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일)
어제는 학원에 있다가 마지막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는 12시 30분부터 또 공부를 하다가 너무 졸려서 2시쯤에 자 버렸다. 왜 이렇게 공부를 안 하는 거지?
4월 17일(일)
어제는 1시에 자고 말았다. 바보같다.
하지만 정말 졸려서 3초마다 의식이 끊겼었다.
고장이 난 기계처럼, 나는 깜박깜박 움직였다.
4월 18일(월)
너무도 집에 가고 싶은 좋은 날씨였다.
4월 24일(일)
7시에 일어나서 지금은 8시 55분. 지금 난 학원에 있다. 학원에 일찍나와서 공부해도 되냐고 선생님께 여쭤봤는데 학원 키를 주셨다. 아무도 없는 학원에서 노래를 불러도 좋고 뭘 해도 좋지만 시험이 3일밖에 남지 않아서 공부를 해야된다.
이제는 꼭 시험이 아니어도 학원에서 살려고 한다.
4월 30일(토)
4월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이면 5월이고, 수능은 200일이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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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망쳤다. 제일 중요한 3학년 1학기 중간고사 인데 제일 망쳐버렸다.
난 이제 어떻게 되는걸까. 진짜 웃고 싶었는데. 이젠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
남들처럼 대학에 가서, 남들처럼 힘들게 취업싸움하고 싶지 않은 건 나뿐만이 아니고, 똑같이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도 왜 항상 '난 왜 이렇게 힘들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걸까? 나만 특별한 사람도 아니고.
항상 내 자신이 작게만 느껴진다. 공부를 못하는게 너무 싫은데 정작 내가 공부를 못한다. 난 이제 어떡하지? 모두가 나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아무런 근심 없이 진짜로 웃었던 때가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하루라도 편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던가, 나는.
불안을 느낀다.
엄마, 아빠는 어떻게 책임지지? 공부는 어떡하지? 취업은, 동생의 학비는, 내가 하고싶은 일은? 나의 노후는? 세상은?
내게는 버려야 할 짐이 너무 많다.
그걸 알면서도 놓지 못하고 버리지 못하고 쳐우는 것만 열심이다.
나한테 공부얘기를 하면 눈물이 나서 말을 똑바로 할 수가 없다. 저번에 고모부네랑 저녁을 먹었을 때도 고모부가 대학 얘기를 꺼내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우는 건 바보같아서 그러지 않으려고 하는데 잘 안돼서 미칠 것만 같다.
학원 선생님하고도 공부 얘기를 했을 때 눈물이 나서 고개를 푹 숙였다. 분명 왜 그랬는지 알고 계셨겠지. 속으로 비웃었을지도 몰라.
누구와도 있고 싶지 않다.
아무것도 책임지고 싶지 않아서다.
결혼도 하고 싶지 않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게 사치로 느껴진다. 내게 그럴 자격이 있을까?
난 공부도 못하고 이런데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다들 날 보통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친구들도, 선생님들도, 엄마도, 아빠도, 친척들, 아는 어른들까지.
5월 1일(일)
아무도 없는 우리집. 마음을 다스리려고 책 한 권을 집었다.
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진실로 그 행복과 불행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 아니네
첫 대목부터 눈물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