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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잿빛세상에 뜬 붉은 달
작가 : AT하나
작품등록일 : 2017.12.6

가상세계인 'D월드'가 상용화된 현재, D월드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처리하는 VA수사대원으로 일하게 된 주인공 린느 후즈가 겪을 미래의 이야기

 
014. 붉은 달 스캐너 사건(1)
작성일 : 17-12-12 19:14     조회 : 230     추천 : 0     분량 : 9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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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스트, 이번에 몇 번째지?”

  “네 번째. 수사대에서 이 정도까지 아무 것도 못한다는 게 진짜 화나네.”

 

  윤수가 짜증을 내며 중얼거렸다. 고스트는 지난 2주 안에 벌써 네 명의 사람을 다치게 하고 죽게 했다. 실제로 죽이려는 목적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D월드의 VA를 뜯어가서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혔다. 게다가 사라지는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주소 추적도 번번이 실패.. 수사대로서는 최근 들어 나타난 범죄자 중 가장 악질이라고 손꼽을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고스트가 나타나고 나서는 철야도 꼼짝없이 하고 있는데, 성과가 없으니 더욱 그랬다. D월드는 좀 더 혼란스러워졌다. 케이프는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아마 다음 주쯤엔 돌아올 것 같긴 하지만, 회복이 늦다. 수사대에서도 그걸 걱정하고 있었다.

 

  “오늘 회의 때, 아마 결정되겠지?”

  “뭐가요?”

 

  집에 가서 겨우 씻고만 나온 린이 자리에 앉으며 윤수와 반에게 물었다. 윤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긴 뭐야. 파트너제도지.”

  “아….”

 

  린이 초반에 왔을 때부터 계속 얘기가 나왔던 것이다. 지금은 수사대원 혼자서 사건 조사를 하고 있지만, 자꾸만 부상이 늘어나니 두 명씩을 팀으로 짜서 활동하게 하는 것이 바로 파트너제도다. 윤수가 얼핏 제닌에게서 파트너제도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실제로 실행될 가능성이 커보였다. 이것에 대해선 찬성하는 사람들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윤수는 그다지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걱정이 되긴 했다.

 

  “갑자기 파트너제도라곤 해도, 익숙해지는 덴 시간이 걸릴 텐데.”

  “어쩔 수 없죠. 부상자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면.. 받아들이는 수밖에.”

 

  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윤수야 그저 그렇다는 반응이지만, 린은 사실 별로 좋지 않았다. 혼자서 조사하는 편이 더 편리하긴 했기 때문이다. 둘이 되면, 일일이 뭘 할지 결정해야 하고 나눠야 하고.. 복잡해질 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물론 수사에 가장 익숙하지 않은 게 린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도와준다면 더 빨리 배울 수야 있겠지만.. 린은 아직도 수사대와 친해지는 게 쉽지 않았다. 친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정도인지 잘 감이 안 왔다. 오늘 회의 때에는 고스트 특별팀도 꾸려질 것 같다는 소문도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은근히 회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수사대장이 회의를 소집했을 때, 사람들은 엄청 빨리 회의실에 모였다.

 

  “중요 전달사항이 두 가지 있다. 우선은 수사대에 파트너제도를 전면 도입한다는 것이다. 파트너는 내가 임의로 정했다. 이의는 받지 않는다. 수사목록은 이후에 저절로 합쳐질 테니 협력해서 해결하도록. 파트너가 정해지기는 했지만, 무조건 그 사람과 동시에 접속해야 하는 건 아니다. 나나 제닌에게 알리면 현재 접속 중인 수사대원과 연결해 임시파트너가 형성된다. 되도록 개인 수사는 지양하도록.”

 

  쉽게 설명하면, 파트너가 정해지면 수사를 함께 하도록 지금 주어진 수사목록도 합쳐진다는 것 같다. 그렇게 될 경우, 특별한 사건에 팅미 꾸려졌던 것처럼, 모든 사건을 둘이 함께 해결한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어쨌든 긴급상황이라는 것도 존재하므로, 둘이 함께 접속할 수 없을 경우엔 임시적인 파트너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렇게 비합리적인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파트너를 짠 화면이 떴다. 어쨌든 린 자신은 막내로 들어왔으므로 가장 마지막을 보았다. 그리고 자신을 찾았다. 그리고 파트너가….

