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3월 4일(금)
1. 오랜만에 비가 왔다. 먼지가 많았었는데, 다 씻겨내려가라.
2. 내일은 학교 가는 토요일. 8시간 동안 자습. 불가능.
3. 보은이와 저녁시간 내내 얘기를 했다. 복도에서 만나서 떠들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3학년 반은 싫은 애들이 너무 많다.
4. 소화가 잘 되지 않아서 밥을 반만 먹고 있다. 그리고 국은 건더기만 건져먹기. 국물이 먹고 싶을 때는 5숟갈 이하로만. 반찬도 반만. 과일은 다 먹기. 김치는 최대한 피하기(나트륨은 최대의 적이다)
후식의 빵은 절대 먹지 않기. 음료수도 반 만 먹거나 버리기......
지켜야 할 것이 꽤 많다. 이에 대해 보은이에게 말했더니, 넌 하나도 그럴 필요 없다고 그랬지만 그냥 나 스스로 적게 먹고 싶다.
자기관리를 못하는 사람이 되는 건 싫다.
3월 9일(수)
미세먼지는 엿이나 먹어라. 깨끗한 하늘은 본게 한 달 전이다.
3월 11일(금)
끔찍해. 참혹해. 잔인해.
잔인한 이 세상.
잔인해. 너무 잔인해. 인간성을 완전히 잃었어. 이런 생활은 있어서는 안 돼. 집에 오면 10분 뒤에 내일이라니. 오늘이 내일이라니.
끔찍해. 별도 보이지 않는 밤하늘. 성냥불도 없는 암흑. 망망대해.
시끄러워. 모든 것이 괴로워, 괴로워, 괴로워, 이런 내가 싫어. 아무도 없어. 내 옆에는 아무도 없어. 기댈 수 없는 빙상 위.
위태롭게 서 있고 너무 무서워.
"무서워 하면 안 돼. 더 독해져."
"넌 도움이 필요해. 이리 와."
"안 돼, 난 여기 있어야 해."
"빨리 나랑 같이 있자. 넌 너무 힘들어 보여. 의지해도 돼."
안 돼. 나는 안 돼.
무서워. 어두워. 너무 끔찍해. 이 세상은 너무 끔찍해.
나 어떡하지.
어떡해?
어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