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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공주님의 남편은 마왕
작가 : 신준동
작품등록일 : 2017.11.2

며칠간 어린 공주의 부모노릇을 하고 있던 마왕.
하지만 자신으로 인해 다치는 경우가 생기자 마왕은 공주를 다시 궁으로 돌려보낸다.
그렇게 7년 후 공주는 당당하게 마왕을 향해 8서클 마법을 날려 죽이려 하고 공주가 내뱉는 상큼한 말 한마디.
“뮤트라! 나랑 결혼하자!”
“....야. 꼬맹이. 장난하냐!?”
마왕의 공주님 길들이기? 공주님의 마왕 길들이기?
어느 쪽이든 이들의 미래는 밝기만 한 것이 아니다.
신을 위한 복수를 목표로 두고 오늘도 마왕은 공주에게 시달리고 자유를.....얻을 시간도 없이 시달린다.

 
[20.과거의 향기]
작성일 : 17-12-12 21:09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3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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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과거의 향기]

 “하아......”

 “그건 그렇고 진짜 귀엽다.”

 

 베류나 사건이 있고 하루가 지난 지금.

 우리가 지내던 여관에서 아샤는 여전히 내 머리를 쓰다듬고, 뿔을 만져보고, 들어보고......난리다, 난리야.

 

 “손 치워.”

 

 나는 내 머리에 얹어진 아샤의 손을 치며 말을 하였다.

 

 “왜? 귀엽잖아!!”

 “근데 왜 만지는 건데!?”

 “자고로 귀여운 건 못 참는 성격이라고!!”

 “하아......말을 말아야지.”

 

 이 세상에 있는 귀여운 애기들 전부 데려와서 아샤의 앞에 두고 싶다.

 그러면 나는 안 건드리겠지.

 

 “그건 그렇고 어디에 가는 거야?”

 “잠시 놀러.”

 “흐음.....놀러 가는데 칼을 챙길 필요가 있나?”

 “윽......”

 

 내가 칼을 차는 모습은 언제 본 거야.....

 하여간 눈치는 빨라요.

 

 “뭐, 갔다 와. 무슨 일 있으면 마력으로 연락하고.”

 “어? 어어.....알겠어.”

 

 7년 전의 아샤와는 태도가 너무 다르다.

 거리낌 없이 자신이 내뱉고 싶은 말은 전부 내뱉고 궁금한 점은 끝까지 못 참고 나에게 물었던 아샤였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은.....뭔가 내게 말하고 싶은 것도 숨기고 애써 궁금하지 않은 척, 관심이 없는 척을 하고 있다.

 뭐......말한다고 믿을 수 있는 것들도 아니고 말할 생각도 없다.

 

 “그럼 갔다 올게.”

 “뮤, 뮤트라.....!!”

 “응? 왜 불러.”

 “빨리 갔다 와야 돼.....”

 

 안절부절 못하는 아샤의 표정과 행동.

 그래도 걱정은 되는 모양이다.

 

 “알았어, 갔다 와서 해야 할 일도 있고.”

 

 나는 누군가의 부름에 응해 마을 밖을 빠져나왔다.

 마을에서 그다지 멀지 않지만 가까운 것도 아닌 산의 중턱.

 누군가가 여기서 혈마의 기운을 조금씩 퍼트리고 있다.

 

 “누구야.”

 “...........”

 “거기 숨어있는 거 알아, 빨리 나와.”

 “역시 투신이라고 불릴만한 남자네. 지금은 많이 귀여워진 것 같지만?”

 “........!! 베, 베리네? 네가 어떻게.....”

 

 풀숲에서 나오는 베리네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나왔다.

 사리엘 제나 베리네.

 예전부터 내가 사랑해왔던 아내의 이름이다.

 그리고 그 아내는 죽은 지 140년이 지난 지금.......내 앞에 서서 웃고 있다.

 

 “저, 정말 베리네.....당신이야?”

 “맞아, 시트라. 네가 알고 있는 사리엘 제나 베리네.”

 “베리네.....”

 

 내 앞에 서 있는 여인은 시트라라고 나를 불렀다.

 처음 만났던 우리를 나타내자 죽기 직전까지도 불러줬던 내 별명.....

 그녀는 정말 사리엘 제나 베리네였다.

 

 “보, 보고 싶었어.....”

 “지금 이거, 안아준 거 맞아? 내가 안아줘야 할 판인데?”

 “시, 시끄러워!! 부작용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안겨들었다.

 평상시에 자주 뿌리던 향수의 냄새, 몸의 감촉, 행동 패턴과 말투.....

 모든 것이 내가 알던 내 아내의 모습이었다.

 단 한 가지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시트라,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돼. 지금은 그저 널 만나고 싶어서 온 거니까.”

 “그 말, 어떻게 믿지?”

 

 분명 베류나를 시켜서 나를 없애도록 한 장본인은 내 아내일 것이다.

 심지어 나는 죽을 위기까지 처했었고 살기위해 저지른 부작용이 지금의 모습이다.

