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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잿빛세상에 뜬 붉은 달
작가 : AT하나
작품등록일 : 2017.12.6

가상세계인 'D월드'가 상용화된 현재, D월드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처리하는 VA수사대원으로 일하게 된 주인공 린느 후즈가 겪을 미래의 이야기

 
013. 리슈베르 사 테러방지팀(4)
작성일 : 17-12-12 19:09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11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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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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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샷건은 멍한 얼굴로 땅에 처박혀 수갑을 차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눈을 한두 번 껌뻑이던 그는 곧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수갑은 채워졌다. VA에 채워지면 오프를 막을 수 있는 수갑이므로 그는 도망갈 수가 없다. 이미 옆에서는 반이 그가 현실 어디에서 접속하고 있는지를 찾고 있다. 샷건을 체포한 제닌은 굉장히 사나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진짜 애먹었네. 누구라도 다쳤으면 진짜 어쩔 뻔했어?”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왜 나까지 체포하는데요!”

  “루나, 넌 좀 괜찮냐?”

  “네, 선배님. 스치지도 않았어요.”

  “너는 무모한 짓 좀 하지 마. 진짜 운이었다고. 알지?”

 

  제닌의 사나운 질책은 린에게도 향했다. 린은 손이 조금 떨리는 걸 보고 주먹을 꾹 쥐곤 제닌에게 사과했다. 샷건은 린을 노려보았다. 린은 그런 샷건을 보고 어깨를 으쓱했다.

 

  “만약 본인이 샷건이 아니시면, 조사 받으면 자연스럽게 풀려나실 거예요. 그 전에 그 덜덜 떨리는 몸부터 어떻게 했으면 좋겠지만요.”

  “이, 이건 떨려서 그런 것뿐이야…!”

  “리슈베르에서 일하는 데이브라는 사람도 현실 쪽 사람이긴 한데, 현실 쪽 움직임이 파악이 안 되네. 근데 데이브는 왜?”

 

  리슈베르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대피시키고, 이곳에 남은 건 수사대 사람들과 샷건, 그리고 아까 인질로 잡혔던 사람뿐이다. 심지어 방금 전에 수갑을 채운 사람은 인질이었던, 후드를 뒤집어쓴 사람이다. 얼굴을 보았으나 아는 얼굴은 아니었다. 린은 체첸이 강조했던 관찰에 다시 한 번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이 샷건이잖아요. 아까 내 VA에 상처 낸 사람.”

  “무슨 소리냐고요!”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VA를 사용할 경우, 부작용으로 제어가 잘 안 되지. 특히나 그 벌벌 떨리는 부작용이 가장 흔해.”

 

  계속 아니라고 소리치는 인질에게 윤수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샷건은 윤수를 노려보았다. 그러고 보니 아까 전에, 창문으로 난데없이 쳐들어온 수사대원이었다. 이렇게까지 막무가내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그래도 리슈베르 사람들의 목숨이 걸린 일이었는데 말이다! 어디서부터 일이 꼬인 건지 잘 알 수 없었던 샷건은 일단 순순히 수사대에게 잡혀갔다. 그리고 VA는 감금당했다. 그가 감금당한 곳은 수사대원들만 접근이 허용되는 곳으로, 현실에서 추적이 끝나면 오프하게 만들기 때문에 그런 R사건 범인들이 갇히는 곳이었다. 다행이 그가 계속 접속 상태였으므로 반이 추적을 끝냈다. 추적이 끝나자 백업을 해주기로 했던 다른 인원들이 그 장소로 곧장 향했다. 의외로 샷건은, 맥없이 잡혔다. 주변에 도와주는 인물도 하나 없이, 혼자 접속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D월드에서 샷건이 오프하는 것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접속하고 있던 수사대원들도 오프를 했다. 린은 오프를 제일 먼저 하곤, 케이프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접속 초반에 다소 사람들에게 당했단 이야기를 윤수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케이프는 의학부에 딸려 있는 입원실 중 하나에 있었다.

 

  “케이프씨, 괜찮으세요?”

