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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별똥별
작가 : 보장대밥수
작품등록일 : 2017.11.5

별똥별은 별 그 자신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별똥별-22
작성일 : 17-12-13 18:49     조회 : 331     추천 : 1     분량 : 3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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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

 "봄비 씨는 흑단들소 어르신의 배를 가르고 염통을 씹어먹었다고 합니다."

 너럭바우가 하늘을 올려다보니 온통 먹구름이다.

 "그 일이 있고 난 뒤로 모두 어르신들을 잡아먹기 시작한 겁니다."

 먼 곳에서 뭉치는 천둥소리 때문에 귀가 먹먹하다. 그러나 비는 내리지 않는다. 능소니는 땅을 긁어댈 뿐이다.

 "그래서, 지금 검은머리검은눈들은 새로 얻은 땅에서 잘 살고 있느냐?"

 "그 뒤로도 계속 싸우고 있습니다."

 "몰골을 보니... 너도 누군가를 해쳤나보구나."

 "원수를 갚으려 했습니다."

 "긁어 부스럼인 것을..."

 가는 빗방울이 하나씩 떨어진다.

 "저지르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 너는 몇 사람의 원수가 되었느냐."

 너럭바우가 가슴을 통통 친다.

 "한 사람의 원수를 갚는 대신 스무 사람의 원수가 되었습니다."

 "겨우 스물 뿐이겠니."

 빗발이 거세진다.

 "마저 얘기할까요?"

 "아니야. 괜찮아. 나머지는 그 봄비라는 아이에게서 들어야겠다."

 "안 됩니다. 봄비 씨는 어르신을 해치려 할 겁니다."

 "내가 그 아이를 해치지 않기를 바라야 할 것이다."

 능소니가 일어선다.

 "앞으로는 어쩔 셈이니."

 너럭바우도 일어난다.

 "모르겠습니다. 그냥... 되는대로 살고자 합니다."

 "...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니."

 

 36.

 흑단들소 벌판에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돌을 골라내고 흙을 퍼나른다. 벽을 허문 자리에는 새로 개울물이 흐를 자리가 만들어진다. 바윗덩이를 나르던 포도버섯 씨는 자신을 찾는 소리를 듣고 멈추어선다.

 "어머니 나무에서 왔습니다."

 "염통먹는 자가 보내서 온 겁니까?"

 "그렇습니다. 온 땅에 흩어져있는 우두머리들을 모두 어머니 나무로 불러오라는 명입니다."

 포도버섯 씨가 여태 들고 있던 바윗덩이를 던져버린다.

 "다시 말해보시게. 좀 더 예의를 갖춰서."

 "염통먹는 자께서, 회개하는 사람들의 우두머리를 불러오라고, 명하셨습니다."

 그녀가 짜증스럽게 다른 바위를 집어든다. 전령이 흠칫하며 물러선다.

 "초대가 아니라 호출인가?"

 "초대한다는 말은 없었습니다."

 "무례하군. 직접 찾아오라고 해."

 "그럴 줄 알고 나바재 씨가 당부하였습니다. 직접 찾아올 때는 창과 활을 앞세울 거라고 말하라더군요."

 "이런 건방진..."

 포도버섯 씨가 던진 바위가 전령의 옆을 지난다.

 "나무그늘의 모든 씨족들을 적으로 돌릴 수도 있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구나."

 전령이 식은땀을 손으로 훔치며 말한다.

 "상관없다고 하셨습니다. 염통먹는 자를 따르는 이가 칠천 하고도 육백. 당신이 각지에 흩어진 삼천 팔백 명의 사람들을 모두 모아도 대적할 수 없을 겁니다."

 "이렇게까지 고압적인 자세를 보일 사람은 아닌 줄 알았는데. 이유가 뭔가."

 "염통먹는 자께서는 이 땅의 우두머리들이 모두 충성을 맹세하길 원하십니다."

 "직접 물어보는 쪽이 낫겠군."

 

 37.

 봄비의 옆구리에 생겼던 상처가 다 나아간다. 진득하게 앉아서 업무를 볼만큼 회복되었는지 요즘은 나바재 씨와 목판에 글자 새기는 것으로 소일한다.

 "나바재 씨. 소집에 응하지 않은 우두머리가 있습니까?"

 "아니요. 모두 채비를 마치는대로 출발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다행이군요. 불만을 표한 자들이 있었을텐데..."

 나바재 씨가 술을 한 잔 들이킨다.

 "모두 탐탁치 않아하는 눈치였습니다. 세력이 작으니 별 수 없이 응한 것 뿐이겠지요."

 "이래서야 충성의 맹세를 받는 의미가 없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그렇게 멀리 떨어져있는 자들에게 받는 충성은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통제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당신이 가진 '염통먹는 자'라는 이름은 그럴 만한 힘을 갖고 있지요."

 나바재 씨가 봄비의 잔을 채워준다.

 "나무그늘 전체에 그 이름을 심어주면, 나머지는 그 이름의 무게가 알아서 할 겁니다."

 

 38.

 언제부터인가 나무그늘 전체에 능소니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39.

 봄비가 숯을 갈아 기름에 재워 먹을 만든다. 그는 무겁고 글자를 새기기 어려운 목판 대신 짐승들의 가죽을 써본다. 그의 방에 들어온 포도버섯 씨가 벗겨진 가죽을 보더니 질색하는 표정을 짓는다.

 "무엇을 위해 벗겨낸 가죽입니까? 남의 가죽을 둘러야 할 정도로 추운 곳은 아닐텐데..."

