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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어느 날 천사가 떨어졌다
작가 : 솜솜
작품등록일 : 2017.12.7

[빙의물]
의료봉사 중 갑자기 사고를 당해, 이상한 세상에서 눈을 뜬 세진.
다짜고짜 자신을 덮치려는 남자에게서 무작정 도망쳐 나와 숲 속에서 길을 잃는다.
그러는 도중 수상한 사람들에게 쫓기던 남자를 구해주게 되는데.......
점차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는 어딘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엘리아 공주
작성일 : 17-12-13 00:10     조회 : 307     추천 : 0     분량 : 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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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십니까.”

  처음 보는 얼굴의 시녀가 사무적으로 내게 인사했다. 시녀가 우리를 공주의 궁으로 안내했다.

  공주의 궁은 렌케가 황실 개인 구역이라고 했던 곳 안에 있었다.

  “마마. 모시고 왔나이다.”

  “들어오라 하라.”

  아주 가는 하이톤의 목소리가 방 안에서 흘러나왔다.

  시녀가 절도 있는 몸짓으로 날 방 안으로 이끌었다.

  방안의 테이블 앞에는 황제와 똑같은 금빛 머리칼을 구불구불 늘어뜨린 연약해 보이는 여자가 앉아 있었다.

  피부는 희고 투명했으며 푸른 눈동자는 마치 유리구슬이라도 되는 것처럼 반짝였고, 나붓이 눈을 덮고 있는 긴 속눈썹은 어찌나 긴지 눈 아래로 그림자를 만들 정도였다.

  여자가 살포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

  “어서 와요. 라일라.”

  여자는 매우 청초하고 연약해 보였다.

  “안녕하세요. 공주님.”

  마주 인사하니 공주가 날 앉으라 허락했다.

  “난 엘리아예요.”

  “네.”

  공주가 자신을 다시 한 번 소개하며 부드러운 손짓으로 시녀로 하여금 차를 따르도록 시켰다. 몸짓, 손짓 하나 하나가 마치 나풀나풀 날아가는 나비마냥 고아하고 우아하기 그지없었다.

  “만나보고 싶었어요. 라일라. 난 몸이 안 좋아서 무도회는 잘 가지 않거든요.”

  “그렇군요.”

  공주가 날 빤히 쳐다보더니 다시 싱긋 웃었다.

  “예절을 배운 지는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이네요.”

  “네?”

  의도를 알 수 없어 되물었다.

  “찻잔을 잡는 모습이 서툴러 보여서요.”

  “아아. 네. 열심히 배우는 중이에요.”

  내가 귀족들의 예절에 서투른 건 사실이었기에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스승은 그가 초빙해 주었나요?”

  그? 렌케를 말하는 건가?

  “네.”

  “역시나 에렌은 누구에게나 다정하네요.”

  에렌?

  생소한 이름이 아니다. 에렌은 분명 렌케의 미들네임이던가 그랬던 것 같은데.

  “제가 그와 소꿉친구이다 보니 잘 알거든요. 에렌이 겉으론 차가워보여도 사실은 꽤 다정하지요. 그게 누가 됐든 말이에요.”

  공주가 같은 얘기를 다시 강조하며 했다.

  “네. 그런 것 같아요.”

  사실 난 렌케가 다른 사람들이랑 어떻게 지내는지 잘 몰랐기에 그냥 대충 대답했다.

  “흐음.......”

  공주가 내가 덤덤하게 대답한 게 이상했는지 가만히 쳐다보더니 호호 웃었다.

  “라일라는 예절 말고도 배울 게 많아 보이네요.”

  “뭘요?”

  “아니에요.”

  공주가 다시 미소 지었다.

  “.......”

  수수께끼처럼 자꾸 돌려 말하니 자리가 꽤 불편하게 느껴졌다. 내가 눈치가 없는 관계로 되도록 직설적으로 얘기해 주는 게 좋은데, 공주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날 왜 불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친해질 수 있는 사이는 아닐 것 같은 느낌이 팍 들었다.

  공주는 몇 번 더 나로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들을 하고, 이것저것을 물어보고 나서야 날 돌려보내주었다.

  “어떠셨어요?”

  공주와 내가 얘기를 하는 동안 바깥에서 기다리던 소냐가 궁으로 돌아오자마자 냉큼 물어왔다.

  “그냥 그랬어요.”

  “그래요?”

  “예절 공부 열심히 하라고 충고도 해줬어요.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공주님께서 예절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고요?”

  “네.”

  “.......”

  소냐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아꼈다.

