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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해결사
작가 : 골든피크
작품등록일 : 2017.12.11

40년, 그 오랜 시간동안 윌런 왕국을 지배하던 오리헨은 도리어 속국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그 아래에서 볼모로 잡혀온 '저능아 왕자' 는 오늘도 하루를 겨우 연명하는 처지였다.

 
해결사
작성일 : 17-12-12 17:07     조회 : 237     추천 : 0     분량 : 6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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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번개처럼 질주해 온 미아랭이 정면을 파고들자 옆으로 빠지면서 응수하는 로윈. 춤을 추듯 현란하게 이어지는 미아랭의 단검은 마치 뱀과 같이 교묘했다. 가볍게 공격을 이어가던 그녀는 씨익 웃었다.

 

 "틀리지 않아, 내 눈은."

 "무슨, 말입니까?"

 

 사선으로 쳐 올리는 공격을 막아내자 미아랭이 팔에 힘을 주었다. 같은 체격인데도 압도당하는 힘에 로윈의 인상이 찡그려졌다.

 

 '무슨 힘이 이렇게.'

 

 팔이 점점 몸쪽으로 굽어가던 차에 그의 귓가에 미아랭이 고개를 갔다 대고 귓속말을 했다.

 

 "하지마, 힘든 척. 거짓말쟁이야."

 "윽."

 

 거짓말쟁이란 말에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은 로윈이 있는 힘껏 팔을 밀자 미아랭이 백덤블링으로 거리를 벌렸다.

 

 "어떻게?"

 

 실제로 로윈은 대련 중에 전력을 다하지 않고 있었다. 약자 연기 하나만큼은 일품이라며 스스로 자조하던 소년은 거짓을 단번에 파악한 소녀에게 경악하고 말았다.

 놀란 로윈의 표정이 재미있었는지 소매로 입가를 가린 미아랭은 쿡쿡 소리내며 웃었다.

 

 "지루한 눈, 거짓말. 못해."

 "그게 무스-은!"

 

 캉!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순식간에 돌진하는 그녀의 단검을 막았다. 뒤이어 미아랭의 왼다리가 옆구리로 찔러오자 한 팔로 피해를 줄이고 로윈 쪽에서 거리를 벌렸다. 발에 채인 곳이 얼얼하다 못해 쓰렸다.

 

 "또 거짓말. 알면서."

 

 미아랭은 쉴 새 없이 로윈을 몰아부쳤다. 발로 걷어차고 때리고 살짝 베이고 하는 중에서 로윈은 만신창이가 되어갔다. 로윈은 눈을 돌려 검술학부 부원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무능한 줄 알았던 저능아 왕자의 의외의 모습이 신기하긴 했지만 그것 뿐, 그다지 잘하는 것 같지는 않고 고전만 하고 있는 평범한 실력, 자신들과 비슷할 것이라는 안도의 눈빛.

 사실 로윈이 의도적으로 노렸던 것들이었다. 그들은 오리헨투스라는 존재를 약자로 인식해야만 한다. 그래서 그들의 반감을 사지 않도록, 아니 반감을 살 수 밖에 없다면 최대한 반감을 덜 사게끔 노력하는 것이다.

 

 미아랭은 슬쩍 언짢은 기색을 내비치더니 로윈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다시 공격 재개인가 싶어 검을 들어 방어하려는데 미아랭이 단검이 없는 왼팔을 앞으로 뻗었다.

 

 "너... 따라와."

 "뭐, 뭐하는."

 

 미아랭은 로윈의 멱살을 쥐고 그대로 몸을 휙 돌리자 로윈의 몸이 바닥에 질질 끌렸다. 그녀는 반항하는 로윈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용 연무장을 빠져나왔다. 검술학부의 단장과 부단장에게는 그들 각각의 연무장을 지급한다. 비록 작은 규모이지만 남 눈치보지 않고 개인 연습 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자신의 개인 연무장에 도착한 미아랭은 로윈을 저 멀리 던져버렸다.

 

 "뭐하는 거야, 미아랭."

 

 뒤늦게 따라온 테디가 곤란한 얼굴로 물었지만 미아랭의 눈은 몸을 일으키는 로윈에게 향해 있었다.

 

 "답답해보여."

 

 그녀의 말이 로윈의 마음 속에 묘한 감정의 바람을 일으켰다. 그녀의 말마따나 대련을 시작하고 나서 계속 가슴 속에 응어리가 진 듯 답답했다. 앞서 상대했던 이들과 대련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눈 앞의 소녀와 대련하자 무언가 답답함이 점점 그를 짓눌렀다.

