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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Shine 샤인
작가 : 처음부터
작품등록일 : 2017.11.12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최시후'. 그에게 숨겨진 아들이 있다?
그의 아들 '현재'는 19년동안 비밀을 간직한 채 그림자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갑자기 나타난 기획사 신인개발팀의 팀장, '선영'
피는 못 속인다고 했던가. 우연한 기회로 현재의 재능을 알아본 선영.

"내가 찾던 별, 그게 바로 너야."

끊임없이 숨고 도망치는 남자와 그를 쫓는 여자.
그들의 꿈과 사랑 이야기.

 
4. 졸업발표회
작성일 : 17-12-12 17:45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7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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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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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대박. 이게 무슨 고등학교야? 난 지금 대형콘서트장에 와있는 줄 알았어.”

 

 선영은 원래도 목소리가 높은 편에 속했지만, 오늘밤은 평소보다 더 높고 맑았다. 무척이나 신난 그녀의 기분처럼.

 

 “아참, 넌 처음 왔지? 하긴. 작년까지 나랑 전 팀장님이랑 같이 왔으니까, 너는 올해가 처음이겠네.”

 

 “소문만 익히 들었는데.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니까, 정말 그 유명세가 실감나.”

 

 창조예고는 학교로 들어오는 입구부터가 남달랐다. 정문까지 길게 늘어져있는 가로수 길을 따라 수십 대의 차들이 세워져 있었다. 게다가 임시주차장으로 만들어놓은 학교운동장은 이미 꽉 차 있었다.

 

 강남일대에서 차가 밀리는 바람에 조금 늦게 도착한 선영과 지훈은 하는 수 없이 꽤나 멀리 떨어져있는 공터에 차를 주차할 수 밖에 없었다.

 

 “미안해. 내가 회의를 좀 일찍 끝낼걸.”

 

 학교를 찾아온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가로수 길을 걸으며 선영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오늘 자꾸만 실수를 저질렀다. 마시던 커피를 쏟고, 처리하던 서류를 빼먹고, 길어지지 않을 회의도 자꾸만 정리가 안됐다.

 

 자꾸만 지훈이 신경 쓰였다. 아침에 그녀의 사무실을 나서던, 그의 씁쓸한 표정이 잊혀지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이런 일이 없었는데, 무언가가 변한 듯 그가 낯설게만 느껴졌다. 오랜만에 본 기분 탓이라 스스로를 진정시키려고 해도 도무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불안했다.

 

 “아니야. 일찍 와도 상황은 비슷했을 거야. 작년에도 이랬거든.”

 

 평소와 다름없이 그녀의 모든 상황을 이해해주는 지훈이 고맙기도 했지만, 마음 한 켠으로는 핀잔이나 짜증이라도 내주기를 바랐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누가 보더라도 허물없는 사이처럼 보이도록.

 

 인파를 피해 그에게 바짝 다가선 선영은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준수한 얼굴에 선한 눈매, 자상하게 그녀를 배려하는 몸짓까지. 변한 것은 없는데, 왜 자꾸 낯설게 느껴지는 걸까.

 

 교문을 넘어서자마자 보이는 운동장을 가득 매운 차들이 보였다. 학부모들의 차들이었다. 가격을 가늠하기 힘든 비싼 차들이 대다수인 걸 보아하니, 역시 예술을 배우는 아이들은 있는 집 자식들이어야만 했나 보다. 게다가 학비도 비싼 그 유명한 ‘창조예술고등학교’니까.

 

 “이 학교는 있는 집 애들만 다니나 봐. 예술은 돈 많은 사람들이나 하는 거라는 느낌이라 별로인걸.”

 

 선홍 빛이 도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에게 바짝 붙어 걷는 그녀의 목소리를 지훈이 결코 놓칠 리 없었다. 그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바람에 스치듯 중얼거렸다.

 

 “네 입에서 그런 얘길 들으니까, 색다르다. 뭔가 오묘한 느낌이 드는 걸.”

 

 선영은 확신할 수 밖에 없었다.

 

 확실히 그는 달라졌다.

