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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두 세계 이야기
작가 : 한니발렉터
작품등록일 : 2017.12.10

문명세계에서는 꼬맹이 현상금 사냥꾼, 카슨 더 키드,
야만세계에서는 백년에 한번 나올 위대한 전사, 웅크린곰.
두 세계의 이야기.

 
Ch.2 갈망 - 02
작성일 : 17-12-12 16:30     조회 : 318     추천 : 1     분량 : 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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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이내 문이 확 열렸다. 천막만큼이나 주인의 모습도 괴상했다. 얼굴의 반쪽에는 수염을 기르고, 나머지 반쪽은 깨끗하게 깎은 후 하얀색 분칠을 한 모습이었다. 한쪽은 남자였지만 한쪽은 여인이었다.

 “아하...웅크린곰이군. 마침 오늘 독수리가 내 어깨에 사뿐히 내려앉는 꿈을 꾸었다네...들어오게나.”

 웅크린곰은 순순히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천막 안 또한 오른쪽은 남자의 물건인 방패, 창, 독수리 깃털, 천둥 막대기로 장식되어 있었지만 왼쪽에는 냄비, 주전자, 바느질도구, 기우다 만 옷가지 등 여인의 물건이 들어차 있었다.

 “거기 앉게나.”

 여인이며 동시에 남자이기도 한 부락의 양성인간이자 주술사, 발로 차는 새의 안내에 따라 웅크린곰은 사슴가죽 방석에 앉았다. 발로 차는 새는 긴 담뱃대를 들더니 느릿한 동작으로 거기에 연초를 꽉꽉 채워 넣었다.

 지루한 과정이었지만 웅크린곰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언제나 반쯤 약에 취해 있는 이 양성인간이라면, 자신의 마음 속 어둠을 꿰뚫어 보지 못하면서도 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발로 차는 새는 연기를 깊게 빨아들이고 천천히 내뱉었다. 소용돌이치는 연기가 입에서 피어오르더니 천막의 꼭대기로 사라졌다. 그제서야 발로 차는 새는 담뱃대를 웅크린곰에게 건네주며 말을 걸어 왔다.

 “내 남자로써의 영혼은 언제나 진정한 전사의 표본인 자네에게 경의를 표하며, 여인으로써의 영혼은 언제나 부락의 수호자인 자네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네. 하여, 모든 남자들의 우상이자 모든 여인들의 보호자여, 내 누추한 천막에는 어찌하여 찾아온 것인가?”

 웅크린곰은 부족의 예법대로 담배를 한 번 빨아들인 후 역시 내뱉었다. 주술사들이나 노인들과 다르게 그는 담배를 즐기지 않았다. 기침이 나오려는 것은 억지로 눌러 담으며 그는 대답했다.

 “꿈이 이상하네.”

 “무슨 꿈을 꾸는가?”

 “천둥소리, 그리고 연기.”

 “어떠한 연기인가. 모닥불의 연회색 연기인가, 아니면 와시추들의 푸른색 연기인가.”

 웅크린곰은 대답 대신 담뱃대를 다시 내밀었다. 꼭 맞춰 보라는 듯이. 발로 차는 새는 담배연기를 한 번 더 들이키더니 눈을 감고 내뱉었다.

 “와시추들의 푸른색 연기이군.”

 이어 발로 차는 새가 눈을 번쩍 떴다.

 “우상이자 보호자여, 그대가 고민하는 것은 한낱 꿈 때문이 아니네. 자네는 지금 무언가에 사로잡혀 있어. 아주 위험한 무언가에.”

 안락한 공기 속에 잠시 풀려 있던 웅크린곰의 몸이 경직되었다. 설마 자신의 어둠을 꿰뚫어 본 것인가. 하지만 반쯤 풀려 있는 상대의 눈을 보았을 때 그것은 아닌듯 싶었다.

 “무슨 말인가.”

 “자네도 알다시피 나에게는 두 명의 영혼이 있네. 한쪽은 여인으로써의 영혼이며, 한쪽은 남성으로써의 영혼이지. 둘이 몸의 주도권을 두고 다투게 하는 것보다, 나는 조화를 선택했네. 각자에게 각자의 영역을 마련해주고 안식과 평화를 누리게 하는 것일세.”

 “설마 내 몸에도 한 사람이 더 있다는 것인가.”

 “위대한 전사여,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네.”

 웅크린곰은 이빨을 꼭 깨물었다. 발로 차는 새의 흐리멍텅한 눈은 자신을 보고 있지 않았다. 자신 뒤의 어떤 공간을, 마치 거기 누가 서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도 안 되는 소리. 나는 나다.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순 없어.”

