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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파촉지룡
작가 : 부지화
작품등록일 : 2017.11.13

태어나기도 전에 모든 것을 잃었다.
아홉 살에 마지막 남은 어머니마저 빼앗겼다.
레벨업도 전생도 없이, 오롯이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남아 복수하는 그녀의 분투기.

 
평하 공주(4)
작성일 : 17-12-13 18:28     조회 : 365     추천 : 0     분량 : 6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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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하지만, 평온은 오래 가지 못하였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튼튼한 마차의 벽에 무언가 부딪쳤다 튕겼다. 급기야는 장막으로 가린 창문으로 화살 한 발이 쏘아져 들어왔다.

 

 “꺄아아악!”

 

 화살대가 짧다. 아마도 마상에서 쏘기 편리하게끔 작게 만든 활에 맞춘 것일 터.

 

 당난영의 눈동자에 날카로운 빛이 서린다.

 

 “거란인...?”

 

 그대로 장막을 살짝 들어 살며시 내다본 바깥에는 거란인들이 줄지어 말을 달리고 있었다.

 

 좀전에 관작루에서 마주친 자들은 선발대였던 모양이며, 아마도 지금 달리는 이들이 본대일 것이다.

 

 평하 공주의 밀랍같이 새하얀 얼굴은 공포에 질려 흡사 시체의 그것처럼 보였다.

 

 “공주 전하, 지금은 비상시이니, 몸을 좀 낮추세요. 활이 작아 마차의 벽까지 뚫지는 못하는 모양입니다. 하오니 어서.”

 

 “네, 네, 하랑.”

 

 달달 떨리는 입술을 꾹 눌러 깨문 공주가 의자 아래로 몸을 웅크렸다. 시녀는 부들부들 떠는 손으로 공주를 감싸안듯 하며 함께 앉았다.

 

 당난영은 양산을 펼쳐들었다.

 

 반대편 창문으로 재차 살이 날아들었다. 그것은 당난영의 양산을 뚫지 못하고 퉁 튕겨나갔다.

 

 그녀는 펼친 양산을 방패처럼 부둥켜안은 두 소녀의 앞에 세웠다.

 

 단전에 고인 내력은 그리 많지 못하다. 한 식경 가량을 운기조식을 했다지만 역시 그 정도로는 바닥을 드러낸 내공이 가득 찰 리 없었다.

 

 “비수가 있느냐? 활과 화살도 있으면 좋겠구나.”

 

 당난영은 검집을 검대에 매며 시녀에게 흘리듯 물었다.

 

 “비수요?”

 

 멍한 물음이 되돌아왔다.

 

 평하 공주야 주눅들어 자란 데다 몸이 허약하여 이다지도 유약하다지만, 기본적으로 당의 여인은 그렇지 아니하였다. 더욱이 당 황실의 여인은 결코 온실 속의 꽃과 같은 존재가 아니었다.

 

 드넓은 대초원에 말을 달리며 맹수들과 맞서던 선비(鮮卑)의 후예.

 

 이미 한화된지 오래라 옛적의 전통은 모두 사라졌지만, 이전 시대의 여인들, 한족의 여인들과 달리 강인하다. 민간에서는 치마저고리 차림에도 장검을 차고 다녔고, 공주는 말을 탈 줄 모르는 이가 없다.

 

 그러니, 공주의 행장에도 당연히 비수나 활 정도는 들어갔다.

 

 “네에, 여기.”

 

 의자 아래에 있던 함에는 활과 화살통, 그리고 비수가 제법 담겨 있었다.

 

 “후...”

 

 당난영은 한숨을 폭 쉬었다.

 

 그리고는 허리의 검대, 속바지를 입은 허벅지 위로 비수들을 달아 고정시켰다. 화살통을 등에 매고 활을 꼭 쥐고서 마차 지붕으로 기어올랐다. 다행히 그리 미끄럽지 않고 이런저런 장식이 튀어나온 덕에 그리 어렵잖게 몸을 고정시킬 수 있었다.

 

 긴 활에 화살을 매긴다.

 

 검은 땅 위에 펼쳐진 숲과 그 위를 뒤덮은 하늘의 새파란 빛. 그리고 그 위를 내달리는 붉은 마차와 깃발처럼 펄럭이는 희끄무레한 치맛자락.

 

 한 눈에 들어오는 그 흰 천자락을 향해 화살이 날아온다.

 

 하지만 아직 거리는 멀고 활은 작으며, 말등은 흔들렸다. 거란인 활잡이의 화살은 모두 빗나간다.

 

 이번에는 이쪽 차례.