 

 

 ***

 

 

 창조예술고등학교는 개교이래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예술인들을 배출한 학교였다. 그렇기에 오늘 발표회는 그들만의 축제가 아니었다. 웬만한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크기의 공연장은 이미 발 디딜 틈 없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매년 실시간 검색에 오르내리는 화제의 행사이기에, 방송국과 신문사에서 나온 기자들은 무대아래에 포진해 있었다. 학교에서 특별히 초청받은, 선영과 지훈처럼 기획사대표들을 위한 VIP석들도 모두 만석이었다. 보석 같은 인재들을 위해 학교에서 특별히 힘쓰고 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지훈은 익숙한 듯 선영의 손을 잡고 힘겹게 사람들을 헤쳐갔다. 한참을 헤맨 뒤에야 그들은 지정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선영은 숨막히게 차오르는 열기에 두 뺨이 붉어졌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 때문인지, 지훈이 잡았던 손 때문인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공연 30분 전부터 무대를 가로막고 있는 하얀 스크린에 화려한 영상이 비쳐졌다.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이미 데뷔해 유명한 아이돌과 배우들의 얼굴이었다. 비명에 가까운 소녀들의 함성소리에 절로 고개가 돌아갔다.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거대한 군단을 방불케 하는 팬클럽이었다. 축제의 한복판에 서있는 것처럼 그녀도 가슴의 두근거림을 느꼈다.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이곳의 웅장한 팬덤이.

 

 “와. 쟤도 여기 학교였어? 몰랐네?”

 

 최근 음원 차트를 순식간에 점령한 남성 아이돌그룹의 얼굴이 화면에 떠오르자, 그녀의 목소리가 한껏 올라갔다.

 

 “이미 연예계도 창조예고 출신이 한둘이 아니야. 창조예고 출신이라면 무조건 데려가는 놈들도 있어.”

 

 “저 친구는 <골드플래닛>기획사 소속이지? 연기도 잘하던데. 오늘은 학교 무대에 서나 보네.”

 

 “요즘 아이돌은 연기마저 잘하더라고. 이번에 SBB에서 기획하는 드라마에 저 아이도 캐스팅됐어.”

 

 공연장의 어두운 조명아래 홍조를 띠고 있는 그녀의 뺨이 지훈의 시야에 들어왔다. 놀이동산에 놀러 온 아이 같은 모습에 그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신기해?”

 

 “어, 신기해. 나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안 나왔잖아. 영상으로만 봤는데, 실제로 보니까 졸업파티 같고,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축제 같아서 좋아.”

 

 불쑥 튀어나오는 흥분을 감추지 않으며 대답했다. 역시, 강선영다웠다.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작 데려올 걸 그랬다. 매번 이 시즌마다 네가 한창 바빠서 말도 못 꺼냈어.”

 

 “추석 시즌엔 항상 영화 개봉 때문에 정신 없었으니까. 오빠 탓 아니야. 그리고 이번에라도 같이 올 수 있으니까 좋아…… 난.”

 

 그녀의 수줍은 대답에 그는 입꼬리를 양쪽으로 잡아당겼다. 그리고 마침 생각났다는 듯 손에 들고 있던 팜플렛을 그녀의 눈 앞으로 들어 보였다. 정신 없이 일을 마치고 부랴부랴 이곳으로 오느라, 정작 무슨 공연을 보러 왔는지 모를 그녀였다.

 

 “그것보다 더 좋은 게 있을 텐데, 팜플렛 봤어?”

 

 “응?”

 

 “올해 졸업발표회 공연. 네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야.”

 

 그의 말에 그녀는 멈칫했다.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 그리고 그만큼 가슴 아픈 작품.

 

 알 수 없는 그녀의 표정에 지훈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더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아직도 잊지 못했구나.

 

 그녀가 접어버렸던 꿈.

 

 흔들리는 그녀의 눈동자를 본 그가 힘겹게 입술을 때려던 순간, 귀청을 따갑게 울리는 웅장한 소리가 들려왔다.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사회자의 목소리였다.

 

 “안녕하십니까. 제 27회 창조예술고등학교 졸업발표회에 참석하신 내빈 여러분. 이제부터 저희 창조예술고등학교의 연극영화과와 무용학과가 함께 준비한 공연,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큰 박수로 뜨겁게 응원 부탁 드립니다.”

 

 

 ***

 

 

 “다들 준비 마쳤지? 이제 30분 있다가 바로 시작이니까, 각자 대기실에 있다가 15분전에 등장 위치로 올라와. 절대 실수 없도록 해.”

 

 졸업작품의 총 연출담당을 맡고 있는 박상철 선생은 분장을 마친 아이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각종 시상식에서 받은 트로피가 넘칠 만큼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그는 이번 무대에 큰 심혈을 기울였다. 절대 사소한 실수 따위는 용납하지 않을 생각이다.

 

 “네!”

 

 대답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하게 가슴을 울렸다. 고개를 돌려 자신을 둘러싼 아이들의 얼굴을 둘러보던 그의 입가에 어느새 차가운 긴장마저 녹이는 미소가 번져갔다.