 

  “앗. 누나랑 나랑 파트너다.”

 

  반이 기뻐서는 맞은편에서 웃으면서 린을 보았지만, 린의 표정은 별로 밝지 않았다. 반이 싫은 게 아니다. 경험이 너무 없는 자신과 반을 붙여놓았다는 것이 불만이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진 않았다. 일단 이의는 받지 않겠다고 했고.. 임시 파트너도 가능하다고 했으니까 큰 문제는 없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 것이다. 윤수는 자신의 파트너를 찾다가, 자신이 부대장인 제닌과 파트너인 것을 보고 매우 티가 나게 절망헀다. 수사대원들의 잠깐의 수군거림이 끝나고, 대장은 곧장 다른 중요한 사안으로 넘어갔다.

 

  “고스트와 관련된 이야기다. 이번에 벌써 네 번째 사건이 벌어졌다. 다시 한 번 정리하지.”

 

  화면에 네 번의 사건이 시간순서대로 정리해놓은 것이 떴다. 사실 사건을 정리했다고는 하지만 피해자가 네 명이나 생겼는데 아직까지도 확실히 어떤 사람들을 공격하는 건지 패턴이 잡히지 않는다. 즉, 피해자들의 공통점이 별로 없었다. 처음 사건의 피해자는 남성이지만, 그 다음은 여성이다. 전혀 연관성도 없다. 그리고 지금 네 번째 사건에 이르기까지, 도저히 꼬투리를 잡을 수가 없다. 두 번째 사건과 세 번째 사건의 경우는 범죄자라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그걸 공통점으로 보기에는 첫 번째와 네 번째 사건 피해자가 범죄자가 아니었다. 그래서 수사대에서는 내키는 대로 잡히는 사람을 공격하는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있다. 즉, 무차별 공격을 행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나타나자마자 사람을 공격한 후, 곧장 사라지는데다 나타나는 장소도 일정하지 않아서 도저히 꼬리를 잡을 수가 없었다. 사건 정리를 한 대장은 고스트 특별팀을 발표했다. 그리고 거기엔 또 다시 린과 반도 포함되어 있었다.

 

  “고스트 특별팀이라고 해서 고스트만 쫓는 건 아니다. 이것과 관련해 좀 더 면밀한 수사를 진행해주었으면 한다. 이번엔 내가 이끌 테니 꼭 검거하도록 하지.”

  “예!”

  “보고할 것 있나?”

 

  대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제닌이 굳은 얼굴로 손을 들었다. 대장의 제닌을 쳐다보니, 제닌이 금세 입을 열었다.

 

  “다소가 다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곧 재판을 받을 다소의 행동대장 샷건의 석방을 요구하면서요.”

  “그래, 여태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던 것이 이상하지. 피해지역은?”

  “일단은 샷건이 잡혔던 D월드 센트럴에 있는 경찰서입니다. 경관 두 명이 중상입니다.”

 

  다소…. 샷건 정도의 행동대장이 사라지고 나니 조용해졌던 다소는 일단 샷건을 되찾아오자는 노선을 취한 모양이다. 샷건과 그 부하를 조사하면서 다소를 소탕해보려고 다소에 대한 정보를 캐냈지만, 별달리 나온 게 없었다. 다소 자체가 워낙 점조직이라 그 유명한 샷건도 자신의 두목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고 했다. 그저 같은 목적으로 움직일 뿐인 무형체의 조직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샷건 외에 유명한 사람은 또 없다. 어쩌면 따로 잡히는 범죄자들 중에서도 다소에 협력했거나 다소 소속인 사람들이 있으나 아무 말을 않는 것일 지도 모른다. 이런 단체에서 샷건을 요구하는 것도 조금 이상하기는 하지만.. 다소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하던 회의는 금세 끝이 났다. 반과 윤수가 린 쪽으로 걸어왔다. 린은 방금 전까지도 컴퓨터가 고장난 걸 고치고 와서인지 어깨가 뻐근한 걸 느끼고 어깨를 돌리고 있었다. 반은 린에게 미소를 보였다.

