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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두 세계 이야기
작가 : 한니발렉터
작품등록일 : 2017.12.10

문명세계에서는 꼬맹이 현상금 사냥꾼, 카슨 더 키드,
야만세계에서는 백년에 한번 나올 위대한 전사, 웅크린곰.
두 세계의 이야기.

 
Ch.2 갈망 - 03
작성일 : 17-12-12 16:31     조회 : 327     추천 : 1     분량 : 5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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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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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슨은 속에서 뭔지 모를 감정이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전에는 역하게만 느껴졌던 피 냄새가 왠지 모르게 친숙하게 와 닿았다. 마치 어릴 때 덮었던 이불의 냄새처럼. 저도 모르게 입맛을 한 번 다신 카슨이 무의식적으로 내뱉었다.

 “뭐하러 총으로 쏴요?”

 “뭐?”

 “손맛이 없잖아요.”

 주변 사람들이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카슨을 바라보았다. 카슨은 그제서야 자신이 무슨 소리를 했는지 깨달았다. 스스로도 얼떨떨했다. 어떻게 이런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지?

 “제, 제 말은....농담이에요. 재미있었나요?"

 “뭐야. 넌 이런 상황에서 농담이 나오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그 말을 하니 어색하기 짝이 없군.”

 웨던이 제인에게 핀잔을 주었다. 제인은 곧바로 “광나는 대머리 새끼가.”라고 반박했다. 평소에는 짜증나기만 했던 둘의 말싸움이 카슨은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덕분에 아무렇지 않게 말실수를 묻어갈 수 있었으니.

 “만인의 수도원의 가호가 있기를.”

 제인이 억양 없이 말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푸른색 연기가 총소리와 함께 피어올랐다. 병자의 가슴은 더 이상 오르내리지 않았다. 물론 헛소리도 하지 못했다.

 “가자고.”

 제인이 마차에 오르자 모두들 뒤따랐다. 카슨은 문득 숲 속에서 섀도우캣츠들의 눈동자를 본 것도 같았다. 그리고 역시나. 마차가 출발해서 시체와의 거리가 꽤나 벌어지자 놈들이 일제히 튀어나왔다. 하나, 둘, 셋....족히 열다섯 마리는 되는 놈들이 시체를 가지고 다투는 꼴이 가관이었다.

 자신이 저지른 말실수를 주워 담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카슨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눈동자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천둥 같은 총소리는 마차바퀴 굴러가는 소리에 묻혔다. 확인하지 않아도 명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제임스타운은 키살피나 지역에서 세손가락 안에 꼽히는 항구도시였다. 하지만 전통 있는 항구도시가 아니라 최근 수십 년 동안 급격히 발달한 도시였다. 길은 좁았고 바닥은 질척거렸으며 공기에는 비린내가 섞여 있었다. 잠시 들렀다가 떠나는 선원들을 제외한다면 도시의 대부분은 갑판이나 창고에서 일하는 노동자나 일확천금을 노리고 식민지를 찾아온 빈민들이었다. 사람들의 얼굴은 소금기와 피로로 찌들어 있었으며, 몸을 씻지 않아 사람 비린내와 생선 비린내를 구분하기 힘들었다.

 “어휴, 돈 떨어질 때까지는 도시에서 안 떠날 거야”

 제인이 말했다. 구질구질한 도시마저 좋아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한동안 역마차를 타고 미개척지와 숲을 통과해 온 상황이라면 더욱 더. 적어도 이곳에서는 맹수나 몬스터, 야만족의 습격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다른 종류의 약탈자들이 있을 뿐이다.

 “한 푼만 주세요.”

 더러운 소년소녀들이 와서 카슨 일행에 달라붙었다. 못 먹어서 뺨은 홀쭉하고 옷은 넝마조각이었다. 맨발에는 진흙과 죽은 물고기 조각들이 잔뜩 달라붙어 있었다. 거지들은 성냥개비같은 팔을 내밀며 자비를 요구했다.

 카슨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 대신 코트를 살짝 젖혀 허리에 찬 권총을 드러나게 했다. 아이들은 권총을 가진 소년을 슬슬 피했다. 척 보기에도 험상궂어 보이는 대머리 중년, 웨던에게는 말조차 걸지 않았다.

 “언니, 언니. 동생이 굶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누나, 사흘 전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 빵 한 조각만 주세요.”

 대신 그들은 일행 끝에서 느긋하게 걸어가는 제인에게 달라붙었다. 아예 좁은 길을 막아서다시피 하며 구걸했다. 카슨은 설마하니 저런 뻔한 수법에 제인이 넘어가진 않을 것이라 여겼다. 사람 목숨을 다루는 총잡이들이라면 맺고 끊을 때를 확실하게 아는 법이다.