 

  케이프는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다행히 큰 상처는 아니라고 했다. 물론 접속을 하자마자 달려들었기 때문에 피하지는 못했으나, 접속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당한 공격이라 오히려 실제 신체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의학부 사람이 설명해줬다. 접속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현실의 사람과 신경을 연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제대로 되지 않으면 움직임이 매우 제한적이게 되고, 활동하기도 어려워진다. 몸이 벌벌 떨리는 부작용이 일어나기도 한다. 현실의 몸과 완전히 연결이 되기 이전에는 VA가 파괴되더라도 현실의 신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사실 케이프는 그 때문에 목숨을 건진 거라고 봐도 무방했다. 다소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간과한 것이 다행이었다. 하지만 옆구리를 다친 것만은 사실이라 당분간은 입원신세를 져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은 응급조치를 마친 것이고, 곧장 병원으로 옮겨질 거라고 했다. 뒤이어 윤수와 반도 뛰어왔다. 다른 사람들은 사건 정리하느라 못 와서 미안하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

 

  “어휴, 내가 루나한테 조심하라는 말 전하러 안 갔으면 형 진짜 큰일 날 뻔했다. 알지? 내가 형 구한 거다?”

 

  케이프가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두 사람이 접속하고 윤수가 다시 자리로 돌아가 백업을 하려는데, 케이프의 몸이 갑자기 경련을 일으킨 걸 윤수가 가장 먼저 발견했다. 뭔가 문제가 생긴 안 윤수는 곧장 케이프가 접속을 마치기 전에 접속을 끊도록 밖에서 조작했다. 물론 밖에서 접속을 끊는 것 자체는 보통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접속 중인 사람들의 접속을 외부에서 강제로 끊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접속 자체가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은 접속실이고, 수사대원들이 위험할 상황에 대비해 관여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윤수가 케이프에게 접속을 끊는 코드를 보냈고, 케이프가 그것을 승낙했기 때문에 접속이 그렇게 빨리 끊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생명엔 지장이 없는데, 부상 때문에 입원하셔야 한다고 들었어요.”

  “아.. 또 부상이구나. 형, 얼른 나아야 되는 거 알지? 동생들 과로사 시키고 싶지 않으면!”

  “윤수 형! 그만해. 케이프 형도 아플 텐데..”

  「큰 사건 잘 해결했군. 장하다, 꼬맹이들.」

 

  모처럼 케이프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평소에는 말을 빨리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문장을 완성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린과 반, 윤수는 케이프의 칭찬에 씩 웃었다. 그리고 곧장 제닌의 호출로 다시 수사대 쪽으로 움직였다. 다소의 행동대장인 샷건과 부하 한 명이 잡혀왔다. 단 둘이서 일을 벌일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게 샷건의 자신감이었는지 뭔지는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조사실로 걸어가면서 린이 윤수에게 말했다.

 

  “어떻게 딱 타이밍 좋게 들어오셨어요?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진짜..”

  “그렇지? 나도 놀랐네. 다른 분들은 네가 어떻게 샷건 정체를 알아봤냐고 놀라시던데. 단순히 몸이 벌벌 떨리는 부작용만 보고 판단한 건 아닐 거 아냐. 그러면 진짜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 밟아 죽인 격 아니냐.”

  “관찰을 했으니까요.”

  “관찰?”

 

  반이 되물었지만 린은 씩 웃었다. 윤수는 어디까지나 백업이었으므로 다시 본래 사건 조사로 돌아가고, 린과 반만 조사실이 있는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에 가니, 이미 제닌이 있었다. 제닌은 두 사람을 보다가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두 사람의 머리카락을 엉망으로 헝클어뜨리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게 겨우 멈췄을 때 린은 다시 머리카락을 정리해야 했다.

 

  “우리 막내들이 아주 열심히 일해서 엄청난 걸 해결했네! 아까 전엔 진짜 큰일 나는 줄 알았거든. 자세한 건 나중에 듣도록 하고, 조사실엔 린이 들어가 볼까?”

  “누나만요?”

  “일단은. 나랑 넌 밖에서 지켜보고 있자.”