  공주와 이야기를 나누고 온 시간이 꽤 길었던 건지 금세 저녁시간이 다가왔다.

  렌케의 시종이 렌케가 저녁을 함께 하자고 한다고 날 부르러 왔다. 함께 식사를 할 때면 의례 가는 건물 안쪽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일어서서 팔짱을 끼고 문 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던 렌케와 따악 마주쳤다.

  “뭐야? 왜 서 있어?”

  렌케는 보통은 날 기다리며 서류를 보고 있었는데 오늘은 그의 손에 서류가 들려있지 않았다.

  “앉지.”

  렌케는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의자를 빼주며 앉으라 종용했다.

  “그래.”

  공주의 수수께끼 같은 돌려 말하기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았더니 배가 매우 고팠다.

  시종들이 차려 주는 진수성찬을 열심히 떠서 입에 넣었다. 입에 음식을 한가득 넣고 우물우물 씹고 있는데 조용히 식사를 하던 렌케가 말을 걸어왔다.

  “오늘 엘리아를 만났다고 하더군.”

  ‘엘리아.’

  나도 모르게 음식을 씹는 걸 뚝 멈췄다.

  공주의 입에서 친근하게 불리는 렌케의 미들 네임을 들었을 때 느꼈던 이상한 기분이 더 확실하게 다가왔다.

  렌케가 누구와 친하고,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보통은 뭘 하고 지내는지 잘은 모르지만 적어도 나와 함께 있을 때 그에게서 다른 사람의 성이나 호칭이 아닌 이름을 들은 건 처음이었다.

  공주가 렌케와 소꿉친구라고 하더니, 정말 가까운 사이인 모양이었다.

  “응.”

  불현듯 든 안 좋은 기분에 당황하여 한 박자 늦은 대답을 했다.

  “어땠지?”

  “... 그냥 그랬어.”

  그의 질문에 또다시 한 박자 늦게 대답 했다.

  이상하게 밥맛이 떨어졌다.

  더 이상 음식을 집어 나르지 않고 접시에 놓여있는 애꿎은 토마토 조각을 건드렸다.

  “엘리아와 무슨 얘기를 했지?”

  ‘엘리아.’

  역시나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냥 별 얘기 안했어.”

  딱딱하게 대답했다. 마냥 편했던 렌케와의 식사자리가 처음으로 가시방석에라도 앉아 있는 것처럼 불편해졌다.

  빨리 일어나서 나가고 싶었다.

  “엘리아가 네게 무슨 이상한 소리라도 했나? 왜 기분이 상했지?”

  “.......”

  나를 잠시 쳐다보던 렌케가 물어왔다. 기분이 안 좋아 졌다는 건 어떻게 알았는지. 정말 귀신같은 눈치였다.

  게다가 저렇게 직설적인 질문이라니. 공주와 얘기할 때는 직설적인 게 훨씬 좋다고 생각했는데 또 막상 이렇게까지 직설적인 말을 들으니 생각을 정정하게 되었다.

  때로는 돌려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그도 그럴 것이 난 지금까지 내 감정이나 생각을 굳이 숨기려고 한 적이 없었다. 별로 상대방에게 숨겨야 할 만한 생각이나 나쁜 행동을 그다지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러나 이번만은 내 감정을 숨기고 싶어졌다.

  네가 공주를 친근하게 불러서 내 기분이 상했다. 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었다.

  “말해.”

  내가 대답하지 않는 걸 어떻게 생각했는지 렌케가 식기를 내려놓고 딱딱하게 말했다. 말하는 분위기가 내가 얘기를 하지 않으면 당장 공주라도 찾아가서 물어볼 것 같은 느낌이라 겁이 나서 얼른 대답했다.

  “진짜 별 얘기 안했어.”

  “말해.”

  낮은 목소리로 단호하게 얘기하는 렌케는 어영부영 넘어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내가 대답을 망설였던 게 그로 하여금 오해를 하게 만든 것 같았다.

  “그냥 네가 공주님이랑 소꿉친구였다는 거랑, 몇 가지 조언 들었어.”

  “....... 조언?”

  “찻잔 잡는 법이라던가, 말하는 법이라던가. 이것저것. 좋은 사람이었어.”

  “... 그래.”

  다행히 렌케에게 적절한 대답이 되었는지 렌케는 더 물어오지 않았다.

  어색하게 서로 식사를 다 마치고 식당에서 나오는 데 렌케가 내일 저택으로 돌아갈 거라고 준비하라고 전했다.

  ‘집으로 돌아간다고.’

  드디어 가는 모양이었다.