 “아, 불쌍한 녀석들! 뼈밖에 안 남은 거 봐.”

 제인이 멈춰서며 울부짖었다. 그런 수법이 통한다는 데 카슨은 어이가 없었다.

 “제인, 쓸데없는 데 시간 끌지 말고 가자고.”

 “누님, 시간낭비 하지 마세요. 한 번 걸리면 한도 끝도 없어요.”

 웨던과 카슨이 한 마디씩 했다. 하지만 제인은 이미 자신의 주머니를 풀고 있었다.

 “애들이 굶고 있는데 어떻게 떠나. 수도원은 뭐 하는 거야? 이런 애들 안 도와주고.”

 웨던은 ‘내 이럴 줄 알았지.’하며 고개를 저었다. 카슨은 신경질이 났지만 일단 어떻게 될지 두고 보기로 했다. 그래서 동전 꾸러미를 끄른 제인이 동화 다섯 개를 꺼내 아이에게 나눠주는 것을 처음부터 끝가지 지켜보았다.

 “선행을 해야 만인의 수도원의 이쁨을 받는다고. 나중에 죽어 지옥에 갈 확률은 최대한 줄여야 하지 않겠어?”

 “누님. 뭐 잊으신 것 없어요?”

 “없는데? 잊은 게 있다면 너희들 양심이겠지.”

 카슨은 말없이 자신의 옆구리를 툭툭 쳤다. 제인이 돈주머니를 매어 다니는 곳이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옆구리를 더듬어보던 제인은 곧바로 상황을 눈치챘다.

 “....없어.”

 웨던이 들릴 듯 안 들릴 듯 “멍청한 년.”하고 중얼거렸다. 사색이 되어 계속 몸을 더듬던 제인은 뒤를 돌아보았다. 동화를 손에 든 아이들이 우르르 뛰어가는 중이었다. 그중 한 명의 손에는 가죽끈이 달린 제인의 돈주머니가 들려 있었다. 소매치기였다.

 “저, 저 썩을 놈년들!”

 얼굴을 붉힌 제인이 당장이라도 달려갈 자세를 취했다. 순간 카슨은 허리춤에서 총을 빼내더니 공이를 젖히고 번개같이 발사했다. 푸른 화약 연기가 좁은 길에 가득 찼다. 날아간 총알은 거지의 손에 들린 가죽끈을 끊어버리고 근처 벽에 박혔다.

 카슨은 손으로 바람을 일으켜 화약연기를 몰아냈다. 돈주머니를 훔쳐가던 거지 소녀는 카슨이 다가갈 때까지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 있었다. 눈은 석회칠한 벽에 박힌 총알을 향해, 손은 총알이 끊어놓은 가죽끈을 든 채.

 카슨은 진흙탕에 처박힌 돈주머니를 주워들어 제인에게 던졌다. 제인은 손을 뻗어 허공에서 나꿔챘다. 거지 소녀는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 절도죄는 손목 절단에 이를 수도 있는 중죄였다.

 “살....살려 주세요.”

 소녀가 고개를 푹 숙이며 가죽끈을 내밀었다. 제인의 얼굴을 차마 정면으로 바라볼 용기는 없는 모양이었다. 제인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소녀의 때 묻고 군데군데 벗겨진 머리를 바라보았다. 한숨을 한 번 내쉰 그녀는 돈주머니에서 은화를 하나 꺼냈다.

 “착하게 살아, 이 땅콩아.”

 그렇게 말하고 은화를 소녀의 머리통을 향해 던졌다. 머리를 맞춘 은화는 튕겨나가 벽에 맞고 진흙탕에 처박혔다. 제인은 발을 돌려 다시 가던 길을 걸어갔고, 카슨과 웨던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 그녀를 따라갔다. 셋이 골목 저편으로 멀어지자 거지 소녀는 은화를 주을 생각도 못 하고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쳤다.

 “고맙다, 꼬맹아. 또 신세를 졌구나.”

 “나중에 돈으로 갚으세요.”

 카슨의 말은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호했다. 그러자 웨던이 비꼬듯이 툭 던졌다.

 “금화 한 자루는 필요하겠군.”

 제인은 입술을 깨물었지만 딱히 반박하지 못했다.

 

 핑거튼 총잡이 사무소 지부는 어선들이 잔뜩 모인 선창구역 근처에 있었다. 어딜 가나 길바닥에서 썩어가는 물고기 비린내를 맡을 수 있었다. 총잡이뿐만 아니라 선원까지 좁은 길에 몰려들어 사무소 문 앞은 시끌시끌했다. 덕분에 반사이익을 보는 것은 바로 옆의 선술집이었다.

