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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악의로 찬 영혼
작가 : 은발늑대
작품등록일 : 2017.11.21

자유를 얻고자 제국의 반란에 가담했던 반인반마 서큐버스 리리스. 반란이 성공에 가까워지는 듯 했으나 제 3황자였던 폰 프란시스 헤테카가 말도 안 되는 검술 실력과 마나를 이용해 황궁과 수도성에 침입한 반란군들을 제압하면서 제국 최초이자 최악의 난은 허무하게 끝난다.
반란에 실패한 리리스는 졸지에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 악마라는 이름에 이어 반란군까지. 간신히 제국으로부터 도망친 그녀는 몸은 자유로워졌지만 영혼에 물든 악마마저 떨쳐낼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악마를 떨어뜨릴 방법을 알아낸 리리스, 그리고 그 방법이 제국 내에 있다는 걸 알고 그리하여 그녀는 다시 한번 제국으로 들어간다.

 
2화 - 도망자009
작성일 : 17-12-13 21:34     조회 : 284     추천 : 0     분량 : 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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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그랬었지. 사람을 죽이는 이유는 그 사람이 사람으로서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레드몬드는 오랜 친구가 예전에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나야 제국과 너를 위해 손에 피를 묻히는 사람이야. 네가 명령만 내리면 누구든 죽여. 그리고 난 그 결정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어.”

  “살의는 나의 것이다, 경.”

  “그래서 네가 죽인 거라고? 웃기는 소리 하지 마세요. 기왕 선황 얘기가 나와서 하는 소리인데, 그 사람은 황상에 앉아서 직접 목을 벴던 미친놈이야. 자기 꼴리는 대로 맘에 안 들면 베어버리고 그래놓고는 모가지를 자랑스레 황성 입구에 걸었다고.

  그에 비하면 넌 뭐냐. 법 절차를 따르고 있어, 부당한 행위도 없어, 미친 척하고 칼 들고 설치지도 않아. 다들 벌벌 떨면서도 너한테 납득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는 생각은 안 하냐?”

  선황에 비하면 폰은 진짜 양반이었다. 하는 행위들이 사형, 옥살이, 이런 것밖에 없어서 그렇지. 전부 제국을 위한 일이었고 레드몬드는 이를 의심치 않았다.

  “그런가.”

  폰은 하던 일을 멈췄다.

  선황, 켈 프란시스 헤테카.

  제국의 역사에서 가장 악평을 받은 황제.

  그런 황제의 뒤를 이어 간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폭군이라는 이미지가 가장 걸림돌이 되었다. 무얼 하려고 하면 우선적으로 폰에 대한 반감으로 인해 첫 발을 떼기가 힘들었다.

  결국 어떤 일을 추진하려고 하면 강압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레드몬드, 난 모든 일을 후회한다.”

  조각 같은 얼굴이 천장으로 향했다. 고된 업무로 인해 많이 야윈 뺨이 불빛에 의해 깊은 그늘을 만들어냈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늘 모든 걸 어쩔 수 없다고 치부했다. 귀족들을 죽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들과 협상을 해서 원하는 것들 쥐어주고 내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건 옳지 않아. 국가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황제부터가 국법에 따라 움직여야 해.”

  “그래, 옳지 않지. 하지만 선황은 그런 방법들을 택했다. 맘에 안 들면 가족이라 해도 바로 죽였다. 원하는 건 반드시 손에 넣었다. 그리하여 반란이 일어나 선황께서 돌아가셨고, 나는 선황과 같은 짓을 하고 있다.”

  “어딜 봐서 선황이랑 같아? 넌 잘하고 있어.”

  “과연 그럴까.”

  언제 그랬냐는 듯 폰은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 찝찝한 뒷맛을 남기는 대화에 레드몬드가 입맛을 다신다.

  ‘은근히 죄책감이 있는 놈이라니까.’

  선황의 선례가 어떻든 간에 폰은 폰대로 하면 됐다. 실제로 그는 그렇게 황제로서 10년을 보냈다. 그러나 늘 폰은 선황의 그림자를 의식했다.

  아버지가 남긴 유산이니 어쩔 수 없다. 같은 혈통이기에 선황의 욕을 전부 폰이 받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언젠가 무너지지 않을까 위태로웠다.

  “두 사람 얘기 끝?” 문틀에 한 여자가 기대서서 남자들을 향해 지긋한 눈길을 보냈다. 속이 비치는 나이트가운 안으로 하얀 살결이 어둠 속에서도 투명한 빛을 냈다. 진한 속눈썹 아래로 붉은 눈동자가 끔뻑였다. 웨이브 펌이 들어간 머리칼은 촛불처럼 타오를 듯 붉었다.

