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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왕관의 주인
작가 : 연유라떼
작품등록일 : 2017.12.12

[현대 로맨스 판타지/당당한여주/사이다]
대한민국 3대 대기업중 하나인 월광그룹의 막내딸 문세라.
"인생 참 쉽다."
그녀에게는 사람들의 프로필이 보이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재력과 능력을 가지고 당당하게 이 세상 쓰레기들 위에 군림한다.

 
06화 당신을 알아가는 것 (3)
작성일 : 17-12-12 14:32     조회 : 195     추천 : 0     분량 : 8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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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당신을 알아가는 것 (3)

 

 아래로 갈수록 진한 하늘색의 그라데이션이 들어가 있는 원피스. 가방은 베르사쳉의 가방으로, 브랜드 로고가 작게 보이는 걸 선택했다.

 

 '차를 가지고 오려나'

 

 세라는 거울 앞에서 골똘히 생각해보았다. 동갑짜리 남자애. 아무리 김윤주 친구라지만 재력이 어느정도 되는 지는 알 길이 없다. 물론 능력을 써서 알 수는 있었지만, 세라가 그 능력을 쓰는 건 1년에 한 두번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평소에는 너무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지럼증이 더 심했기에 항상 렌즈를 끼고 다녔다. 유진을 만난 날도 마찬가지였다.

 

 '하긴, 그래봐야 어느 대학교 학생인지만 알 수 있겠지.'

 

 어릴적부터 보여왔던 사람들의 프로필. 하지만 세라 자신도 그 능력이 어떻게 발휘 되는 지는 잘 알 수가 없었다. 선천적으로 눈치가 빠르고 영리해서 추상적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유추할 수는 있었다. 능력을 사용하기보다는 능력을 활용하는 느낌.

 

 '정작 원하는 정보보다는 마구잡이로 던져지는 정보를 활용하는 거긴 하지.'

 

 세라가 신발장으로 걸어갔다.

 

 '정작 중요한 정보, 걔가 차를 가지고 있냐 없냐 같은 건 알 수도 없지.'

 

 범인이라면 결코 알 수도 없겠지만 세라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불평하며 플랫슈즈와 9cm의 하이힐을 번갈아 가며 보았다.

 

 '윽, 저거 신고 싶은데.'

 

 9cm 의 하이힐. 오래 걷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지옥 체험임이 분명하다. 결국 플랫슈즈와 하이힐의 중간인 낮은 굽의 구두를 신고는 다시 거울을 보며 이리저리 자신을 점검해보았다.

 

 '그쪽도 나처럼 신경 좀 쓰고 나오면 좋겠는데 말야, 같이 다니기 안 쪽팔리게.'

 

 세라는 유진의 첫인상을 회상했다. 키는 작지만 귀여운 상이었고, 댄디룩. 그가 센스있는 남자라면 그때와 비슷하게 입고 오거나 그날 세라가 입었던 꽃무늬에 맞춰 입을 것이다.

 

 '마음에 안 들면 안 만나면 되지.'

 

 생각보다 간단한 결론에 만족해하며 핸드폰의 9번을 길게 눌렀다.

 

 "김실장님, 차 대기 시켜주세요."

 

 ***

 

 김실장은 세라의 연락을 받자 늘 그래왔듯 차 두대를 준비했다. 경호원이자 세라의 수행비서겸으로 고용한 그는 처음 세라가 차키를 두개 줬을 때를 떠올렸다.

 

 월광그룹의 경호원팀들은 꽤 독특하다. 다른 일반 경호보다 급여도 많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었다.

 

 실장 한명이 거의 상주하다 시피 경호를 하고, 경호원 한명이 교대로 붙는다. 실장의 월급은 교대 경호의 3배 가량이 된다. 하지만 개인 사생활이 거의 없다시피 일을 하기 때문에 실장보다는 교대 경호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런 시스템 때문에 경호원의 수만 해도 한 학급을 이룰 정도였다. 거기에 회장인 문지학은 교대 경호원 두명 정도가 더 있고, 운전기사까지 해서 마치 국회의원 보좌관이라도 된 듯 사람이 붙어 있다.

 그건 현재 후계자인 문세준도 마찬가지였다.

 

 김실장은 처음에 세진을 교대 경호하다가, 갑자기 한국에 들어온 철부지 아가씨를 임시로 경호하게 되었다.

