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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활력고교
작가 : 리리박스
작품등록일 : 2017.12.13

특별할 것 없는 대한민국 고등학교 2학년 해인. 성적경쟁에 지친 주인공의 정신상태와 처절한 말로를 볼 수 있는 일기형식의 창작소설입니다.

 
15. 잠에서 깨지 않기를
작성일 : 17-12-13 21:50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3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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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4일(수)

 

 오늘은 시험 첫날이었다. 미적분, 생윤, 역사, 수행평가 순으로 시험을 봤다.

 

  이번에 청심환도 사먹지 않았다-해인은 2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1교시에 손을 벌벌 떨었던 경험이 있어 매 시험마다 하루에 청심환을 하나씩 먹었다- 역시 2학기 시험이라 긴장이 되지 않아서 평온한 마음으로 보고 왔다. 점수도 나쁘지 않고(생윤은 심지어 저번보다 훨씬 잘 본 것 같다)

 

 집에 오는 길은 너무 더웠다. 이미 말복도 지났는데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부채로 얼굴을 가리기도 하고 가방을 아예 머리위에 얹기도 하면서 집에 왔다.

 

 집에 가는 길에는 주희-중학교 동창. 이과이다- 랑 갔다. 5반이랑 교실을 바꾸는데 주희는 앞 번호고 나는 뒷 번호라 이번에도 만났다. 시험 볼 때는 3학년 끼리 바꾸는 게 편한 것 같다.

 

  너무 복잡하지도 않고, 또 3학년 선생님 중엔 이상한사람들- 신발을 끌면서 걷는 선생님, 시험 보기 전에 인사를 시키는 선생님 등- 이 없어서 시험 볼 때 편하다.

 

 하여튼 주희랑 같이 집에 가는데 오래봐서 일까. 말하는 게 어색하지 않아서 좋다. 주희도 나를 좋게 생각해 주면 좋겠다.

 

 

 8월 25일(목)

 

 엄마랑 요즘은 대학얘기를 주로 한다

 

 . 엄마는 **대 사범대나 ##대 사범을 써 보라고 한다. **대는 경쟁률이 되게 쎈데...... 내가 엄마한테 뭐가 되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엄마는 그냥 공무원이 좋다고 했다. 안정적인 직업이고 연금도 나오고.

 

 게다가 지방 공무원 말고 국가 공무원. 물론 나도 공무원이 좋지 않은 직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재미없는 일이 어디 또 있나 싶다.

 

  나는 이제 좀 더 열정 넘치고 내가 너무 좋아해서 맨날 일만 하고 싶은 직업을 갖고 싶다. 예전에 규리랑 지브리 그림책을 보면서 얘기한 적이 있다.

 

 배경을 하나하나 그리는 작업들을 보면서, ‘와 이런 게 일이라면 매일 하고 싶을 것 같다’고. 규리도 그렇다고 했다. 하지만 규리의 꿈은 미술을 하는게 아니고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 규리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된들, 내가 역사 선생님이 된들,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닐 것 같다. 나는 음악도 하고 싶고 미술도 하고 싶다. 나는 내가 잘 할수 있을 것 같다.

 

 막연한 기대가 항상 무기가 된다.

 

 가장 중요한 고등학교 3학년에 진로를 결정하고 그 길만 봐야 되는데 다른게 너무도 하고 싶다. 하지만 할 수 없다. 매정하지만 현실은 늘 이렇다. 어차피 난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 준비를 하고, 전공 공부를 할 것이다. 다 모든 것이 취업을 위해서 행해진다. 지리 선생님은 매일 사법고시, 행정고시를 통과한 사람들의 얘기, 의대, 치대, 한의대, 변호사, 의사, 교사, 검사, 판사 등의 얘기만 한다.

 

 그리고 그런 직업이 얼마나 명예롭고 행복하고 풍요로운 지에 대한 찬양이 일장연설로 이뤄진다. 매번 수업시간마다 그런 얘기를 어쩔 수 없이 듣고 있어야만 하는 우리들에게는 어느새 강제적인 ‘공무원 바라기’ 라는 세뇌가 된다. 작년 까지만 해도 나도 공무원이 최고라는 생각에 빠져있었고, 꿈도 공무원 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죽어도 공무원이 하고 싶지 않다.

 

 

 8월 28일(일)

 

 1. 일본에서 블랙시티가 무대를 했다. 다들 염색을 새로 해서 너무 멋지다. 진하오빠는 회색으로 염색을 했고, 민균이와 석민이는 어두운 금발, 기태는 갈색으로 염색을 했는데 매번 모자로 가리고 나와서 머리를 제대로 볼 수 없다. 기태가 머리를 빨리 보여줬으면 좋겠다.

