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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산골짜기 약물가게
작가 : 인구수낭비
작품등록일 : 2017.12.12

[게임 판타지/라노벨]
이곳은 없는 거 빼고 다 파는 산골짜기 약물가게입니다.

 
13화. 파란만장 달리기 시합 (1)
작성일 : 17-12-12 20:51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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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눈앞에 펼쳐진 눈밭에 류엔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려보아도, 왼쪽으로 시선을 돌려보아도. 보이는 건 하얀 눈밭뿐이었다.

 

  군데군데 나무처럼 보이는 것들이 있었지만 그것도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기 때문에 주는 느낌은 다를 것이 없었다.

 

  겨울! 하루 종일 겨울! 실타텐 마을은 항상 살기 좋은 날씨인데 여기는 하루 종일 겨울!

 

  이렇게 눈으로 가득한 나라에 사람이 살 수 있는 것이 류엔은 신기했다. 저, 정말로 여기에 사람이 살 수 있는 거?

 

  길을 가는 길에 보이는 발자국만이 이 곳에 사람이 살고 있단 것을 증명했다.

 

  “레비릿 제국, 추워.”

 

  류엔이 입고 있는 옷을 멍하니 바라보던 바니가 말했다. 바니는 언제 꺼냈는지 모를 털 달린 옷들을 입고 있었다. 바니의 머리카락은 레비릿 제국에 들어오자 익숙한 공기를 만났다고 말하려는 것처럼 윤기가 돌았다.

 

  대충 봐도 따뜻해 보이는 모자와 장갑에 목도리까지 착용한 바니가 바람에 하얀 코트를 휘날리고 있는 류엔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것만 입으면 추워?”

 

  “으, 의문형이 아니라 추워요!”

 

  어째서 미리 말을 해주지 않은 거예요, 하고 류엔이 몸을 웅크리며 중얼거렸다. 이미 레비릿 제국에 도착했는데 어떻게 다시 돌아가서 옷을 챙겨온단 말인가.

 

  어차피 여기까지 온 것도 공간이동 기계를 사용해서 왔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건 아니지만. 류엔은 점점 홀쭉해가는 자신의 동화 주머니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공간이동 기계는 비쌌다. 산골짜기 약물가게의 첫 손님인 바니가 준 돈의 반 이상이 들었을 정도로! 거기에 엘씨와 바니가 기계를 이용하는 값까지 내야 됐던 류엔은 비상금으로 모아뒀던 돈까지 썼다.

 

  “내가 왜 엘씨랑 손님이 내야 되는 돈까지 낸 거지.”

 

  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늦었다. 류엔이 쓴 눈물을 삼켰다.

 

  류엔은 엘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엘씨는 바니보다 더 많은 옷을 껴입고 있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얼마나 껴입었는지, 지금 당장 바닥을 굴러도 아프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나, 나만 빼고 엘씨까지 챙겨온 거예요?”

 

  “레비릿 제국은 1년, 365일 겨울이잖아. 그건 대륙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겐 기본적인 상식이라고.”

 

  아차, 류엔은 상식이 없었지! 하고 엘씨가 류엔을 놀리듯 덧붙였다.

 

  “약 오르지 않아요, 약 오르지 않아요.”

 

  이번에도 엘씨에게 당하기 싫은 류엔이 중얼거리다가 무언가 깨달았는지 손뼉을 치며 외쳤다.

 

  “아, 추워요!”

 

  류엔은 자신의 다리를 감싸고 있는 팔에 힘을 줘 좀 더 작은 원의 모양이 되었다. 이러고 있어도 추운 건 여전했지만 일어서 있는 것보단 훨씬 덜 추웠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 앞으로 나가려고.”

 

  “앞으로 가는 건 걱정 없어요.”

 

  엘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류엔은 옆으로 누웠다. 그러더니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추운 것보다는 역시 이렇게 따뜻하게 가야지. 류엔의 겉옷에 바닥에 있던 눈과 흙이 잔뜩 묻었다.

 

  하얀 코트에 묻은 눈이 스며들어 결국 차가운 물기가 류엔의 피부에 닿았다. 류엔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안 추워, 안 추워. 하고 류엔이 자기 최면을 하는 모습까지 조용히 바라보던 엘씨가 결국 류엔을 일으켜 세웠다.

 

  “넌 부끄러움도 없냐.”

 

  “이, 이렇게 하면 부, 부끄럽지도 춥지도 않은……에취!”

 

  “그렇게 기침 많이 하면서 안 춥다고 하면 믿음이 안 가잖아.”

