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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산골짜기 약물가게
작가 : 인구수낭비
작품등록일 : 2017.12.12

[게임 판타지/라노벨]
이곳은 없는 거 빼고 다 파는 산골짜기 약물가게입니다.

 
11화. 이번에는 진짜로 첫 번째 손님! (6)
작성일 : 17-12-12 20:49     조회 : 260     추천 : 0     분량 : 4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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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나그네의 부탁, 나랑 달리기 시합.”

 

  이야기를 길게 이어나갈 것처럼 행동하던 바니는 짧게 말을 끝냈다. 바니의 말이 끝나자 엘씨는 눈물을 숨겼다.

 

  “정말 감동적인 이야기였어요.”

 

  감동적인 이야기? 이제부터 이야기의 본격적인 시작 아니었어? 류엔의 머릿속은 의문으로 가득했다. 그런 류엔의 머릿속을 알 리가 없는 엘씨와 바니는 대화를 이어나갔다.

 

  어느새 엘씨가 타온 차를 한 모금 마신 바니의 양 갈래로 묶은 머리카락이 밑으로 축 쳐졌다.

 

  “그럼 ‘이’ 이유 때문에 그 약물을 얻으려고 하신 건가요?”

 

  “……바로 그 이유.”

 

  엘씨는 또 다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류엔은 엘씨가 평소에 손수건을 가지고 다녔다는 것에 대한 놀란 마음은 가볍게 넘겼다.

 

  엘씨와 바니의 대화를 집중해서 들어봐도, 류엔은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나그네가 부탁을 했는데 그것이 바니와의 달리기 시합이었고. 그리고?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되었다는 거지? 류엔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가 속으로 품은 의문에 대답을 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엘씨와 바니는 류엔에게 설명을 해주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달리기 시합을 해서 지는 사람이 죽는 시합이라니. 너무 잔인하잖아. 그것도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서로 사랑에 빠졌어요? 어쩌다가요? 달리기 시합? 그건 또 왜 하는 거예요?”

 

  엘씨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류엔이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엘씨는 퀭한 눈빛으로 류엔을 바라보았다. 괜한 것을 물은 것 같은 느낌에 류엔은 자신의 뒤통수를 긁었다.

 

  “류엔, 너는 도대체 지금까지 뭘 들은 거니?”

 

  “어, 그게 그러니까요.”

 

  엘씨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 류엔이니까 어쩔 수 없지, 하고 말을 덧붙인 엘씨가 어깨를 으쓱했다.

 

  “역시 바보, 가게 주인.”

 

  바니마저 퀭한 눈빛으로 류엔을 바라보았다.

 

  방금 해줬던 이야기 속에 저 내용이 전부 들어있었던 건가? 이야기를 못 알아들은 사람이 바보? 류엔은 아무리 생각해도, 방금 들었던 이야기 속에서 엘씨와 바니가 알고 있는 저 이야기를 유추해낼 수 없었다.

 

  “다들 왜 그러는 거예요? 이야기를 못 알아듣는 제가 이상한 거예요?”

 

  “……응.”

 

  “뭐, 그렇지.”

 

  다급한 류엔의 질문에 바니와 엘씨가 동시에 대답했다.

 

  “정말로 방금 해준 이야기 속에 저런 내용이 들어 있었어요?”

 

  “……응.”

 

  “뭐, 그렇지.”

 

  이번에도 엘씨와 바니가 동시에 대답했다. 류엔이 반복해서 몇 번을 묻던 그녀들의 대답은 똑같았다. 질문을 더 이어나가 봤자 류엔은 점점 더 바보 취급을 받을 뿐이었다.

 

  결국 류엔은 제대로 된 대답을 듣는 것을 포기한 것 마냥 고개를 떨어뜨렸다.

 

  “이제 됐어요! 약물을 주면 될 것 아니에요, 주면. 어차피 계약은 엘씨의 허락을 받아오는 거였으니까 이 약물을 손님에게 줄게요.”

 

  류엔이 투덜거리며 품에 안고 있던 [한 번 마시면 못 깨어나는 약물]을 바니에게 건넸다.

 

  안녕, 이제는 가야될 시간이야. 사랑스러운 약물아. 새로운 주인에게 사랑을 받으렴. 류엔은 손님의 앞에서 눈물을 흘릴 수 없기 때문에, 속으로 아픈 마음을 삭혔다.

 

  약물의 바로 앞에서 머뭇거리던 바니는 결국 류엔이 건네는 약물을 받았다.

 

  “이게 약물.”

 

  바니가 멍하게 자신의 손 위에 올려놓은 약물을 바라보았다. 바니는 길게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이야기, 아직 안 끝났는데. 끝까지, 안 들어도 돼?”

 

  바니가 양 갈래로 묶은 머리카락을 쫑긋거리며 말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을 막아줬으면 하는 것처럼 바니는 땅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눈치가 빠르지 못한 류엔이 그런 바니의 생각을 알아차릴 리가 없었다. 류엔은 바니가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바니와 엘씨의 대화를 이해하길 포기한 류엔은 소파에 누운 상태로 대답했다.

 

  류엔은 이제 첫 번째 손님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처럼 바니를 보고 있지도 않았다.

 

  “뭐, 이야기는 이제 됐어요. 엘씨가 허락해줬으면 그럴 만한 이야기가 있었겠지요.”

 

  류엔의 바로 뒤에서 팔짱을 끼고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엘씨는 결국 류엔의 머리를 가볍게 쳤다.

 

  “류엔, 손님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아파요!”

 

  류엔은 부어오를 것 같은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았다.