 

  제닌은 무슨 생각인지 린에게 조사를 맡겼다. 제닌은 린을 쳐다보며 괜찮냐는 의사를 묻고 있다. 린은 곧 고개를 끄덕였다. 제닌은 다시 씩 웃더니만 린과 반을 데리고 조사실로 향했다. 조사실은 실제로 조사를 행하는 곳과, 조사하는 경과를 지켜볼 수 있는 방으로 나뉘어 있다. 제닌은 걸어가면서 이미 조사실에 샷건과 그 부하가 잡혀 들어가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반은 그 얘길 듣고 제닌에게 물었다.

 

  “정말로 인질 쪽이 진짜 샷건이었어요?”

  “그래. 나도 설마, 설마 했는데 그렇더라고. 다시 생각해도 대단해, 린.”

 

  곧 조사실 앞에 도착하자 린은 제닌과 반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른 쪽 문으로 들어가며 린을 응원하듯 주먹을 꾹 쥐어보였다. 이내 린도 조사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샷건이 앉아 있는 자리를 보았다. 그런데 의외로 그 앞에 있는 건.. 자신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여자였다. 샷건은 분명히 50대쯤으로 보였는데. 나이를 속일 수 없는 정부의 규칙을 생각해보면, VA를 훔쳤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다. 린이 들어가자 샷건 쪽도 린을 노려보고 있다. 그 눈을 보니 그 사람이 샷건이 맞다는 걸 린은 직감할 수 있었다. 아까 인질이었다가 체포되었을 때 그 억울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았다. 그, 눈빛 말이다.

 

  “넌 어느 쪽이었냐? 창문에서 뛰어내린 걔냐?”

  “아니. 너 잡은 쪽.”

 

  린이 웃으면서 샷건의 맞은편에 앉았다. 샷건은 입을 다물었다. 그 키가 작은 여자 쪽.. 그러니까 이 여자애가 변형VA라는 이야기이다. 좀 더 나이가 있는 사람일 줄 알았는데.. 변형VA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어서 수사대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사람일 거라 예상했던 것이 빗나갔다. 그건 린 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범죄단체의 행동대장쯤 할 만한 사람이면 나이가 좀 더 있을 줄 알았다. 뭐, 어디서나 의외의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럼, 이름.”

 

  샷건은 당연하게도 입을 다물었다. 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현행범이기 때문에 정보조회까지는 이쪽에서 할 수 있는 것이었으므로 린은 그 정보를 홀로그램 화면에 띄웠다. 샷건은 자신의 정보가 화면에 뜨자 굉장히 불쾌해하는 얼굴을 했다. 전과는 따로 기록된 것이 없다. 하지만 ‘샷건’은 한 일이 많다.

 

  “자, 타로씨. 본인이 ‘샷건’인 거 인정합니까?”

  “아니야.”

  “네, 방금 전에 접속했던 VA가 같이 잡혀 들어온 공범의 것인 게 확인됐고, 그 공범이 사용하고 있던 ‘샷건의 VA’가 타로씨의 것인 게 확인됐는데도 아니라고 하실 겁니까?”

  “밝혀놓고 뭘 자꾸 캐묻는데! 그래! 내가 샷건이다! 너 같은 애송이한테 잡힐 줄이야..”

 

  나이는 린과 동갑이다. 그 나이에 다소라는 커다란 범죄조직의 행동대장을 맡고 있다는 건, 그 동안 해온 일이 많다는 이야기이다. 머리도 절대 나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사실 린이 조금 더 놀란 부분은, 그녀가 ‘세잎클로버’ 출신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수사와는 관계가 없지만, 린과는 관계가 있기에 조금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타로는 긴 녹색 머리카락과 아주 새카만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표정은 이곳에 와서부터는 줄곧 매우 짜증이 난 얼굴이었다. 전혀 겁에 질린 기색이 없다. 그걸 보니 샷건이라는 것도 인정할만했다. 그래, 담력은 말이다.

 

  “내 쪽이 샷건인 걸 안 건, 운이냐? 몸이 덜덜 떨린다는 것만으로 나라는 걸 그렇게까지 확신할 수 없었을 텐데.”