  쥴 프란시스 헤테카, 제국의 현자가 자연스레 집무실로 들어왔다. 한 손에는 와인 잔이 들려 있다. 팔짱을 낀 채여서 가슴골이 깊게 패여 그늘이 졌다.

  레드몬드는 아예 얼굴을 종이더미에 처박았다. 야해서 보기 싫은 게 아니라, 그녀를 상대하기 싫어서였다.

  “어디서 아버지 욕을 하나 했더니 여기였네.”

  “이 시간에 뭐하는 거냐, 쥴.”

  “심심해서.”

  쥴은 집무실을 한 바퀴 빙 돌다가 벽 한 면에 걸린 지명수배단지 앞에 멈춰 섰다. 폰과 레이몬드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업무에만 신경 썼다.

  지명수배단지에는 여러 사람이 있었으나 최상단에는 세 명의 얼굴이 있었다.

  황실기사단 그림후드의 전임 기사 단장이자 반란군 사령관 케스트랄 본시트.

  황성에 침입해서 황족들을 암살한 악마 리리스.

  마지막으로 의문의 검사 류 페이퍼.

  쥴은 마지막 전단지에 그려진 가면의 무사 류 페이퍼에 시선을 고정했다.

  류 페이퍼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었다. 출신 성분도, 그가 가진 힘의 끝도, 무엇 하나 알지 못했다.

  확실한 건 그의 괴물 같은 실력 덕에 반란군이 수도성과 황성 공략이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그의 명성을 알리기에는 충분했으며 황실 입장에서는 커다란 피해를 받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류 페이퍼가 아직 잡히지 않은 건 좀 그렇지 않아?”

  “이상한 소리 할 거면 돌아가라, 쥴. 안 그래도 너 때문에 바쁘다.”

  레드몬드가 본업이 아닌데도 달려들어야만 하는 업무는 사실 조금 있을 무투 대회에 관한 처리였다. 이번 무투 대회에 마법사들까지 초청하면서 쥴은 제국에 황실직할 마법학회를 만들 계획이었다.

  이로 인해 덩달아 폰의 업무가 늘어났다. 전에 없던 마법학회라 준비할 게 산더미였다.

  “류 페이퍼, 그 자가 아니었다면 반란군은 오합지졸이었지. 케스트랄이나 리리스도 강했지만 그 사람이 마지막까지 모든 전투를 다 했잖아. 정말 강했어. 오빠도 싸웠다가 지지 않았어?”

  “진 게 아니라 널…… 아니다.”

  반란이 일어났던 그 날 밤, 황제는 반란군을 잡겠다고 오만을 부렸다. 반란의 날까지 황성 내에 있다가 미리 지정된 루트로 도망쳐서 반격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류 페이퍼가 등장하면서 모든 게 꼬였다.

  황제를 비롯한 황족들 대다수가 죽었고 반란군이 도주할 때 류 한 명을 이기지 못해 반격에 반격을 당했다.

  폰과 쥴 또한 도망치던 중에 류를 만났다. 폰은 결사적으로 싸워 쥴이 도망칠 시간을 벌어줬다.

  “날 구해주느라 싸움에 신경 쓰지 못했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후훗.”

  “……내 실력이 부족했다.”

  “어머, 굴욕적으로 인정하길 바란 건 아닌데.”

  새침때기 같은 표정을 짓는 쥴. 괜한 장난에 폰은 침묵했다. 그 와중에 엿듣던 레드몬드는 웃음을 참느라 애썼다.

  “근데 난 아직도 이해 안 돼. 오라버니가 정말로 진 거야?”

  “왜 그렇게 반란군에 집착하지?”

  “귀찮잖아. 언제 또 우리를 죽이려 들지 모르는 거고. 더구나 오라버니를 위협할 만한 실력자들, 그리고 황족을 죽인 사람들이잖아.”

  “신경 쓰지 마라. 그들이 돌아오면 그때처럼 당하지 않을 거다.”

  더 이상 폰은 예전의 그가 아녔다. 괜히 제국의 검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현자라 불리는 쥴도, 소드 마스터를 달성한 레이몬드도, 이 둘이 같이 폰과 맞붙어도 그가 분명 이길 것이다.

  항간에 드래곤과 싸워도 이길 거라는데. 소문이긴 해도 다른 두 사람은 정말 가능할 거라고 믿었다.

  멍하니 있던 쥴이 미소를 지었다.

  “어련하겠어. 날 구해줬으니까 또 구해주겠다고 믿어야지.”