 

  “파트너됐으니까, 열심히 할게.”

  “응, 나도. 아직 너랑 내가 둘 다 경험이 부족하니까.. 조심히 하자.”

  “나 봤냐고…. 나 부대장님이랑 파트너라고…….”

  “그게 왜요? 좋잖아요, 부대장님.”

  “그래, 물론 수사대원으로서 완전 존경하지. 사건해결도 엄청 빠르시고.. 근데 그만큼 엄청 일하신단 말이야.. 난 당분간 정시퇴근을 포기해야할 거야….”

 

  제닌 자체에 대한 불평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일찍 퇴근하지 못한다는 게 속상한 모양이었다. 그럴 수 있지…. 반은 납득했지만 린은 반과 파트너가 되어서 그런지 차라리 제닌과 파트너가 되었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장에게 윤수와 자신을 바꿔서 파트너를 바꿀 수 있는지를 건의하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린은 핸드폰을 열어 수사목록을 확인했다. 아무 것도 뜨지 않던 화면에서, 꽤 많은 목록이 섞여서 떠올랐다. 자신이 아는 것들과 모르는 것들로 말이다. 린은 반에게 물었다.

 

  “내가 모르는 건 네가 하고 있던 수사겠지?”

  “응. 그럼 일단 각자 수사하던 자료 읽어보고, 뭐부터 해결할지 결정해서 움직일까?”

  “좋은 생각이네. 공유폴더 만들어봐. 바로 정리한 거 업로드 할게.”

  “야, 윤윤수. 노닥거리지 말고 얼른 와.”

 

  반이 린의 말에 공유폴더를 만드는 사이, 기운이 쭉 빠진 윤수를 부르는 건 파트너를 찾는 제닌의 목소리였다. 윤수는 아주 힘 있게 ‘네!’라고 대답했으나, 마치 오징어가 지상에 있는 것처럼 흐물흐물 걸어갔다. 어차피 퇴근을 정시에 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수사대인 걸 알고 있을 텐데도 저렇게 싫어하다니.. 무슨 사정이라도 있나 싶을 정도였다. 린이 나가는 윤수의 뒤통수를 보고 있던 사이, 반이 공유폴더를 만들었다. 린은 거기에다가 자신이 조사하던 내용들을 정리한 파일을 올렸고, 반이 올린 것을 빠른 속도로 읽었다. 대부분의 사건은 언제나 그랬듯 정보탐색꾼 사건이다. 일단 피해 정도가 큰 사건부터 해결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파일을 다 읽어보고 있던 린은, 뭔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그리고 그걸 반도 본 모양이다.

 

  “…누나, 사건 중에서 좀.. 공통적인 게 있는 것 같지 않아?”

  “응, 그런 것 같네. 일단 우리 자리로 가자.”

 

  회의실에서 나온 반과 린은 수사대원들이 둘씩 모여서 사건을 정리하고 있는 기이한 모습을 봤다. 매일 자신의 사건을 처리하느라 바빴는데.. 일단 반의 자리로 가고, 린은 윤수에게 수사를 배울 때 썼던 의자를 가지고 반의 자리 쪽으로 갔다. 반은 린과 자신의 사이에 있는 파티션을 없애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던 차에, 린이 사건을 하나씩 띄우는 걸 보고 그것에 집중했다. 사건의 발생지 같은 것은 제각각이기는 한데,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무기인 스캐너였다.

 

  “이 스캐너, 요새 많이 발견되는 거 맞지?”

  “응. 의학부에서 이번에 특정해서 ‘정신분열타입’이라고 이름 붙였어. 여기.”

