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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활력고교
작가 : 리리박스
작품등록일 : 2017.12.13

특별할 것 없는 대한민국 고등학교 2학년 해인. 성적경쟁에 지친 주인공의 정신상태와 처절한 말로를 볼 수 있는 일기형식의 창작소설입니다.

 
02. 누군가의 죽음
작성일 : 17-12-13 12:52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4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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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14일(월)

 

 1. 보충수업이 끝이 나서 보충도 하지 않고 4시 30분에 끝났다.

 

 2. 내일은 시험이다. 벌써 배가 간질간질 하다. 너무 떨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청심환을 먹긴 할 거지만.

 

 3. 내일 시험이 끝나면 어떤 기분이려나. 항상 보는 시험이지만 매번 떨리고 힘들다.

 

 

 12월 23일(수)

 

 내일은 방학식이다. 하지만 마냥 신날 수 없다.

 이유는 바로 방학 보충반편성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긴장하며 내 순서를 기다렸다. 아침 조회시간에 담임이 불러 주었다.

 이유정 4반.

 채희 7반

 김미혜 5반.

 보은이 4반.

 장선빈 2반.

 31번 2반.

 

 2반이 되었다. 3학년 반으로 정해진 건 아니다. 일단 보충 때의 임시반이 2반이다. 3학년 반편성은 다시 한다고 한다. 솔직히 별 상관 없었지만 신경 써야 할 이유가 생각났다.

 

 선혜.

 

 그 애가 몇 반이 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공포가 책을 읽고 있던 내 손을 멈췄다. 보충 반편성은 각자 선택한 과목으로 되기 때문에 나랑 같은 과목을 선택한 윤선혜와 붙을 확률은 꽤 높았다.

 

  어떻게든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나는 현실을 부정했다. 1교시가 끝나고 그 애가 찾아왔다. 몇 반이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길래 나는 일단 너부터 말하라고 했다.

 

 “나, 2반!”

 하며 손으로 브이를 만들어 보였다.

 

 “나도!”

 하면서 전혀 기쁘지 않았지만 최대한 기쁜 얼굴표정을 지으려 노력했다.

 

 제발······

 

 그 이야기를 끝으로 걔는 교실 밖으로 나갔다.

 이게 꿈이기를. 하나도 책을 읽고 싶지 않았다.

 

 아, 이제 어쩌면 좋지? 인생은 드라마라더니 진짜 내가 딱 그 모양이잖아. 걔가 2반이라고 했을 때 내 인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보충 교실에서 그 애와 매일 아침 만나고, 같이 앉고, 급식을 같이 먹고, 매점에 같이 가고, 화장실도, 음악실에 갈 때도, 과학실에 갈 때도, 소풍을 가는 버스 안에서도!

 

 매일 매일 매일 매일 매일 매일 매일 매일 매일을 같이 보내야 한다고?

 

 ‘거짓말이야!’

 

 이제 망했다고 생각했지만 또 한 번 반배정이 있으니까 거기에 모든 희망을 걸기로 했다. 제발, 제발 떨어지게 해주세요. 신이라도 좋으니 내 소원을 들어줘!

 

 

 12월 24일(목)

 

 1. 오늘은 방학식. 내일은 크리스마스. 벌써 1년이 다 갔다. 세월은 역시 빠르다. 좀 더 나이가 들면 F1이 지나가는 속도로 세월이 지나가는 거 아닐까?

 

 2. 보충반 인원을 맞춰본다며 조회가 있어서 새로운 반 애들과 교실에 모였다. 우려와 달리 선혜는 나와 같이 앉지 않았다. 하지만 내 뒤에서 계속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나는 선빈이와 같이 앉았다)

 

 3. 성적표가 나왔다. 257명중 48등을 했다. 전보다 10등이 떨어졌다. 이젠 이게 어떤지 잘 모르겠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4. 그냥 자고 싶다.

 

 5. 고2 겨울방학은 중요하다는 얘기를 귀에 딱지가 앉게 들었다. 그래서 계획을 좀 세워 보았는데 ‘신 오감도’로 비문학 공부를 하고, 화작문-화법, 작문, 문법- 대비로 ‘자이스토리’를 샀다.

 

  ‘자이’는 3년 내내 풀고 있는데 국어를 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학은 학원에서 모의고사를 푸는 것에 내가 부족한 점을 보태면 되고. 사문-사회문화-는 ‘수능특강’이랑 ‘일품’이랑 인강으로 어떻게든 해 놔야 되고.