  “낯간지러운 소리는 그만하고 얼른 침실로 돌아가라. 네가 있으면 레드몬드가 일을 못한다.”

  “어머~ 그랬어?”

  “아, 아닙니다!”

  “후훗.”

  화들짝 놀란 레드몬드의 등을 살짝 어루만지듯 두들기고 쥴은 조용히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남긴 은근히 유혹하는 미소를 보며 레드몬드는 펜대를 손에서 떨어뜨렸다.

  그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던 폰은 고개를 저었다.

  자기 동생이지만 좀처럼 일국의 황녀 같지 않았다. 몇몇 기사들 사이에서 험한 입담이 오고가면서 창녀가 아니냐며 욕한 자들도 더러 없지 않았다.

  레드몬드 입장에서 단속한다고 했지만, 혈기왕성한 남자들 앞에서 보란 듯이 야하게 입고 다니는 쥴의 잘못이 컸다. 물론 야하게 입는 여자들은 귀족들 중에도 있다.

  쥴이 유독 심해서 그렇지.

  “이젠 그만 청혼할 때도 되지 않았나?”

  폰이 무심하게 던진 질문에 이번에는 레드몬드의 손이 멈췄다.

  “황녀는, 내 동생은 혼기가 찼다. 너도 그렇고.”

  “미친 소리 하지 마.”

  “왜 황녀와 혼인이 미친 소리지?”

  살짝 발끈 하듯 폰이 물었다. 약간의 살기도 묻어 있었으나 레드몬드는 질린다는 얼굴을 세차게 저었다.

  “너 같으면 저런 여자랑 결혼할 수 있냐?”

  “못할 건 뭐지.”

  “다른 사람들도 눈독…… 아니다. 됐어. 여자에 맹한 놈한테 이런 소리 해봤자 알아듣지도 못하겠지.”

  “알아듣게 말해라.”

  “황녀 전하, 단속 좀 잘하라고!!!”

  황녀를 본 자들은 전부 황녀의 외모와 몸매를 입에 달고 산다. 그만큼 황녀는 굉장히 매력적인 여자였다. 좀 까진(?) 이미지가 있지만,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은 마법에 통달에 현자에 이르렀고 뒤에는 황제라는 엄청난 배경이 있으니.

  솔직히 귀족들 사이에서 신붓감으로 탐낼만했다.

  레드몬드도 마찬가지로 쥴을 사모한다면 사모하는 입장.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절제했다. 그녀가 아닌,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를 좋아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도 결국 기사였고 젊은 남자이기에 어쩌지 못하는 본능이 그녀를 좋아한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고, 레드몬드는 스스로를 그렇게 치부했다.

  “알다가도 모르겠군.”

  반면 폰은 뭐가 문제인지 전혀 모른다. 아니,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은근히 시스콘 같은 게 있는 녀석이니까.’

  마지막으로 남은 혈연이기 때문일까. 유독 폰은 동생 쥴을 아꼈다. 마법학회도 싫다, 안 된다, 가능성이 없다면서 끝끝내 무투 대회 기한을 맞춰 준비를 마치려고 애쓰는 걸 봐도 알 수 있으리라.

  그 덕에 애꿎은 레드몬드만 없던 업무에 죽어났지만.

  동생을 위해서라면 나라도 팔아먹을 팔불출이 폰이었다.

  “레드몬드 경.”

  “왜 또 존칭이야. 불안하게.”

  “잠시 나갔다 오겠다.”

  “또오?!”

  간단히 통보를 해버리곤 폰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옷걸이에 걸려 있던 로브를 뒤집어썼다.

  요즘 들어 그는 툭 하면 황성 밖을 드나들었다. 듣기로는 몰래 황성을 나가는 쥴을 미행하는 거라는데.

  레드몬드가 아는 한에서는 아녔다. 쥴이 폰을 미행하는 거면 또 몰라.

  어쨌든 레드몬드는 습관적으로 밤이 되면 밖으로 나갔다. 뭘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레드몬드에게조차 알려주지 않는데다가 쫓아가보려고 해도 폰의 은신 능력을 따라가긴 힘들었다.

  절대 권력을 가진 그가 밤마다 외출하는 꼴을, 그저 레드몬드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안 된다……해도 나가겠지. 빌어먹을 놈.”

  “황제한테 말버릇이 고약하군.”

  “황제의 직무를 떠맡긴 미친놈한테 좋은 말은 못 해줘! 직무유기! 직권남용!”

  잔뜩 열이 뻗친 레드몬드가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그러나 이미 폰은 창문을 열고 몸을 던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체포할 수 있으면 해도 된다.”

  어둠 속으로 검은 머리의 황제가 녹아들 듯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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