 

  반이 의학부에서 정리한 스캐너 종류들 중 가장 마지막에 올라온 ‘정신분열타입’의 스캐너를 보여주었다. 그걸 보고 있던 린은 어쩐지 낯이 익다는 걸 알았다. 조금 더 기억을 되짚어보니, 그것은 자신이 처음 수사대에 와서 잡았던 정보탐색꾼들이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그 때는 이것이 처음 발견되어서 특정조차 되지 않았던 것이었는데…. 이 흉기가 그 정도로 보급이 되었다는 말이리라. 그런데 이름이 이상하다. ‘정신분열타입’이라니….

 

  “스캐너에 대해서 설명 좀 해봐. 정신분열이라고? 내 피해자들은 다 사망해서 그냥 일반 스캐너인 줄 알았는데.”

  “응, 스캐너가 그렇듯이 정보를 다 훔치면 피해자는 사망해. 그런데 이 타입은.. 정보를 다 훔치지 않더라도 피해자에게 정신적인 피해를 주는 걸 발견했어. 그러니까 이걸 이용해서 공격을 하면, 신체적인 피해보다 정신적인 피해를 더 입힌다는 이야기야.”

 

  반은 설명하기보다 보여주는 게 낫겠다 싶었는지 자신이 가지고 있던 피해자들을 인터뷰한 영상 중 하나를 보여주었다. 매우 불안해하는 얼굴의 피해자와 반의 VA의 뒤통수가 보인다. 녹화한 파일에서 반이 먼저 사건에 대해 읽는다.

 

  「사건번호 R-E150. 피해자 조니 양. 지금부터 사건 관련해서 질문하겠습니다.」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덜덜 떨고 있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겉으로 큰 부상은 없어 보였다. 옷깃 사이로 붕대를 감은 게 보이긴 했지만.. 반은 피해자 조니에게 최대한 조심스럽게 상황에 대해 묻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불안해하는 눈치로 이것저것 말하려고 노력했지만, 조금 앞뒤가 없었다. 멀쩡히 진술하다가도 갑자기 여기가 어디인지 묻고, 다시 진술하다가도 난데없이 눈물을 흘렸다.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눈은 충혈되어 있다. 머리카락도 정리가 되지 않은 채 엉망으로 헝클어져 있다. 누가 보아도 미쳤다는 게 티가 났다. 반은 자세한 것보다 어떤 장면을 보여주고 싶은 건지 녹화본을 뒤로 돌렸다. 그러자 피해자가 갑자기 더듬더듬 이상한 소릴 했다.

 

  「가족…제 가족이 어, 없어졌는데……. 우리 아내하고 딸…. 조, 좋은 사람들 말고, 가, 가족…. 수사관님, 가족 좀…찾아주세요….」

 

  반이 괴로워하며 화면을 멈추었다. 화면 속의 조니는 반을 향해 손을 뻗으며 처절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가족? 가족도 함께 공격당한 건가? 린은 반을 보았다. 반은 린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조니씨, 점점 기억이 엉망으로 엉켜갔어. 저게 사건이 발생하고 4일째에 녹화한 건데, 가족을 전혀 못 알아봤어. 지금 말하는 ‘좋은 사람들’이 가족이야. 조니씨를 조사실까지 데려왔던 게 아내 분이었으니까.”

  “…그럼 뭐야. 저 심한 불안증세만이 아니라, 그 외에 기억을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것도 그 스캐너 때문이라고? 그게 가능해?”

  “VA는 정보로 이루어져 있잖아? 그걸 훔치거나 파괴하는 게 아니라, 엉망으로 꼬아놓는 거야. 그러면 신체의 정보가 들어간 데이터도 엉망이 되고, 기억들도 엉망이 돼. 그래서 사망에 이르기도 하지만,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생기는 거래.”