 화가 치민 웅크린곰이 내뱉었다. 그러나 발로 차는 새는 느긋하게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담뱃대를 웅크린곰에게 다시 건넸다. 화를 가라앉히고 숙고하라는 뜻. 웅크린곰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것을 따랐다.

 “자의식이 강한 것은 나쁜 게 아니라네. 전사에게 그것은 마치 햇살이 찬란한 봄과도 같지.”

 발로 차는 새가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위대한 신비께서는 우리에게 조화롭게 사는 법을 가르치셨네. 천지만물이 모두 조화를 이루기에 어머니 대지가 이렇게 아름답고 번창할 수 있는 것일세. 계절도 마찬가지일세. 겨울이 없다면 봄이 있을 수가 없네. 나무가 앙상해지지 않는다면 다음 해에 꽃을 피울 수가 없네. 싫은 것도 온전히 한 몸으로 받아들여야 비로써 살아갈 수 있는 것일세.”

 “......”

 “영혼이라고 다를 게 있겠는가? 두 개의 영혼을 타고 태어났다는 것은 어찌 보면 축복이 될 수도 있네, 전사여.”

 웅크린곰은 이런 선문답을 싫어했다. 하지만 그는 ‘부족의 위대한 전사’이자, ‘인내심이 많고 관대한’ 웅크린곰이었다. 여기서 화를 내 보았자 달라지는 것이 없다. 꿈 해석을 내놓으랬더니 뜬금없이 왜 두 영혼 이야기가 나오는지 소리쳐 봐야 의미가 없다. 주술사들의 말은 대개 이런 식이었으니까.

 “그래, 그 나머지 영혼이 어디 있다는 거지?”

 웅크린곰이 입술을 살짝 비틀며 물었다. 자신의 몸을 도둑질하는 영혼이 있을 리도 없지만, 실제로 있다면 비 오는 날 먼지가 피어오르도록 두들겨 패줄 것이었다. 그리고 심장에 칼을 박아넣어 생을 마감하게 해 줄 것이다. 영혼을 죽일 수만 있다면.

 발로 차는 새가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입을 살짝 벌리고 자신의 어깨 너머를 바라보는 그 시선이 웅크린곰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빴다.

 “지금도 자네 어깨 위에 그 자가 있다네. 위대한 전사여, 보이지 않는가?”

 

 ***

 

 카슨 일행은 켈트족 밀집 거주지역에서 빠르게 벗어났다. 헐값으로 멀리 갈 수 있는 짐마차를 얻어 탔다. 그 대가는 출발하자마자 치르게 되었다. 기름 덜 먹은 수레바퀴 축이 삐걱거리는 소리는 엿 같았으며, 비포장도로는 어찌나 덜컹거리던지 엉덩이가 남아나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래도 그뿐이면 언제나 하는 여행과 별반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은 덜 떨어진 한 남자였다. 수레바퀴를 자기가 고쳐볼 것이라 날뛰다가 바퀴에 다리가 깔린 것이다. 뼈가 조각났고 살이 으깨졌으며 결국 잘라야 했다. 사람들이 새파랗게 질린 사이 목제소에서 일해 본 카슨이 톱을 잡았고, 다리가 잘린 남자는 사흘 밤낮을 헛소리를 해댔다.

 “신이 강림하시니, 천년공화국에 우리 어머니가 계신다. 우리 어머니는 악마의 수호자요, 나는 그분의 현신이로다. 당나귀! 염소! 뿔 달린 동물에 저주 있으리!”

 어두컴컴한 마차 안. 안 그래도 좁은 공간의 반절은 누운 병자가 차지하고 있었다. 열이 펄펄 끓어서 셔츠는 땀으로 푹 젖었고, 잘린 다리에서는 역겨운 고름과 피 냄새가 풍겼다. 낮에는 파리가, 밤에는 모기가 들끓었다.

 “아아아아아!!! 신은 죽었다! 신을 죽인 배은망덕한 우리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남자가 눈을 번쩍 뜨더니 소리쳤다. 참다못한 제인이 부츠로 얼굴 한쪽을 밟았다.

 “우라질 새끼야, 좀 닥쳐!”

 얼굴에서 진흙이 뚝뚝 떨어졌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미 현실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꽥꽥 고함을 쳐대며 손을 번쩍 들었다. 할렐루야! 소리를 내지르자 제인은 귀를 꼭 먹고 머리를 무릎 사이에 박았다.

 “가망이 없어.”