 마치 무거운 돌에 깔려 눌려있는 기분. 로윈은 왼손으로 가슴을 쥐었다. 아팠다. 설명하기는 힘들었지만 정말로 아렸다. 미아랭은 그런 로윈을 가만히 지켜보다 한 마디 했다.

 

 "신경쓰지마, 주변에. 그냥... 즐거우면 돼. 나처럼."

 "즐거워?"

 

 그녀의 말에 로윈의 머릿속에 있던 한 편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울음이 멈추질 않는 어린시절의 자신, 책이라고는 탑에 있던 30권이 전부여서 그것들을 몇 번이고 읽었던 모습, 그리고 담쟁이 궁 벽에 버려져 있던 낡은 검을 처음 쥐었을 때 느꼈던 오묘한 느낌.

 

 두 검이 교차하며 불티가 올랐다. 차르륵거리는 마찰음과 더불어 앞뒤로 밀고 당기던 균형은 어느순간 한 쪽에 압도당해 치우쳤다. 몸 쪽으로 당겨지는 검을 전력으로 막아대던 로윈은 왼발을 축으로 삼아 몸을 빠르게 최전시켰다. 상대방이 잠깐 움찔하는 사이 그대로 돌아 상대의 옆구리를 겨냥하던 검은 재빨리 몸을 빼는 상대방 때문에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옆쪽에서 이어지는 발길질에 피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깨달은 로윈은 최대한 몸을 웅크렸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을 구른 로윈은 에구 하는 신음을 냈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낙법도 제대로 해서 데미지는 적어. 그나저나 오늘도 가볍게 저버렸네, 룩."

 "아닙니다, 마지막에 저도 놀라서 힘조절을 못했습니다. 만약 까딱했다면 제가 졌을 겁니다."

 

 룩은 검을 거두고 로윈이 일어나도록 부축해주었다.

 

 "후아, 룩. 지금 내 검술실력은 얼마나 될까? 그래도 한 5년은 한 것 같은데."

 

 숨을 크게 내쉬며 몰어보는 로윈의 질문에 룩은 손을 턱에 얹고 곰곰히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시간에 따라 다르겠지만 처음 10분 정도라면 적어도 현역 기사들과 맞먹을 겁니다."

 

 예상 외의 호평에 로윈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거짓말 하는 거 아니야?"

 "아닙니다, 만약 근력과 체력만 커버가 된다면 분명 저보다 훨씬 뛰어났을 겁니다."

 

 담담한 룩의 말에도 로윈은 잘 믿기지 않는지 갸웃거리기만 했다. 검을 쥐고 오로지 룩에게서만 검술 연습을 한 로윈은 매번 져버리는 바람에 자신이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룩은 자신의 주군에게 확신을 줄 필요가 있음을 깨닫고 바닥에서 작은 돌들을 한 웅큼 쥐었다.

 

 "제 손에 있는 돌들을 잘 보십쇼."

 

 그리고나서 저 멀리로 던져버린 룩은 모든 돌들이 바닥으로 툭툭 떨어지자 로윈쪽으로 돌아보았다.

 

 "방금 날라간 돌들이 모두 몇 개 였는지 보셨습니까?"

 "뭐?... 2, 26개였어."

 "확신하십니까?"

 "응, 정확히 26개가 맞아. 내 눈으로 똑똑히 봤어."

 

 룩은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증명가능합니다."

 "저런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니였어?"

 "어디가서 그런 말 하시면 칼 맞습니다. 저도 못해요, 저런건."

 

 룩은 기침을 한 번 하더니,

 

 "로윈님은 검에 대해 충분한 재능을 가지고 계십니다. 병 때문에 몸이 자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근육에 밀도가 있다고 할까요? 물론 근육량 자체가 적어 힘과 체력에서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스피드와 반응속도 면에서는 따라올 사람이 없을 겁니다."

 

 로윈은 검을 쥐는 손들을 내려다 보았다. 작고 유약하기 그지 없는 손등이지만 손바닥은 굳은살과 피멍으로 가득 차있었다. 로윈은 주먹을 꽈악 쥐었다. 기뻤다. 자기도 잘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이. 누구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실력이 된다는 것이. 그러나,

 

 "감춰야 하는게 좋겠지. 그래야겠지."

 

 로윈은 희미하게 웃었다. 룩의 말대로 실력이 있다고 치더라도 알아줄 사람도 없고 검술을 잘한다는 소문은 오히려 암살의 강도를 높이게 될 뿐이었다. 말을 하는 로윈의 눈은 침울하게 가라앉았다. 로윈은 순간적으로 북받혀 오르는 감정을 막고자 입술을 깨물었다.