 

  반이 씁쓸한 듯 절박한 표정을 한 조니의 얼굴이 뜬 화면을 닫았다. 린은 그런 스캐너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단순히 파괴하는 것 이상으로 더욱 괴롭게 하는 흉기가 나왔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린과 윤수가 처음 잡았던 그 피의자는, 자신이 복수하고 싶었던 사람의 딸을 저 스캐너로 공격하려고 했었다. 즉, 딸이 미치게 만들 생각이었던 거다. 그래서 ‘복수를 완성’하고 싶었던 거다. 린은 갑자기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고 자신의 팔을 쓸었다. 그럼 자신이 맡은 피해자들의 사건들도…. 린은 반이 보여준 스캐너의 모양을 다시 보았다. 그 때, 처음 그 스캐너를 보았을 때의 매우 유사하다. 새카만 모양에 주둥이가 옆으로 길쭉하고, 손잡이가 달린 전형적인 모양. 그런데 그 때엔 없던 뭔가가, 보였다. 그 땐 뭔가로 긁어냈는지 보이지 않았던, 손잡이 부근의 어떤 문양. 그게 보였다.

 

  “저건 뭐지?”

  “이 ‘정신분열타입’ 스캐너에 공통적으로 그려진 거야. 이걸 만드는 놈들이 자신들의 것이라고 그려놓은 모양이야.”

 

  스캐너에는 붉은 색의 초승달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 린은 자신이 조사하던 사건에서 발견된 흉기들에도 그 모양이 새겨져 있는 걸 발견했다. 이상한 일이야. 누가 자신들이 만들었다는 걸 이렇게 알리고 싶어 한다는 거야? 꼬리가 잡히잖아…. 게다가 스캐너는 만들기도 힘든 것인데 갑자기 이렇게 다량으로 사용된다는 건, 누군가가 보급하고 있다고밖엔 생각할 수가 없었다. 흉기의 입수경로에 대해서도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건에서 이 흉기가 사용되고 있다면 말이다.

 

  “반, 대장님께 보고하고, 관련사건 우리가 가져오자.”

  “그러는 게 낫겠지? 누나랑 내 수사목록을 합치기만 했는데도 5건이나 나오는 걸 보면.”

 

  반에게 세 건, 린에게 두 건이었다. 그 중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방금 보았던 조니씨 한 명. 린과 반은 곧장 수사대장실 쪽으로 걸어갔다. 노크를 하니 안에서 들어오라는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와서 둘 다 들어갔다. 안은 별다른 게 없었다. 굉장히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는 느낌은 주지만, 그 외의 것은 잘 느낄 수 없었다. 수사대장 조셉은 린과 반이 함께 들어오자 무슨 일이냐는 듯 두 사람을 보았다.

 

  “방금 전에 수사목록 합친 걸 보다가 흉기가 공통적인 사건을 발견했어요. 아마 다른 수사대원들한테도 상당수 퍼져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맡아서 해결해보겠습니다.”

  “흉기가 공통적이라고? 어떤 거지?”

  “어제 의학부에서 특정해준 ‘정신분열타입’ 스캐너를 사용한 범죄예요.”

 

  반이 스캐너를 보여주며 말했다. 정신분열타입. 어제 특정되었지만 수사대장도 이것에 대해서는 이미 보고를 받았다. 특정이 될 정도라는 건 확실히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게다가 피해자의 정신분열을 일으키는 흉기라니, 끔찍한 것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린과 반에게 맡겨도 괜찮느냐는 것이다. 둘 다 경험이 적은 것이 걸리기는 하지만 실력은 좋다. 린도 성장속도가 빠른 편이고, 반도 사건해결에 있어선 꽤 집요하다. 대장은 자신의 감을 믿어보기로 했다.

 

  “좋다. 그러면 이 사건은 둘이 맡아서 하도록. 다른 수사대원들에게 이 스캐너가 사용된 사건들은 다 너희들에게 보내도록 지시해두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사건이 조금이라도 커진다 싶으면 제닌에게 보고하도록. 섣불리 움직이면 오히려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만약 이 사건을 쫓다가 스캐너를 만드는 집단에까지 수사하게 되면, 이 스캐너에 오히려 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수사대장은 그걸 조언해주고 있었다. 곧 수사대장은 린을 보았다가 말을 이었다.

 

  “사건이름은 ‘붉은 달 스캐너 사건’이라고 하지.”

  “네.”

  “……네.”

 

  반은 곧장 대답했지만, 린은 대장이 자신을 보고 이 이름을 붙인 걸 알고 뒤늦게 대답했다. 반은 린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걸 알고 수사대장실에서 나와 린에게 물었다.