 그는 아랑곳않고 가죽에 먹을 묻힌다.

 "생각을 붙잡아두려고 만든 물건입니다. 요즘 하고 있는 일에 꼭 필요하다오. 그게 궁금해서 여기까지 들어온 겁니까?"

 "물론 아닙니다."

 "얘기하세요. 듣고 있으니."

 "갑자기 왜 충성의 맹세를 받으려는 겁니까?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그런 부류와는 조금 다른 사람인줄 알았소."

 "잘 보셨소. 나 역시도 그런 욕망을 혐오하는 사람이라오."

 "그건 제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닙니다."

 봄비가 깃털을 내려놓고 뒤돌아앉는다.

 "포도버섯 씨. 내가 흑단들소들을 죽이고 땅을 차지하려고 한 이유를 아십니까?"

 "동족들이 굶고 얼어죽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할 셈입니까? 그런 허울좋은 변명은 듣고 싶지 않습니다."

 봄비가 손짓하여 포도버섯 씨가 자리에 앉도록 한다.

 "당신은 죄와 회개를 입에 담는 사람이지요. 그것이야말로 허울좋은 말에 불과합니다. 당신이 어르신이라 부르며 주워섬기는 그 짐승들은 옳고 그름 따위의 잣대에 따라 행동하지 않았거든."

 두 사람은 서로의 잔에 술을 채워준다.

 "짐승들은 되는대로 사는 것들이오. 그저 그 곳에 태어났으니 살아갈 뿐입니다. 말이 통하니 잡아먹지 않는 것이고, 싸움을 걸어오면 전력으로 쫓아냅니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우리를 사랑했습니다. 아시잖습니까."

 "뿔로 받아 죽이기도 했지. 새끼들을 죽일 때는 발광하며 사람들의 팔을 채로 뽑아버리기도 했습니다."

 봄비 씨의 잔이 금새 빈다.

 "포도버섯 씨. 짐승들이 무언가 이유가 있어서 순무총각의 팔을 뽑은 것은 아니라오. 나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슨 이유가 있어서 사냥을 하고 염통을 꺼내먹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아무도 하려 들지 않았기 때문에 먼저 나섰을 뿐이오."

 그녀도 따라 잔을 비운다.

 "염통먹는 자여."

 "그러니 날 그렇게 부르지 마."

 봄비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그 이름이 아니었으면 당신이 이 곳에 올 필요도 없었을거야. 자. 이게 내 대답이오. 이제 그만 나가주시게."

 

 40.

 숲으로 들어서는 능소니를 발견한 사냥꾼들이 활시위를 당긴다. 화살이 도통 먹히지 않자 창을 던진다.

 "아이들아! 너희들을 해치러 온 것이 아니다. 무기를 거두어라."

 사냥꾼들이 계속 창을 던져대자 능소니가 우짖는다. 어느새 소나기와 거센 바람이 숲을 뒤흔든다.

 "그만 두라잖니! 이 멍청이들!"

 능소니가 호통치자 사냥꾼들이 무기를 내던지고 도망한다. 곰이 어머니 나무를 향해 걸어간다.

 

 41.

 밤이 지나고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봄비는 어머니 나무를 등지고 앉아 자세를 고친다. 각지에서 모여든 씨족의 우두머리들이 나란히 서 각자의 술잔을 들어올린다. 나바재 씨가 손을 들어 신호하자 모두 술을 마시고 봄비를 향해 절한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고 앉은 사람들이 채워준 술잔을 하나씩 비운다.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충성의 맹세라고는 했지만 내가 여러분들의 삶에 일절 간섭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씨족장들이 그의 말을 듣고 일어난다.

 "그러나 지켜주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봄비가 준비한 돌도끼와 활을 하나씩 나누어준다.

 "사람들끼리 싸우거나 서로 해치는 일이 없도록 중재하십시오."

 나바재 씨가 고운 털옷을 가져와 씨족 우두머리들에게 덮어준다. 봄비가 말을 이어나간다.

 "땅이 많고 형편이 좋다고 해서 아이를 많이 낳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그가 나뭇잎이 하나 붙어있는 지팡이를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

 "창고가 가득 차지 않았을 때는 술을 담그지 마십시오. 이 세 가지만 지키시오."

 봄비가 씨족 우두머리들을 한 사람씩 포옹한다. 광장의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염통먹는 자를 연호한다.

 "번거로운 걸음을 하게 해 미안합니다. 이제 각자의 터전으로 돌아가 동족들이 잘 살 수 있도록 힘써주세요."

 그 순간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도망쳐온 사냥꾼들이 집채만한 짐승이 나타났다고 소리치며 날뛴다.

 "봄비 씨. 어떻게 할까요?"

 봄비가 나바재 씨의 등을 두드린다.

 "우선 씨족장들을 서둘러 돌려보내고 사람들을 집으로 돌아가게 하세요. 별 일 아닙니다."

 "별 일이 아니라니...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말씀입니까?"

 "능소니가 돌아왔습니다."

 

 42.

 능소니가 어머니 나무 앞에 정좌한 봄비 앞에 선다.

 
작가의 말
 

 거의 끝나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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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7-12-13 22:30
 
인간의 왕과 동물의 왕이 대좌했군요. 정령이 통하니 높낮이가 없을 터, 대결의 결과가 궁금합니다.
공모전도 막바지이고 글도 결말이 보이네요. 두 가지 모두 최선의 결과가 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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