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두 세계 이야기
작가 : 한니발렉터
작품등록일 : 2017.12.10

문명세계에서는 꼬맹이 현상금 사냥꾼, 카슨 더 키드,
야만세계에서는 백년에 한번 나올 위대한 전사, 웅크린곰.
두 세계의 이야기.

 
Ch.2 갈망 - 04
작성일 : 17-12-13 07:58     조회 : 354     추천 : 1     분량 : 485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키살피나 내륙으로 떠난 이후 오랜만이군. 현상금범 잡으러 가더만, 소식은 있었는가?”

 “해결했어요. 1층 벽에서 둠노릭스 패거리는 떼도 괜찮아요.”

 “잘 됬군. 하지만 누구에게는 안 된 일이야. 이틀 전에 출발한 자들도 있거든. 자네들이 먼저 잡으러 갔다고 말해줬지만, 말을 영 들어먹어야 말이지.”

 노신사가 회색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카슨은 대화가 길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저희는 키살피나 지역을 떠나 트란실피나로 향할 거에요. 여기는 배 타러 왔어요.”

 “키살피나는 지루한가?”

 “껀수가 트란실피나 쪽이 더 많아서 가는 것뿐이야. 누굴 전투광으로 알아.”

 제인이 투덜거렸다. 웨슨이 입 좀 다물라고 눈치를 준 후 정중하게 말했다.

 “우리의 신원 보증서를 받으러 왔소이다, 지부장.”

 “단순히 신원뿐 아니라 저희가 키살피나에서 잡은 현상범들 목록도 함께 써 주셨으면 해요.”

 카슨이 보충했다. 단순히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보증만으로는 큰 껀수를 맡을 수가 없다.

 노신사는 양피지를 한 장 꺼내고 펜을 잉크에 푹 담구었다. 눈은 종이에 고정시키고, 손으로는 빼곡하게 글자를 채워 내려갔다. 총잡이는 무식하다는 오해를 불식시킬 만큼 능숙한 손놀림이었다. 쓰는 도중 그가 말을 꺼냈지만 손 놀리는 속도는 전혀 느려지지 않았다.

 “요즘에 트란실피나로 넘어가는 총잡이들은 많지. 하지만 그쪽 지부 소식을 들어보니 백이면 오십은 소식이 끊긴다는군. 이곳이야 야만인들 대부분이 보호구역으로 들어갔고, 개척민들도 많아서 제법 안전하지만 그곳은 이야기가 달라. 조금만 내륙으로 들어가도 야만인들이 머릿가죽을 벗기러 달려온단 말이지.”

 “알아요.”

 “보어 인들이 대이주를 준비하면서 야만족들과 충돌이 늘어난 것도 아는가? 우리야 보어 인과 커먼웰스 인을 확실히 구분하지만, 내륙 야만인들 입장에서는 아니지. 선전포고라고 생각하고 보이는 흰둥이들은 다 잡아 죽이겠다고 할 수도 있네.”

 카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제인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트란실피나로 향하겠다고 셋이서 협의를 할 때 카슨이 전혀 설명해주지 않은 탓이었다.

 “노인네...아니, 지부장 아저씨. 그게 무슨 말이야?”

 “그것도 모르고 트란실피나로 가려 했는가?”

 “그저 껀수가 많아서 가려고 했을 뿐이야. 그런 큰 일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제인이 입술을 비틀었다. 웨던도 중절모 끝을 만지작거리며 몰랐다는 눈치를 보냈다. 노신사는 잠시 펜을 멈추고 고개를 슬쩍 들었다. 그가 카슨에게 ‘혹 자네가 설명하겠나?’ 라는 눈치를 보냈고, 카슨은 ‘그쪽이 대신 하세요.’ 라고 눈빛으로 대답했다.

 노인은 곧바로 서류 작성을 재개했다. 카슨 일행이 잡아 죽인 현상범 열 명의 이름을 일일이 적어 넣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트란실피나 지역의 지배권을 커먼웰스가 이전받으면서, 보어인들에게 간섭하기 시작했네. 커먼웰스에서 파견한 총독의 지배를 받고 성실한 납세자가 되어라는 것이겠지. 보어인들은 거기에 반기를 들고 자신들만의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내륙으로 떠났네. 듣기로는 그 행렬이 오만 명에 이른다더군.”

 “내륙은 야만족들의 땅인데.”

 “맞네. 야만족들의 땅을 빼앗고 자신들이 취하겠다는 것이지.”

 노신사가 펜을 내려놓고 손가락을 잠시 풀어 주었다. 이어 꼭 목이 마르단 것처럼 입맛을 다셨다.

 “더 많은 말을 듣고 싶으면 럼주 한 잔 사게나.”

 “흥, 필요 없어. 카슨에게 들으면 돼.”

 제인이 콧방귀를 뀌었다. 웨던은 말은 없었지만 눈은 은근히 카슨을 향해 있었다. 왜 미리 말하지 않았는지 추궁하는 눈빛이었다. 카슨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 대답했다.

