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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신이 죽은 세계: 엔드게임
작가 : 제비비
작품등록일 : 2017.12.3

이능력을 지닌 인간들의 세계. 어느 날, 신이 나타나 말한다.

"너희들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나를 위해 싸우고, 죽어라."

 
윤수호2
작성일 : 17-12-13 21:08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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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띵!

 

 요란한 알림이 울리고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연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 계단으로 슬쩍 빠졌다. 제대로 찾아왔지만 들어갈 수는 없었다.

 여기는 윤수호의 집이었다. 교무실에 있던 자료를 뒤져 집을 찾아낸 것까지는 좋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어떻게든 집에 입성만 하면 된다. 문전박대당하는 판매원은 있어도 집에 들어갔는데 못 팔고 나오는 판매원은 없듯이, 눈을 마주치고 얘기하다보면 결국에는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 거기다 연하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어쨌거나 문을 여는 게 관건이다. 믿음이 없는 세상에서 굳게 닫힌 문을 여는 게 결코 쉽지 않을 테지만, 그렇다고 윤수호가 편의점을 갈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연하는 고심 끝에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원숙미가 느껴지는 여성의 목소리가 인터폰에서 흘러나왔다. 윤수호의 어머니인 듯했다.

 

 “안녕하세요. 수호 친군데요. 수호가 걱정돼서 찾아와봤어요.”

 

 연하는 수호의 지인으로 위장했다.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은 가장 큰 걸림돌인 경계심과 불안을 제거하는 좋은 수단이었다. 하지만 그거로는 부족하니 뭔가 안다는 뉘앙스를 은근슬쩍 풍겼다.

 

 “수호는 좀 어때요? 그날은 많이 힘들어 보였는데.”

 

 수호의 학교에서는 엔드게임이 벌어졌다. 원래는 짐작뿐이었지만 학교 식당에서 핏자국을 발견하고 확신했다. 관련 기사가 없어서 확인할 방도는 없었지만, 그 덕분에 이 정보는 믿음을 심어줄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됐다.

 

 -이렇게 찾아와주다니 고맙구나. 안 그래도 수호가... 아, 내 정신 좀 봐. 문 열어줄 테니 일단 들어오렴.

 

 준비한 무기는 제대로 통했다. 잠금이 해제되는 소리가 나고 이내 문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수호 같은 반 친구예요.”

 “그래, 잘 왔다. 이렇게 찾아와주다니 고맙구나.”

 

 연하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고 수호의 어머니는 미소로 화답했다. 그녀는 미인이었고 심지어 동안이었다. 프로필 사진에서 본 수호가 남자치고는 예쁘장하게 생긴 편이었는데 어머니를 닮아서 그런 모양이었다.

 연하는 신발을 벗고 집에 입성했다. 초인종을 누른 순간부터 심상치 않던 심장이 현관을 지나니 터질 듯이 뛰었다. 훈련도 안 받고 다짜고짜 실전에 투입된 스파이나 다름없으니 당연한 현상이었다.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수밖에 없었다.

 집안을 쭉 스캔해봤지만 수호는 보이지 않았다. 연하는 질문했다.

 

 “수호는 방에 있나 봐요?”

 

 그 말에 수호 어머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래... 그 날 학교에서 돌아온 뒤부터 쭉 저모양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도 안 하고...”

 “그럴 만도 하죠...”

 

 연하는 씁쓸하게 대답했다. 이 순간만큼은 연기가 아니었다. 불과 며칠 전에 겪었기에 수호의 심정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넌 아무렇지 않은가 보구나.”

 “저야 뭐...”

 

 연하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얼버무렸다. 보지도 않은 영화의 감상평을 늘어놓을 바에는 차라리 얘기하지 않는 편이 낫다. 기껏 심어둔 신뢰가 송두리째 뽑히는 광경을 보고 싶지는 않다면.

 

 “마실 것 좀 내올 테니 잠깐 앉아 있거라.”

 

 연하는 짧게 대답하고 거실에 놓인 소파에 앉았다. 눈치 볼 필요가 없어져선지, 푹신한 촉감 때문인지 앉자마자 긴장이 탁 풀어졌다.

 

 ‘망할,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방법을 알아보는 건데...’

 

 후회스러웠다. 집에 들어온 것까지는 좋은데 심리적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다. 연기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찰나의 휴식은 인기척을 눈치 채고 달아났다. 연하는 자세를 고치고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수호의 어머니는 쟁반에 오렌지주스 두 잔을 얹어왔다. 그녀는 테이블에 잔 두 개를 놓고 연하 쪽으로 하나를 스윽 밀었다.

 

 “감사합니다.”

 

 연하는 주스를 받자마자 절반 넘게 들이켰다. 긴장을 해서 그런지 목구멍에 기름칠 한 것 마냥 벌컥벌컥 들어갔다.

 

 “... 참 끔찍한 세상이지?”

 

 어색한 침묵이 시작되나 싶더니 수호의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표정은 굳어있었고 주스 잔을 꼭 쥔 두 손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꼼지락거렸다. 불안과 초조가 이름표처럼 번듯이 새겨진 모습이었다.