 

 당난영은 한껏 잡아당겨 팽팽한 시위를 놓았다. 시위를 떠난 살은 맹렬한 파공성을 꼬리처럼 늘어뜨리고서는 말의 목에 꽂힌다.

 

 화살을 맞은 말은 그대로 고꾸라졌다. 말은 달리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제 기수와 함께 땅바닥에 처참히 나뒹굴었다. 거란인 사수는 저희끼리의 간격을 좁혀 달리던 탓에 앞서던 이가 고꾸라지자 뒤따르던 자들까지 휘말려 넘어졌다.

 

 무림맹에서 따로이 궁술을 가르치지는 않았으나, 그녀는 궁술을 익힌 적이 있었다.

 

 이미 가까이 다가와 말을 달리는 자들은 금위군과 칼부림을 벌여댔다. 그 겨를에 휘말리기 않으려 조금 멀찍이 달리던 사수들이 조금 더 가까이 붙었다.

 

 그 사이에도 당난영의 화살에 서넛은 족히 고꾸라졌다. 그럼에도 그 머릿수는 여전히 금위군을 한참 앞선다.

 

 급한 마음에 손이 바빠지자 이편의 화살이 자꾸 빗나갔다. 그녀가 허둥대는 사이 화살 한 발이 그녀의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흐익.”

 

 적잖이 놀랐는지 요상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재차 마음을 다잡고 활을 내려놓았다.

 

 이 거리라면 활을 매기고 쏠 시간이면 비수를 던지는 편이 빠르고 정확하다. 오른손이 검대에 가까이 갔다. 흰 손끝에 예기가 감돌았다.

 

 좌우로 각기 비수 세 개씩이 날아갔다. 비수가 날아간 방향에서는 핏줄기가 솟구치고 말과 사람이 뒤엉켜 나뒹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수는 줄어들 줄을 몰랐다. 거란인들은 시체를 뒤에 남겨두고서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애시당초 마차가 낀 일행이 달리는 말을 앞지르는 것은 불가능한지라.

 

 금위군 병사들도, 당난영도 모두 분투했으나 머릿수가 턱없이 차이났다. 그 분투는 결국 무용한 것이 되어버렸다.

 

 병사들이 하나 둘 쓰러졌다.

 

 당난영도 기껏해야 그녀를 향해 날아드는 화살 따위를 막는 것이 고작이었다. 비수도 화살도 진작에 떨어졌다. 단전에 내공이 가득가득 들어찼어도 모자를 판이었다.

 

 간신히 바닥에 찰랑거리는 내공으로는 그녀 자신의 몸 하나 빼내는 것도 무리한 일일 터였다.

 

 꾹 다문 잇새로 무언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당난영의 초조한 심경과는 별개로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결국 거란인의 화살 한 발이 마부의 목을 횡으로 꿰뚫었다. 마부는 그대로 스르르 미끄러져 떨어졌다. 가뜩이나 흥분한 말들이 마부의 통제가 사라지자마자 날뛰어댔다.

 

 그대로 두면 마차는 전복될 것이 뻔하다. 그러나 당난영은 마차를 몰 줄 모른다.

 

 “어떻게 해도 필패인가...”

 

 나직한 혼잣말. 누구에게 들리라고 뱉은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내뱉어 놓고서는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흥분으로 벌겋게 달았던 얼굴에서 핏기가 빠져나갔다.

 

 이대로 마차가 전복된다면 그녀는 물론이요, 안에 탄 두 소녀도 크게 다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호박구슬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눈동자가 결연한 빛을 띤다.

 

 가느다란 신형이 공중에 붕 떴다가 마부석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오른손에 뽑아든 검이 예리하게 빛났다. 꼭 구름이라도 한 손 가득 가져다 쥔 듯 손잡이부터 검신 끝까지 온통 희다.

 

 마구에 연결된 끈을 잘라버렸다. 팽팽하게 당겨졌던 가죽끈이 툭 공중으로 튀었다.

 

 마차에서 벗어난 말들은 달려가버렸다. 마차는 서서히 멈춰섰다.

 

 거란인 무리에 포위당했으나 마차가 전복되어 크게 다치는 것보다는 나았다. 게다가 어차피 붙들리는 것은 시간 문제였으니.

 

 당난영은 완전히 멈춰선 마차 앞으로 내려섰다.

 

 과연 무림인은 무림인인지라, 내공을 싣지 않은 검격도 위력이 상당했다. 어렵사리 금위군의 방어를 넘어들어온 거란인들의 목숨을 일격에 빼앗았다.

 

 안쪽에서 굳게 잠근 마차는 쉽사리 진입할 수 없었다. 단단한 자단목을 철과 엮어 견고하기 그지없는 마차의 벽을 부수어야 했다. 그러나 저 여자가 있는 상태로는 불가능하다.

