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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산골짜기 약물가게
작가 : 인구수낭비
작품등록일 : 2017.12.12

[게임 판타지/라노벨]
이곳은 없는 거 빼고 다 파는 산골짜기 약물가게입니다.

 
7화. 이번에는 진짜로 첫 번째 손님! (2)
작성일 : 17-12-12 20:45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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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첫 계약서!

 

  류엔은 혼자만의 힘으로 계약서를 처음 얻어낸 것이 너무 기뻤다. 소녀에게서 돌려받은 계약서를 품에 한 번 안아보고, 가게 안에 장식해놓았던 무궁화양 피규어 무릎 위에 올려도 놔보고, 액자 안에 한 번 꽂아보고.

 

  가장 적절한 위치는 역시 액자 안이라고 생각한 류엔은 결국 계약서를 액자 안에 집어넣었다. 계속해서 종이를 본다고 해서 그 안의 내용이 바뀌는 것도 아니건만. 류엔은 읽었던 내용을 읽고 또 읽었다.

 

  [판매자: 산골짜기 약물가게 주인, 류엔

  구매자: 레비릿 제국 황녀, 바니]

 

  “첫 손님은 이름도 참 아름다우시네.”

 

  류엔은 손님의 이름보다 더 중요한 정보가 이름 바로 앞에 적혀 있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토끼를 닮은 소녀, 바니의 이름이 예쁘다고 마냥 칭찬하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류엔은 주머니 속에 들어간 무거운 동화 주머니가 만족스러웠다. 평생 동안 가게에서 약물을 팔아도 벌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양이 지금 주머니 안에 있었다. 손님이 엘씨를 만나 약물을 받지 못하게 되면 이 돈은 공짜!

 

  공짜를 좋아하면 머리카락이 빠진다고 하지만. 뭐, 한 번쯤은 괜찮아! 머리카락이 빠지면 머리카락이 자라는 물약을 먹으면 되는 걸.

 

  류엔은 엘씨가 바니에게 약물을 받을 수 있도록 허락해줄 것이란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멍하니 계약서만 보고 있는 것이 질린 류엔이 드디어 가게 밖으로 나왔다. 계약서는 누가 훔쳐가지 못하도록 비밀장소 3에 넣어놓은 뒤, 가게의 문을 닫은 채 마을의 시장으로 향했다.

 

  “오, 이게 누군가. 류엔이 아닌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길을 나서는 류엔을 가장 먼저 반겨주는 건 한스였다. 한스는 등에 메고 있던 무거워보이는 짐을 바닥에 내려놓더니 말을 이었다.

 

  “자네 혹시 오늘은 아직 엘씨를 만나지 않았나?”

 

  “어, 어떻게 알았어요, 한스?”

 

  류엔은 깜짝 놀라 바로 앞에 있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가까스로 몸의 균형을 잡는 것에 성공한 류엔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넘어지면 혹시나 주머니에서 동화가 떨어질 수도 있잖아. 조심해야지, 조심. 류엔은 본능적으로 주머니를 한 번 쓰다듬었다. 다행히 주머니 안에 들어 있는 동화의 양은 변하지 않았다.

 

  “자네의 발걸음이 가벼운 날은 대체적으로 그랬지. 그냥 가벼운 추측이었네, 가벼운 추측.”

 

  “역시 한스는 대단해요. 못하는 게 없어요! 돈도 많이 벌고, 가게에 손님도 많고, 힘도 세고, 추측도 잘하고, 무궁화양도 좋아하고!”

 

  이러다가 한스가 우리 마을 최고의 남자로 뽑히는 거 아니에요, 하고 류엔이 가볍게 덧붙였다.

 

  한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류엔이 하는 말이 반은 진담, 반은 농담이란 것을 알아차린 한스가 바닥에 내려놓았던 짐을 다시 들어올렸다.

 

  “……그래서. 오늘은 자네에게 무슨 좋은 일이 있었나?”

 

  해실해실 웃으면서 한스의 옆을 졸졸 따라가고 있는 류엔에게 한스가 물었다. 류엔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박수를 쳤다.

 

  “아! 한스, 한스! 오늘 저한테 어떤 좋은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한 번 맞춰보실래요?”

