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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산골짜기 약물가게
작가 : 인구수낭비
작품등록일 : 2017.12.12

[게임 판타지/라노벨]
이곳은 없는 거 빼고 다 파는 산골짜기 약물가게입니다.

 
6화. 이번에는 진짜로 첫 번째 손님! (1)
작성일 : 17-12-12 20:45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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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게 앞이 더럽기 때문에 손님이 잘 오지 않는 거였어! 별로 쓸모없는 깨달음을 얻은 류엔은 빗자루를 들고 가게 앞으로 나섰다. 며칠 전에 불어온 강한 바람으로 인해 나무에서 떨어진 나뭇잎이 가게로 오는 인도를 가리고 있었다.

 

  저거 전부 치워야 되는 건가? 류엔은 잠시의 고민이 되었다. 가져온 빗자루와 길을 가릴 정도로 많은 낙엽을 번갈아 바라보던 류엔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지.”

 

  손님이 없으면 오늘도 식사를 걸러야 된다. 식사를 거르면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못하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약물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뭐, 계속해서 굶는 거지.

 

  돈을 벌기 위해 가게 앞에서 빗자루 질이나 하고 있어야 되는 류엔의 모습은 처량했다. 마치 나이 많은 형제의 옷을 뺏어 입은 것 마냥 길게 늘어진 류엔의 하얀 코트가 낙엽에 쓸렸다.

 

  “밥을 먹기 위해 빗자루 질을 하는 나는 약물가게 주인이라네~”

 

  작사 류엔, 작곡 류엔.

 

  지나가는 사람이 들으면 약물을 사러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멀리 도망칠 것 같은 노래였다. 그러나 자신이 부르는 노래의 파괴력을 모르는 류엔은 계속해서 노래를 흥얼거렸다.

 

  “여자 친구를 얻고 싶으시면 약물가게로 찾아오세요~ 하지만 약물가게의 주인인 류엔에게도 애인이 없답니다~”

 

  정말 약물을 팔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류엔이 부르고 있는 저 노래를 텔레비전 광고에도 집어넣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이상했다. 그러나 이 노래를 직접 만든 류엔만큼은 노래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바람에 의해 팻말까지 넘어질 줄이야. 류엔은 어느새 나뭇잎 사이에 파묻혀 있는 [산골짜기 약물가게] 팻말을 들어올리기 위해 다가갔다.

 

  “산골짜기 약물가게는 없는 것이 없는 정말 완벽한 가게~ 엄청나게 잘생긴 류엔이 만든 가게~”

 

  류엔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팻말을 잡은 팔에 힘을 줬다. 옛날에는 쉽게 들어 올릴 수 있던 팻말은 제자리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힘이 약해졌어? 원래도 약했는데 더 약해졌다니! 류엔은 남자로써 소중한 자존심에 손상을 입었다. 팔이 미끄러져서 꺼내지 못한 것이라 생각한 류엔이 다시 한 번 팻말을 들어올렸다.

 

  “산골짜기 약물가게는 없는 것이 없는 정말 완벽한 가게~ 엄청나게 잘생긴 류엔이 만든 가게~”

 

  그러나 이번에도 팻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패, 팻말이 이상한 거야! 내가 약해진 게 아니야!”

 

  홧김에 류엔이 팻말을 발로 차자 그 위에 있던 무언가가 바닥으로 데구르르 굴러갔다. 류엔은 깜짝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토끼?”

 

  허리까지 내려오는 하얀 머리카락에 퀭한 붉은 눈을 가진 소녀였다. 류엔이 순간 토끼로 오해할 정도로 소녀는 토끼를 닮아 있었다.

 

  “……아, 아파.”

 

  소녀는 목소리 톤의 변화 없이 말했다. 그리곤 아주 잠시 동안 류엔을 멍하니 바라보더니 다시 팻말 위로 올라가 눈을 감았다.

 

  “여기서 자면 안 돼요!”

 

  류엔은 금방이라도 잠들 것 같은 소녀를 앞뒤로 흔들었다. 소녀는 바람에 흩날리는 갈대와 같았다. 몸을 류엔이 흔드는 흐름에 맡긴 소녀가 너무나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어서 일어나세요! 장사 방해죄로 엘씨에게 신고할 거예요!”

 

  “……엘씨, 누구?”

 

  “우리 마을 최고의 권력자랍니다.”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류엔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할 정도로 소녀의 표정은 여전히 멍했다.

 

  소녀는 작은 손을 들어 올려 손가락으로 숫자를 셌다. 그러더니 갑자기 두 번째 손가락으로 류엔을 가리켰다.