 

 그녀의 검술은 거란인의 그것과 도저히 같은 인간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차이가 났다.

 

 거란인들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당난영을 쓰러뜨리기 위해 앞뒤 따지지 않고 달려들었다. 마차를 빙 둘러싼 금위군 병사들로서는 도저히 막을 수 있는 숫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당난영도 마찬가지였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검격이 거란인의 목을 꿰뚫었다. 붉은 피가 허공으로 흩뿌려진다.

 

 철 이른 홍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꽃잎을 흩날린다.

 

 고운 손에 움킨 병기에 어울리게끔, 가능하면 베는 쪽보다는 찌르는 쪽을 선택했다. 철저하게 실용적인 움직임이 공간을 수놓았다.

 

 기가 실리지 않았어도 수도 없이 연습했던 보법은 안정적이다. 그 걸음걸이가 보조하는 검격은 온 힘을 다하지 않아도 충분히 강력하다.

 

 흰 검은 급소만을 골라 찔러들어갔다.

 

 목을 찔러 숨통을 끊는다. 갈비뼈 사이로 찔러넣은 검격은 허파와 심장에 구멍을 냈다. 철저하게 효율적인 움직임은 한 칼에 꼭 하나는 황천길로 보내버렸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었다.

 

 당난영은 나이치고는, 아니 나이를 떠나서도 제법 높은 무위에 이르렀다. 하지만 결국 그녀 역시 뼈와 살로 이루어지고 붉은 피가 흐르는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 시작부터 끌어다 쓸 내공이 거의 없었던 탓에 오래지 않아 몸에 한계가 왔다.

 

 상대의 배에 꽂아넣은 검을 힘조차 남아나지 않아 빈손이 되어버렸다. 거란인들은 여리게만 보이는 당난영의 손이 빈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방금전까지도 고전을 면치 못한 데다가 저 가느다란 손에 스러진 동료의 수는 지나치게 많았다. 거란인들은 선명한 적의를 앞세워 그녀를 거리낌없이 구타했다.

 

 선명한 고통이 전신을 뒤덮었다.

 

 그녀는 맷집이 제법 좋은 편이었다. 통증을 견디는 것은 익숙했으나 그와는 별개로 이 이상 얻어맞아 득 될 리 만무하다.

 

 입술을 너무 세게 깨문 탓인지 가늘게 피가 흘러나왔다.

 

 절망이 흰 얼굴을 창백하게 물들인다.

 

 그 때, 뒤쪽에서 소란이 일었다.

 

 뿔피리 소리와 군문의 북소리가 둥둥 울려 주변 숲이 온통 떨어댔다. 미처 그 수요를 헤아리지 못한 말발굽이 땅을 한껏 뒤흔들었다.

 

 거란인들의 후방에서부터 달라붙기 시작한 검은 바람은, 이제는 그 주변을 온통 에워쌌다. 피비린내가 훅 끼친다.

 

 검은 군마에 검은 갑주, 창도 방패도 투구도 온통 새카만 색. 본래는 까맸을 전포만이 기묘한 붉은 빛으로 펄럭였다.

 

 이 근방은 확실하게 진왕 이존욱의 세력권이었다.

 

 진왕은 20대 중반 젊은 나이에 신기에 가까운 용병술로 수없이 많은 전투를 전부 승리로 이끈 자였다. 내치에는 한없이 무능하지만 전장에서만은 가장 뛰어난 지휘관이자 용장.

 

 그런 진왕이 휘두르는 가장 강력한 검은 창. 무패의 부대. 갈가마귀 부대.

 

 지금 이곳에 나타난 이 새카만 자들은 그런 의미였다. 현재 진왕의 가장 강력한 적인 야율아보기 휘하의 거란인들에게는 공포의 화신이었다.

 

 “갈가마귀 부대다!”

 

 비명처럼 들리는 외침.

 

 거란인 틈새에는 한인도 섞였던 모양이었다. 유수광이 이끌던 자들 중 상당수가 그의 패퇴와 함께 거란으로 귀순하였다 들었다.

 

 당황한 거란인들의 주먹질이 멈췄다.

 

 조금이나마 남은 내공으로 슬쩍슬쩍 내장 주변만이라도 타격을 덜 입도록 보호하던 당난영은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이미 죽어 나자빠진 시체에서 살며시 검을 뽑아냈다. 제 앞의 너른 어깨를 타넘어 마차 지붕 위로 올라섰다.

 

 “아이고오...”

 

 얻어맞은 곳 여기저기가 아파왔다.

