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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스네이크맨
작가 : 엄길윤
작품등록일 : 2017.11.8

뱀의 능력을 가진 남자가 성범죄자를 처단한다.

 
슈퍼내츄럴(1)
작성일 : 17-12-13 01:07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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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너, 나하고 일 하나 같이 하자.”

 

 동생이 병실 침대 옆 간병인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대꾸했다.

 

 “아, 왜. 또 뭐.”

 

 “악마가 있거든. 세상을 지옥으로 떨어뜨리려는 여자야. 네가 도와줘야겠다.”

 

 “형! 나, 오늘 저녁에도 약속 있었거든? 근데 이게 뭐냐고. 끌려가기까지 딱 일주일 남았다. 아니, 다 큰 아저씨가 밤이 무섭다는 게 말이 돼? 병실에 혼자 있는 것도 아니면서.”

 

 “그러니까 수고비 준다잖냐! 오늘 하루면 된다. 내일 당장 입대하는 것도 아니면서 왜 그리 징징대.”

 

 “돈은 돈이고. 생각하니까 또 빡치네. 귀신 들린 줄 알고 얼마나 쫄았는지 알아? 뭐? 장난이었다고? 씨발, 무슨 연기가 최민식인 줄.”

 

 “야, 사실 그거 연기 아니었다. 진짜야. 진짜였는데 그 귀신이 여자에게 옮겨갔다면 믿겠냐?”

 

 “날 호구로 아나. 믿긴 뭘 믿어. 형은 그냥 사 온 음료수나 마시고 푹 주무셔. 말 들어보니까 사람들하고 시비 붙어서 다굴빵 당했다며? 철 좀 들어라, 좀!”

 

 “엄마, 아빠한테는 아무 말 안 했지?”

 

 “했으면. 뭐 병문안이라도 올 것 같아? 전역하고 나서 뭐라도 할 줄 알았더니만. 응. 계속 백수. 나 같아도 꼴 보기 싫어서 안 오겠다.”

 

 “아, 이 새끼. 팩폭 오지네. 형이 다 일이 있어서 그런 거다.”

 

 “밤낮이 바뀐 거? 그거 전형적인 백수의 특징이잖어. 한밤중에 나가는 건 pc방이고. 왜 여태까지 이런 거에 속았지? 딱 봐도 백순데. 누가 봐도 백순데.”

 

 “넌 전역하면 다를 것 같냐? 백수 시즌2 되는 거야. 암튼, 언제 그 악마가 쳐들어올지 모르니까. 둘이 힘을 합쳐 귀신 들린 악마 퇴치. 오케이?”

 

 “아휴, 미드 좀 작작 보시고. 평화로운 중고딩 나라처럼 가격 흥정 안 됨. 무조건 15야. 내일 아침 9시에 꼭 받아낼 테니까.”

 

 “내가 무슨 급식인 줄 아나.”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밤 8시가 조금 넘었다. 굳이 입원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형사들이 보고 있을까 봐 어쩔 수 없었다.

 

 “형. 나 배고파. 치킨이나 시켜줘.”

 

 동생이 옆에서 징징거렸다. 6인용 병실에는 나 말고도 다섯 명의 환자가 입원한 상태였다.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해주는 건 침대에 처진 커튼 한 장뿐이었다. 옆 침대에서 뭐 하는지 작은 숨소리도 다 들렸다.

 

 이 정도면 뱀 여자도 쉽게 습격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저들은 남이었으니까. 혹시라도 여자가 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 외면할 수도 있다. 그나마 믿을 건 빅-스틸맨. 동생뿐이었다. 사실대로 말해줄 수 없어서 귀신 들린 괴물 뭐 이런 거로 우기긴 했는데, 거 더럽게 안 믿네. 뭐 상관없다. 그냥 옆에만 붙어 있으면 된다.

 

 “치킨 안 시켜주면 이 계약 파기하겠음.”

 

 “예 동생님. 시켜줄 테니까 많이 쳐드세요.”

 

 핸드폰으로 배달 앱을 실행시키려는데 이상한 느낌이 났다. 여자의 형상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온몸이 붉게 타올랐다. 이건! 누군가에게 뱀의 힘을 주입하려는 거였다. 이렇게 빨리? 악인을 어떻게 찾아냈지?

 

 그녀가 있는 곳은 우리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가정집이었다. 방 안에서 중년 남자의 목을 물었다. 순식간에 그녀와 중년 남자의 모습이 사라졌다. 시간이 없다. 조금만 있으면 중년 남자가 뱀이 될 터였다. 그럼 감당 못 한다. 이번에는 둘이 같이 올 게 뻔했다. 중년 남자가 완벽히 뱀으로 변하기 전에. 그 전에 쳐야 한다.