 

  류엔이 방방 뛰며 한스에게 물었다. 한스는 고민하는 것처럼 인중을 잠시 찌푸렸다. 하지만 결국 생각나지 않았단 의미를 담아 고개를 저었다.

 

  “알려줄까요, 말까요?”

 

  처음으로 한스가 모르는 것을 발견한 것이 그렇게 즐거웠는지. 류엔은 뜸을 들이며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자네가 말하기 싫으면 듣지 않도록 하지.”

 

  한스는 류엔이 생각했던 것보다 류엔에게 관심이 없었다. 바로 대답을 해줄 것 같지 않자 한스가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긴 한스의 다리가 가는 거리를 따라가려면 류엔은 가볍게 달려야 했다. 겨우 한스의 옆에 따라잡는 것에 성공한 류엔이 한스의 옷 한구석을 잡았다.

 

  “마, 말해줄게요, 한스. 한스가 너무 듣고 싶어서 말해주는 거예요. 한스, 내가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글세. 자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군.”

 

  “손님이에요, 첫 손님!”

 

  “오!”

 

  한스가 짧게 감탄했다. 엘씨와 함께 류엔에게 장사의 기본을 가르치기 위해 노력한 날이 얼마나 길던가. 이제야 류엔이 본격적으로 약물 장사를 시작했단 생각을 하면 괜히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한스는 감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때요, 한스. 나 잘했죠?”

 

  류엔이 양 팔을 파닥거렸다. 류엔의 팔보다 긴 하얀 코트가 위 아래로 나풀거렸다.

 

  “자네에게 장사를 가르쳐준 엘씨와 내가 대단하군!”

 

  “그런 반응을 원한 건 아니었는데.”

 

  생각도 못했던 한스의 대답에 류엔이 잠시 움찔거렸다. 그러나 이내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돌아온 류엔은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매일 한스랑 엘씨한테 얻어먹기만 했죠? 오늘은 제가 점심을 사드릴게요! 내가 돈도 낼게요. 우리 햄버거 가게 같이 가요, 네?”

 

  류엔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자신의 가게 앞에 도착한 한스가 고민을 했다. 류엔은 한스가 거절하기 힘들도록 그의 팔을 붙잡고 이리저리 흔들었다. 류엔의 하얀 코트가 바람에 휘날렸다.

 

  한스가 계속 대답을 하지 않자 류엔은 입 안 가득 바람을 집어넣었다. 이렇게 하면 엘씨가 항상 부탁을 들어줬었지.

 

  그 방법은 엘씨에게만 통하는 것이란 사실을 모르는 류엔은 기대에 찬 표정으로 한스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자네에게는 미안하지만 오늘은 손님이 많은 날이라…….”

 

  한스는 류엔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그와 눈을 마주하지 못했다. 결국 한스는 류엔을 등지고 대답했다. 그는 매정하게도 뒤 한 번 돌아보지 않은 채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류엔은 한없이 멀어져가는 한스의 뒷모습을 애타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닫힌 한스의 가게 문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가게 문이 열리는가 싶으면

 

  “한스! 드디어 생각을 다시 했…….”

 

  가게에서 볼일을 다 본 사람들이 돌아가기 위해 문을 연 것뿐이었다. 갑자기 다가와 옷의 한구석을 잡는 류엔은 누가 봐도 이상했다. 류엔의 행동에 기분이 나빠진 손님은 바닥에 침을 뱉으며 돌아갔다.

 

  한스는 결국 류엔이 기다리고 있는 마지막까지도 가게 앞으로 나오지 않았다.

 

  하, 한스랑 같이 먹지 못하면 뭐 어때. 혼자 먹어도 맛있다고 선전에서 그랬잖아? 나중에 먹고 나서 한스한테 엄청 맛있었다고 자랑이나 하자.

 

  류엔은 바닥을 바라보며 저벅저벅 걸었다. 그렇게 먹고 싶던 햄버거를 드디어 먹을 수 있게 되었는데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가벼운 발걸음은 무슨. 류엔은 평소보다 훨씬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 남자 둘이 햄버거 집에 같이 간다면 어떤 재미가 있겠어요?”

 

  류엔은 자기 합리화를 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눈에 맺히려는 눈물은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지 못하도록 빠르게 닦았다.