  렌케의 집도 내 진짜 집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궁보다는 더 훨씬 더 좋았다.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

  황성이랑 별로 멀지 않는 곳에 있는 렌케의 저택은 마차를 타면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체감상 한두 시간 쯤 걸리는 듯했다.

  렌케는 집 크기에 비해 그렇게 많은 사용인들을 쓰고 있지 않아서 마중 나온 사용인들의 얼굴이 모두 익숙했다.

  이사벨이 대표로 나와 인사하며 우리를 저택 안으로 이끌었다.

  “어, 여기서 지내요?”

  “예. 각하께서 방을 옮기라 지시하셨습니다.”

  이사벨이 안내해 준 곳은 저번에 지내던 방과는 다른 곳이었다.

  렌케가 시켰다니.

  “굳이 왜요? 저번 방도 좋았는데.”

  저번에 쓰던 방보다 훨씬 넓고 뭐가 많이 꾸며져 있었다. 이런걸 보는 눈은 없는 지라 진가를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내 질문에 이사벨이 호호 웃었다.

  “이쪽 복도 끝에 각하께서 쓰시는 방이 있답니다. 각하께서 앞으로 식사를 함께 하시겠다고 하셨답니다.”

  “아.......”

  “벤자민 씨가 머무르고 계시는 곳과 서재도 바로 아래층에 있으니 예전보다 더 쉽게 이용하실 수 있고요.”

  ‘벤자민?’

  이사벨의 말에 내가 물어보려고 굳게 마음먹고 있던 것들이 떠올랐다.

  “벤자민 씨 지금 방에 계신가요?”

  “아마 서재에 계실 거예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이사벨에게 듣자마자 뛰쳐나왔다. 그리고 무작정 달리다가 깨달았다. 내가 서재를 혼자서 찾아간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결국 지나가던 하인을 붙잡아 안내를 받았다.

  “벤자민 씨!”

  서재에 도착하여 책장들 사이에서 벤자민을 찾아내자마자 다가가 어깨에 손을 덥석 올리고 이름을 불렀다.

  “후....... 라일라님.”

  벤자민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짐짓 엄한 목소리로 날 불렀다. 그제야 뜨끔한 기분이 들었다. 벤자민이 그렇게 실내에서 달리는 거 아니라고 얘기했는데.

  “어... 그게 물어볼 게 있어서요.”

  죄송하다고 해야지 생각했지만 마음이 급했던지 본론이 먼저 툭 튀어나왔다.

  벤자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따라오라고 이야기 했다. 서재에 있는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걱정 마세요. 그래도 알려주신 대로 황제와 황후 앞에서도 잘 했고, 건물 안에서 뛰지도 않았어요.”

  “예.”

  마지못해 대답하는 벤자민은 못미덥다는 듯 고개를 또 흔들었다.

  “물어보십시오. 궁금한 게 있어서 도착하자마자 절 찾아온 거 아닙니까?”

  “아하하.......”

  머쓱하게 웃었지만 곧바로 벤자민에게 본론을 얘기했다.

  “렌케, 그러니까 각하는 뭐하는 사람이죠? 왜 어떤 사람은 각하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경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그리고 왜 그가 황실의 실세인 거예요? 황제가 있는데.”

  “....... 헤레이스 경이 지금까지 어떤 분인지도 몰랐던 겁니까?”

  “아하하........”

  “‘각하’는 작위가 높은 귀족 가에서 가문을 잇지 못하는 차남을 부르는 호칭입니다. ‘경’은 기사에게 붙이는 호칭이고요.”

  응?

  “그럼 렌케가 차남이고 기사라는 말인가요? 가족이 있었구나.”

  “예.”

  “근데 왜 혼자 살아요? 가족들은요?”

  “헤레이스 공작가는 수도에서 좀 벗어난 북부 쪽에 영지가 있습니다. 각하의 큰 형님께서 작위를 물려받아 다스리고 계시고요.”

  “그렇군요.”

  렌케에게 버젓이 가족이 있었다니. 본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어서 꽤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참, 그럼 렌케가 황실의 실세인 이유는 뭐에요? 공작도 아니라면서?”

  “그건... 각하께서 황실에서 하는 일이 많으셔서 그런 겁니다.”

  하는 일이 많다고 실세가 돼?

  꽤나 두루뭉술하고 애매하게 느껴지는 답변이었다. 그러나 벤자민은 더 자세하게 얘기해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예.”

  벤자민에게 몇 가지를 더 물어본 후 감사의 말을 전하고 터덜터덜 서재를 빠져나왔다. 이것저것 들은 것 같은데도 렌케에 대해 알기는커녕 더 모르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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