 17-12-13 21:53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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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6일(화)

 

 1. 자기소개서, 아니, 추천서를 쓰느라 오늘 야자를 다 썼다. 윤희랑 컴퓨터실에 가서 했는데 2시간을 넘게 쓴 추천서가 다 날아가 버렸다. 분명히 저장 했는데..... 그래서 1시간 30분 동안 다시 썼다.

 

 도저히 첫 번째 것처럼 잘 써지지 않았다.

 

 2. 오늘 애들이 유니브-대입관련한 컴퓨터 시스템. 대학별로 내신을 산출해 준다- 를 하고 있길래 나도 가서 확인을 했다. 저번 달만 해도 애들이 내 성적을 보는 게 너무 신경이 쓰여서 가리고 했었는데 오늘은 그냥 신경쓰지 않았다.

 

 경은이가 봐도 되냐고 묻길래 그냥 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유진이와 예진이도 합세했다. 신기하게 이제는 별로 개의치 않게 되었다. 나보고 내신이 왜 이렇게 좋냐며 셋 다 그랬다. 근데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아직 어디를 쓸 지 확실히 못 정해서 그런 것 같다. 내일 또 해봐야 되겠다.

 

 오늘은 멀쩡한 상태로 일기를 쓰는 것 같지만 아까 추천서를 날린 것 때문에 아직도 머리가 어질하다. 진짜 머리털이 다 빠질 것 같다. 애들이 왜 정시를 준비하는지 알겠다.

 

 3. 내일은 자기소개서를 쓴다 하고 집에 갈까봐. 추천서 쓰다가 날린 얘기를 하면 담임선생님도 허락해 주시지 않을까.

 

 4. 요즘은 거의 매일 일기를 쓴다. 그만큼 복잡하고 복잡한 마음이라는 뜻. 평온하면 일기를 쓰는 게 마냥 귀찮아 질 때가 많다. 하지만 쓰는 게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고 부담도 없으니까.

 

  내 기분을 누구에게 털어놓는 것보다 일기에 쓰는 게 더 편하다. 요즘 또 느끼는 것은 빨리 의식을 잃고 싶다는 것. 하루하루가 괴로운데 술도, 담배도, 마약도 못한다.

 

 그래서 잠을 자는 것 외에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만한 게 없다.

 

 

  잠을 자면 꿈을 꾸거나 하니까 몇 시간동안은 의식을 잃을 수 있다.

 

 

 9월 7일(수)

 

 자기소개서를 엄마가 아는 학원 원장님에게 보여주고 왔다.

 2시간이 넘도록 혼만 나고 왔다.

 

  사정을 쓰자면 너무 길지만 간단히 말하면 전부 다시 쓰라는 말이었다. 말씀하시는 도중에 울면 안 되는데 자꾸 눈물이 나서 일부러 인공눈물-해인은 눈이 건조해서 중학생 때부터 인공눈물을 달고 살았다- 을 넣었다.

 

 집에 도착해서도 집으로 안가고 근처 도서관으로 갔다. 늦은 시간이라 문도 닫혀있고 어두웠지만 계단을 올라가 문 앞 공간에 앉았다.

 

 가방에서 물병을 꺼내 물을 들이켰다. 목이 뜨거운 건지 물이 차가운 건지 창자까지 물이 쓸려 내려가는 느낌이 났다.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그냥 정말 자기소개서라면 이제 다 태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싫었다.

 

 까칠한 그 원장님의 말투에 상처받은 것도 아니고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서도 아니었다. 적당한 이유로 좋아 보인것은 ‘할 일이 너무 많아서’였다.

 

 이제는 왜 우는지도, 왜 웃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즐겁고 재밌는 건 다 사치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오늘 원장님의 꾸중을 들으면서 생각한 것은 ‘학생에게 정말 완벽한 사람을 기대하는 구나.’였다. TV에서도 누군가 말했던 것 같다. 상담을 해주신 분은 서울대 법학과를 나온 분이라고 엄마가 그랬다. 서울대 법학과. 최고의 대학, 그 당시 최고였을 법학과.

 

 근데도 지금 원장님은 법학과 전혀 관련 없는 논술지도를 하고 계셨다. 더 멋있는 일을 할 줄 알았는데. 나도 많은 사람들처럼 전공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데에 취직을 할 것 같다.

 

 그 때가 돼서 지금은 돌이켜 본다면 엄청난 시간 낭비로 보이겠지.

 

 감정낭비.

 

 도대체 내가 왜 이런 자소서 때문에 울고,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죽는 동물들처럼. 나도 이미 몇 번이고 죽었는지 모른다.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부끄러워진다.

 

 누군가에게 내 자유를 허락 맡아야 될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데 별걸 다 생각하는 나.

 바보 천치. 다 잘 될 거야.

 

 전부 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잖아.

 

 

 진짜 괜찮아.

 

 

 

 9월 11일(일)

 

 수요일에 갔다 온 논술학원.

  그 원장(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는데) 이 내 자기소개서를 다시 봐주겠다고 해서 엄마가 나한테 내일 학교가 끝나고나 아니면 야자를 빼서 다시 가자고 그랬다. 절대로 다시 보고 싶지 않았지만 안 가겠다고 하니까 엄마가 계속 가라고 그런다. 엄마와 실랑이해서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엄마의 말을 듣기로 했다.

 

  대신 야자는 빼지 않을 거다. 그 인간, 12시까지 학원에 있다는데 내가 굳이 야자를 빼고 몇 시간동안 말로 괴롭힘 당할 이유는 없잖아? 야자까지 다 하고 11시에 가도 충분할거야.

 

  자기 퇴근시간을 늦추면서 까지 내 하찮은(그 원장이 말하길) 자기소개서를 읽지는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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