  “그렇지. 근데 너 걸을 때 특이하게 걷더라. 알고 있었어?”

 

  샷건은 입을 다물었다. 걸을 때 특이하다고? 몰랐다.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으니까. 린은 화면에 빈 창을 띄운 후에 그곳에 그림을 그렸다. 사람의 발 모양이다. 그리고는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사람이 보통 걸을 때에는 뒤꿈치부터 바닥에 닿도록 걷는다. 그런데 오늘 본 사람 중 두 명의 VA가 반대로 앞꿈치부터 땅에 닿도록 걸었다. 게다가

  더 이상하게도, 그 중 한 명은 그렇게 걷다가 중간에 그렇게 걷지 않았다. 그 얘기까지 들으니 샷건의 표정이 납득한다는 얼굴로 변했다.

 

  “그래서 데이브라는 VA까지 뒤진 거구만. 엄청 놀랐네.”

  “그 사람의 VA도 훔친 건가?”

  “어떨까?”

  “말 안 해도 괜찮아. 그 사람은 실제 회사에서까지 근무했던 사람이니까, 등록정보 확인해서 현실에서 수배 때리면 금세 잡힐 거거든.”

 

  오늘 린과 케이프를 마중 나갔던 리슈베르 소속의 ‘데이브’라는 사람은 리슈베르에서 꽤 오래 근무했던 사람이다.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의심할 순 없지만, 그 사람의 사상의 변화가 있었다고는 의심할 수 있다. 오늘 활동한 데이브는 어느 정도가지는 지금 눈앞에 있는 샷건이 움직였던 것이다. 중간에 갑자기 데이브가 똑바로 걷는 걸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린은 그렇게 걷는 샷건의 VA를 보았고, 리슈베르 사 안에서 그렇게 걷는 사람을 한 명 더 발견했다. 같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챌 수밖에 없었다.

 

  “샷건. 네가 D월드에서 저지른 범죄를 간단히 읊어줄게. 폭행 관련 23건, 상해 관련 11건, 살해 관련 5건, 재산범죄 관련 7건. 전적, 엄청나네?”

  “너, 리슈베르 본사에서 내가 한 말 허투루 들었어? D월드는 없어져야 해! 그런 데서 벌인 게 무슨 범죄라는 거야!”

  “무슨 범죄냐고? 그렇게 말한다면야.”

 

  린은 여전히 자신이 범죄자라고 인정하지 않는 샷건을 보다가 화면에 어떤 사진을 띄웠다. 린도 별로 보고 싶지 않았던 사진이고, 지금 처음 보는 사진이다. 샷건 관련 파일에 들어 있던 것인데, 현장사진까지는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처음 보는 것이다. 린이 띄운 건 샷건이 저지른 살인사건의 실제 현장사진이다. 그러니까 VA가 살해당한 이후 현실에서 피해자의 몸의 상태이다. 연결되어 있던 신경이 강제로 끊어지기 시작하면서 일어나는 신체의 변화는 극단적이다. 사람마다 반응은 다르지만 대부분의 사망원인은 과다출혈이다. 그렇다보니 현장도 끔찍할 수밖에 없다. 린도 샷건도 인상을 찌푸렸다. 샷건은 심지어 화를 냈다.

 

  “당장 치워!”

  “왜, 네가 저지른 범죄를 보여준 거야. 네가 일으킨 사망사건 피해자들이야.”

  “그게 왜 내가 죽인 거야? 너희가 빨리 가서 구했으면 안 죽었을 사람들이잖아! VA가 파괴되고 나서 응급조치만 빨라도 안 죽어!”

  “뭐? 그래서 네가 한 짓이 아니라고?”

