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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사명
작가 : 성소은
작품등록일 : 2017.11.24

남들의 죽음을 볼 수 있는 한 여자의 지독한 운명과
그로 인한 삶의 비극을 다룬 판타지 소설.

 
17
작성일 : 17-12-12 23:45     조회 : 216     추천 : 0     분량 : 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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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도로에 있는 차들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도로는 여전히 꽉 막혀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 앉은 채로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던 영이 이윽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눈을 꽉 감았다. 바보 같은 짓이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감정적일 건 없었는데. 술 먹은 다음 날 뒤늦게 떠오른 자신의 술주정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의 기분을 알 것 같았다.

 

 “바보, 어쩌자고 그 집을 나온 거야. 이제 어떡하려고….”

 

 영이 거짓말까지 해가며 그 집에 들어간 건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모두 자신의 죽음 때문이었다. 물론 그게 진정 영의 죽음이고 운명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다시 환을 만나게 될 것이고 그의 손에 죽을 것이 분명했지만 그래도 앞으로의 일이 막막하게 느껴졌다. 수십 대의 버스가 영의 눈앞을 지나가고 이제 도로마저 한적해 졌을 때 정류장 앞에 승용차 한 대가 섰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태주였다. 태주는 정류장에 앉아있는 영을 보고서 다급히 그곳으로 달려갔다. 영은 딱히 연락할 사람이 없었다. 그 날의 미안함 때문에 죽을 때까지 태주를 보지 않으려고 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고모 집으로 돌아가기엔 저지른 일이 너무 컸다. 태주가 영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영의 손과 볼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미안해, 오래 기다렸지?”

 

 영이 고개를 저었다. 태주는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무작정 데리러 와달라는 영의 연락을 받고 혹시나 무슨 일이 있었을까 싶어 불안해 견딜 수가 없었다. 야간 진료가 있는 날이라 별 수 없이 환자를 보고 있으면서도 온통 정신은 영에게 향해 있었다. 태주가 급히 주머니에서 데워 둔 핫 팩을 꺼내 영의 손에 쥐어주었다.

 차 안 유리에 자꾸만 습기가 찼다. 영이 추워할까봐 히터를 최대로 틀어놓았기 때문이다. 영은 유리에 물기가 서려 잘 보이지도 않는데 내내 창밖만 바라봤다. 태주가 힐끔 영의 눈치를 살폈다. 이내 영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곤 태주를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선생님 환자 중에는 여러 사람이 많다고 그러셨죠.”

 “그럼. 다양한 사람들이 있지.”

 

 운전을 하는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태주의 눈에 꼼지락 거리는 영의 손이 보였다. 곧 손이 멈추었다.

 

 “혹시 그 중에…. 자신의 엄마를 증오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나요?”

 

 예상치 못한 질문에 태주가 당황한 듯 헛기침을 했다.

 

 “어,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부모에게서 상처를 많이 받거나 그런 아픈 경험이 있으면…. 근데 그건 왜?”

 

 대답하다 말고 태주가 고개를 돌려 영을 쳐다봤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자신과는 전혀 상관도 없는 남이었는데 현서의 모습과 환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렸다. 왜 그런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충격적이라 할 수 있는 그런 장면을 직접 눈으로 목격해서 일까. 영이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영을 보는 태주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그런 태주의 마음을 아는 영이 애써 밝은 척 하며 대답했다.

 

 “저는 제가 엄마를 아프게 했었잖아요. 그냥 그런 사람도 있나 싶어서요.”

 

 양 손으로 핸들을 잡고 있던 태주가 한 손을 내려 영의 손을 잡아주었다. 묻고 싶은 것이 많음과 동시에 차마 그 질문들을 할 수가 없었다. 태주는 그냥 악착같이 견디고 견디다 그 집에서 드디어 나온 것이겠지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태주의 차가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다. 영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근처 모텔에만 데려다 달라고 했을 뿐인데 태주는 자신의 집으로 영을 데리고 왔다.

 

 “저 그냥 여기 근처 어디에….”

 “내가 마음이 불편해서 그래. 당분간 여기 있어. 살만한 집 알아봐줄게. 방도 많고 난 어차피 집에 잘 안 있으니까 편하게 지내도 돼.”

 “그래도…. 정말 괜찮은데.”