 

 “거짓말이면 내가 너랑 다시 결혼한다.”

 “뭐야, 그게.....”

 

 정식으로 우리 둘이 만나기 전부터 해왔던 아내의 입버릇.

 그 입버릇이 들어갈 때에는 한 치의 거짓말도 없었다.

 

 “그럼 날 왜 찾아왔지?”

 “말했잖아, 그냥 만나러 왔다고.”

 “뭘 위해서?”

 “당신은 나 안 보고 싶었었다고 말하는 거지?”

 “아니,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그새 새 여자라도 생겼나보지?”

 “.....뜨끔.”

 “왜 뜨끔하는 걸까. 당신.....?”

 

 무섭다, 심히 무섭다.

 오랜만에 느껴봐서 그런지 더 무섭다.

 더없이 아름다운 아내와 살지만 사실 노예나 다름없다. 하루 종일 무서운 아내로부터 온갖 심부름과 명령을 받으며 거절하거나 수상한 낌새가 있으면 바로 즉각 처형을 당한다....

 그런 무서운 모습이 있음에도 그녀가 좋다, 사랑스럽다.

 

 “어떤 여자야.”

 “내, 내가 여자는 무슨 여자야, 그런 거 없어.”

 “킁, 킁킁.”

 “뭐하는.....”

 

 베리네는 내 가슴 쪽에 얼굴을 가까이 하더니 킁킁거리며 내 냄새를 맡고 있었다.

 

 “라벤더 향수.”

 “...........”

 “넌 향수 같은 거 안 뿌렸던 걸로 알고 있는데?”

 “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데 그럴까.....”

 

 그래, 14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내가 향수를 뿌리기 시작했다는 거짓말에 의심할 여지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반박을 못할.....

 

 “라벤더 향을? 내가 살아있을 때 뿌렸던 건 싫다고 그랬잖아.”

 “취, 취향이 변할 수도 있지. 어쩌다보니 쓰게 되더라고.”

 “여자향수를?”

 

 라, 라벤더 향은 여자만 쓰는 향수였었나?

 

 “헤에~ 취향이 꽤나 여성스럽게 변하셨네요, 혹시 변태라던가?”

 “하, 하하.....그럴 리가.”

 

 베리네의 눈빛이 한층 더 날카로워지기 시작하였다.

 날카롭다 못해 눈빛만으로도 베일 것 같으니 조금 차분히 바라봐 주시겠습니까, 베리네님?!

 

 “사실대로 고해.”

 “죄, 죄송합니다!!”

 

 저번에 내가 ‘빠른 사과는 인생에 효율적인 윤활유니까’라고 말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 말......남편이라면 누구나 인정할만한 부부사이의 히든능력이다.

 

 “......푸훗!”

 “푸훗?”

 “아직까지 그러고 여자한테 못 이기구나. 여전하네.”

 “뭐야......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가볍게 웃어넘기는 베리네.

 사랑스러운 나의 아내, 그 자체였다.

 140년 전의 그 모습 그대로......

 

 “정말.....정말 이렇게 다시 만나니까 기분 좋다.”

 “그러네. 애써 다시 살아난 보람이 있었어.”

 

 그래, 이런 식의 재회만 아니었다면......

 지금 다시 천계로 돌아가 다시 모든 걸 시작해도 될 정도로 행복했을 것이다.

 혈마로서의 그녀가 아니었다면......

 

 “재밌었어, 그럼 슬슬 가볼게.”

 “버, 벌써?! 베리네.....”

 “서로 아무 것도 안 묻고 있었잖아.”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녀에게 물어볼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단지 지금 이 짧은 행복을 깨기 싫어서 나는 도망치고 있었을 뿐이다.

 

 “네가 생각하고 있는 거......나도 마찬가지였어.”

 “베리네......”

 

 베리네의 등에서 날개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천족의 날개 모양에 마족의 날개 색.

 마치 천족과 마족을 섞어놓은 듯이 보였다.

 

 “미안, 그만 가볼게.”

 “자, 잠깐만!!”

 “...........”

 

 베리네는 날던 도중 뒤를 돌아보았다.

 매우 슬픈 듯한 얼굴을 하며 금방이라도 울 듯이......가녀리게 떨고 있던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안타까워보였다.

 

 “다시.....만날 수 있는 거지?”

 “다시 만나더라도 이런 재회는 아닐 거야.”

 “이번은......그냥 선전포고 같은 거였어?”

 “응, 미안......”

 

 그런 얼굴을 하며 그런 말을 내뱉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볼수록 말을 내뱉기 더욱 어려워졌고 나 또한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다음부터는 우린 적이야.”

 “베리네......반드시 널 구해줄게.”

 

 나의 아내가 어떻게 다시 살아났고 어떻게 혈마의 힘을 가지게 되었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이런 의문투성이에도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는 그 마음 한 가지로 그녀를 구하고 싶고 다시 원래대로 모든 것을 돌려버리고 싶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라면......나는 다시 그녀를 죽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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