 웨던이 우울하게 말했다. 마차 안에 타고 있는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의 얼굴에 피로가 가득했다.

 “계속 이렇게 시끄럽게 굴면 섀도우캣츠가 우릴 따라올 거예요.”

 한동안 돌처럼 자리만 지키고 있던 카슨이 입을 열었다. 널리 알려진 맹수가 아니었기에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섀도우캣츠?”

 “북쪽의 마경에만 있는 스캐빈저들이에요. 썩어가는 시체 냄새를 기막히게 잘 맡지요. 밤눈이 밝고 청력도 뛰어나 종종 사냥도 해요. 지금 이러는 건 밥상을 차려놓고 어서 오라고 호객행위를 하는 거나 다를 바가 없어요.”

 “놈들이 크나?”

 “키가 여섯 살짜리 어린애 만하죠. 적어도 늑대보다는 크겠네요.”

 “총으로 쏴 잡으면 돼지.”

 “그러게요. 스무 마리가 떼거지로 몰려올 건데, 놈들 이빨보다 우리 손놀림이 빠르면 얼마나 좋을까요.”

 카슨의 말이 끝나자 마차 안에 무거운 침묵이 깔렸다. 들리는 것은 간간히 내뱉는 병자의 신음소리뿐이었다.

 “네가 뭘 알아? 어린놈이.”

 귀 잘린 남자가 이빨을 드러내며 반감을 표했다. 다리 잘린 병자의 친구였다. 카슨 대신 대꾸한 것은 머리를 무릎 속에 파묻고 있던 제인이었다.

 “웬만한 산(山)사람들보다 이 애가 북쪽의 야생에 더 밝을걸.”

 귀 잘린 남자가 조용해졌다. 카슨을 덫 사냥꾼의 자식이던가 뭐 그런 종류로 해석한 탓이리라. 웨던이나 제인이라고 해서 다르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야생에 밝은 것은 숲 속 야만인인 ‘웅크린곰’의 몸에 들어가는 꿈을 꾸기 때문이라는 것은, 오직 카슨만이 알고 있었다.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카슨의 말이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이대로라면 필시 습격을 받게 된다. 버리고 가자. 하지만 그러자고 선뜻 나서는 자는 없었다.

 “살 사람은 살아야지.”

 결국 웨던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인 또한 “나도 동감.”이라고 했다. 마차에 있는 여섯 명 – 병자를 빼면 다섯 명 – 중 세 명이 사실상 동의했다. 병자의 친구인 귀 잘린 남자는 이를 악물며 고개를 돌렸고, 나머지 한 명은 “알아서 하시오.”라고 말했다.

 “마부에게도 물어 봐야지요.”

 카슨이 말했다. 그러자 캔버스 천 너머로 찬성한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카슨의 말을 엿듣고 있던 게 분명했다. 그 말을 듣고 설득력 있다 여겼다면 찬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장 새도우캣츠가 공격해오면 제일 취약한 것은 마부와 말들인 것이다.

 “빌어먹을, 만인의 수도원이시여.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귀 잘린 남자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얼마 안 가 마차는 멈춰 섰다.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기계적인 동작으로 병자를 마차에서 내렸다. 해는 이미 나무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어둠이 짙게 내리깔리고 있었다.

 숲에서는 안개인지 뭔지 모를 것이 으스스하게 피어올랐다. 늪지대에서 사는 새우들이 꾸르르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말만 새우지 웬만한 인간보다 더 큰 괴물이었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냉기에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옷깃을 꼭 여몄다.

 “젠장. 옮겼으면 빨리 가자고.”

 눈알이 알사탕만치 큰 남자가 불안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렸다. 웨던은 병자를 내려다보았다. 이제는 헛소리할 기력도 없는 모양인지 끙끙거리는 소리만 내고 있었다. 얼굴은 새파랬고, 고름 냄새는 지독했다.

 “숨을 끊어줘야지. 아니면 산 채로 뜯어 먹히지 않소.”

 “맞는 소리야. 누가 할래?”

 외친 제인이 사람들을 빙 둘러보았다. 제인과 눈을 마주친 자들은 하나같이 눈깔을 아래로 깔았다.

 “망할, 다리 사이에 불알은 왜 달고 다니냐? 겁이라고는 오질나게 많아서. 줘 봐. 내가 할께.”

 제인이 웨던에게 손을 내밀었다. 웨던은 제인에게 장전된 총을 건네주었다. 공이를 엄지로 뒤로 젖힌 제인은 병자의 머리를 겨누었다. 한 방에, 확실하게 끝내기 위해서. 여느 때와 달리 표정이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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