 

 태주는 영의 말을 못들은 채 하곤 차를 주차했다. 태주가 먼저 차에서 내려 뒷좌석에 실어둔 영의 짐을 꺼냈다. 영이 짐을 옮겨 받으려고 했지만 태주는 묵묵히 앞장 서 걸어갔다. 영이 시무룩하게 태주의 뒤를 따랐다. 마지막까지 신세 지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은 또 이런 식이었다. 태주가 없었다면 지금까지는 제대로 살 수 있었을까. 영이 손을 꼼지락 거렸다. 태주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고마워 할 거 없어. 너여서가 아니라 한 겨울에 그 얇은 차림으로 방황하고 있었으면 그 어떤 사람이었어도 이렇게 했을 거야.”

 

 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승강기는 15층에 멈추어 섰다. 태주를 알고 지낸 지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이렇게 태주의 집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태주는 영이 생각한 것보다 더 대단하고 유능한 사람이었다. 넓은 거실, 모던하게 잘 꾸며진 인테리어, 깔끔한 집 상태가 그걸 설명해줬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집이었다. 자동차 열쇠를 아무렇게나 소파에 집어던지고 태주가 집안 곳곳을 살폈다.

 

 “넓은 방에서 지내는 게 편하겠지?”

 “저는 정말 아무 상관없어요. 잠만 잘 수 있으면 돼요.”

 

 태주가 영의 말에 가볍게 웃었다. 태주는 아주 넓은 방에 영의 짐을 내려놨다. 환의 집 전체 크기보다도 훨씬 넓은 방이었다. 내심 이것보다 작은 곳에서 어떻게 둘이 지냈을까. 아주 짧은 시간동안 지낸 것임에도 새삼 놀랍게 느껴졌다. 태주가 바닥에 이불을 펴주었다.

 

 “안 쓰는 방이라 마땅한 이불이 없어. 일단 오늘은 이거 깔고 자고, 내일 들어올 때 하나 사올게. 얼른 자.”

 

 태주는 혹시라도 영이 미안해할까 싶어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방을 나갔다. 사용하지 않는 방이라기엔 너무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영이 이불 위에 앉았다. 오늘 있었던 수많은 일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날이 바뀌려면 아직도 한 시간이 더 남았는데 이리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니. 몸이 녹초가 될 만도 했다. 간단하게 세수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한 영이 다시 일어섰다. 그러다 문득 멈춰 섰다. 상자에서 쏟아진 짐들만 챙겨 급히 나오느라 세면도구들을 챙기지 않았던 게 떠오른 것이다. 괜히 또 한 번 환이 괘씸해졌다. 영이 거실로 나갔다. 그세 태주가 보이지 않았다. 잠시 나간 거겠지. 영이 거실 소파에 앉았다. 베란다 너머로는 도시 야경이 보였다. 수많은 죽음이 존재하는 곳. 차마 오래 보지 못하고 영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모던한 거실과 어울리지 않게 낡아 보이는 나무 수납함이 벽 쪽에 놓여 있었다. 안에는 의사직과 관련된 자격증과 액자 몇 개가 세워져 있었다. 영이 자세히 보기 위해 일어나 가까이 다가갔다. 태주의 젊은 시절 사진 같아 보였는데 지금의 태주와는 정 반대의 모습이었다. 사진 속 남자는 말썽쟁이 같고 자유로워 보였다. 게다가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영이 사진에 꽂혀있는 사이 태주가 돌아왔다. 사진을 보고 있는 영에게 말했다.

 

 “의외지?”

 

 태주가 온 걸 모르고 있었는지 영이 화들짝 놀라 몸을 돌렸다. 태주가 검은 비밀 봉지에서 칫솔과 세안 도구 몇 개를 꺼내 영에게 건네줬다.

 

 “근데 그거 나 아니야.”

 “네?”

 “우리 형이야. 쌍둥이도 아닌데 나랑 똑같이 생겨서 다 난 줄 알더라고.”

 

 태주에게 형이 있다는 사실은 꽤 의외였다. 여태껏 영은 태주가 외동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영이 들고 있는 칫솔을 꼼지락 거리며 말했다.

 

 “형제가 있으신 줄은 몰랐어요.”

 

 식탁 위에 놓아둔 맥주 캔을 치우던 태주가 영의 말에 행동을 멈추고 씁쓸하게 웃었다. 말실수를 한 걸까 영이 긴장하고 태주를 바라봤다. 태주가 남은 캔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말했다.

 

 “나도 가끔 나한테 형이 있나 싶어. 못 본지 오래됐거든.”

 

 분위기가 묘하게 어색해졌다. 가만히 서 있던 영이 밀려오는 무안함에 욕실 쪽으로 급히 걸어갔다. 태주가 그런 영을 불렀다.