 

 병원 침대에서 뛰쳐나왔다. 대충 운동화를 꿰어 신고, 병실 밖으로 뛰었다. 그녀와 어떻게 대적할지는 나중 문제였다. 일단 뱀을 한 마리라도 더 만들면 안 된다. 뒤에서 동생이 소리쳤다.

 

 “환자가 지금 어딜 째는 거야?”

 

 맞다. 그러고 보니 동생이 있었지.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을 거다.

 

 “치킨 먹으러 간다! 먹고 싶음 따라와.”

 

 “아놔, 미친 형님아! 시키면 되지. 왜 가서 먹는다고 난리야? 직접 닭 잡아서 튀기려고?”

 

 굳이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 돈이란 건 주는 사람이 갑이었다. 알아서 쫓아오겠지. 병원 정문으로 뛰면서 오른 손목을 만지고, 양팔을 휘둘러봤다. 손목이 그새 붙은 모양이었다. 빠진 어깨도 제자리를 찾은 듯했다. 약간 통증이 느껴지긴 해도 이 정도면 움직일만했다. 빠른 회복력 덕분이었다.

 

 병원 앞 도로에서 택시를 잡았다. 뱀 여자가 어디 있는지 대략의 위치만 알뿐이었다. 근처에 도착하면 자연스레 알게 될 거다. 조수석에 타자마자 동생이 따라와 택시 뒷좌석 문을 열었다.

 

 “형.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치킨 먹는 게 아니라 악마를 잡으러 가는 거라면. 나 그냥 집에 간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어, 그래. 집까지 데려다줄게. 타.”

 

 “응?”

 

 “악마를 잡으러 가는 거니까, 집까지 데려다준다고.”

 

 “혼자 있기 무섭다며? 나 진짜 간다?”

 

 “집에 간다면서? 여기서 이러지 말고 빨리 갑시다. 좀.”

 

 “···진짜 이러기야?”

 

 “또 속냐, 동생아! 어차피 악마를 잡으려면 집으로 가야 되거든요? 시간 없으니까, 얼른 타기나 하셔.”

 

 “에이 씨. 그래서 진짜 악마를 잡는다는 거야, 아니면 구라치는 거야?”

 

 동생이 툴툴거리며 택시 뒷좌석에 탔다. 택시 기사에게 우리 동네로 가달라고 말을 하고는 생각했다. 뱀 여자에게 물린 중년 남자가 언제 뱀으로 변할지가 문제였다. 나 같은 경우에는 낮에 물렸다가 일어나보니 밤이었다. 연쇄 강간살인마는 물린지 며칠 만에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개인마다 변하는 시간이 다 다른 것 같았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우리 동네에서 제일 큰 12층 상가 건물이 보이자마자 온몸으로 한기가 느껴졌다. 몸을 부여잡았다. 뱀 여자가 근처에 있다.

 

 “형. 왜 그래? 뭐, 설마. 귀신 들린 악마가 근처에 있다. 뭐 이런 드립치려는 거 아니겠지?”

 

 “저 앞에서 세워 주세요.”

 

 택시에서 내려 주위를 살폈다. 동생도 투덜거리며 따라 내렸다. 뱀 여자가 근처에 있는 게 확실했다. 우선 중년 남자가 어디 있는지 찾아야 한다. 이미 뱀으로 변한 후라면 찾는 게 어렵겠지만, 아직 변하기 전일 가능성이 컸다.

 

 “이름이 김현민씨라고 했죠? 어쩐 일이세요? 일부러 죽으러 왔을 것 같지는 않고. 그 사람 찾는 거죠? 아까 내가 물었거든요.”

 

 유난히 어두운 골목에서 뱀 여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주먹을 꽉 쥐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본능적인 공포였다. 몸에 힘이 돌지 않았다. 차가운 기운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것 같았다. 가로등마저 어둠에 잠식돼 빛을 잃었다. 얼른 동생 뒤로 달려가 숨었다.

 

 “야! 저 여자가 내가 말한 악마야. 귀신 들렸으니까 네가 해치워. 너 밖에 없다.”

 

 동생이 나를 돌아보며 피식 웃었다.

 

 “저 여자가 악마라고? 형. 연기 존나 어설프네. 내가 한 번 속지 두 번 속냐?”