 처음 발령을 받았을 때, 경력이 오래된 경호원들이 부럽다며 휘파람을 불었었다. 그때 김실장은 자신이 모시게 될 아가씨는 온실속의 화초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 김실장이 세라를 만났을 때는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김실장은 정식으로 같은 팀으로 일한 경호원들과 회포도 풀고, 그 다음날부터 경호를 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인사가 이동 될 거라고 듣고 한시간 후에 갑자기 팰리스 호텔 앞으로 가야했다.

 

 그렇게 부리나케 차를 호텔 입구에 세워두고 세라를 찾았다.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우아하게 서 있는 자태. 온실 속의 화초 같은 그 분위기는 예상에 맞았다.

 김실장은 세라에게 다가가 허리를 꺽어 인사를 했다.

 

 "아가씨, 오늘부터 아가씨를 모실 김현승입니다."

 

 김실장은 처음 인사 했을 때 세라가 자신에게 지어준 미소를 잊을 수 없었다. 만약 한국에 왕실이 있다면 거기에 걸맞는 사람일거라고 생각했다.

 단아하고 조용하고 우아하고. 여성스러움을 상징하는 모든 칭찬을 갖다 대도 모자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경호하기 쉬워서 부럽다고 한건가'

 

 김실장이 차 뒷문을 열어주고 운전석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쾅

 

 열어준 뒷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김실장은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

 

 '아차, 아가씨가 타는 걸 보고 내가 문을 닫아야했는데.'

 

 너무 긴장한 탓인지 초보적인 실수를 한 김실장은 자책을 하며 다시 차 뒷편으로 달려왔다. 차 뒷문을 열려고 하자 세라가 김실장의 손을 덜컥 잡았다. 갑자기 요동치는 심장을 주체 못하고 김실장의 얼굴이 벌게졌다.

 세라는 아랑곳하지 않고 김실장이 열쇠를 쥐고 있는 손을 펴고 그 안의 열쇠를 꺼냈다.

 

 "제 차는 제가 몹니다."

 

 세라가 세침하게 운전석으로 가서 운전석에 앉기 까지, 김실장은 상황판단이 되지 않아 그 광경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부르릉

 

 그리고 차가 이미 떠났을 때 첫날부터 세라를 놓쳤다는 사실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그 날 사유서를 쓰고 선배들에게 혼쭐이 났었다. 김실장이 당시 실장으로 경호를 지원한 게 아니라 교대 경호를 지원한 상태였다면 아마 쫓겨났을 지도 모른다. 실장직이 그만큼 고되기 때문에 지원자가 몇 없어 김실장의 실책은 경고 정도에서 그치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에 세라가 김실장에게 차키를 던져주며 말했었다.

 "무조건 내가 몰테니까 경호할거면 따라붙어요."

 

 ***

 

 김실장이 평소처럼 두개의 열쇠를 손에 들고 차고에서 세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달 전 세라를 처음 만났을 때를 회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 세라가 차고로 도착했다. 김실장은 오늘의 교대 경호를 맡은 박대리에게 준비하라는 사인을 보내고 세라에게 키를 건넸다.

 

 "아가씨, 별 다른 지시가 없어서 일전의 BWM으로 준비시켰습니다."

 "아, 참참. 말하는 걸 까먹었네. 오늘은 김실장님이 운전해줘요."

 "네?"

 

 갑작스런 세라의 요구에 김실장이 당황해서 되물었다.

 

 "오늘 데이트 할거라서요. 주차해놓고 저 데이트 끝나면 차 가지고 와요."

 

 김실장은 뒤에 있던 검은차 안에서 대기하는 박대리를 급하게 불렀다.

 

 "실장님, 왜요?"

 "오늘 아가씨가"

 

 세라가 박대리에게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말했다.

 

 "어, 박대리님도 있었네요. 저 오늘 데이트 할거라서 차 한대로 가요. 차 안 가지고 온 척 할거에요."

 

 두 경호원은 믿기지 않는 듯 세라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영문을 알 수 없던 세라는 조금 기다리다가 얼떨떨하게 직접 뒷문을 손으로 열고는 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여전히 입을 벌린 채 움직이지 않는 두 경호원. 결국 세라가 창문을 열고 두 사람을 나무랐다.

 

 "안 갈거에요?"

 

 영화관으로 가는 차 안에서 세라는 화장을 고쳤다.