 놀 틈이 없다.

 

 하지만 오히려 난 이런 것에서 이상한 흥분을 느끼는 것 같다. 바쁜 나의 모습.

 거기에 심취해 있고 싶은게 아닐까. 환상과 비슷하다

 .

 쉴 틈 없이 빡빡한 일상에 탄식하고 괴로워하면서도 나름 그걸 즐기는 거지. 영어는 ‘메가 스터디’랑 듣기를 써서, 아 맞다. ‘리스닝부스터’를 가져오지 않았다.

 

 왜 이렇게 할 게 많은 걸까. 안 돼. 정신 차려야 돼 해인아. 더 열심히 하는 거야.

 네가 꿈꾸는 정신없는 일상의 주인공이 되어봐. 재미없는 일상에 길들여지라고.

 

 잠자코 공부만 하는 거야.

 

 

 

 12월 27일(일)

 

 드디어 굿 맨십-해인이 좋아하는 아이돌 ‘블랙 시티’가 소속된 회사-이 사고를 쳤다.

 

 그리고 우리 오빠들은 아픔을 호소했다. 미국에서 열릴 계획이었던 콘서트가 중지 되었다. 이유는 성현오빠와 기태오빠의 어지럼증 호소. 이 얘기를 들은 것은 채희한테서 온 문자였다.

 

 진짜 보자마자 ‘이게 뭐야’ 했다. 그리고 치밀어 오른 것은 울분이었다. 오빠들을 그렇게 굴리더니. 언제인가 대기실에서 성현오빠가 스케줄이 너무 힘들다고 그랬었는데. 3일 동안 3시간 밖에 못 잤다고 한 걸 왜 지나쳤을까.

 

 기태오빠는 계속 무대에서 비틀거리고 했는데, 굿 맨십은 대체 무슨 생각이야? 진짜 가슴이 미어진다. 지금은 병원에서 쉬고 있다고 뉴스기사가 나왔다. 푹 쉬고 건강한 모습으로 나와 줬으면 좋겠다.

 

 

 12월 28일(월)

 

 1. 요즘 난 기운이 없는 것 같다. 오늘은 9시에 잘 일어나서 12시 20분에 밥을 먹으러 잠깐 집에 온 것 외에는 계속 도서관에 있었다. -해인의 집 가까이에 작은 도서관 하나가 있다- 덕분에 오늘 할 일은 다 끝냈다.

 

 근데도 더 해야만 할 것 같다. 공부라는 게 이렇게 내게 압박을 준다. 사실 방학한지 나흘째다. 그동안 한 거라곤 늦잠(이건 꽤 좋은 건데?)

 

 공부계획 세우기, 학원에 네 번 간 것, 공부, 휴대폰 정도. 난 정말 내가 몇 시에 뭘 하고 있는 건지 정확히 말할 수 있다.

 

 2. ‘블랙라벨’을 매일 푸는데 고전소설 A단계에서는 6문제 중 한 문제를 맞았고 오늘 푼 유충렬전 에서는 배웠던 작품이었는데도 나온 3문제 다 틀렸다. 나는 고전소설에 좀 취약한 것 같다. 고전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아, 오늘 정말 짜증나는 일도 있었다.(하지만 이내 체념했다)

 휴대폰 앨범에서 필요 없는 파일이 2개 있어서 삭제하는데 실수로 블랙시티의 사진이 1000개가 넘게 들어있는 파일을 삭제해 버렸다······

 

 

 12월 30일(수)

 

 1. 어제도 말했지만 방학을 하고 별로 한 게 없다. 계속 공부하고 그렇게 지냈다. 아, 물론 방학식 당일은 조금 공부하다 그림 그리면서 놀았지만. 방학인데 놀아야지 하면서도 이제 3학년이고.

 

 겨울방학에 정말 코피터지게 공부해야 3월 모의고사에서 점수가 나온다고 이태강 선생님이 그래서 마냥 신나게 놀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찌보면 참 측은해 진다.

 

 2. 학원에서 방학이라고 모의고사 대비를 해 줘서 모의고사 대비용 문제집을 한 권 샀다. 근데 생각보다 많이 맞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똑똑해 지는 기분이랄까. 아, 이제 1년동안 똑똑해 지는 공부를 즐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월 1일(금)

 

 유성이는 스무살이 되었고

 진하는 반오십이 되었고

 나는 고3이 되었다.