 재능이 있어도 그것을 보일 기회조차도 박탈당하는 것만큼 절망적인 상황도 얼마 없겠지.

 

 룩은 점점 표정이 일그러지는 자신의 주군을 바라보다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러면 반만 감추십시오."

 "...?"

 "평소처럼 로윈 님은 검술을 어설프게 배우려는 애송이로 계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요. 그러나 감히 제가 안 감춰야 할 때를 가르쳐 드리지요. 그건 ... 즐거울 때입니다."

 "즐거울 때?"

 "네, 언젠가 실력이 동급이거나 혹은 그 이상인 상대와 검을 겨눌 기회가 있고, 로윈님이 정말로 즐겁다고 느끼신다면 굳이 감추지 말고 보이십시오."

 "즐거울 때...즐거울 때."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되뇌이던 로윈은 검을 꽉 쥐며 빙긋 웃었다.

 

 "좋아, 그럼 지금은 즐거우니까 전력으로 가야겠네. 한 번더 대련이다, 룩."

 "언제든지요."

 

 룩이 자세를 잡고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자 숨을 크게 고른 로윈이 빠르게 달려가 검을 휘둘렀다.

 

 "즐겁지 않아?"

 

 미아랭의 질문에 퍼뜩 정신을 차린 로윈은 정말로 즐거운 듯이 웃고 있는 미아랭의 얼굴을 보았다.

 

 "나, 대련할 때, 즐거워, 제일 많이."

 

 로윈은 서서히 눈을 감았다. 자신이 처음에 검을 쥐었던 이유는 뭐였을까? 그저 호신을 위해서는 아니였다. 검을 쥐는 순간, 룩과 처음으로 대련을 한 순간 느꼈던 감정은 여태까지 그가 느껴본 적 없었던 감정이었다. 톱밥을 집어삼키는 난롯불마냥 뜨거웠다. 타오르고 타올라도 도저히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마음을 지피는 열정이 있었다.

 결국은 그저 좋아했기 때문에, 처음으로 혼자서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였다. 그저 좋아해서였다. 그가 살아가면서 느낀 것 중에 가장 열렬하게 말이다.

 입모양으로 '즐겁다' 라는 말을 되뇌이더니 이윽고 파란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 속에서는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나도 즐거워, 지금 이 순간이 제일."

 

 드디어 속마음을 보여주시는군. 미아랭은 피식 웃어보이더니 단검을 역수로 쥐었다. 그것이 미아랭 단검술의 진짜 검술 자세였다. 새롭게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시작을 알린 건 어느 한 쪽이 아닌 둘 다였다. 거의 동시에 앞으로 달려나간 둘은 이때까지의 대련은 장난이었다는 듯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맞부딪쳤다.

 적극적으로 변한 로윈이 내는 스피드는 가히 미아랭과 비슷했다. 쉴새 없이 이어지는 공방 속에서 서로의 궤적을 눈으로 쫓고 허점을 찾는다. 둘이 한 번 붙었다 떨어질 때면 채쟁하는 소리가 끊이지를 않았고 검술과 더불어 체술까지 겸하고 있어 현란하기 그지없었다.

 

 "대체 뭐야, 저 두 괴물은."

 

 둘의 싸움을 지켜보던 테디는 허망하게 말을 내뱉었다. 미아랭의 실력은 검술학부 내에서 최고였다. 이종족이 학부의 우두머리에 있으면 안 된다는 명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테디가 대표를 맡고 있을 뿐 실제로 테디도 미아랭과 대련을 하면 1분 안에 넉다운이 된다. 그런 그녀와 막상막하로 견주고 있는 오리헨투스 왕자는 또 다른 의미에서 돌연변이였다.

 

 위에서 휘둘러지는 찌르기를 고개를 꺾어 피하고 바로 몸을 숙여 미아랭의 올려차기를 피한 로윈은 땅에 손을 짚고 몸을 돌려 미아랭의 발목을 걷어찼다.

 

 "냐?"

 

 뒤로 넘어지던 그녀는 한 손으로 땅을 짚고 뒤로 굴렀다.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위로 뛰어오른 로윈이 마무리를 지으려 할 때, 기다렸다는 듯이 날아온 단검 두 자루에 황급히 고개를 옆으로 꺾었다. 날카로운 날이 그의 앞머리 일부를 자르고 가느다란 혈선을 남겼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사이 미아랭은 몸을 일으켜 다시 자세를 잡았다.

 

 "대체 그 안에 몇 자루나 든 겁니까?"

 "비밀."