 

 1년 내내 그렇게 그의 속을 썩였던 아이들인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렇게 아름답고 훌륭할 수 없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공연이 마치 끝나버린 것처럼 가슴 깊은 곳에서 벅차 오르는 감정이 그를 뿌듯하게 했다.

 

 이 무대가 어떤 무대인지, 얼마나 중요한지,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창조예고의 졸업발표회는 단순히 이름처럼 졸업만을 위한 통과의례가 아니었다. 배우를 꿈꾸는 지망생이라면 절대 모를 리 없는 기획사와 예술인들이 참석하는 자리였다. 어쩌면 그들 앞에서, 그리고 대중 앞에서 공식적으로 평가를 받고 데뷔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학기초의 풋풋하고 앳돼 보였던 아이들의 얼굴은 온데간데 없었다. 완벽한 분장 뒤, 아이들의 의지와 열정은 그 어떤 배우보다도 뜨거웠다. 작은 배역을 맡은 아이까지 빠짐없이 자신의 끼를 분출하고 싶어했다.

 

 1년을 준비한 무대. 험난한 고생 끝에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그 치열했던 막이 오를 차례였다.

 

 오전에 이루어졌던 리허설부터 긴장감이 남달랐다. 호통치던 선생님이 대기실 문 뒤로 사라지자 침묵하던 아이들은 그제서야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그와 동시에 청심환이다, 물이다, 긴장을 풀기 위해 더욱 어수선하게 움직였다.

 

 현재는 그 분주함 속에서도 조용히 앉아있었다. 그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있었다. 고개를 숙인 채 애꿎은 두 손을 맞잡고 매만졌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아무리 태연한 척해보려 해도 말처럼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지금의 그를 본다면,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아주 평온한 모습이라 착각할 것이다. 그 정도로 현재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아이였다. 그림자처럼 조용하고 존재감 없이 지냈던, 그래야만 했던 그였으니까.

 

 이번 <프랑켄슈타인> 공연에서 공동 주연인 프랑켄슈타인 박사 역을 맡은 시욱은 못마땅한 눈빛으로 구석의 후미진 곳을 보며 말했다.

 

 “저 병신 새끼. 어떻게 여기까지 꾸역꾸역 왔네.”

 

 그의 싸늘한 시선의 끝엔 현재가 있었다. 아이돌로 데뷔해, 최근 공중파 드라마의 출연까지 물망에 오른 시욱은 현재를 눈엣가시로 여겼다.

 

 “병신? 누구 말하는 거야?”

 

 “누구긴 누구야. 저 낙하산.”

 

 시욱의 옆에 서있던 재민은 그의 고갯짓을 따라 현재를 바라봤다. 재민도 시욱의 말을 수긍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보는 눈이 많은 곳에서 병신이니, 낙하산이니, 그런 이야기를 입밖에 꺼내는 건 꺼림칙했다.

 

 “야……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거잖아. 담당연출인 박선생님이 현재, 끔찍하게 아끼니까.”

 

 “그러니까, 내가 낙하산이라고 한 거잖아. 당최 이유를 모르겠어. 왜 저 자식을 아끼는지. 혹시 알아? 뒤에서 돈이라도 받았을지. 그리고 너도 들었잖아. 저 새끼, 장애 있는 거. 찝찝하고 더럽게…… 내가 장담하는데, 저 병신은 무대에서 사고하나 크게 친다.”

 

 “시욱아, 그만해. 들리겠어.”

 

 재민이 두 눈을 감고 있는 현재를 흘긋 쳐다본 뒤 정색하며 시욱의 말을 막았다. 그와 동시에 시욱의 등을 억지로 떠밀며 자리를 피하려 들었다. 하지만 비웃음을 짓는 시욱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 들리라고 하는 말이야. 내 무대 망치면 저 자식 죽여버리겠다는 거, 가슴에 새겨 들으라고.”

 

 현재는 정말 못들은 것처럼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의 태평한 태도가 오히려 그의 비위를 더욱 거슬렀다. 그는 매번 듣고도 무시해버리거나 모른 척하는 현재가, 아니, 현재의 존재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공연을 앞둔 긴장감에 더욱 날카로워진 시욱이 대기실 내에 있는 사람들이 다 들을 정도로 크게 외쳤다.

 

 “아, 아닌가? 병신이라고 하더니. 귓구멍에도 문제가 있는 건가? 하하하.”

 

 무릎에 올려놓은 현재의 두 손이 움찔거렸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본 시욱은 한쪽 입꼬리를 잡아 당겼다.

 

 그래, 못들을 리 없지. 네 까짓 게, 감히 나와 한 무대를 서?