 

  “주인?”

 

  “네?”

 

  “……약물가게.”

 

  소녀는 길게 뜸을 들이더니 짧게 말을 끊었다. 아마 이것이 이 소녀의 말버릇인 것 같았다.

 

  서, 설마! 첫 번째 손님인가! 류엔은 희망에 찬 눈빛으로 애타게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멍한 소녀와 시선이 마주쳤다.

 

  “어서 오세요, 산골짜기 약물가게에!”

 

  소녀가 대답할 틈도 없이 류엔은 그녀의 손을 잡고 가게 안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류엔보다 한 뼘 정도 키가 큰 소녀는 류엔이 이끄는 것을 따라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가게 안에 들어온 류엔은 우선 가게의 문부터 닫았다.

 

  “손님이 추울 것 같아서요.”

 

  “……응.”

 

  모든 건 계획대로. 손님이 밖으로 도망칠 수 있는 경로를 막은 류엔은 마음속으로 한쪽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하얀 머리카락이 허리 언저리까지 내려오는 소녀를 가게 안쪽으로 인도한 류엔은 곧바로 손님 접대용 소파를 치웠다. 류엔은 소파 위에 이리저리 널려 있는 약물 사용법이 적힌 종이들을 빠르게 모아 가게의 한구석에 던져놓았다.

 

  “여기 앉으세요, 손님.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

 

  그 와중에도 바닥에 아무렇게나 떨어질 것 같은 무궁화양 피규어를 붙잡는 일은 잊지 않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류엔은 무궁화양 피규어를 소파 앞에 있는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손님을 볼 땐 말이지. 봉이라고 생각하면 돼. 너한테 돈을 주는 봉이야.’

 

  며칠 전에 약물가게에 찾아온 엘씨가 류엔에게 해준 말이었다. 류엔은 엘씨의 이 말을 떠올리며 소녀를 봤다. 순간 그녀가 돈이 잔뜩 들어있는 주머니로 보였다.

 

  도, 돈이다! 돈이 잔뜩 들어있는 주머니다! 드디어 나도 햄버거나 피자 같은 음식들을 사먹을 수 있어! 아, 그런데 왜 갑자기 눈에서 땀이 나지. 류엔은 눈을 강하게 비볐다.

 

  “그래서 어떤 물약을 찾으러 오셨나요?”

 

  얼마나 비볐는지 눈가가 붉게 물든 류엔이 밝게 웃으며 물었다. 류엔이 질문에 소녀는 표정의 변화 없이 잔잔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한 번 마시면 못 깨어나는 약물.”

 

  “그건 어디서 듣고!”

 

  혹시 다른 사람이 들을까 두려워 류엔은 순간 주위를 살폈다. 당연하게도 산골짜기 약물가게 안에 있는 건 류엔과 소녀뿐이었다.

 

  “……여기, 없어?”

 

  소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우리 산골짜기 약물가게에 없는 물건은 없습니다. 없는 것 빼고 전부 다 있는 것이 이 가게에요!”

 

  “그럼……줘, 약물.”

 

  소녀가 손을 내밀었다. 그 기세가 얼마나 강하던지 류엔은 아무 생각 없이 소녀에게 약물을 넘길 뻔 했다. 다행히 류엔은 자신도 모르게 하려던 행동을 멈출 수 있었다.

 

  “그 약물은 마을 촌장님의 허가를 받아야 돼요.”

 

  “……거짓말.”

 

  소녀가 류엔의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류엔은 소녀의 시선을 가까스로 피해보려 했지만 결국 피할 수 없었다. 소녀와 눈이 마주친 류엔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그럼 엘씨의 허락이라도 받고 오세요! 엘씨는 우리 마을의 최고 권력자! 엘씨의 허락이 없으면 전 아무한테나 약물을 막 팔 수 없답니다.”

 

  이 거짓말은 통하겠지? 자신이 하는 거짓말을 소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류엔은 아예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있으면 소녀가 자신을 보지 못할 것이라 류엔은 생각하고 있었지만.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는 것까지 자세하게 소녀는 류엔을 볼 수 있었다. 소녀가 눈을 감고 있지 않으니까 소용없는 행동이었다.

 

  불안한 류엔은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손가락은 계속 이리저리 꼼지락거렸다.

 

  “……멍청이.”

 

  류엔에게 들리지 않도록 조용히 혼잣말을 한 소녀가 가볍게 혀를 찼다.