 

  린이 어이가 없어서 웃으면서 되물었다. 샷건은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 눈치다. 자신이 한 행동들은 D월드에서 일어난 것들뿐이다. D월드는 실존하지 않는 세계. 그것을 어째서 범죄로 치부하는가. 린은 사진을 치웠다. 그리고 샷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VA로 연결된 몸뚱어리가 단순히 누워 자는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착각하지 마! 현실의 몸은 가만히 있을지 몰라도, 그 사람들은 실제로 D월드를 돌아다니고 있는 거라고! 현실에서 칼을 들이밀든, D월드에서 칼을 들이밀든 똑같아! 그래, 적은 가능성은 있어. VA가 소멸되더라도 실제 신체는 살아나는 경우. 근데 그건, 운이라고 봐야 돼. 어느 정도 운인지 설명해주지.”

 

  린은 D월드에 대해 공부하면서 쌓은 지식이 있다. D월드에서 근무하는 것도 많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 알아야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린이 각별한 것도 없지 않지만 말이다. D월드에 접속해서 신체를 움직이려면 신경이 90% 이상 연결되어야 한다. 그게 가능한 사람에게만 VA를 만들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D월드에 접속조차 할 수 없다. 신경이 연결된다는 건, 단순히 D월드를 바라보는 수준이 아니라, D월드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걸 현실로 받아들이도록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것은 양날의 칼이다. D월드에서의 감각을 모두 다 현실의 감각처럼 느낄 수 있다는 말은, 그곳에서의 부상은 현실의 몸에도 크게 부담을 준다는 이야기이다. 초반에 신경을 90%까지 연결하지 않았을 땐 사망률이 낮았다. 사망을 하더라도 대다수는 쇼크사였다. 그런데 신경을 직접 연결하고 나니 그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게 됐다. D월드에서 칼에 찔리면, 실제 신체도 그런 고통을 느꼈다고 인지하고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그게 약하면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는 정도로 끝나는데, 강하면 신경이나 근육에 문제가 생기거나 혈관이 터지는 지경까지 이른다. 그게 사망원인이 되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D월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신체와의 동기화 정도가 95% 정도야. 반응이 저마다 다르다고는 해도 평균적으로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는다는 이야기지. 그런데 D월드에 이주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신체는 실제로는 활동이 없어서 몸이 매우 약해진 상태지. 그렇게 강한 충격을 버틸 수 있는 확률은, 1% 미만이야.”

  “이미 그 사람들은 그 가짜 세계에 몸을 버렸어. 그것 때문에 죽은 거라면 그들의 선택이잖아!”

  “D월드라는 새로운 삶을 택한 건 그 사람들의 선택이지만, 그 새로운 삶을 짓밟은 건 너야!”

 

  그런 죽음의 형태는 이제 익숙해져있다. D월드에서도 사고나 사건은 언제나 일어난다. 그 때문에 죽는 사람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형태의 죽음도 이제는 흔히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 D월드에서 벌어지는 범죄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샷건의 범죄는, 샷건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네가 D월드에서만 이런 일을 한 거, D월드에 불만이 있어서라는 거 알아. 그렇지만 그게 단순히 D월드에서 벌인 테러 정도로만 끝난다고 생각하지 마. 가짜세계? 그건 네 가짜세계가 아니라 또 다른 세계야, 샷건.”

  “넌 그 세계가 옳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네. 그건 있어선 안 되는 세계야.”

  “그 정도 되면 집착이 심하다고밖에 설명 못하겠군.”

  “또 다른 세계라고? 분리해서 보면 안 되지, 수사관 양반. 정부는 그 세계를 지배하고 있어. 그걸 이용해 여기도 지배 못할까봐? 잘 생각해. 지금 니들이 하는 짓이, 목숨을 내놓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린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전혀 반성의 여지가 없다는 것만 확인했을 뿐이다. 샷건이 범죄를 저지른 증거들은 수두룩하다. 재판에 넘겨 형을 살게 하는 것은 일사천리일 것이다.

 

  “리슈베르를 테러하려던 것도 그런 이유겠네.”

  “그래…‘리슈베르’! 그 미친 과학자가 제일 잘못됐어! D월드를 만든 게 그 작자니까!”