 

 2. 학원 선생님과 얘기를 하다 보니 대학 얘기가 나왔는데 내가 서울에는 별로 욕심이 없다고 했는데 선생님은 갈 수 있으면 꼭 서울로 가라고 그랬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8월 31일(수)

 

 1. 자기소개서 = 발암물질

 

 2. 머리가 빠졌는데 뿌리가 3mm정도 하얬다. 제발 살려줘.

 

 3. 내일은 9월 모의고사. 다 꺼졌으면 좋겠다.

 

 4. D-77. 공부 하나도 안 됨.

 

 5. 요즘은 잠이 미칠 듯이 많아졌다.

 

 비타민이나 홍삼으로도 커버가 안 되는 지경이다. 트러블은 멈출 날이 없고 기분은 매일 초 저기압. 살기위해 밥을 먹고 유일한 낙은 잠, 휴대폰, 주말. 이쯤 되면 고3 맞나 싶다.

 

 1학기 시험은 끝난 지 오래고 2학기 시험은 정시나 재수하지 않을 거면 상관없으니까.

 

 재수는 절대 하지 않을 테니까 하여튼 재수하면 매일매일 울 것 같고 머리숱은 다 빠져서 비사리춤이 될 것이 뻔하다.

 

 잠이나 자야겠다.

 

 9월 1일(목)

 

 9월 모의고사를 봤다. 국어 시간에 배가 엄청나게 아팠다.

 

  근데 문제가 너무, 진짜 너무 어려워서 화장실에 갈 여유가 없었다. 비문학이랑 문학이 순서가 뒤바뀌어 나왔다. 그리고 엄청나게 긴 지문들. 연계가 됐다는 걸 전혀 깨닫지 못할 만큼 생소한 지문이었다.

 

 아니, 아예 연계된 문제가 없었다. 수학은 이제 변별력 있는 과목으로 취급하지 않겠다는 건지 난이도가 최하였고 나형 1등급 컷은 92점이었다. 영어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점수를 보니 아니었다.

 

 국어는 8월 모의고사에서 91점으로 2등급이었는데 이번모의고사에서는 71점에 4등급이다. 영어도 비슷하겠지. 확인은 안 해봤지만. 영어는 76점이던데. 수학은 4등급이고. 사탐도 국어랑 비슷하게 불지옥이었다.

 

 사문은 32점이 나왔다. 한번도 40점 밑으로 떨어져 본적이 없었는데 제일 중요한 모의고사에서 말아먹어 버렸다. 생윤은 더하다 29점. 다른 애들은 잘 봤을까? 강다희, 최정아 말로는 망했다면서 또 1,2등급이겠지. 벌써 11시다.

 

 집에 와서 채점하고 머리감고 마트에 갔다 왔는데 벌써. 이제는 마트 구경 가는 것도 재미없다.

 

 축 처진, 병든 닭 같은 모양이다. 분명 77일 남았는데...... 정말 수능이 인생의 전부고, 대학이 전부일까? 그래서 수많은 n수생들이 있고 암울한 건가? 점점 대학에 대한 불신이 커진다.

 

  이러면 안 될 것 같은데. 남들 하는 것처럼 나도 대학에 가서 스펙을 쌓고. 그런데 그거 해서 뭐하지? 내가 행복해지나? 이젠 뭘 해야 행복할지도 모르겠다. 쉬는 것도 괴롭고, 공부하는 것도 괴롭다. 두개골 안에 숯덩이를 몇 개 집어넣은 것처럼 머리가 뜨겁다. 생각이 정리가 안 되고, 마음은 급하고, 들리는 말들은 죄다 정신 차려라. 조금만 참아라. 열심히 해라. 대학만 가면 돼. 머리카락이 우수수 빠지는 기분이다.

 

  매일매일, 나, 너무 힘들어. 괴롭고, 눈물도 나. 이런 나라서 미안하다 내 자신아. 좀 더 행복했다면 참 좋았을 텐데 미안해. 이 나라에 태어나서, 고3이라서, 내 성격이 이래서 다 미안해.

 

 내 잘못이야. 매번 세상 탓 하지만 결국 나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해야만 해. 그게 답인 것 같아. 술을 마시면 잠시 고통을 잊을 수 있을까? 마약? 예이츠의 시 속으로 도망치고 싶다.

 

 나도 그런 행복한 동화 같은 나라에서 영원히 살고 싶어.

 

  나 좀 이 지옥에서 꺼내줄래?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영원히 잠들고 싶다.

 

  잠에서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

 

 

 의식이 있으면 괴로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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