 

  엘씨는 무언가를 찾고 있는지 옆으로 메고 있던 가방을 뒤적였다. 작은 가방 속에 어떻게 들어가 있는 건지 궁금할 정도로 많은 물건을 꺼내고 나서야 원하는 물건을 찾을 수 있었다.

 

  류엔이 항상 입고 다니는 하얀 코트와 똑같이 생긴 옷이었다. 지금 류엔이 입고 있는 옷과의 차이는 소매 부분에 달려 있는 털밖에 없었다.

 

  “자, 이거라도 입어! 이럴 줄 알고 미리 하나 안 챙겼으면 어쩔 뻔 했어?”

 

  엘씨가 투덜거리는 소리를 배경음악으로 하며 류엔은 입고 있던 하얀 코트를 벗었다.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에 그는 엘씨가 건네준 코트를 재빨리 입었다.

 

  겉모습으로 봐선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았는데. 팔 끝부분에 달린 털 조금 가지고 이렇게 따뜻하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옷 내부와 외부가 완전히 격리된 것 같았다.

 

  류엔이 제자리서 폴짝폴짝 뛰어 봐도 차가운 바람은 들어오지 않았다. 옷을 입지 않고 있는 얼굴이 좀 따가웠지만 온 몸이 시렸던 방금 전에 비하면 이 정도는 견딜 만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코트의 팔 길이! 엘씨가 준 옷이니까 사이즈가 맞을 수도 있어, 하고 잠시나마 희망을 가졌던 류엔은 어리석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하얀 코트는 류엔이 입기에 조금 컸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성인 남성 의류 중에 내 몸에 맞는 사이즈는 없는 것 인가요!”

 

  류엔은 좌절하는 자세를 취했다. 이번에 사온 옷이 ‘아동복’이란 사실을 말하려던 엘씨는 하고 싶은 말을 속으로 삼켰다.

 

  저 상태의 류엔에게 사실을 말해주면, 류엔은 더 이상 제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들 정도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그거 보온 마법인가 뭔가 걸어 달라 했어.”

 

  엘씨는 말을 돌렸다.

 

  “마법! 물건에 마법을 걸려면 엄청 비싸지 않아요?”

 

  “벼, 별로.”

 

  엘씨가 류엔의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엘씨, 츤데레.”

 

  엘씨는 바니가 하는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리고 머리에는 이거!”

 

  엘씨가 이번에는 털모자를 꺼내 류엔에게 씌웠다. 하얀 털모자는 류엔이 입고 있는 코트와 세트로 맞춘 것처럼 어울렸다.

 

  엘씨가 가져온 두 가지 물건이 어울리는 건 당연했다. 엘씨는 류엔이 옷을 안 챙겨올 것을 예상했고, 그런 류엔을 위해 두 개 세트로 사온 거니까.

 

  “이, 이것도 따뜻해요!”

 

  “당연하지. 거기에도 보온 마법인가 뭔가 하는걸 걸어달라 했으니까.”

 

  “에, 엘씨.”

 

  류엔은 엘씨가 자신을 위해 미리 준비해준 물건이 마음에 들었는지 눈물을 글썽였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는 엘씨가 양 팔을 벌리자 류엔은 눈물을 휘날리며 엘씨의 품에 안겼다.

 

  “고마워요, 엘씨!”

 

  “응, 그래.”

 

  엘씨의 품이 생각보다 포근한지 류엔이 그 안에서 고개를 비볐다. 엘씨는 재빨리 자신의 코를 막았다. 다행히 손에 묻는 질척한 액체는 없었다.

 

  저 털모자와 하얀 코트를 주문하는데 든 돈을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고맙지 않을 텐데. ‘그 돈으로 햄버거를 사줘요!’라고 말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류엔이 평소에 먹고 싶어 했던 햄버거를 산으로 쌓아놓고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돈이 든 것은 엘씨만 아는 비밀이었다.

 

  “레비릿 제국 왕성, 여기서 직진.”

 

  바니가 류엔을 엘씨의 품에서 떼어놓으며 말했다. 엘씨가 바니를 노려보자 바니는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엘씨, 변태 행위 계속?”

 

  저 말 뒤에 ‘변태 행위를 계속하면서 시간을 끌 생각이야?’가 생략되어 있단 것을 엘씨는 알았다. 이미 맺어놓은 계약이 있었기 때문에 엘씨가 한숨을 내쉬며 류엔에게서 떨어졌다.