 

  “죄송합니다, 바니. 지금까지 봐온 것처럼 류엔이 멍청이라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류엔이 버릇없게 구는 건 무시해주세요, 엘씨는 그렇게 말하면서 한쪽 눈을 찡긋했다. 바니는 엘씨가 보내는 신호를 받으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류엔, 약물을 팔고 난 이후 일어나는 일은 누구 책임이지?”

 

  “엘씨 갑자기 웬 질문이에요!”

 

  류엔이 투덜거리며 엘씨의 질문에 대답을 하려고 하질 않았다. 류엔은 엘씨의 강렬한 눈빛을 필사적으로 피했다.

 

  “그러니까 누구 책임이라고 계약서에 적혀 있지?”

 

  “약물을 주문한 손님 책임이요.”

 

  “모든 책임이 손님에게? 계약서에 적어 있는 2번째 조항의 내용도 그랬었나?”

 

  으윽, 설마 엘씨가 그 조항을 말할 줄이야. 류엔은 우물쭈물했다. 류엔은 엘씨가 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들었다.

 

  계약서의 2번 조항, 약물을 사용한 것에 대한 책임은 손님이 진다. 그러나 약물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약물을 제작한 류엔에게 책임을 물 수 있다.

 

  엘씨는 100여 년 전 세계를 정복하기 위해 인간이 사는 땅으로 내려왔던 마왕과 비슷할 정도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이런 악마! 류엔은 엘씨에게 욕을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그는 역시 엘씨의 강력한 주먹이 무서웠다.

 

  “혹시 약물가게의 주인인 류엔에게 이 약물에 대한 설명을 들었나요?”

 

  엘씨가 이번에는 바니에게 물었다. 바니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손님은 이미 저 약물이 무엇인지 알고 찾아왔잖아요!”

 

  “약물에 대해 미리 알고 있다면 설명을 생략해도 된다는 말은 여기에 적혀 있지 않은 거 같은데?”

 

  엘씨는 류엔이 항상 들고 다니는 계약서의 내용을 하나하나 훑어보며 말했다.

 

  그런 내용이 적혀 있을 리가 없지. 류엔이 만든 이 계약서는 엘씨도 함께 만들었다. 계약서를 만들 때 그런 내용을 적은 기억이 엘씨에겐 없었다.

 

  “역시 엘씨는 적이에요.”

 

  “어머, 적이라니 류엔. 나는 언제나 네 편이란다.”

 

  류엔의 말에 엘씨가 어깨를 으쓱했다.

 

  믿었던 엘씨가 배신을 하다니. 류엔은 이를 갈았다. 그 힘이 얼마나 강하던지 류엔과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바니에게 까지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나, 책임질 수 있어. 안 도와줘도 돼.”

 

  류엔이 너무 불쌍했던 모양인지 바니가 말했다. 바니는 손에 꽉 쥐고 있는 밝은 분홍색의 약물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말했다.

 

  “정말로, 나 책임질 수 있어. 안 도와줘도 돼.”

 

  “무슨 소리입니까. 도움을 받고 싶지 않을 정도로 류엔이 못미더워서 그러시나요? 류엔이 멍청해보여도 쓸모는 많은 아이랍니다.”

 

  엘씨가 이번에는 류엔을 바라보며 말을 했다.

 

  “류엔, 어떡하니. 첫 번째 오신 손님의 만족도가 많이 낮겠구나.”

 

  만족도가 낮든 말든. 류엔은 엘씨의 말에 관심이 없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 약물가게를 선전할 때 이용하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엘씨는 그런 류엔의 행동을 미리 예상했다. 엘씨는 능청스럽게 말을 이었다.

 

  “원래 첫 번째 손님이 소문을 내줘야 다음 손님이 더 많이 오는 건데.”

 

  다음 손님이 많이? 엘씨가 하는 말에서 관심을 없애려고 노력해도 류엔은 이미 엘씨의 말에 집중을 하고 있었다.

 

  “아아, 이번 손님은 제비릿 제국에서도 높으신 분이니까 소문이 정말 크게 날 수 있을 텐데.”

 

  소, 소문이 크게!

 

  “그렇게 먹고 싶어 했던 햄버거도 배가 터지게 먹을 수 있겠지? 손님이 많아지고 돈을 많이 벌면?”

 

  해, 햄버거! 배터지도록! 햄버거를 먹을 수 있다면 첫 번째 손님에게 조금 더 잘 해줘도 괜찮을 것 같기도. 류엔은 당장이라도 엘씨의 유혹에 넘어갈 것 같았다.

 

  “류엔이 창립한 산골짜기 약물가게 안을 손님들이 가득 채우는 모습도 볼 수 있겠지?”

 

  가게 안에 손님들이 가득!

 

  엘씨가 더 이상 말을 이을 것도 없었다. 류엔은 당장 소파에 누워있던 자세를 바꿨다. 계속해서 말을 이으려는 엘씨의 말을 끊을 정도로 빠르게, 류엔이 바니에게 다가갔다.

 

  “손님, 저만 믿으세요. 산골짜기 약물가게의 주인, 류엔. 저는 손님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드리겠습니다!”

 

  “약물 가게 주인, 갑자기 이상해.”

 

  바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하하, 손님. 제가 이상해지다니요. 저는 언제나 손님들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류엔은 필사적으로 바니의 양 손을 잡았다. 그리곤 바니의 양 손이 보물이라도 되는 것 마냥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쓰다듬었다.

 

  “손님의 손에 있는 이 약물은 제가 만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손님이 이 약물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드릴게요.”

 

  맛있는 햄버거를 배터지도록. 가게 안을 손님으로 가득 차도록.

 

  “최선을 다하겠어요. 사랑합니다, 손님!”

 

  “소, 손님을 사랑까진 할 필요 없어!”

 

  충동적으로 류엔이 던진 말에 엘씨가 흥분해서 외쳤다. 얼굴에는 티가 나지 않지만 엘씨의 귓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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