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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산골짜기 약물가게
작가 : 인구수낭비
작품등록일 : 2017.12.12

[게임 판타지/라노벨]
이곳은 없는 거 빼고 다 파는 산골짜기 약물가게입니다.

 
2화. 첫 번째 손님 (2)
작성일 : 17-12-12 20:40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3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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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약을 다 마신 류엔이 시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 과정 속에서 수레를 끌고 지나가는 사람과 부딪혔지만 곧바로 일어났다. 머리에서 붉은 액체가 흘러내리는 것도 모를 정도로 류엔은 달리는 것에 집중했다.

 

  류엔이 직접 만든 약의 효과는 뛰어났다. 마을을 점령하다 싶이 한 여행자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류엔에게 두려울 것은 없었다. 정말 말 그대로 류엔은 죽기 직전까진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자네는 류엔이 아닌가."

 

  열심히 시장을 나돌아다니는 류엔에게 여관주인 한스가 말을 건넸다. 류엔은 한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처럼 그를 스쳐 지나갔다.

 

  [햄버거 특가 세일. NPC환영.

  햄버거 1개 50% 할인권

  아잉, 오빠 햄버거 먹고 가요~]

 

  그렇게 원하고 있던 햄버거 할인 쿠폰도 류엔의 앞길을 막을 순 없었다. 류엔은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라오는 햄버거 할인 쿠폰을 멍하니 바라봤다.

 

  하지만 지금의 류엔에게 이건 진로를 방해하는 종이밖에 되지 못했다. 류엔은 얼굴에 달라붙은 쿠폰을 거칠게 떼어냈다.

 

  무기점 앞을 지나갈 땐 언제나처럼 가게 앞에 나와 있는 엘씨를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마음에 엘씨는 류엔을 향해 손을 흔들어줬다.

 

  "류엔,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

 

  엘씨가 류엔에게 먼저 인사를 한 건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류엔은 무정하게도 엘씨의 인사를 바람처럼 스쳐 지나갔다.

 

  "류엔! 인사하잖아!"

 

  엘씨는 빠르게 지나가는 류엔을 잡았다. 자신에게 맞지 않을 정도로 큰 하얀 코트를 입고 다니는 류엔이었기에 쉽게 해낼 수 있었다. 코트의 끝부분을 잡고 그녀는 류엔을 자신을 향해 당겼다.

 

  소중한 물건을 가져간 도둑을 잡으려는 마음이 앞선 류엔은 제자리에 넘어졌다. 곧바로 일어나려 했으나 류엔을 막고 있는 사람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 류엔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이제야 자신을 보고 있는 엘씨를 발견했다.

 

  "안녕하세요, 엘씨?"

 

  "안녕하세요~ 엘씨~?"

 

  엘씨는 말꼬리를 길게 늘어놓았다. 류엔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했던 말을 반복하자 화가 난 엘씨가 류엔의 양 볼을 잡고 당겼다.

 

  "네 죄를 네가 알아라!"

 

  "에, 에씨! (에, 엘씨!)"

 

  류엔은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그들을 바라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류엔과 엘씨가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는 것 마냥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다녔다. 류엔은 애타게 뻗었던 팔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시, 시니 주거써! (시, 신이 죽었어!)"

 

  이런 삭막한 세상이라니! 류엔은 인간미가 흐르지 않는 세상에 절망했다.

 

  류엔은 엘씨에게서 풀려나기 위해 한동안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손을 들고 있어야 됐다. 슬슬 어깨가 아파왔지만 엘씨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으며 류엔을 동정하지 않았다.

 

  "아파요."

 

  어리고 연약한 동물 새끼처럼 눈물을 글썽이는 것도 엘씨에겐 통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유용하게 사용해왔던 기술은 전부 모아 불쌍하게 보이도록 노력한 것이 민망해질 정도였다.

 

  엘씨는 실수로 잘못을 저지른 불쌍한 소년6을 열심히 연기하고 있는 류엔에게 한마디 툭 던졌다.

 

  "계속 찡찡 거리면 숟가락 살인마가 뭔지 제대로 한 번 보여주겠어."

 

  숟가락 살인마? 류엔은 새로 듣는 용어에 약물 제조사 고유의 호기심이 샘솟았지만, 단어의 의미를 엘씨에게 묻는 어리석은 일을 저지르진 않았다.

 

  어차피 묻지 않아도 대충 어디서 얻어들은 말인지 예상할 수 있었다. 보나마나 무기점에 온 여행자들이 하는 말을 주어 들었을 것이었다.

 

  류엔의 가게에는 여행자 손님이 한 명도 찾아오지 않는 것을 놀려는 것처럼, 엘씨는 가끔 여행자들이 하는 표현을 따라하곤 했다. 엘씨가 그럴 때마다 류엔은 어이가 없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곤 했지만.

 

  "왜, 뭔가 불만 있어?"

 

  "아니요."

 

  지금은 자신이 저지른 죄가 있기 때문에 그러질 못했다.

 

  "류엔, 혹시 너 나한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지 않아? 엄청나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텐데."

 

  그것은 류엔을 슬슬 용서해주겠단 엘씨의 신호였다. 류엔은 재빨리 엘씨의 의도를 파악하곤 돈도 되지 않는 자존심을 버렸다.