 “그때만 해도 저도 몰랐거든요.”

 엄밀히 말하면 그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 트란실피나로 떠나지 않겠다고 할까봐 말하지 않은 것이었지만. 하지만 이미 결정을 끝내고 배까지 타러 제임스타운에 온 이상 알려져도 큰 문제는 없었다.

 “자세히 말하자면 좀 긴데, 설명은 저녁 먹으면서 할게요.”

 “좋은 생각일세.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는 맥주 한 잔을 곁들어야 하는 법이지.”

 노신사가 고개를 들며 슬쩍 웃었다. 어느새 신분증명서 작성은 끝나 있었다. 핑거톤의 상징인 두 총이 교차된 모습의 인장을 찍은 후 노신사는 종이를 일행 쪽으로 밀었다. 사인하라는 뜻이었고, 카슨이 도맡아서 했다. 웨던과 제인은 문맹이었다.

 “언제 떠날 생각인가?”

 “오늘 오후에 배를 탈 거에요.”

 “그래. 셋의 앞날에 만인의 수도원이 행운을 내려 주기를.”

 “저는 만인의 수도원 안 믿어요. 차라리 야만인들이 믿는 위대한 신비의 이름으로 축복이나 내려 주세요.”

 “그렇다면 부싯돌과 화약이 언제나 자네의 편이길 빌어주지.”

 노신사가 말했다. 카슨 일행이 잡아 죽인 현상금범만 해도 열 명. 현상금의 일부는 중개인인 핑거튼 사무소의 몫으로 돌아간다. 하여 지부장인 노신사는 그들에게 어느 정도까지는 관대해질 수 있었다.

 지부장의 방을 나선 일행은 일층으로 다시 내려왔다. 총잡이들이 모이면 언제나 싸움이 난다고, 내 총이 빠르니 네 총이 빠르니 하등 의미 없는 자존심 싸움을 해대는 중이었다. 아무도 말려주지 않으면 결투까지 가는 일도 빈번하다. 지금도 럼주 잔이 엎어지고 고성이 오가는 등 분위기가 험악했다.

 카슨이 볼 때, 그런 결투는 자존심과 목숨을 맞바꾸는 바보짓이었다. 카슨은 지금까지 실질적인 이득이 따르지 않는 위험은 절대로 감수하지 않았고, 그러한 삶에 약간의 자부심마저 느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었다.

 

 ***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자 하늘이 짙은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높다란 침엽수들이 드리운 그림자들이 점차 길어지고, 숲 사이 공터에 관목처럼 불쑥불쑥 솟아 있는 흰색 천막들은 햇빛을 받아 붉은색으로 빛났다.

 붉은 곰 씨족의 부락은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있었다. 땔감을 줍고 물을 길며 채소를 캐러 나간 여인들은 천막으로 돌아왔고, 사냥을 하러 멀리 떠나간 남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배가 고파오는 때였기에 밥 짓는 불의 연기가 천막마다 피어올랐다. 여인들은 사슴고기를 손질해 순무와 함께 냄비에 넣고 스튜를 끓였으며, 남자들은 긴 담뱃대를 뻐끔거리며 빈둥빈둥댔다.

 홀로 사냥에서 돌아온 웅크린곰은 잡아온 사슴을 장대에 매달았다. 천막 앞에 자리를 잡고 잘 드는 칼로 사슴의 가죽을 벗기고 배를 갈라 내장을 빼냈다. 사냥감의 해체는 보통 여인의 일이었으나 웅크린곰의 천막에는 같이 사는 여인이 없었다. 설사 여인이 있다 해도 자신이 도맡아 했을 것이다. 따뜻한 피의 향기와 내장의 미끌미끌한 촉감을 즐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의 해체 솜씨는 웬만치 나이 든 여인들보다 더 뛰어났다. 가죽과 발굽, 내장이 순식간에 옆에 쌓이고 장대에는 붉은 살코기만 남아 대롱거렸다. 웅크린곰은 사슴의 간을 씹으며 후반부 작업을 시작했다. 차갑고 짭짤하며 부드럽기까지 한 생간은 별미였다. 담즙으로 양념하면 맛이 더 좋아졌다.

 모여든 아이들은 웅크린곰이 간을 씹는 것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평소라면 아이들이 말하기도 전에 고기를 나눠 주는 웅크린곰이었지만, 요 며칠간 그의 기분은 영 저기압이었다. 함부로 말을 걸면 엉덩이라도 한 대 얻어맞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결국 식욕에 굴복했다.

 “저....웅크린 곰! 소장도 요리에 쓸 거예요?”

 “아니.”

 “저희 주면 안 돼요? 불에 구워먹게요.”

 “가져가.”