 

 "운전 내가 안 하니까 편하긴 하네."

 

 김실장과 박대리는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아 서로 곁눈질을 하며 긴장을 애써 감추고 있었다.

 

 '데이트라니!'

 

 한달 가량 일하면서 김실장이 알게 된 거지만, 세라를 경호하는 걸 부러워했던 건 경호가 쉬워서가 아니었다. 맹세코 쉽지 않았다.

 

 세라는 월광그룹의 경호원들 사이에서 아이돌스타였다. 똑똑하고 예쁘고 모든 것이 완벽한 사람. 하지만 어릴적 세라가 납치의 위험에도 여러번 노출되어, 지켜주고 싶은 욕망을 일으키는 월광그룹의 아가씨.

 

 그래서인지 아이돌스타였지만서도 오히려 하나밖에 없는 딸 같은 느낌이 더 강했다. 미혼의 남자 경호원들 조차도 그렇게 생각했으니.

 

 '아가씨가 데이트를 한다니...'

 

 평소라면 교통체증으로 시간이 지체되는 도로도 딸의 남자친구를 처음 대면할 때의 아버지의 심정으로 세라를 보내고 싶지 않은 두 경호원들의 속도 모른 채 뻥뻥 뚫려 있었다.

 두 경호원의 기분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만큼 빨리 도착해 원래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15분이나 전에 영화관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너무 일찍 도착했는데요? 내가 운전 안해서 그런가?"

 

 차 안에서 내내 화장을 점검하던 세라는 괜시리 자신이 운전을 잘 못하는 건가 싶어 민망했다. 세라는 차에서 내리며 두 경호원에게 사과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천천히 오는 건데. 아까 괜히 재촉했네요. 미안해요."

 "아닙니다. 오늘 차들이 재수없게 적어서 빨리 도착했습니다."

 

 세라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박대리에게 말했다.

 

 "차가 재수없게 적었다고요?"

 

 박대리는 그제사 자신의 속마음을 여과없이 말했다는 사실에 허둥댔다.

 

 "아, 그게 아니고. 재수없는 차들이."

 

 세라가 박대리의 말을 끝까지 들으려고 기다리는 것 같자 김실장이 박대리에게 지시했다.

 

 "박대리, 주차하고 연락해."

 "넵!"

 

 박대리가 키를 받고 운전석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오늘따라 김실장이랑 박대리랑 무슨 일 있나?'

 세라는 아까부터 경호원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뭐, 내가 참견할 건 아니지.'

 

 세라는 뒤를 돌아 평소처럼 경호원들을 신경쓰지 않고 걸어갔다. 보통 경호원들은 대략 20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서 경호를 한다.

 박대리가 주차를 하고 김실장과 만나 세라의 뒤에서 조용히 주시하며 걸어갔다.

 두 경호원의 표정은 실로 비장했다. 주시하기보다는 째려보는 듯.

 

 ‘감히 아가씨와 데이트를 하다니’

 

 데이트 상대가 누구인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약점을 찾아낼 태세였다. 그런 경호원들의 마음을 눈치 챌 리 없는 세라가 핸드폰으로 유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

 

 세라는 가방에서 핸드폰을 찾는 유진을 발견했다.

 

 "일찍 왔네?"

 "응, 좀 전에 왔어."

 

 세라는 눈치채지 못하게 유진의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훑어보았다.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한 모습. 흰색 셔츠에 회색빛이 감도는 비둘기 색의 바지. 그 바지와 같은 색의 가디건.

 

 '깔끔하네.'

 

 유진은 세라에게 영화 포스터를 건넸다.

 

 “이 영화 봤어?”

 

 두명의 배우가 서로 등을 지고 총구를 바깥으로 겨누고 있는 포스터. 최근 웃기다고 소문이 난 영화였다.

 

 “미국에서 개봉했을 때 봤어.”

 “이거 얼마전에 친구들이랑 봤는데 너무 재밌더라고.”

 “이 영화 배우들 연기가 진짜 괜찮았던 거 같은데.”

 “그치. 특히 주인공이 자기 아내한테 전화했을 때가 최고였어.”

 “그 아내 캐릭터도 마음에 들던데. 굉장히 열정적이고 시원시원하고.”

