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1일(수)
1.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데 그 일로 우리반에 대한(그나마 있던) 정이 싹 떨어졌다. 진짜 약았다.
2. 학교 도서관에서 이노우에 히로유키의 '너무 애쓰지 말아요'를 빌려 읽었지만 번뇌가 가시지 않는다.
3. 벌써 D-196. 우울하다.
5월 12일(목)
체육대회 날이었다. 아침부터 햇빛이 너무 셌다. 나는 선크림을 바르지 않아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체조를 끝내고 천막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계속 그런 채로 있어서 고개가 아팠다.
수업시간에 조는 애들은 대체 어떻게 이러고 자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애들이 너도나도 양갈래로 머리를 묶고, 따고, 색깔 고무줄로 장식했다. 나는 빨리 내 종목을 끝내고 교실로 들어가고 싶었다.
햇빛을 계속 맞기도 싫었고 그냥 이 시간을 잠을 보충하는 데에 유용히 쓰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5월 19일(목)
1.날씨가 너무 더워서 학교에서는 벌써부터 에어컨을 틀어준다. 지구는 확실히 괜찮지 않은 것 같다.
2. 영어 듣기평가 만점. 3월 국어 모의고사 1등급. 5월 국어모의고사 90점.
확통-확률과 통계- 44점. 국어 모의고사 4등급. 학급석차 7등. 전교 32등. 대체 공부를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모르겠다.
3. 모의고사가 끝나고 바로 학원으로 가서 마지막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집보다 학원에 있는 게 나한테 더 좋겠지?
5월 21일(토)
너무 더웠다. 아침에는 27도였고 낮에는 30도까지 올랐다. 그렇게 아침부터 더웠는데 에어컨은 자습이 끝나는 6시가 다 돼서야 틀어줬다. 싸가지.
5월 24(화)
1. 계속 덥다가 비가 와서 오히려 오늘은 쌀쌀했다. 오후에는 개어서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었다.
2. 오늘 진로시간에 영상을 보는데, 서울대에서 학점을 잘 맞는 비결을 소개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학점을 잘 맞는 사람들이 전부 교수님의 설명을 토씨하나 빠뜨리지 않고 다 받아 적어서 그걸 모조리 외워서 A+학점을 받는다고 한다.
서울대 학생들은 ‘교수님의 수업을 모두 받아 적는다’ 라는 설문지 항목에 ‘예’ 라고 답했을 수록 학점이 높았다. 하지만 같은 실험을 미국의 명문대에서도 진행했는데 거기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또 입학 전에는 비판적이던 서울대의 학생들은 갈수록 수용적 태도로 변하는 반면 미국의 학생들은 아니었다. 실험을 한 여자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시험지에 전부 다 ‘옳지 않은 것은?’ ‘옳은 것은?’ ‘적절한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이런 식의 문제밖에 없어요. ‘내 생각은?’ 이런 문제는 없어요.”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우리 학생들은 5개의 보기 중 하나의 맞는 답을 찾아야 한다. 만약 그 답에 틀리면 나란 사람 자체가 틀리게 되는 거고 결국 ‘내가 노력을 안했구나. 내 탓이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 나는 그 교수의 말 전부가 인상 깊었다.
대학생들의 인터뷰 내용도 있었는데, 정말 외우는 것 외에는 공부란 것이 없다고 느꼈다. 진짜 공부는 뭘까? 우리나라 최고의 학생들이 모이는 서울대에서도 그것을 알지 못한다.
대체 우리는 무엇을 배우려고, 무엇을 하려고 대학에 갈까. 그리고 그 뭔지도 모를 대학 때문에 이렇게 힘들까. 이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찔끔 나왔다. 현실에 흘리는 눈물이다. 진정한 교육은 뭘까? 하지만 그 눈물을 흘리고 쉬는 시간 종이 치자 3학년 모두는 일제히 7교시에 예정된 자기소개서 특강을 들으러 강당으로 향했다.
그런 영상을 보고 바로 그 망할 입시를 위해 자기소개서 특강을 들으러 간다니. 정말 모순 중의 모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