 

  “왜 그래?”

  “…대장님이 날 놀린 거야. 사건 이름말이야.”

  “놀린다고?”

  “……내 이름이 어느 나라 말로는 ‘붉은 달’이라는 뜻이거든. 아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린느 후즈, 라는 린의 본명은 확실히 ‘붉은 달’이라는 뜻이다. 안 그래도 스캐너에 새겨진 그 달 색깔을 보고 꺼림칙했는데 거기에 그런 이름을 붙이는 게 별로 기분이 안 좋았던 것이다. 그건 아마 수사대장 나름대로의 장난이었을 텐데, 이렇게 무서운 사건에 같은 이름이 들어간다고 웃어줄 정도로 린은 사교적이진 못했다. 누구라도 기분이 좋을 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린도 언제나 자신의 이름을 보면서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달이라고 하면 보통 노란색을 떠올릴 텐데, 왜 빨간 달이라는 뜻으로 이름을 지었을까. 뭐,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말이다. 그 때 린과 반의 수사목록이 계속 추가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보니, 다른 수사대원들에게서 ‘붉은 달 스캐너’가 사용된 사건들이 모두 두 사람에게로 넘어오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린에게는 수사대장으로부터도 메시지가 왔다.

 

  『보안부에서 조사하고 있던 사건 중에도 ‘붉은 달 스캐너 사건’이 매우 많다. 보안부와 공조하도록.』

 

  수가 많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설마하니 이 정도로 많을 줄은 몰랐다! R사건만이 아니라 D월드 전반적으로 이 사건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면.. 두 사람이 맡아 해결할 수준이 아닌 것이다. 린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잠시 후회했다. 그리고 그 오전 시간을, 그 사건들을 정리하는데 모조리 쏟아 부었다. 점심때가 되었을 때, 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국장인 체첸과 점심을 먹기로 했다. 린은 반에게 입을 열었다.

 

  “점심 먹고 나서 좀 더 조사하자. 나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

  “응, 알았어.”

 

  반은 린이 체첸을 만나러 간다는 걸 얼핏 알았다. 사실 린이 이곳에 온지 3개월 하고 좀 더 됐지만, 국장이 수사대에 찾아오는 빈도수는 린이 이곳에 오기 전과 후가 매우 극단적으로 차이가 난다. 심지어 린을 ‘루나’라고 부르며 매우 귀여워하는 것도 사람들이 다 눈치를 채서, 체첸이 린과 각별한 사이라는 것쯤은 쉬쉬하면서도 공공연하게 알려지고 있는 중이었다. 뭐, 딱히 어떤 특혜를 준다거나 하는 건 없지만 그 친분이 있다는 것에 사람들은 매우 궁금해 했지만, 린이 극단적으로 그것에 대해 숨기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았으므로 묻고 있지는 않았다. 제닌에게 가끔 물어보는 사람들은 있었으나, 제닌은 오히려 왜 그런 것에 관심을 갖냐며 사건을 더 얹어주면서 복수하기에 사람들은 결국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묻기를 포기했다.

 
작가의 말
 

 파트너제도가 시작했습니다. 그 이전에는 수사대 개개인이 사건을 맡아 처리하고 있었지만, 큰 변화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건 '붉은 달 스캐너 사건'이 시작됐습니다. 린의 이름이기도 한 '붉은 달'이 어떤 파란을 일으킬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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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008. 세잎클로버(2) 2017 / 12 / 9 247 0 12680   
7 007. 세잎클로버(1) 2017 / 12 / 9 263 0 9112   
6 006. 수사대 첫 임무(4) 2017 / 12 / 9 233 0 4911   
5 005. 수사대 첫 임무(3) 2017 / 12 / 9 227 0 10289   
4 004. 수사대 첫 임무(2) 2017 / 12 / 7 238 0 7314   
3 003. 수사대 첫 임무(1) 2017 / 12 / 7 242 0 10554   
2 002. VA수사대(2) 2017 / 12 / 6 258 0 6350   
1 001. VA수사대(1) 2017 / 12 / 6 393 0 1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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