 “지부장 녀석 틀림없이 저 술집 주인네에게 돈 받았을 거야.”

 제인이 툭 내뱉었다. 카슨은 대꾸 않고 3층짜리 사무소에 출입하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더러운 면 셔츠를 입고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사람들은 하나같이 곡괭이나 망치 같은 채광도구를 들고 있었다. 채광 사무소인지 총잡이 사무소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총만 차고 있지, 광부나 별 다를 것 없는 잡놈들이군.”

 웨덴이 경멸조로 내뱉으면서 모자를 벗어 먼지를 탁탁 털었다. 옷의 칼라를 바로잡고 구두에 뭍은 진흙도 떼어냈다. 카슨이나 제인과는 달리 웨던은 총잡이라는 자신의 직업에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총잡이의 신전인 핑거튼 사무소에 들어갈 때 의관을 바로잡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셋은 소금기 가득 머금은 나무문을 열고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화약 냄새가 강하게 풍겨왔다. 큼지막한 종이에 그려진 Dead or Alive 현상금 명세서가 왼쪽 벽에 빼곡히 붙어 있었다. 오른쪽 벽에는 새로이 개발된 금광, 구리광, 철광 목록이 가득했다.

 카운터에는 뻐드렁니에 턱수염을 길게 기른 남자가 콧구멍을 후비고 있었다. 건물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셋은 카운터 쪽으로 다가갔다. 카운터의 남자는 꾀죄죄한 총잡이 셋에 별 관심도 주지 않았다.

 “지부장에게 안내해 주세요.”

 카슨이 카운터 위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남자는 코딱지를 대충 바지에 문질러 닦은 후 카슨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여느 사람들이 흔히 그러듯 피식 웃음을 날렸다.

 “네가 뭔데?”

 “베리 카슨이라고 말하면 바로 알아보실 건데요.”

 “오호, 자네가 그렇다면 ‘카슨 더 키드’군. 만나서 반갑네, 카슨 군."

 남자의 눈길이 달라졌다. 방금 전까지 코딱지를 후비던 손은 숨기고, 상대적으로 깨끗한 손을 카운터 위에 올려놓고 진중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옆쪽의 중후한 신사 분은 중절모의 웨던이시고, 숙녀 분은 캐러미티(재앙의) 제인...."

 "야, 그 별명 함부로 부르지 마. 혀를 확 뽑아버릴 테니까."

 제인이 남자를 향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갑자기 폭언을 들은 남자는 어안이 벙벙해져 입을 쩍 벌렸다. 웨던이 입꼬리를 슬쩍 들어올리며 제인을 향해 말했다.

 "놀리는 뜻으로 한 말도 아닌데 뭘 그러나. 재앙이라는 것보다 총잡이에게 명예로운 이명이 있는가?"

 제인은 끄응. 이라고 앓는 소리를 내었지만 딱히 대꾸하진 못했다. 웨던이나 카슨이나 그 재앙이 중의적 의미라는 것을 잘 알았다. 적에게도 , 아군에게도.

 "....레이디, 제가 혹 실수라도 했습니까?"

 남자가 총이라도 맞을까봐 두려웠는지 급히 말투를 바꾸었다. 카슨은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저었다.

 “별 거 아니에요. 그래서 지부장님은 뵐 수 있나요?”

 “2층으로 올라가 봐...가 아니라, 보십시오.”

 카슨은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2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걸어갔다. 웨던은 중절모를 살짝 내려 인사한 후에 따라갔고, 제인은 처음부터 아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카운터의 남자는 성격 더러운 여자라고 꿍얼거리면서 다시 코딱지를 후비기 시작했다.

 2층으로 올라간 일행은 지부장실의 마호가니 문을 열고 들어섰다. 커튼을 쳐서 어두운 방은 담배 연기로 자욱했다. 제인이 손을 내저으며 한 번 기침을 내뱉었다. 그 소리를 들었는지 등을 돌리고 앉아 있던 노신사가 몸을 빙글 돌려 일행을 맞대면했다. 회색 수염을 멋드러지게 기르고 테레빈유를 발라 머리를 넘긴 멋쟁이 노신사였다.

 “오, 오랜만이군. 카슨 패밀리가 돌아왔어!”

 그 말에 셋이 거의 동시에 인상을 찌푸렸다.

 "저는 이런 덜떨어진 어머니 둔 적 없어요."

 "내가 이런 광나는 대머리와 같은 이불을 쓸 것 같아?"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멍청한 여인네와는 한집살이 안 할 거요."

 약속이라도 한 듯 연달아 내뱉는 셋을 보며 노신사가 미소를 지었다. 물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 그가 맞잡은 두 손을 책상 위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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