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블랙 앤 화이트
작가 : 잉준이
작품등록일 : 2017.12.8

실패의 늪에 빠진 남자와 자신만을 바라보는 사람이 필요했던 여자가 서로 만나 상처를 치유하고 꿈을 이루는 이야기

 
3
작성일 : 17-12-13 17:41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547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제서야 그녀는 내 기척을 느낀 모양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눈을 마주쳤다.

  ......뭐라 말 해야 되지?

  순간 수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안녕하세요? 아냐, 이건 너무 식상해.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는 뜬금없고, 그렇다고 무작정 아까부터 쭉 지켜보고 있었어요라고 하면 되게 작업 멘트 같잖아.

 

 "......"

 

  사고가 멈춰버렸다. 뭐라도 말을 하면 좋겟는데 내 한심한 입은 우물쭈물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녀가 부르던 휘파람 가락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나와 눈을 마주친 채 의아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나는 떨리는 입술로 그녀의 휘파람을 이어불렀다.

 

 "♪♩♪♩♪♩"

 

  그러자 그녀는 잠시동안 날 응시하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리고는 입술을 올려 살짝 미소를 짓는다. 마치 뭔가를 이해했다는 듯이. 이내 그녀는 고개를 돌리더니 내 선율에 맞춰 다시 휘파람을 부르기 시작했다.

 

 "♪♩♪♩♪♩"

 

  그녀와 함께 밤거리를 걸었다. 노란 가로등 불빛과 희미한 달빛이 어울리는 거리에서 우리 둘은 아무 말 없이 휘파람을 배경 음악으로 삼아 걸었다.

  같

 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간단한 연주에서도 그 사람의 음악적 성향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이 사람과 거리를 걸으며 느낀 점은 그녀는 내가 다가갈 수 없는 음악적 세계를 가졌다는 것이었다. 좋은 뜻으로 말해 그녀는 가공되지 않은 원석이었다, 가공되지 않았지만 그대로도 완벽한 원석. 나는 그녀의 연주를 따라가기에도 급급했다.

 

 다음 코드를 예상해 맞추려하면 그녀는 그보다 더 예쁜 음을 찾아 떠났고, 나는 그에 뒤따라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우린 예쁜 단풍 위를 걸었다, 운하가 흐르는 다리 위를, 달이 비추는 빙판 길을, 강물 옆에 있는 밤의 산책로 위를 걸었다. 그녀의 음을 따라갈수록 우린 새로운 곳을 지나다녔고, 난 그 상상속의 길들에 취해갔다.

 

 뮤지컬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것 같았다. 휘파람 하나만으로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녀는 그랬다. 그녀가 그랬고, 그녀는 나조차도 그러게 만들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 걸었다. 내 정신은 그녀가 연주를 멈출 때까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난 그녀가 마지막 음으로 휘파람을 끝맺을 때서야 내가 어디에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따. 우린 작은 건물들이 모여 있는 어느 거리에 있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멈췄다. 그리고는 몸을 내 쪽으로 기울였다. 갑작스레 다가온 그녀의 얼굴에 난 또 다시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아까 카페에 계셨던 분, 맞죠?"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살짝 구석진 자리여서 그녀가 날 봤을 거란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었다.

  난 나름대로 멋진 목소리를 내려 애쓰며 대답했다.

 

 "살짝 구석이었는데 보셨나봐요?"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전 제 노래를 듣는 사람들은 한 명 한 명. 다 기억하려 하거든요."

 

  ......웃으면서 저런 말을 하는데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갈 것만 같았다. 그래도 헤헤하고 웃기에는 첫 인상은 멋지게 남고 싶었다. 난 '그렇구나...'라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음악하시죠?"

 

 "어떻게 알았어요?"

 

 "같이 휘파람 불었잖아요. 너무 듣기 좋았거든요."

 

 "다행이네요, 따라가기에만 급급해서 걱정했었는데."

 

  듣기 좋다는 말이 이렇게 부끄러운 말일 줄은 몰랐다. 어색해하며 그렇게 말하니 베시시 웃는 그녀였다.

 

 "급급한 것 치고는 되게 잘 따라오던데요."

 

  그녀는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게 낯설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내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엘레인에요. 성은 화이트."

 

 ...엘리인 화이트. 그녀의 얼굴과 되게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그나저나 화이트라니.

 

  나는 그녀의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고든. 고든 블랙입니다."

 

 "어머, 정말 성이 블랙이에요?

 

 "놀랐죠? 저도 화이트란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랬어요."

 

  블랙 앤 화이트. 이런 사소한 인연 하나에 좋아하는게 바보같을 수도 있겠지만 난 그냥...... 좋다는 말을 빼곤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녀도 이 부분에서 놀란 모양이었다. 엘레인은 '블랙, 화이트. 블랙, 화이트.' 라고 계속 중얼거리더니 이내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되게 어울리네요, 블랙 화이트."