 

 현재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랐다. 적당히 무시하고 적당히 피해도, 꼭 이렇게 끝까지 집요하게 그를 괴롭히는 사람은 항상 나타났다. 새까맣게 타고 있는 속을 새빨갛게 달군 쇠갈고리로 긁는 느낌이었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현재가 그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집어삼킬 것만 같은 눈빛으로 노려봤다.

 

 현재는 바짝 마른 입안으로 느껴지는 쓴맛을 삼켰다.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그들이 그렇게 열광하고 아끼는 사람이, 사실은 얼마나 추악하고 이기적인 사람인지.

 

 눈앞의 시욱이 가장 좋은 예였다.

 

 가식덩어리 가면을 벗어 던진 시욱의 얼굴은 방송에서는 단 한번도 보지 못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상대방을 무시하고, 예의라는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카메라가 꺼지면 이렇게 돌변하는 그는 끊임없이 누군가를 무시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그와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면, 당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도 모를 것이다. 끝까지 숨기고 감추면.

 

 감정의 날이 날카롭게 서버린 이때, 현재는 우습게도, 자신의 비밀을 떠올렸다.

 

 자신의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하나밖에 없는 가족도 그렇게 사는데. 나조차도 남들에게 숨기고 사는 것이 많은데. 내가 과연 시욱을 비난하고 욕할 수 있을까.

 

 사실, 시욱은 현재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방송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느라 학교도 제대로 못나왔으니, 현재가 같은 과 학생이라는 것도 몰랐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현재의 존재가 그의 심기를 건드려 버렸다. 시욱이 주연으로 내정된 졸업공연을 준비하면서, 연출담당 선생님이 생각지도 못한 현재에게 떡 하니 상대배역의 자리를 내주었던 것이다.

 

 그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나 정도나 되는 배우가 저 따위의 애송이와 함께 무대를 올라가다니.

 

 하지만 대외적 이미지 때문에 대놓고 반대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라도 악의의 말을 하고 침 뱉듯 현재에게 내뱉고 싶었다.

 

 말없이 서로를 노려보던 그들 사이에 아무런 잘못 없는 재민만 난처해졌다. 그는 재빨리 웃으며 현재의 앞을 가로막았다.

 

 “하하하. 같은 학교 친구들끼리 뭘 이러시나. 혀, 현재, 네가 참아! 예민해서 그래, 예민해서…… 고, 공연! 그래 공연시간까지 얼마 안 남았잖아. 괜히 소란 피우지 말고……”

 

 주저리 떠들며 상황을 정리하려던 재민의 노력에도 서로를 향해 움켜쥔 주먹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시욱은 그런 그가 그저 가소로울 뿐이었다. 이러다가는 싸움이라도 날까 걱정되어 발만 동동 구르던 그때였다.

 

 “시욱아. 너 여기 있었구나. 잠깐 나와서 인사해야겠다. 빨리!”

 

 서늘했던 침묵을 깨고 상황을 정리한 건, 갑자기 대기실의 문을 열고 나타난 시욱의 매니저였다. 얼마나 찾아 다녔는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왜? 무슨 일인데?”

 

 “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온다고 예고라도 하고 왔음, 오죽 좋겠어. 왜 갑자기 말도 없이 나타난 거냐고. 넌 준비 다 끝난 거지? 너 잘 보여서 나쁠 거 없으니까, 빨리 따라와!”

 

 시욱의 매니저는 밑도 끝도 없이 그의 팔을 붙잡고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현재의 건방진 태도에 잔뜩 날이 선 그는 매니저의 돌발행동에 한껏 날카롭게 물었다.

 

 “나 지금 공연 대기중인 거 안보여? 누굴 오라 가라야! 도대체 누군데 그래?”

 

 하얗게 질린 매니저는 다급하게 익숙한 이름을 외쳐댔다.

 

 “최시후! 최시후가 왔다고!”

 

 “머, 뭐?”

 

 시욱은 창백해진 얼굴로 물었다. 최시후? 영화배우 최시후? 그 유명한 배우가 한낱 고등학교 졸업공연에 나타났다고? 그의 질문에 매니저는 자신의 할말만 위급할 때 쓰는 주문처럼 계속 외쳐댔다.

 

 “만나기 힘든 사람이니까, 빨리 가서 인사하고 안면이라도 터나야지. 너 이번 드라마도 <골드플래닛> 기획사에서 투자하는 거 알지? 최시후가 그 기획사 지분 거의 다 먹고 있어. 앞으로 크게 투자 받을 영화 주연이라도 하고 싶으면 잘 보여야 하는 거, 잊지마.”

 

 굳어버린 얼굴로 복도를 서둘러 뛰어가는 그들을, 현재는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보다 더욱 차갑게 얼어버린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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