 

 “영아, 나한테 너는 그냥 환자이기만 한 건 아니야.”

 

 영이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사실 많은 게 알고 싶어. 네가 왜 짐을 싸들고 그 집을 나왔는지 까지도. 그렇다고 억지로 말해달라는 것도 아니야. 얼마든 기다릴 테니까 편해지면 그때 말해줘.”

 “죄송해요….”

 “대신 여기서 지내는 동안은 불편해 말고 그냥 사촌오빠 집에 와 있다고 생각해. 그게 나한테 보답 하는 거야, 알겠지?”

 

 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주가 그런 영에게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늘 미안하고 고마운 사람. 마지막까지 그런 사람에게 짐이 되는 게 너무 싫었다. 영은 그렇게 한참을 욕실 문 앞에 서서 한숨만 내쉬었다.

 

  통화 중인 환의 표정이 어두웠다.

 

 “가계약까지 해놓고 이러시면 어떡해요. 당장 계약하겠다는 사람들 다 거절했는데.”

 “죄송합니다.”

 

 수화기 너머로 앙칼진 부동산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직원은 가 계약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말을 하고서 전화를 끊어버렸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지푸라기가 공중분해 됐다. 환이 휴대폰 전원을 꺼버렸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수많은 걱정거리가 물밀 듯이 쏟아졌다. 집주인과 가 계약금으로 써버린 생활비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모든 게 막막하게 느껴졌다. 한숨도 자지 못한 환의 얼굴에는 피곤이 그대로 묻어 나왔다. 요 근래 이상하리만큼 모든 게 순조로웠다. 한 번도 잘 풀린 적 없는 인생이었는데 웬일로 잘 굴러가나 싶었다. 환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생수라도 마시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현서가 두고 간 반찬들이 보였다. 또 다시 짜증이 밀려왔다. 완전히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의 방문만으로도 현서는 곳곳에 흔적을 남겼다. 환이 냉장고가 휘청거리도록 세게 문을 닫았다. 외투에 바지 주머니, 집안 곳곳을 뒤져 나온 돈은 3,000원 정도가 전부였다. 환이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웠다.

 

 “멍청한 새끼. 그깟 자존심이 뭐라고…. 백 만 원이 뉘 집 개 이름이냐.”

 

 목구멍에서 씁쓸한 맛이 느껴졌다. 무작정 나가버린 영만큼 환도 후회하고 있었다. 사실은 영에게 굳이 같이 나가라고 한 것에 대한 이유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현서를 부축하는 모습이 싫었던 걸까 아니면 아무것도 모르면서 자신을 불효자 취급하는 것이 싫었던 걸까. 차라리 그런 구체적인 이유라도 있으면 말겠는데 감정이 격해지다가 충동적으로 내뱉었던 말이라는 걸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돈이 왠지 더 아깝게 느껴졌다. 환이 자신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돌아누운 채로 한없이 바닥만 보고 있던 환이 별안간 미간을 찌푸렸다. 상자 밑에 무언가가 깔려 있었다. 다름 아닌 사진이었다. 영이 집에 온 다음 날 들고 온 상자 속에서 봤던 그 사진임이 틀림없었다. 아직 지푸라기가 더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안에 어떤 것들이 들어있는 지 알긴 알아?’영의 말이 귀에 맴돌았다. 환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리고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 하려는 듯 중얼거렸다.

 

 “환아, 생각을 하자, 생각을. 네가 지금 자존심 챙길 때가 아니란 말이야.”

 

 이윽고 환이 눈을 번쩍 떴다. 여러 방면으로 생각하려고 아무리 노력을 해도 답은 하나였다. 이 사진은 영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고 그 소중한 것이 자신의 손에 있었다. 환이 더 생각할 것도 없이 휴대폰 전원을 켰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문자함에 들어갔다. 어제 영이 보낸 문자가 하나 저장되어 있었다. ‘사진 놓고 갔어. 가지러 와.’, ‘사진을 놓고 간 거 같은데.’, ‘사진이….’ 환이 계속해서 메시지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마침내 환이 영에게 문자를 보냈다. 환이 다리를 떨었다. 1초가 10분처럼 길게 느껴졌다. 곧 영에게 답장이 왔다. ‘가지러 갈게요.’ 간단한 답신이었지만 이리도 기쁠 수가 없었다. 환이 신줏단지 모시듯 사진을 상자 제일 위에 올려뒀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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