 

  “레비릿 제국 왕성에 들어가서 이벤트에 참가하면 되는 거죠?”

 

  “……응, 그러면 돼.”

 

  “이벤트? 첫 번째 손님을 위한 이벤트를 참가하는 거예요?”

 

  엘씨에게서 구체적인 계획을 듣지 못한 류엔이 의문을 표했다.

 

  “말할 때 걸음은 멈추지 말고 해. 지금 여유로운 것도 아니니까.”

 

  “아, 네!”

 

  아까부터 말할 때마다 제자리에 서 있던 류엔이 엘씨의 옆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엘씨와 나란히 선 류엔이 엘씨에게 다시 물었다.

 

  “첫 번째 손님을 위한 이벤트에 엘씨가 참가하는 거예요? 그…… 달리기 시합이라고 했던 거에?”

 

  “달리기 시합인건 기억하나보네.”

 

  엘씨는 주머니에 넣고 있던 손을 꺼내며 말을 이었다.

 

  “바니랑 그 나그네의 달리기 시합이 주된 구경거리가 되겠지만. 일단은 레비릿 제국에서 일반인도 참가 가능하도록 규칙을 만들어놨어. 그렇죠, 바니 황녀님?”

 

  바니가 양 갈래로 묶은 머리카락을 쫑긋거리며 긍정의 의사를 표했다.

 

  “사실 류엔 네가 만든 약물이랑 바니만으로도 충분히 목표를 이룰 수 있겠지만.”

 

  조금 계획에 오차가 발생할 수 있어서, 하고 엘씨가 말을 덧붙였다.

 

  “오차요?”

 

  “응, 오차. 이번 대회에는 유저도 참가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어. 이것도 맞죠, 바니 황녀님?”

 

  엘씨의 말에 바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니는 멍한 눈빛으로 류엔을 바라보며 짧게 말을 덧붙였다.

 

  “……어떤 행동할지 예측, 불가능한 유저들.”

 

  “유저라면 설마.”

 

  설마라고 할 것도 없이 류엔이 알고 있는 그 유저들이 맞았다. 류엔을 비롯한 대륙의 도착민들을 엔피씨라는 이상한 표현으로 부르는 여행자들.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행사들이 토착민인 엔피씨를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면 이번 레비릿 제국의 달리기 시합은 이례적이었다. 하나같이 강하고 싸움을 좋아하는 여행자, 유저들도 참가가 가능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엔피씨들 사이에서 반대 의견이 많았다. 레비릿 제국은 그 의견들을 묵살시키는 하나의 조건을 걸어왔다.

 

  “대신 대륙 내에서 벌어진 이벤트에 걸렸던 돈의 몇 배를 건다고 하더라, 상금으로. 어때, 류엔. 이제 좀 흥미가 생겼어?”

 

  그래, 레비릿 제국의 여황은 엄청난 상금을 패로 내보였다. 상금을 준다고 하는데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여기에 여황은 유저들에게 하나의 조건을 걸면서 모든 반대 의견을 묵살시켰다. 그것이 바로 [유저들은 반드시 예선 토너먼트에 참가한다. 이 예선에서 상위 10위 안에 든 팀만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라는 조건이었다.

 

  그러면 유저들로 이루어진 팀이 10팀밖에 참가하지 못하기 때문에 엔피씨들은 환호했다. 10팀이던 그 이상의 수이던. 가장 강한 사람들의 참가는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엔피씨들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뭐, 멍청하게 조건을 받아드린 거지만 그래도 어때. 어차피 전부 이겨야 계획대로 행동할 수 있으니까 나랑 류엔에게는 어떻게 보면 상관없는 이야기야.”

 

  “그럼 엘씨랑 저랑 참가해서 달리기 시합에서 이겨야 되는 건가요?”

 

  “응, 바로 그거지.”

 

  이기면 엄청나게 많은 상금! 지금까지 이뤄졌던 이벤트들도 상금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는데 그거의 배로 주면. 산골짜기 약물가게 2호점을 낼 수 있을 정도의 돈이 생길지도 몰라!

 

  류엔은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셨다. 상금을 받았을 때 할 수 있는 일들을 상상해보자 왠지 몸에서 힘이 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엘씨가 같은 편이면 이길 수 있어요! 엘씨는 실타텐 마을 최강이니까!”

 

  류엔이 엘씨의 손을 잡고 흔들며 말했다. 엘씨는 류엔의 칭찬 아닌 칭찬이 부끄러운지 뒤통수를 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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