 

 “끔찍하죠. 하지만 어쩌겠어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아무리 그래도 맨 정신에 사람을 죽이라니... 나한텐 절대로 무리야!”

 

 감정이 격해지면서 잔에 담긴 주스가 넘쳐흘렀다. 덕분에 손이 흥건해졌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약해지지마세요. 아줌마한테는 수호가 있잖아요. 수호를 위해서라도 힘내셔야죠.”

 “... 그래야겠지? 우리 수호를 위해서 내가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지?”

 

 그녀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드리웠다. 하지만 미소 사이사이에는 공포가 삐져나와있었다. 공포에 질린 미소. 딱 그런 모습이었다.

 

 “그래... 이게 다 수호를 위한 일이야. 그러니까, 너도 용서해줄 거지?”

 

 연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말이지?

 

 툭

 

 연하가 놓친 주스 잔이 바닥을 뒹굴었다.

 

 “이런...”

 

 의미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약 기운은 완전히 퍼졌고 남은 건 눈을 감는 일 뿐이었다.

 주스에 약을 탔을 줄이야.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거지? 눈치 챈 낌새는 없었는데...

 

 “미안하다. 우리 수호를 지키려면 이러는 수밖에 없어. 수호친구라면 이해해다오.”

 

 눈치 챈 게 아니었다. 처음부터 여기는 거미줄이었다. 연하는 재수 없게 거미줄에 걸려든 거고.

 

 “푹 자렴. 아프게 하진 않으마.”

 

 분명 사형선고인데 달콤한 자장가로 들린다. 약을 얼마나 때려 부었는지 초인적인 근력이 무색하게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진다. 자면 안 되는데... 잠들어버리면 정말로 끝인데... 몸은 그걸 모르는 것 같았다.

 

 우당탕!

 

 일어서려고 했지만 오히려 바닥을 뒹굴었다. 도중에 테이블에 머리를 찧은 것 같은데 아무런 느낌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이 질문 하나 머릿속에 띄우는데 한 세월이 걸린다. 앞은 보이다가 말다가를 반복한다.

 

 “윤수호오!”

 

 연하가 마지막 기력을 짜내어 외쳤다. 일면식도 없는 고등학생. 현재는 그만이 유일한 동아줄이었다.

 수호의 어머니는 연하가 더 소란을 피울 새라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나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다. 그 외침을 끝으로 연하는 서서히 의식을 잃었다. 생면부지의 고등학생이 온정을 베풀기를 바라면서.

 

 ※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팠다. 전날 과음이라도 했으면 덜 억울했겠지만 이 두통은 저도 모르게 먹은 수면제의 부작용이었다.

 연하는 머리를 부여잡은 채 찬찬히 허리를 세웠다. 의식을 잃기 전에 본 광경. 지옥이 수호의 집과 똑같은 모습의 아니라면 아직 목숨이 붙어 있다는 얘기였다.

 청각까지 정신을 차리면서 TV가 만들어내는 요란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연하는 켜져 있는 TV를 한 번 쳐다보고 나서야 시청자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윤수호..."

 

 프로필 사진과 비교하면 머리가 많이 덥수룩했지만 남자치고는 예쁘장한 이목구비는 윤수호가 틀림없었다. 한손으로는 리모컨은 쥐고, 다른 한손으로는 턱을 괴고 있던 그는 연하를 슬쩍 쳐다보더니 다시 TV로 시선을 돌렸다.

 

 “정신이 들어요?”

 

 무심해보였지만 아예 관심이 없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연하는 대답 하기 앞서 눈알부터 굴렸다. 수호는 이유를 대충 짐작하고 말했다.

 

 “엄마라면 방에 계세요. 제가 잘 얘기해뒀으니 걱정 마요.”

 “후우...”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약효가 돌기 시작했을 때는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살아있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정말이지 다시보고 싶지 않은 형태의 모성애였다.

 

 "저보다 세 살이나 많던데, 말 편하게 하세요. 대신에 저도 형이라고 할게요. 괜찮죠?"

 "어... 으응."

 

 수호가 삐딱하게 쳐다보면서 말했다.

 

 “연하형, 우리가 어디서 본 적이 있던가요?”

 

 물론 처음 봤다. 그런데 수호는 연하의 정확한 나이도 모자라 이름까지 알고 있었다. 의식을 잃은 동안 여기저기 뒤져본 게 분명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숨길 생각도 없고.

 

 “없지.”

 “그런데 절 찾아온 이유가 뭐죠? 제 친구를 사칭하면서까지.”

 

 연하는 수호를 바라봤다. 짙은 쌍꺼풀 속에 자리한 눈동자는 빛이 바래있었다. 마치 빛나기 위한 부품을 잃어버린 것처럼.

 

 “네 도움이 필요해서 찾아왔어.”

 

 수호가 피식 웃었다. 실수를 깨닫고 급하게 표정을 관리하려고 했지만 웃음은 완전히 가려지지 않았다.

 

 “형. 아무래도 헛수고를 하신 것 같은데요? 전 아무 도움도 안돼요.”

 “왜 그렇게 생각해?”

 

 수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야 전 D급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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