 

  “……계약서, 줘.”

 

  “계, 계약서요?”

 

  “엘씨 허락 받아올 테니…… 약물 준다는 계약서.”

 

  류엔은 서랍을 향해 달려갔다. 이리저리 서랍 위에 올려 있는 서류들을 바닥에 전부 떨어뜨리고 나서야 계약서를 찾을 수 있었다.

 

  류엔이 계약서를 겨우 찾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소녀가 말을 덧붙였다.

 

  “……도장도.”

 

  “도, 도장.”

 

  지금까지 약물을 팔아본 경험이라고는 엘씨와 한스에게 밖에 없었던 류엔은 떨리는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계약서에 어떤 것이 필요한지 어떻게 해야 유리한 위치에서 거래를 성립시킬 수 있는지 류엔이 아는 것은 없었다.

 

  이럴 때, 엘씨가 있다면 뭐라고 해줬을까. 류엔은 평소 엘씨가 자주 해주는 말을 생각해냈다.

 

  ‘류엔, 그냥 막 밀어붙이면 네가 이겨.’

 

  엄청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던 엘씨의 조언도 지금은 필요가 없었다. 류엔은 눈물을 속으로 삼키며 주머니에 항상 넣고 다니는 도장을 꺼냈다.

 

  이 도장으로 설마 나쁜 짓을 하지는 않겠지? 손님에 대한 믿음이 하나도 없던 류엔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계약서 내용.”

 

  류엔은 계약서에 미리 적혀 있는 중요한 내용들을 소녀에게 읽어주었다. 소녀는 두 갈래로 묶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배배 꼬며 류엔이 하는 말에 경청했다.

 

  그렇게 특별한 내용은 적혀 있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약물을 살 때 적어 있는 주의사항 및 사용법 정도만 적혀 있는 것이 전부였다.

 

  말을 마친 류엔에게 소녀가 말했다.

 

  “……내용 추가.”

 

  “엘씨에게 허락을 맡으면 손님에게 약물을 판매한다!”

 

  소녀가 원하는 내용을 미리 알아차린 류엔이 종이에 추가로 적었다. 류엔이 소녀에게 계약서를 건넸다.

 

  계약서를 받은 소녀는 ‘이 종이에 적힌 모든 내용을 숙지하셨습니까?’란 질문에 동그라미를 크게 그린 후 밑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그리곤 주머니에서 도장을 꺼내 이름 옆에 찍었다. 도장은 소녀를 닮은 토끼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이었다.

 

  “돈은 선불인데 괜찮으시겠어요?”

 

  ‘예약거래를 할 때는 무조건! 돈을 먼저 받아.’

 

  엘씨가 전에 해줬던 말을 떠올리며 류엔이 소녀에게 말했다. 류엔은 그 날의 추억을 더듬어가며 그 뒤에 엘씨가 했던 말을 그대로 덧붙였다.

 

  ‘먼저 내는 예약금은 거래가 파기 되도 돌려주지 않습니다, 라고 말해.’

 

  “먼저 내는 예약금은 거래가 파기 되도 돌려주지 않습니다!”

 

  류엔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류엔은 엘씨가 했던 것처럼 가슴 언저리에 팔짱을 낀 채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계약서에 이름을 적으려던 소녀가 행동을 멈추었다. 류엔이 한 쪽 입꼬리를 올려보이자 소녀는 펜을 아예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응.”

 

  부정적인 대답이 들릴 것을 각오한 류엔의 생각과는 다르게 소녀의 대답은 긍정적이었다. 소녀의 양쪽으로 묶인 머리카락이 순간 위 아래로 흔들린 것처럼 보였다.

 

  “그럼 그 아래쪽에 사인을 해주세요.”

 

  사인만 완성되면 류엔의 동화 주머니에 푸짐한 금화가 들어오게 될 것이다. 류엔은 가까운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찬 상태로 침을 크게 삼켰다.

 

  뭐든지 할 수 있어. 이제 엘씨한테 돈 없다고 욕먹지 않아도 돼. 엘씨는 분명 약물 못 팔도록 해줄 도와줄 테니까. 저 손님한테 돈만 받고 거래를 마치면 되는 거야. 류엔은 자신이 조금은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단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아, 신님! 열심히 일을 해온 것에 대한 보답을 이제야 주시는 거군요! 신 만세, 신 최고! 사랑해요, 신님!

 

  류엔이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소녀는 펜을 다시 들어 올려 종이에 이름을 적었다. 종이를 류엔에게 돌려준 소녀는 가게 밖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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