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
 1  2  3  4  5  6  7  8  9  >>
 
자유연재 > 현대물
구원
작가 : 서영오
작품등록일 : 2016.9.4

종이 한 장 그대

 
00. 당신은
작성일 : 16-09-04 13:59     조회 : 492     추천 : 0     분량 : 221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7월 2일

 

  오늘도 눈을 뜨고 말았다. 어제 밤에 그렇게 기도했건만. 아침부터 밀려드는 우울감에 몸이 쳐졌다. 그래도 억지로 욕 실로 몸을 끌고 갔다. 씻고 싶지 않았다. 물이라도 맞아야 살 것 같아서 일부러 씻었지만 난 씻는 게 싫다.

  내 상태가 이렇게 된 지 꽤 된 것 같다. 매일 밤 수면제를 우겨넣고 내일 눈뜨지 않기를 기도하며 기절하듯 잠에 들고, 아침에는 또 눈을 뜨는 것. 밥이 넘어가질 않아 살도 많이 빠졌다. 우울했다. 하루종일 틈만 나면 찾아오는 우울감에 몸이 풀어졌다.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기분이다. 아니, 죽은 기분이다. 소변을 볼 때도 밤중에 이불에 소변을 보는 느 낌이 들어 께름칙 했다. 이렇게 살 바에는 죽고 싶었다. 누가 날 좀 죽여줬으면 하는 기분이었다. 자살은 너무나도 능 동적이고 힘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죽을 의지조차 없었다. 아, 정말 자살하고 싶다.

 

  오랜만에 애인 이야기를 해 볼까. 내 애인은 참 예쁘다. 성격도 몸매도 좋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내 애인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충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만날 때마다 더 나를 사랑하지 않는게 느껴져서 걱정이다. 별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내가 자살하기 전에는 헤어져야 하는데. 사실은 개랑 헤어지고 자살하면 자기 때문에 자살했나 걱정할 것 같아서 맘편히 헤어지지도 못하겠다. 왜 먼저 헤어지자고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일기를 쓰는 건 참 좋은데 쓰다보면 우울감에 푹 젖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게 큰 단점이다. 우울에 집중할 시간을 주면 안된다고 했는데. 우울하다. 많이 우울하다. 죽고 싶다. 죽지도 못하는 내가 너무 우습다. ]

 

 

  그는 오늘도 일기를 썼다. 말을 못하는 그는 매일 일기를 쓴다. 일기를 오래 쓰고 있지만 그의 말은 도통 늘지를 않는다. 그에게 주어진 고통이 너무 큰 탓이었을까.

  몇 년 전이었다. 그가 학생을 때였다. 그에게도 가족이 있었다. 아주 평범한 가족 이었다. 부모, 그, 여동생. 딱히 잘난 점이 있지는 않았다. 나쁜 점도 없었다. 아주, 아주 평범한 가족이 평범해 지지 않아진 것은 하룻밤이었다. 아마 그는 평생 잊지 못할 하룻밤일 것이다. 무뚝뚝하지만 다정했던 아버지가 정리해고를 당하고 술에 거하게 취한 날이었다.

 

 

 

 

 "어쭈, 하늘같은 아버지가 오셨는데 아무도 마중을 안나와? 시부럴, 돈 벌어봤자 아무것도 없네. 다 뭐하는 거야?"

 

  잔뜩 취한 그의 아버지가 아무도 없는 집에다 소리를 질렀다. 아버지를 뺀 세 명은 심야영화를 보는 중이었다.

 

 "*발, 난 개같이 일만 하면서 살았는데 그렇게 사람을 잘라? 개같은 회사다. 개같애.. 어?? 젊을 때 거길 들어간 내가 등신이지, 아주. 이제 우리 아들딸 대학은 어떻게 보내고,,,:"

 

  그의 아버지는 훌쩍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그는 보지 못했지만 아주 추한 장면이었다. 술과 고기 냄새가 잔뜩 묻은 양복을 입고서 다리를 끌어안고 우는 아버지는 완벽한 몰락이었다. 초라했다.

 

 "이렇게 살아서, 윽, 우리 여편네 얼굴은 어떻게 보고 아들딸 얼굴을 어떻게 보고,, 우리 여편네 물 한방울 안묻히고 살 수 있게 해줄려 했는데, 흐윽, 나란 놈은 회사에서 짤리기나 하고. 살아서 뭐해, 살아서,,"

 

  아버자는 아주 말이 많았다. 알아듣지 못할 말들을 중얼거렸다.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신발장을 뒤적거리다 무언가를 찾아들고 다용도실로 비척비척 걸어갔다. 그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매듭을 묶고 의자를 가져왔다. 아, 아버지가 가져온 것은 밧줄이었다. 아주 튼튼한. 사람이 하나 매달려도 끄덕없는.

 

 "우리 가족, 아빠가, 헉, 많이 미안해, 크흡, 아ㅃ, 아빠가,, 조금만 잘했으면,, 계속 살,흑, 텐데,, 아빠가,,아빠가 너무,허윽, 못나서, ㅎ,윽, 미안해..아빠가..아빠가.. 다음에는, 헉, 돈도 많이 벌고,, 술도, 윽, 안마시고,, 우리 여보,,예,쁜 모습,윽, 안 망치고, 흐으, 아빠가, ㅇ, 잘못했어, 아, 아빠가 미안, 미안해,,미안,,ㅇ."

 

 

 

 컥, 커윽, 허윽, 켁, ㅋ,크엑, 엑,, 큭.

 

 

 

 

 

  셋은 영화를 꽤 재미있게 봤다. 영화는 참 재미있었다.

 

  그 날로 그의 어머니는 집을 나갔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그의 여동생은 두 달쯤 정신병원을 다녔다. 그러다 곧 낙동강 바닥에서 그의 여동생을 발견했다. 장례식장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어머니도 오지 않았다.

  그는 완벽하게 혼자가 되었다. 아무도 오지 않는 장례식장에서 입을 꾹 닫고 있던 이후로, 그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이게 내가 봐온 그의 인생이였다. 엉망진창이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 00. 당신은 2016 / 9 / 4 493 0 221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