  나는 그 말에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다행히도 그녀는 날 모르는 사람이라고 매몰차게 대하지 않았다. 그녀는 내게 왜 자신과 함께 걸었냐고 묻지도 않았다. 분명 내 빨개진 볼과 삐죽거리는 태도에서 뭔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걸 느꼈을 텐데도 그 부분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려가 깊은 건지, 아니면 그런 건 딱히 신경을 쓰지 않는 건지 모르겠지만 난 사려가 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엘레인의 그런 태도에 조금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다. 난 대화가 끊이지 않으려, 그녀와의 작은 공통점이라도 찾으려 애를 썼다. 엘레인은 그걸 어색해하지 않았다. 그녀는 호응이 되게 좋은 사람이었다. 내가 하는 말 하나하나에 대답을 해주었고, 오히려 대화를 리드해나가기도 했다. 무엇보다 얘기 도중에 그녀는 자주 웃음을 터트렸는데, 그 모습이 너무 예뻤다. 그래서 난 그 웃음을 더 보고 싶어서 오버하며 얘기를 하곤 했다.

 

 모든 것이 다 좋았지만 딱 하나 곤란한 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음악 얘기를 할 때였다. 엘레인은 음악에 대해 얘기를 할 때마다 세상에서 가장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기 의견을 말했다. 그녀와 난 음악 쪽에서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고 대화의 반이 그런 류의 이야기였다. 엘레인은 당연히 내가 음악을 좋아하고 그걸 향해 노력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 그녀 앞에서 오늘로써 음악을 포기했다고 말 할 수가 없었다.

 

 "고든 씨는 언제부터 음악이 꿈이었어요?"

 

 "하고 싶다 생각했을 때요? 아님,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했을 때요?"

 

 "음......하고 싶다 생각했을 때요."

 

 "그건......아마 7살 때 였을거에요. 엄마 생일이었었는데, 제가 엄마에게 선물로 노래를 불러드렸거든요. 그 때 엄마가 눈물을 흘리시면서 미소를 지으셨는데 너무 행복해 보였어요. 그걸 본 순간 딱 생각했어요. 저 미소를 계속 보기 위해선 노래를 해야겠구나. 하고."

 

 "되게 아름다운 얘기네요."

 

 "그냥 부끄러운 얘기죠, 뭐."

 

 "아뇨, 제가 듣기엔 너무 너무 예쁜 이유인걸요?"

 

 "그...렇게 생각해준다니 되게 기쁘네요."

 

 ......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노래한다라......"

 

 그 순간 엘레인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은 꼭 성공할거에요, 고든씨."

 

 ......그 말을 들은 난 알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차서 꿈을 포기했다는 말은 꺼낼 수가 없었다.

 

 엘레인과 대화하면 대화할수록 난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남을 배려하는 그 마음씨에 한 번 빠지고, 사람을 끌어들이는 화법에 두 번 빠지고, 음악에 대한 확고한 주관에 세 번, 모든 걸 다 담아 낸 듯한 그녀의 눈동자에 네 번...... 난 수도 없이 그녀에게 끌렸다.

 

 "아까 거기에서는 어쩌다 노래하게 된 거에요?"

 

 "네, 그 예쁜 카페요."

 

  의도한 '예쁜'이라는 단어에 엘레인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쵸, 예쁘죠. 전 특히 그 조명이 너무 좋아요. 노르스름한 불빛 아래서 노랠 부르고 있으면......참, 이게 아니지."

 

 그녀는 '내 정신 좀 봐'라고 말하고선 다시 말을 이었다.

 

 "음......제가 밤에 혼자 산책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거의 매일? 어쨌든 그 날도 거리를 걷고 있었어요. 고든씨, 그런 느낌 알아요? 어느 순간 평소에 하던 게 질리는 그런 느낌이요."

 

 "...조금?"

 

 "그래요, 그 날이 딱 그 날이었어요. 매일 걷던 길이 지루해지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다른 길로 걸어보자하고 그 길로 갔던 거예요. 단풍 나무 길."

 

 ......단풍나무 길이었구나.

 

 "걷고 있는데 목이 되게 마르더라고요. 근데 마침 그 카페가 눈에 들어오는거 있죠. 본 순간 한 눈에 빠졌다고 해야하나? 이름부터 디자인까지 하나하나 꽂혔어요. 그래서 돈이 없는 건 생각도 안 하고 바로 들어갔죠. 다행히도 제일 싼 술이 주머니를 뒤적거리니 딱 살 수 있는 가격이었어요."

 

 "혹시 그 싸구려 보드카 말하는거에요?"

 

 "어? 어떻게 알았어요?"