 

 요령 있게 맞은 덕에 뼈나 근육이 특별히 상하지도 않았도 내상도 없다. 그저 얼굴부터 시작해서 보이지 않는 옷 아래까지 온통 새파란 물이 들었을 뿐이었다.

 

 거란인들은 이제 당난영에게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 신경쓸 틈이 없었다.

 

 그녀는 그 틈에 살랑이는 장막 틈으로 들어가 창문으로 몸을 흘려넣었다. 사람이 들어가자면 꽤나 우스운 꼴이 되어서야 간신히 통과할 만치 좁은 창문이었으나, 그녀의 유연한 몸에는 그리 좁게 느껴지지 않았다.

 

 안에 들어서니, 과연 시녀가 바깥 상황을 어찌 알았는지 눈치 빠르게도 장막을 살짝 푼 모양이었다.

 

 “하랑! 하랑, 괜찮아요? 많이 아프지요?”

 

 평하 공주가 눈물을 글썽거린다. 침침한 마차 안에서 아무련 단련도 하지 않은 공주의 눈에도 단박에 알아챌만치 꼴이 엉망이었다.

 

 “괜찮습니다, 공주 전하. 저는 괜찮아요. 바깥의 소리가 들리시지요? 어찌 알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진왕의 정예 부대가 시의적절하게 나타났어요.”

 

 안심한 시녀의 표정과 달리, 공주의 그것은 꽤나 딱딱하게 굳어 묘하게 화난 듯 보였다.

 

 “아뇨, 시의적절하지 않아요. 내 남편이 될 작자가. 후, 그 이계급(李繼岌)이란 작자가.”

 

 공주의 말꼬리에 울컥 치받아오르는 화가 매달려 부들부들 떨렸다.

 

 “약속을 어겼어요. 오늘 해 뜰 무렵부터 관작루를 지키고 있기로 미리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 어째서 지금에서야 나타난 걸까요.”

 

 “공주 전하, 우선 마음을 가라앉히세요.”

 

 “이계급이 부황을, 나를, 황실을 우습게 여긴 것이 아니면 뭐란 말이지요? 아니면, 그 아비인 진왕이?”

 

 “공주...”

 

 “괜찮아요, 하랑. 어쨌든 지금 나는 무사하지요. 그렇죠?”

 

 “네, 아직 무사합니다. 늦게나마 진왕의 부대가 나타나 우리를 구했으니까요.”

 

 공주는 더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살며시 돌린 옆얼굴이 울적했다.

 

 진왕의 갈가마귀 부대는 과연 맹호와 같아서, 거란인들을 모조리 제압했다. 대부분은 죽였으나, 깃털로 화려하게 장식된 모자를 쓴 자 몇은 생포했다.

 

 소요가 그치고 마차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열린 문 앞에는 검은 갑옷을 입은 사내가 서있었다. 젊은 사내는 그럭저럭 미끈한 얼굴이나 인상이 묘하게 비뚜름하다.

 

 “늦어 죄송합니다, 공주 전하.”

 

 투구도 갑옷도 전부 다른 자들과 마찬가지로 새카맣지만 조금 다르다.

 

 검은 투구는 은을 상감하고 보석을 박아 장식했다. 검은 갑옷은 금속편마다 옅은 먹색의 금속을 실처럼 가늘게 뽑아 상감했다. 언뜻 보아서는 눈에 띄지 않으나 명백하게 화려하고 호화로운 차림. 결정적으로 주변의 병사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마차 바깥으로 나선 공주에게 그 역시 고개를 숙였다.

 

 “진왕 전하의 세자저하시로군요. 고개를 드세요.”

 

 “감사합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화가 난 속내와 별개로, 공주의 말은 부드럽고 상냥하게 나갔다. 눈앞의 이 사내는 그녀의 남편감이기 이전에 동맹이므로.

 

 황제의 맏이인 평하 공주는 순간의 감정만으로 국가적 중대사를 어그러뜨릴만치 어리석은 여인이 아니었다.

 

 “하랑.”

 

 공주가 몸을 살짝 돌리고는 따라 내린 당난영의 왼손을 살며시 붙잡았다. 붙들린 당난영의 손바닥에 차고 단단한 감촉이 느껴졌다.

 

 “이거, 부황의 하사품입니다. 그대에게 드리는 선물이에요.”

 

 길이가 2촌 가량인 둥그런 모양의 옥패에는 공주의 봉호인 평하(平下)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글자 주변으로 난꽃이며 이파리가 돋아나 어우러져 퍽 고왔다. 글자와 난을 짜임새 있게 새겨넣은 모양새가 제법 정교했다.

 

 “그리고, 여기서 이별이랍니다.”

 

 공주의 나직한 말이 벼락처럼 내리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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