 

 유진이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세라의 말에 공감을 표했다. 그는 머리를 굴리며 또다른 영화 장면을 생각했다. 사실 그다지 어렵진 않았었다. 바로 3일 전에 본 영화니까.

 

 “맞아, 특히 감옥에서 간수들 대하는 태도가 은근히 매력 있었어.”

 "응. 그 주인공도 연기 좋았는데, 본지 오래 되서 기억이 가물하네."

 “은근히 사랑꾼이었잖아. 주인공.”

 

 세라는 유진의 끊임없는 대화에 조금 놀랐다.

 

 '사실 좀 어색할거 같았는데.'

 

 얼마전 김윤주와 커피숍에서 처음 만난 이후로 그다지 사적인 연락을 많이 한 건 아니었다. 아직 잘 모르는 사이. 하지만 만나봐도 괜찮을 것 같은 사람.

 서로 호감이 있다 하더라도 말도 몇 번 섞어보지 않은 터라 당연히 어색할 줄 알았는데 유진은 편안하게 대화를 시도했다.

 거기다 세라가 미국에서 정말 재밌게 보았던 영화를 주제로.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면 상대가 누구든 좋아하는 것 만큼 그 상대도 함께 좋아지는걸까?'

 세라는 그 영화를 이야기 하는 것이 즐거운 만큼 유진을 향한 호감이 올라갔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두 경호원이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놓칠만큼 두 사람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그들은 다른 영화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두 사람이 들어갔을 때는 이제 막 광고가 시작한 때였다. 뒤에서 약 3~4번째 줄 앞의 가운데 좌석.

 

 ‘좋은 자리 잘 잡았네’

 

 바로 하루 전 날 예매 한 거 치곤 꽤 괜찮은 좌석이었다.

 

 '이 자리 잡으려고 다른 영화관도 찾아보고 그랬을까?'

 

 세라는 자신이 평소에 보고 싶은 영화를 보기 위해 개봉하는 당일에 좋은 좌석에서 보기 위해 여러 영화관의 홈페이지를 찾아보는 편이었다.

 

 '에이, 설마. 얘도 그러겠어?'

 

 자리에 앉자 어색한 시간이 흘러갔다. 대화를 나누기에는 애매한 정도의 고요함.

 아직 어둡지 않은 영화관은 광고들의 연속이었다.

 

 [ 빠르게 달려나가는 것만이 좋은 차가 아니다. ]

 

 그때, 익숙한 광고가 흘러나왔다. 월광자동차의 광고였다. 세라는 유진을 흘깃 쳐다보았다. 이전의 광고들과 다를 바 없이 보고 있는 유진.

 

 [ 이 모든걸 갖추고 추억을 만드는 차. ]

 

 고요한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협곡을 달리는 자동차의 모습. 자동차는 작아보이고 그 주변의 자연경관을 뚜렷하게 보여주며 광고는 끝이난다. 광고를 보는 내내 유진을 관찰했지만 아무래도 유진은 세라가 월광그룹 회장의 막내딸이라는 건 모르는 듯 했다.

 

 잠시 후. 순식간에 영화관은 어두워졌다.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영상이 상영되며 잠시 고요했던 영화관에 영화의 소리로 가득찼다.

 

 '끝나고 월광자동차를 물어볼까.'

 

 영화가 레이싱에 관한 영화라 자연스럽게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뭐라고 물어봐야되지?'

 

 세라는 영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월광자동차는 어떻게 생각해? 라고 물어봐? 이거 너무 이상한 질문 아닌가. 대한민국 자동차 하면 뭐가 떠올라? 이거는 너무 대놓고 우리 회사 광고 하는거잖아.'

 

 세라는 자신이 생각해도 기가 찬듯 작게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려고 팔을 팔걸이 위에 올리고 팔걸이를 꽉 붙잡았다.

 살짝 어깨가 닿였다.

 세라는 갑자기 닿인 어깨가 신경쓰였지만 애써 외면하려고 다른 생각을 했다.

 

 '그럼 너 나 알어? 이렇게 물어보는 건 더 웃긴가? 월광자동차 광고 괜찮지 않아? 참, 내 이름 문세라인데 뭐 떠오르는 거 없어?'

 

 생각의 꼬리를 물수록 세라가 생각해도 상상속의 세라와 유진은 이상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세라만 이상한 대화를 시도하는 거지만. 웃음을 참기 위해서 이번에는 꽉 붙잡았던 팔걸이를 놓고 손가락을 까닥였다.