 

 나는 부끄러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내가 오늘 그걸 먹었거든요."

 

 "아 정말요? 그거 되게 맛 없죠?"

 

 "마치 아세톤을 먹는 느낌이었어요."

 

 그녀는 또 다시 소리 내어 웃었다. 그리고는 '맞아, 맞아." 하며 맛을 생각해 내는 듯 했다.

 

 "어쨌든. 술을 한 모금 마시고는 몸도 녹일 겸 앉아 있었어요. 그 무대 있죠. 내가 노래 불렀던 곳. 그때는 그렇게 안 생겼었어요. 그냥 피아노 한 대에 치고 싶은 사람이 올라가서 치는 방식이었죠. 당시에 어떤 남자가 피아노를 치고 있었는데, 당신, 'when I was your man' 이라는 노래 알아요?"

 

 "bruno mars꺼 말하는 거에요?"

 

 "네, 그거요. 그 곡을 부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음에 맞춰서 흥얼거리고 있었는데 옆에 어떤 남자가 말을 걸더라고요? 저기 올라가서 불러볼 생각 없냐고, 한번만 불러주면 여기서 내가 원하는건 다 먹을 수 있게 해준대요. 그래서 누구냐고 물었더니 카페 사장이라는거 있죠? 알다시피 그 술, 아세톤 맛 나잖아요. 그래서 흔쾌히 올라가서 한 곡 불렀어요. ......그런데 있잖아요."

 

 그녀는 이 부분에서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셨다. 그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전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어요. 사람들이 내 노래에 맞춰 리듬을 타고, 내 노래를 듣고 미소를 짓고, 내 노래를 안주삼아 즐겁게 술을 먹는, 그 모든게 내겐 행복이었어요. 그래서 노래가 끝나자마자 사장님한테 달려가서 말했죠. 한 곡만 더 부르면 안되냐고. 아무것도 안 먹어도 되니까 이 싸구려 술마저 다시 가져가도 되니까 한 곡만 더 부르게 해달라고 했어요. 다행히도 음악을 되게 좋아하던 사람이더라고요. 그 사람은 물론 그렇게 해도 된다고 했고, 그 한 곡이 두 곡이 되고, 세 곡이 되고 하다보니까 여기까지 온 거에요."

 

 아까 노래를 부를 때의 그녀의 미소가 떠올랐다. 엘레인의 얘기를 듣는 도중 당시의 그녀가 얼마나 행복했을 지는 그 미소만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난 고개만 돌린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때도 노래를 엄청 잘 불렀었나봐요?"

 

 "엄청까지는 아니고......쪼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엄지와 검지로 조금을 표현하며 웃음을 터트리는 엘레인은 너무.....

 .......

 

 "......예쁘다."

 

 "네?"

 

 "아, 아니에요."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겠다. 확실한 건 대략 30분은 훨씬 넘었다는거? 핸드폰이 안 켜져서 시간도 몇 신지 모르겠다. 그냥 엘레인이 가는 방향을 따라 걷는 중이었다. 난 아무 생각 없이 그녀와 같이 걷고 싶어서 걷고 있었고, 그녀는......무슨 생각으로 걷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당연히 난 그녀가 집으로 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걸으니 '이렇게 멀리 있는 곳까지 걸어서 오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이 꽤 먼가 봐요."

 

 난 발에 걸리는 돌을 툭 차며 지나가는 투로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살짝 당황한 듯한 눈빛으로 날 보는 것이었다.

 

 "......저희 집으로 가고 있는 거였어요?"

 

 "......네?'"

 

 "저희 집 지난지는 한참 됐는데......"

 

 ......그리고 그제서야 우리는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9 19 2017 / 12 / 15 273 0 6144   
18 18 2017 / 12 / 15 296 0 5844   
17 17 2017 / 12 / 15 247 0 4669   
16 16 2017 / 12 / 15 268 0 5196   
15 15 2017 / 12 / 15 256 0 5072   
14 14 2017 / 12 / 15 250 0 5103   
13 13 2017 / 12 / 15 257 0 5189   
12 12 2017 / 12 / 15 246 0 5032   
11 11 2017 / 12 / 15 248 0 6786   
10 10 2017 / 12 / 15 244 0 5191   
9 9 2017 / 12 / 15 269 0 6087   
8 8 2017 / 12 / 15 288 0 5750   
7 7 2017 / 12 / 15 275 0 5210   
6 6 2017 / 12 / 15 252 0 5187   
5 5 2017 / 12 / 15 239 0 5217   
4 4 2017 / 12 / 13 284 0 5102   
3 3 2017 / 12 / 13 283 0 5475   
2 2 2017 / 12 / 8 300 0 5104   
1 1. 2017 / 12 / 8 438 0 500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