 

  "미안해요, 엘씨."

 

  다소 진정된 엘씨는 류엔을 용서했다. 그녀는 류엔이 들고 있던 팔을 내리는 걸 허락했다. 엘씨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걸 확인한 류엔은 아픈 팔을 주무를 수 있었다.

 

  "오늘만 특별히야."

 

  엘씨는 마치 류엔이 무기점 앞을 지나갈 때를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류엔을 가게 안으로 인도했다. 가게의 카운터가 있는 곳에 연결된 통로를 통해 류엔과 엘씨는 엘씨의 집으로 향했다.

 

  평소에 어질러 있는 류엔의 집과 눈에 띄게 비교되는 집이었다. 책은 책장에 크기 순서대로 꽂아 있었다. 가구의 배치도 매우 깔끔하게 되어 있어 엘씨의 성격이 옅보였다.

 

  "사람이라면 적어도 사람답게 해야지. 뭐야, 그 나말고 다른 사람을 만나러 가려는 모습은."

 

  엘씨는 류엔을 의자에 앉게 했다. 류엔은 몸을 이리저리 꼬면서 결국 의자에 앉았다.

 

  류엔의 몸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약물은 어서 목적을 향해 달려 나가고 싶어 했다. 그러나 류엔의 행동을 막은 본능은 더 강하게 작용했다. 류엔은 엘씨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도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뭐 마실래? 커피, 아니면 홍차, 그것도 아니면 나?"

 

  사람을 무슨 식인종으로 알고 있나. 류엔은 엘씨의 말에 눈가를 찌푸렸다. 사랑스러운 무궁화양이 저 말을 했다면 이해했겠지만. 엘씨의 말은 류엔에게 불쾌감을 느껴지게 했다.

 

  "생각하는 거 뻔히 보여, 류엔. 어차피 넌 쥬스 달라고 하겠지? 그래서 어떤 쥬스 마실 거야. 무슨 맛?"

 

  "딸기 맛으로 부탁해요."

 

  엘씨는 류엔의 말을 듣곤 능숙하게 쥬스를 준비했다. 냉동고에서 꺼낸 딸기를 갈아 만든 쥬스는 꽤나 먹음직스러웠다. 류엔은 쥬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자!"

 

  쥬스가 든 유리잔이 큰소리를 내며 식탁 위에 올려졌다. 류엔이 엘씨의 눈치만 살피며 마시지 않자 그녀는 류엔에게 손짓했다. 그리곤 류엔의 맞은편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너 또 네가 만든 약물 먹었지? 저거 먹고 빨리 중화나 시켜."

 

  류엔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엘씨는 맛있는 쥬스를 앞에 두고 마시지 않는 류엔이 답답했는지 유리잔을 들어 류엔의 손에 직접 올려 놓았다.

 

  "네가 하는 게 뻔하지, 뭐. 류엔 네가 아무리 바빠도 그렇게 빠싹빠싹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잖아?"

 

  "엘씨는 날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게으른 사람?"

 

  류엔은 가슴 언저리가 쓰라렸다.

 

  "밥만 축내는 사람?"

 

  이번에는 심장 위쪽이

 

  "아, 사람은 맞아?"

 

  폐 주변이 쓰라린 것이 마지막이었다.

 

  더 이상 가만히 들어줄 힘도 남지 않은 류엔은 손에 들려 있는 딸기 쥬스를 마셨다. 시원한 액체는 류엔이 마신 약물의 효과를 약하게 만들어줬다.

 

  약물 효과가 떨어지면 안 되는데. 류엔은 무궁화양 한정판 동인지가 멀어져 가는 환상을 보았다.

 

  "그래서 약물은 왜 먹은 건데?"

 

  류엔이 묵묵히 딸기 쥬스만 마시고 있자 엘씨는 말을 덧붙였다.

 

  "나한테 부탁하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선 도와줄 수 있다고."

 

  "그 방법이 엄청 폭력적이지만 말이죠."

 

  "뭐, 어때. 난 언제까지나 네 편이니까 걱정 없잖아?"

 

  엘씨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오히려 말을 듣고 있는 류엔이 부끄러워져 고개를 숙였다.

 

  "구체적인 설명까진 필요 없으니까 이유라도 들어보자."

 

  도대체 뭐 때문에 네가 약까지 먹어, 하고 엘씨가 중얼거렸다.

 

  "사실 그게, 그러니까."

 

  류엔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보물 1호를 괴도®이란 어이없는 범인에게 빼앗겼다고 솔직하게 말하기엔 자존심이 걸렸다.

 

  "내 인내심 테스트하는 거야?"

 

  무뚝뚝한 엘씨의 말투에 류엔은 몸을 움찔거렸다. 엘씨는 화가 나기 시작할 때면 말을 무뚝뚝하게 하는 버릇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존심이냐, 목숨이냐. 그 둘 사이에서 아찔한 저울질을 하던 류엔은 결국 목숨을 선택했다.

 

  "하, 한정판 동인지. 며칠 전에 겨우 얻은 무궁화양 한정판 동인지 때문이에요."

 

  류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깜짝 놀란 엘씨는 의자를 박차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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