 

  D월드는 단 한 명의 과학자가 구상하고 만들어냈다. 물론 지금의 크기를 유지하고 있는 건 그 이후의 연구가 계속 진행되었기 때문이지만, 큰 골자는 리슈베르가 해낸 연구다. 그는 샷건이 말한 대로 D월드를 만들고, 전 세계에 그 정보를 공유했다. 그러자 유수한 과학자들이 붙어 D월드를 더욱 크게 확장해갔다. 샷건이 테러하려던 그 회사는 그 ‘리슈베르’의 유지를 이어 만들어진 회사다. D월드를 증오한다면, 리슈베르만큼 증오할 인물이 없을 것이다. 린은 이런 범죄자들을 만날 때마다 참으로 리슈베르가 불쌍했다.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지만, 그 자는 그저 발명을 해냈을 뿐이다. 이걸 악용하려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그의 의도도 악한 의도는 아니었다.

 

  “폭탄은 다소에서 제조했어?”

  “너, 접속실패에 대해서 아나?”

 

  린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샷건이 별안간 다른 소리를 했다. 린은 인상을 찌푸렸다. D월드의 어두운 면만 지껄여대고 있군. 안 그래도 최근에 세잎클로버에서 겪은 일 때문에 여전히 그 부분은 마주하고 싶지 않은데.. 린의 표정이 굳어지자 샷건은 다시 질문했다.

 

  “왜? 흔히 일어나는 일이잖아. 아니면 뭐, 트라우마라도 있나?”

  “내가 대답할 이유 없겠지?”

  “그래, 아니겠지.”

 

  아니라고? 린은 샷건을 보았다. 샷건은 더 이상 물을 것도 없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오히려 린에게서 어떤 정보를 얻어내려던 것 같다. 린은 인상을 찌푸린 채 조사를 계속 하려 했지만, 샷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물론 여태까지 대답한 것들만으로도 증거는 차고 넘치지만.. 어쩐지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그 때 제닌이 들어와 린과 교대했다. 제닌이 다시 조사를 하려는 것 같아 린은 나왔다. 나오니 반이 밖에 서 있었다.

 

  “저렇게까지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힘들겠다. 진짜 이해 안 돼..”

  “하지 마. 정상범주에서 벗어나지 말자고. …너도 지금까지 얘기 다 들은 거지?”

  “어? 응.”

  “…마지막에 샷건이 나한테 캐내려던 게 있는 것 같지 않았어? 마치..”

  “접속실패와 관련한 과거를 캐내려던 것처럼 얘기한 거?”

 

  반도 비슷하게 느꼈는지 그 얘기를 바로 짚었다. 린이 고개를 끄덕이니 반도 그렇게 느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린은 접속실패를 한 적은 없다. 그랬다면 분명히 신체에 이상이 있을 텐데 그런 적은 없다. 샷건이 뭔가를 아는 건가? 린은 오히려 그 부분이 신경 쓰였다. 린의 표정이 매우 어두워진 것을 보았지만, 반은 말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 사건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분명히 샷건 정도의 거물이면 연락처가 남을 법도 한데 하나도 안 남았더라고. 정보를 다 스스로 외우고 다니나봐.”

  “그래. 우습게도 제일 믿을 만한 정보 저장고는 뇌뿐이니까, 그렇겠지. 다른 건 흔적도 남고.”

 

  샷건 말고 다른 부하도 조사했으나, 별다른 건 나오지 않았다. 그 부하가 린에게 핸드폰을 맡겼던 그 사람이라는 것 정도만 알아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린은 뭔가 생각난 듯 반에게 물었다.

 

  “그 때 내가 그 사람 핸드폰을 해킹해서 정보를 알아낸 거거든? 그런데 그 때 ‘외부에서’ 어떤 연락이 지속적으로 있었어. 그걸 추적할 순 없나?”

  “그래, 그 얘길 했었지. 내가 맡아서 해볼게.”

 

  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국에서는 그 테러 조직 다소의 행동대장을 잡은 것으로 시끌벅적해졌다. 다소에서도 행동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아무래도 꽤 높은 급이 잡히고 나니 몸을 사리는 것 같았다. 테러방지팀은 다들 보너스를 받았다. 샷건이 저지른 범죄들도 모두 다 증거를 찾아두었기 때문에 아주 순조롭게 해결되고 있었다. 반이 휴대폰을 추적해봤지만, 이미 그 휴대폰은 처분한 모양인지 찾을 수가 없었다. 다들 그렇게 다소의 행동대장을 체포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차근차근 그 찝찝함을 잊어가고 있었지만, 아직 끝난 건 아무 것도 없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다소의 활동이 줄어 평화롭던 수사대에, 파란이 일기 시작했다.