 

 *유성,진하-‘블랙시티’의 멤버

 

 

 1월 2일(토)

 

 1. 지금은 새벽 3시 10분이다. 아까 너무 졸려서 8시 쯤에 잤는데 일어나 보니 1시가 넘어 있었고 선혜한테서 문자가 와 있었다. 심심해서 답장을 했는데 바로 선혜가 답장을 보냈다.

 

 “엄마, 선혜 아직도 안 자나봐.”

 

 “걔는 아직도 공부하고 있나 보네.”

 

 엄마한테 괜히 얘기했다가 나만 싫은 소리를 들었다.

 

 나는 뭐 잠만 자나. 하긴 요즘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다. 하루종일 공부해야 되나. 아무래도 그래야 겠지? 지금 잠이 하나도 오지 않아서 영어 단어를 외우고 있었다. 열심히 하자.

 

 

 1월 3일(일)

 

 가족모임이 있는 날.

 연지가 김은수가 죽은 것 같다고 했다. 증거도 함께. 인터넷 기사에 여고생 자살 사건이 떴는데 그게 김은수의 상황과 너무 딱 맞아떨어진다고. 오늘 걔네 반 담임이 말해 준다 했다고 한다.

 어떻게 된 거지.

 

 

 1월 4일(월)

 

 김은수가 죽었다.

 

 1교시 시작 전 울린 방송으로 나는 확신 할 수 있었다.

 ‘1교시 끝나고 작년에 9반이었던 학생들은 3학년 교무실로 모두 모이세요.’

 지긋한 나이와 대비되게 열정 넘치던 양선기-작년에 9반이었던 연지의 담임- 의 성격과는 대비되는 비장한 목소리였다.

 1교시가 끝나고 연지가 말해줬다. 그 사건은 김은수가 맞다고 20층 아파트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물론 자살.

 

 “양선기는, 울었어?”

 

 “울지는 않았고. 그냥 표정이 안 좋았어. 그리고 말 하기전에 애들한테 놀라지 말고 들으라고 하더라. 얘기듣고 몇몇은 울었어.”

 

 양선기의 기분은 어떨까.

 소문이 퍼질 것은 두려워 하고 있을까.

 아니면 자괴감에 빠져 있을까.

 자신이 담임했던 아이가 자살하다니.

 

 나도 김은수와는 구면이다. 1학년 때 같은반 이었기도 하고. 물론 학기말에 대판 싸웠지만. 하지만 조금의 슬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약간 놀랐다고 해야 할까. 그냥 그 애가 영원히 보이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참 아깝다. 2학년 때까지 열심히 살아놓고 3학년이 되어서는 인생 마감이라니.

 

  그게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고인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너의 죽음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죽음이었어. 너의 희생으로 뭔가 얻어지는 건 아마 없을거야. 작게는 우리 학교에, 크게는 우리나라에 말이지. 네가 왕따였다는 건 알고 있었어. 하지만 너의 선택은 잘못됐어. 너를 따돌렸던 아이들이 기사회생하기는 글렀다고.

 

 네가 그냥 죽어버렸으니까. 그 애들은 독해서 너의 죽음으로는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 못할거야. 하다못해 네가 유서에 그 애들의 이름을 쓴 것도 아니고, 그냥

 ‘좋은 인생이었어. 난 이제 못 견디겠어. 먼저 갈게. 천국에서만나. 그동안 고마웠어. 안녕.’이런 진부한 말만 써놓고 갔겠지.

 

  정작 중요한 내용은 쓰지도 않았을 거야. 죽은자는 말이 없지. 넌 네 스스로 네 길을 바꿔나갈 줄도 몰랐어. 나라면 절대 죽지 않았을거야. 너를 극한까지 내 몬 상황도 그렇지만 그 상황에서 죽음이라는 바보같은 선택을 한 것에 참 유감이야.

 

 나는 널 좋아하지도 않고 친하지도 않지만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하늘에서라도 내 뜻을 알아주길 바래. 나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 같지? 미안해. 난 원래 이런 사람이거든.

 

 네가 아니라 피가 섞인 할아버지, 할머니라도 그랬을거야. 내 인생. 이 일기에 드라마틱함을 선물해 줘서 이상한 얘기지만 좀 고마워. 앞으로 널 볼일은 절대 없겠지.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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