 

 저 조그만한 몸 어디에 단검이 들어가는지 생각하던 로윈은 피식 웃으면서 손을 뒤로 했다. 그의 오른팔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손바닥은 찢어졌는지 검끝에서 피가 똑똑 떨어져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역시 무리했다. 로윈이 씁쓸하게 웃던 차에 미아랭이 고개를 갸웃했다.

 

 "단검, 처음?"

 "네, 처음 써보는 거지만 저한테는 이게 맞는것 같습니다."

 "너 잘해."

 "칭찬 달게 받지요."

 "...음."

 "..."

 

 무언가 더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지 머리를 굴리던 미아랭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안 되겠어. 휴식 끝."

 

 싸움 도중 말을 건게 그녀 나름대로의 휴식 시간이었다는 걸 알아차린 로윈은 고개를 끄덕였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끝내자. 이번에."

 "원하던 바입니다."

 

 이미 체력도 바닥이라 이번에 마지막을 장식해야 했다. 손을 앞으로 향해 그녀의 돌진을 대비하자 손 안에서 단검을 빙글빙글 돌리던 미아랭이 앞으로 뛰어갔다. 순식간에 좁혀지던 거리가 0에 가까워질 무렵,

 타이밍에 맞추어 카운터를 넣으려던 로윈의 면전에서 미아랭은 크게 도약했다. 묘기 부리듯 공중에서 핑그르르 돌아 순식간에 로윈의 뒤를 점하는 미아랭. 아차하는 심정으로 몸을 돌린 로윈은 위로 처 올리는 힘이 실린 일격에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다.

 

 그래도 불굴의 의지로 검을 놓치는 것만은 피해 다리를 아무렇게나 휘둘러 거리를 잠깐 벌리고 제대로 검을 쥔 로윈은 빠르게 찔러오는 그녀의 검끝을 집요하게 바라보았다.

 첫번째는 허수, 그 다음도 허수, 이번에는...진짜! 생각이 미치지마자 카운터를 시도하려 검을 처올린 로윈은 너무나 쉽게 공중으로 올라가는 미아랭의 단검을 보고 '어라?' 하는 소리를 내뱉었다.

 

 '검에 힘을 주지 않았어?'

 

 그 사이, 소매에서 새로운 단검을 쥔 미아랭이 승자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끝."

 

 끝내려는지 뒤를 생각하지 않고 크게 몸을 날리며 날아오는 미아랭을 올라가있는 오른손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로윈의 얼굴 위로 놀라는 표정이 서서히 떠올랐다. 굳어버린 것 마냥 어버버하는 입술, 그리고 서서히 지어지는 미소. 미소?

 챙!

 한 차례의 금속음이 울린 뒤 연무장 내에 잠시동안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을 깬 것은 파르르 떨리는 몸으로 일어나있던 로윈이었다.

 

 "끝인가요?"

 

 미아랭은 목 밑에 겨누어 진 단검을 보고 한숨을 푹 쉬었다. 오른손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지만 그녀의 목 쪽에 있는 단검은 로윈의 왼손에 잡혀있었다. 그녀가 스스로 힘을 조절했다고는 하지만 이 대련은 완벽한 그녀의 패배였다.

 

 "졌다, 항복."

 

 아까 미아랭이 넘어지면서 날린 단검 중 하나를 왼손으로 잡았던 로윈은 재빨리 그것을 숨겼고, 마지막 순간 그 단검으로 그녀의 공격을 막고, 균형을 잃은 그녀에게 마무리를 지었다.

 

 "양손잡이."

 "오른손잡이라고 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속이려면 끝까지 속이라는 게 제 신조인지라...아닌가?"

 

 방금 자신이 한 말이 모순이란 걸 알았는지 볼을 긁적이던 로윈은 손을 뻗었다.

 

 "수고했습니다."

 

 손을 붙잡은 미아랭이 '냐'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키고는 슬며시 웃었다.

 

 "웃는다. 너."

 

 그녀의 말에 로윈은 눈을 크게 뜨며 손으로 자신의 입가를 만졌다. 정말로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이곳에 온 이후로 폰과 룩 이외에게는 보이지 않았던 웃음. 로윈은 미아랭에게 화사하게 웃어보였다.

 

 "즐거웠습니다, 정말로."

 "나도다."

 

 미아랭은 오랜만에 만난 그녀의 호적수에게 손을 내뻗었다. 로윈은 그 다음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재빨리 머리를 굴리다 탑에서 읽었던 소설책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오늘부터 친구하는 겁니다."

 

 미아랭은 로윈의 손을 빤히 쳐다보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맞잡았다.

 

 "로윈 아르넬입니다."

 "미아랭, 미아랭 낸시."

 

 싸우면서 금세 정이 들었는지 로윈은 스스럼없이 웃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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