 

  “‘고스트’라고요?”

  “그래.”

 

  제닌이 수사대장 조셉에게 묻자 그가 끄덕였다. 오늘은 수사대에서 급히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갑자기 나타난 ‘고스트’라는 범죄자 때문이었다. 고스트라는 이름을 붙인 건 조셉인 것 같은데, 그 이유를 수사대원들은 금세 납득할 수 있었다. 첫 번째 범죄일 뿐인데도 이미 수사대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 범죄자는, 형태가 그야말로 ‘고스트’의 것과 같았다. 쉽게 말해, 사람의 형태가 아닌 푸른색으로 이루어진 어떤 불덩어리 같은 모양으로 나타나 사람을 공격한 것이다. 이것은 누가 보아도 R사건, 그러니까 수사대에서 맡아야 할 사건이었다. VA의 형태를 저렇게 만들 수 있는 건 현실에 있는 사람뿐이니 말이다.

 

  “고스트는 난데없이 나타나 사람의 정보를 뜯어갔다. 피해자는 오른팔을 포함 몸의 일부까지 뜯겨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쇼크를 이기지 못하고 사망했다.”

  “뜯겼다니,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십시오.”

 

  보통 수사대에서 맡는 R사건이라고는 해도, 흉기를 사용한 사건이 일반적이어서, ‘뜯어갔다’는 말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웠으므로 이 질문은 당연한 것이었다. 수사대장도 납득하는 모양인지 화면에 피해자의 VA를 띄웠다. 데이터가 완전히 박살나기 전에 남은 파편을 수거해 복원한 것이었다. 정말 수사대장의 말대로 ‘뜯긴 것’ 같은 모양새로, 오른쪽 어깨부터 옆구리 상당수까지의 모양이 완전히 사라졌다. 증언에 의하면 파란 덩어리 같은 것에서 뭔가가 튀어나와 그 사람의 팔을 붙잡았는데, 갑자기 몸이 그대로 찢어졌다고 했다. 얼마나 끔찍했을 지는 상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VA가 파괴되어도 피 같은 것은 튀니 말이다. 수사대장이 말을 이었다.

 

  “피해자는 평범한 학생이다. 원한을 살 일도 딱히 없었고. 까무잡잡한 피부에 흰 머리카락을 하고 있다는 게 좀 특이점이긴 하지만.. 피해자 정보만으로 피의자를 특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범행목적도, 피의자 정보도 전혀 없다. 즉, 이게 한시적인 사건으로 끝이 날지, 아니면 연쇄적인 사건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전에 막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요. 주소 추적은 안 됐습니까?”

 

  윤수가 묻자 수사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스트는 피해자의 팔을 뜯어버리고는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야말로 ‘사라졌다’. D월드 속 사람들에게는 정말 유령처럼 보였겠지만, 수사대원들은 거기에서 접속을 끊었단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있다. 실제 현실에서 D월드로 접속을 하는 사람들은, D월드에서만 살아가는 사람들과 분리된 세계에서 살아간다. 그러니까 현실세계의 존재를 알리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구획을 나누어놓았다는 말이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혼란을 막기 위해 오프할 수 있는 장소도 제한적이다. 수사대원들이 그렇듯 말이다. 그렇지만 고스트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 이것은 고스트가 정부가 공인한 주소나 VA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수사대장은 어쩐지 이 고스트가, 이번 한 번으로 끝낼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수사대장은 사나운 얼굴로 수사대원들에게 경고했다.

 

  “앞으로 ‘고스트’에 대해 조심해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해가 커지기 전에 잡는다!”

 
작가의 말
 

  리슈베르 사를 테러하는 건 겨우 막아냈지만.. 아직 더 많은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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