 웅크린곰은 무심하게 대꾸했다. 아이들이 와아 하고 달려들어서 소장을 낚아채 갔다. 몇몇은 사슴 밥통을 몰래 가져갔다. 멀어지면서도 자기네들끼리 누가 맛있는 부위를 먹을 것인지 두고 다투었다. 그들의 작은 전쟁에 눈길 하나 주지 않던 웅크린곰은 곧 작업을 끝냈다. 한창 열중했던 작업이 끝나자 끝없는 무료함이 다시 그를 덮쳤다.

 ‘이러다가 미쳐 버리는 건 아닐까.’

 웅크린곰이 이마의 땀을 닦으며 생각했다. 사냥이나 해체 따위로는 채워질 수 없는 넓고 깊은 욕망. 요 며칠 새 그의 마음은 바싹 마른 사막이나 마찬가지였다. 욕망의 구덩이를 채워줄 굵은 빗줄기는 나타나지 않았다.

 “뭘 그렇게 깊게 고민해요? 꼭 달을 보는 늑대 같아요.”

 새벽별의 목소리였다. 웅크린곰은 자신도 모르게 핏빛 하늘을 응시하고 있던 것을 깨달았다.

 “스튜를 끓일 거에요. 날아오르는 두루미가 순무와 배추를 나누어 줬어요.”

 “그냥 먹어도 된다.”

 “무슨 소리에요? 이왕 먹을 거 맛있게 요리해서 먹어야지요.”

 새벽별은 가져온 냄비를 내려놓고 요리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강철 부싯돌로 불꽃을 내고 마른 잡풀을 불쏘시개삼아 불을 키웠다. 능숙한 솜씨였지만 웅크린곰은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했다. 그보다 의아하기만 했다.

 새벽별은 최근 들어 더 달라붙기 시작했다. 웅크린곰으로써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며칠 전에 자신의 맨얼굴을 보고도 이러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사건 때문에 조금 소원해진 심적 거리를 어떻게든 채워보려고 이러는 것일까. 그렇다면 최악의 선택일 터였다. 지금 웅크린곰은 그야말로 최악의 기분이었으니까.

 “뇌가 제일 맛있대요. 뇌를 좀 다져서 국물에 풀어 넣어 볼 생각이에요. 거기에 감자도 좀 넣고...순무도 좀 넣고....맛있을 거예요! 날아오르는 두루미가 자기가 캔 감자 중에 제일 크고 실한 걸 나눠 줬거든요.”

 웅크린곰은 고개를 돌렸다. 딱히 새벽별의 음식솜씨를 못 믿어서가 아니었다. 맨얼굴을 보일까봐 불안해서였다. 그렇다고 딱히 뭔가 할 것도 없어서, 사슴의 살코기를 떼어내 입에 넣고 씹었다. 핏물이 모조리 빠져나오도록, 한 조각을 오래 질근거렸다.

 “저기, 저번에 그 일 있잖아요.”

 새벽별이 모기만한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하지만 웅크린곰이 듣기에는 충분할 정도였다.

 “처음에는 놀라고 겁도 먹었지만....지금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니, 딱히 기분 나쁘지 않다고나 할까....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나 할까....”

 그렇게 말하는 새벽별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웅크린곰은 얼음물을 뒤집어쓴 느낌이었다. 이해한다고? 자신을? 그의 손가락이 꿈틀거렸다. 그건 누군가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누군가 알아야 하는 일은 더더욱 아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Intermission : 두 일기 (2) 2017 / 12 / 17 377 1 5226   
19 Ch.2 갈망 - 11 2017 / 12 / 15 313 1 6363   
18 Ch.2 갈망 - 10 2017 / 12 / 15 330 1 5941   
17 Ch.2 갈망 - 09 2017 / 12 / 14 333 1 4981   
16 Ch.2 갈망 - 08 2017 / 12 / 14 319 1 5330   
15 Ch.2 갈망 - 07 2017 / 12 / 14 318 1 5390   
14 Ch.2 갈망 - 06 2017 / 12 / 13 323 1 5303   
13 Ch.2 갈망 - 05 2017 / 12 / 13 328 1 5015   
12 Ch.2 갈망 - 04 2017 / 12 / 13 355 1 4850   
11 Ch.2 갈망 - 03 2017 / 12 / 12 329 1 5266   
10 Ch.2 갈망 - 02 2017 / 12 / 12 319 1 5114   
9 Ch.2 갈망 - 01 2017 / 12 / 12 319 1 4936   
8 Ch.1 두 세계 - 07 2017 / 12 / 11 319 1 2236   
7 Ch.1 두 세계 - 06 2017 / 12 / 11 321 1 4697   
6 Ch.1 두 세계 - 05 2017 / 12 / 11 340 1 5002   
5 Ch.1 두 세계 - 04 2017 / 12 / 11 318 1 4894   
4 Ch.1 두 세계 - 03 2017 / 12 / 11 322 1 4994   
3 Ch.1 두 세계 - 02 2017 / 12 / 10 333 1 5064   
2 Ch.1 두 세계 - 01 2017 / 12 / 10 362 1 4906   
1 프롤로그 2017 / 12 / 10 593 1 529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