 

  어느새 햄버거 가게 앞에 도착한 류엔이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 햄버거 가게 앞에는 못 보던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류엔이 다가가 그곳에 적혀 있는 말을 읽었다.

 

  [햄버거 가게 - 이벤트 진행 중]

 

  이벤트? 혹시 햄버거 할인 이벤트라도 하는 건가? 만약 저것이 햄버거 할인 이벤트를 말하는 거라면! 햄버거를 사먹고 남은 돈으로 새로운 무궁화양 피규어를 살 수 있을 지도 몰랐다.

 

  한스에게 버림받아 고통스러운 건 바로 이런 행운을 위한 것이었어. 고마워요, 한스. 이런 행복을 위해 햄버거를 같이 먹는 걸 포기해줘서.

 

  그것이 어떤 이벤트인지 확실히 알아보지도 않았으면서 류엔은 확신했다. 최근 들어 엘씨의 잔소리가 심해진 것도 저 이벤트를 만나기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햄버거 가게 문을 열기 위해 문고리에 얹은 류엔의 손에는 땀이 가득했다. 첫 손님에게서 무사히 돈을 받기까지의 고달픈 여정이 눈 앞에 아른거리는 것만 같았다. 류엔은 쉬이 문을 열지 못했다.

 

  류엔이 문을 열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손님이 기다리다 못해 류엔의 등을 밀었을 때, 류엔은 드디어 햄버거 가게 문을 열 수 있었다.

 

  마치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소처럼. 포근하게 꾸며진 햄버거 가게 내부 인테리어가 류엔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어떻게 해서든 햄버거를 먹기 위해 수없이 찾아온 햄버거 가게였지만 오늘따라 더 멋있었다. 오늘따라 더 완벽했다. 가게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햄버거의 냄새는 최고였다.

 

  그래, 여기까진 평소랑 똑같지. 하지만 이제는 비굴하게 주문을 할 필요가 없었다. 류엔은 당당하게 빈자리로 걸어갔다.

 

  메뉴판을 보고 한숨을 내쉬지 않고 있어. 지금 하는 하나하나의 행동이 전부 감격스러웠다. 메뉴판을 보고 있는 류엔에게 다가오는 종업원이 두렵지 않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무엇을 주문하시겠습니까?”

 

  대답은 자, 자연스럽게! 당당하게!

 

  “가, 가장 많이 팔리는 햄버거가 뭔가요?”

 

  조금은 말의 끝이 떨렸지만 이 정도면 성공이다. 류엔은 종업원이 말해주는 햄버거의 이름이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햄버거란 음식을 아예 처음 먹어보는 류엔에겐 모든 햄버거가 맛있어 보였다.

 

  “……이렇게 5가지 종류의 햄버거가 가장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다, 다섯 종류나! 다섯 종류를 혼자 다 먹을 수 있을까요.”

 

  류엔이 중얼거렸다. 그의 작은 목소리를 잡아낸 종업원은 표정의 변화 없이 단조로운 목소리로 질문 아닌 질문에 대답했다.

 

  “다섯 가지 햄버거는 각각 다른 분야의 회복에 특화되어 있는 물건이기 때문에 상관은 없습니다.”

 

  회복? 외부에서 들어온 햄버거란 음식은 사람을 치료도 해준단 말인가! 그렇게 햄버거에 대해 조사를 해보았는데도 처음 들어보는 정보에 류엔이 감탄했다.

 

  “전부…… 주세요!”

 

  “주문 받았습니다.”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 몰랐다. 눈을 깜빡할 사이에 식탁 위에 햄버거가 5개 놓여 있었다. 류엔이 동화 주머니에서 동화를 꺼내 건네려고 하기도 전에 종업원은 다른 테이블로 이동했다.

 

  돈을 가지고만 있으면 내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거였어! 이러니까 엘씨랑 한스가 비싼 음식을 그렇게 매일 같이 사먹지.

 

  주문하기 전보다 현저하게 줄어든 동화 주머니는 확인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 류엔이었다. 류엔은 식탁 위에 올려 있는 햄버거를 하나 집어 올렸다.

 

  방금 만들어진 것처럼 따뜻한 햄버거가 류엔의 마음을 풍족하게 해줬다. 류엔은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신 뒤 내쉬었다. 그리곤 햄버거를 입 가까이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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