 

 '웃지마. 이 영화에 웃는 포인트 어디에도 없다고! 지금! 문세라! 정신차려!'

 

 세라는 자신의 허벅지라도 꼬집으려고 팔을 내리려고 하려다가 그만 팔꿈치로 유진의 팔을 쳤다. 세라가 천천히 팔을 내리려던 게 아니라서 팔꿈치를 기준으로 전기가 통하듯 팔꿈치가 저려왔다.

 난데없는 부딪힘에 세라가 귓속말로 '미안' 하다고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

 유진이 세라의 손을 잡았다.

 

 "괜찮아?"

 

 그리고 세라의 귀에 가까이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영화에 나오는 배경음악은 빠르고 신이 나는 템포였다. 세라는 그 템포소리에 맞춰 자신의 심장이 뛰는 걸 느꼈다.

 

 '얘 진짜 선수아냐?'

 

 너무나 자연스럽고 빠르게 오는 스킨쉽. 세라는 월광자동차의 광고가 생각이 났다.

 

 [빠르게 달려나가는 것만이 좋은 차는 아니다. ]

 

 세라는 약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유진을 흘깃 쳐다보았다. 어두워서 정확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가 침을 꼴깍 삼키는 걸 본 듯 했다.

 그리고 잡은 손이 익숙해질 때 쯤, 유진의 손이 파르르하게 떨리는 걸 느꼈다.

 순간 선수라고 생각했던 세라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귀엽네.'

 

 일단 저지르고 봤는데 긴장해서 떠는 모습이라니!

 

 ***

 

 영화가 끝난 후 두 사람은 영화관 앞의 일본식 선술집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주인공이 돌진할 줄은 몰랐어. 생각보다 과감하더라고.”

 

 세라가 공중에서 젓가락을 찌르며 주인공이 돌진하던 장면을 묘사했다. 유진이 젓가락으로 세라의 젓가락을 잡았다.

 

 "이걸로 나한테 돌진하는거야?"

 "응?"

 

 세라는 방금 그 말이 무슨 뜻일지 궁금했지만 유진은 개의치 않고 자신의 감상을 얘기했다.

 

 “난 오프닝 영상이 최고 좋았는데. 인물들이 등장하는 씬들이 음악이랑 묘하게 어울리는 게 인상 깊었어.”

 

 유진의 말에 세라는 골똘히 오프닝 영상을 생각해보았지만, 그때는 다른 생각을 한다고 제대로 보지를 못했다.

 세라가 잠시 말이 없는 동안, 유진이 세라의 잔에 맥주를 따르며 말했다.

 

 “그리고 내가 그 주인공 입장이라면 자기 재능을 살려서 오히려 그 분야의 직업을 찾았을 거 같애.”

 “운전 재능?”

 “응. 사실 완전 천재인거잖아. 나도 좋아하는 분야가 있지만 천재는 아니라서.”

 “어떤 분얀데?”

 

 유진이 테이블 위로 두 손을 올렸다.

 

 “피아노.”

 

 유진은 건반을 치듯 손가락을 움직였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세라의 손을 잡았던 손. 그때 살짝 떨렸던 손가락.

 

 유진의 길고 가느란 손은 공중에서 분위기를 한 타, 한 타 리듬을 탄다.

 

 주변에서 들리는 말소리와 주방에서 움직이는 소리들은 손가락이 오르내리는 동작에 맞춰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만들어내는 듯 했다.

 

 술기운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한 잔에 한 마디.

 

 세라는 이런 분위기가 좋았다. 서로를 알아가며 나누는 대화들.

 

 기분 좋은 묘한 기운이 두 사람을 감쌌다.

 

 세라는 전날 가희와 함께 갔던 신화호텔의 칵테일을 생각했다.

 

 **

 

 달콤한 자몽향과 달달한 꿀.

 

 맛도 맛이지만 그 색과 향도 빼놓을 수 없었다.

 

 거기다 이 칵테일에 담긴 한편의 이야기.

 

 진하게 잠재 되어 있던 욕망이라는 술은 잔 안의 작은 폭풍이 불면 케케묵은 기억속의 앳된 사랑을 건드린다.

 

 그리고 어린 사랑의 순수함을 나타내듯 연분홍으로 변한다.

 

 그 칵테일의 이름은

 

 ‘첫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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