 

 그녀가 나를 향해 걸어왔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얌마! 장난 아니라고. 막아! 저 여자가 못 오게 막으라고! 더 가까이 오면 주먹을 날려버려. 알았지?”

 

 “그만해. 안쓰러워지려고 그런다. 딱 꿀잼 몰카 각이고만. 아니면 뭔데?”

 

 동생의 등을 떠밀며 재촉했다.

 

 “괜찮으니까 나 믿고 저 여자 때려. 내가 다 책임질 테니까.”

 

 “아놔, 형. 사람이 이럴 줄은 몰랐네. 나보고 여자나 때리는 남자가 되라고?”

 

 “저건 여자가 아니라니까? 악마야. 세상을 지옥으로 떨어뜨리려는 악마! 내가 아까 말했잖냐? 같이 귀신 들린 악마 퇴치하자고!”

 

 “잠깐만, 이거 비슷한 내용의 미드가 있었는데? 맞다. 슈퍼내추럴. 딱 그거네. 아주 푹 빠지셨나 봐?”

 

 그녀가 계속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이상했다. 원래 뱀 여자는 보통 사람에게는 손도 못 대는데?

 

 그 순간, 주변 공기의 흐름이 뒤틀렸다. 뭔가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거다. 위를 쳐다봤다. 시퍼렇게 식은 사람이 우리를 향해 쏜살같이 떨어졌다. 남자였다. 옆의 빌딩에서 뛰어내린 게 분명했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그의 손에 쇠파이프가 들렸다. 보이지 않던 중년 남자다! 이미 뱀으로 변했다. 그가 떨어지면서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내가 목표가 아니었다. 바로 동생의 머리를 노리는 거다.

 

 깡! 동생을 밀치고, 왼쪽 팔꿈치로 쇠파이프를 막았다. 팔 전체에 찌르르 전기가 오는 듯했다. 팔꿈치가 얼얼했다. 중년 남자가 가뿐히 다리를 굽혀 바닥에 착지한 후 다시 허리를 세웠다. 오른손으로 놈의 쇠파이프를 붙잡았다.

 

 “아, 뭐야!”

 

 동생이 넘어지면서 소리를 질렀다. 중년 남자가 쇠파이프를 잡아당겼다. 두 손으로 잡은 채 버텼다. 역시나 엄청난 힘이었다. 두 팔이 저릴 정도로 묵직했다. 아물었던 오른쪽 손목이 다시금 아파졌다. 하지만, 뱀 여자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놈이 쇠파이프를 놓아 버리더니 대뜸 옆에서 일어나는 동생에게 뛰어들었다. 확실했다. 처음부터 동생을 노린 거였다. 이건 함정이다. 택시를 타고 근처에 왔을 때부터 지켜봤던 거다.

 

 동생의 앞을 가로막고 놈에게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그가 뒤로 물러섰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동생이 긴장한 얼굴로 나와 그들을 살폈다. 뱀 여자가 눈알을 굴리며 지켜보다가 나에게 달려왔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긴장으로 이를 악물었다. 잡히기라도 한다면 몸 어디든지 박살이 날 거다. 저 작고 여린 손으로 얼마든지 날 죽일 수도 있다.

 

 그녀가 날 향해 팔을 뻗었다. 검은 그림자가 사방을 에워쌌다. 어느새 눈앞으로 성큼 달려온 뱀 여자에게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그녀는 왼손으로 쇠파이프를 잡고는 오른손으로 내 목을 움켜쥐었다. 컥! 엄청난 압력이 가해졌다. 위험하다! 이대로라면 목이 부러진다!

 

 “뭐 하는 거예요, 아가씨?”

 

 동생이 내 앞으로 뛰어들더니 그녀의 가슴팍을 밀어버렸다.

 

 “꺄악!”

 

 뱀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져 데굴데굴 굴렀다. 마치 전속력으로 달려온 차에 부딪힌 꼴이었다. 자유로워진 목을 어루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다. 그녀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녀는 보통사람에게는 거의 아기와 같은 수준이었다.

 

 중년 남자가 앞장선 동생에게 달려들었다. 쇠파이프로 놈을 겨냥한 채 다시 동생 앞으로 나섰다. 아무리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뱀으로 변한 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온 힘을 다해 맞서야 한다. 놈이 슬쩍 물러섰다.

 

 그녀가 슬금슬금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봤다. 동생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몸을 낮추고, 그녀를 노려봤다. 언제든 앞으로 나서겠다는 의미였다. 네 명의 사람이 어두운 골목에서 서로를 노려본 채 대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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