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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왕관의 주인
작가 : 연유라떼
작품등록일 : 2017.12.12

[현대 로맨스 판타지/당당한여주/사이다]
대한민국 3대 대기업중 하나인 월광그룹의 막내딸 문세라.
"인생 참 쉽다."
그녀에게는 사람들의 프로필이 보이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재력과 능력을 가지고 당당하게 이 세상 쓰레기들 위에 군림한다.

 
05화 당신을 알아가는 것 (2)
작성일 : 17-12-12 14:32     조회 : 189     추천 : 0     분량 : 7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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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당신을 알아가는 것 (2)

 

 서로 잘 모르는 이들이 선택하는 데이트는 단순하다. 가장 알기 쉬운 게 영화. 그러므로 영화 선정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평소라면 유진은 영화를 고르고, 이렇게 문자메시지를 보냈을 것이다.

 

 - 베이비도라이버 라고 괜찮은 영화 나온 거 같은데, 보러 갈래? (혹은 갈래요?)

 

 또 사람마다 좋아하는 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로맨스 영화는 A에게, 공포영화는 B에게, 철학을 담은 영화는 C에게 보내곤 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개봉한 영화 중 놓친 건 거의 없다. 꽤 모든 영화를 섭렵하고 있었고, 만나는 여자마다 자신의 선호 장르를 바꾸어 가며 말했다.

 

 특히나 영화를 보고 난 이후 영화에 관해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는 여성에게는 비슷한 장르의 유명한 감독과 배우도 미리 복습해 가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그런 유진이 세라에게 연락 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 저번에 말한 영화, 내일 개봉하는 데 같이 볼래?

 

 유진의 연락을 받았을 때쯤, 세라는 신화호텔의 스카이라운지 바에 있었다. 호피 무늬 점퍼에서 핸드폰 진동이 울렸지만, 옆 의자에 올려둔 터라 알지 못했다. 그녀의 바로 옆에는 그 날 생각지도 못하게 만난 핫한 사람이 앉아있었다.

 

 이번에는 검은색 탑에 화려한 장신구. 휘파니성애자 같은 신가희.

 

 "너 휘파니 되게 좋아하나 보네?"

 

 신가희가 한숨을 쉬었다.

 

 "이거 다 용돈 쪼개서 사는 거야. 너처럼 긁고 싶다고 막 긁는 게 아니라서. 살 수 있는 게 한정되어 있으니까 최대한 갖고 싶은 걸 사는 거지."

 

 **

 

 남들 눈에는 다 같은 부자로 보이겠지만. 그 안에서도 분명한 급이 존재한다.

 호진은 큰 기업이 아니다. 어떤 회사엔 갑이 되는 기업이지만, 어떤 기업이나 정치인들에게는 꽤 눈치를 많이 보는 기업.

 

 그래서 신가희가 세라의

 

 -신화호텔. 라운지 바. 9시.

 

 라는 문자를 받았을 때부터 월광그룹을 조사했었다.

 하지만 월광그룹은 생각보다 광범위했고 베일에 싸여있었다.

 초대회장 문흥국과 다르게 현 회장인 문지학은 좋은 이미지와 평판으로 규모만 컸던 기업을 단시간에 대한민국 1등 기업으로 만들었다는 것. 이사진의 월급을 깎아 내놓은 복지체계는 후에 배가 성장의 거름이 되었으며 한국 역사상 최고의 전략이었다는 것. 하지만 아들 문세준을 제외하고는 가족관계가 밝혀지지 않아 일반인에게 공개한 적이 없어 더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녀가 알 수 있는 건 거기까지였다.

 

 '나 가지고 노는 건 아니겠지?'

 

 신가희는 그렇게 반신반의하며 약속장소로 나갔었다.

 

 반면에 이런 조사가 익숙한 세라는 자신이 가진 말들을 통해 금세 알아냈다. 먼저 그녀의 능력으로 알게 된 베로니카주얼리는 아직 이름만 존재하고 실상은 갖춰지지 않은 형태였다. 신가희가 전무라고 되어 있었지만, 졸업을 한 후거나 아니면 졸업반일 때 제대로 사업을 시작할 듯해 보였다.

 

 '그러고 보면 김실장이 볼수록 능력이 참 좋아.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안 나오던데.'

 

 확실히 찾기 힘들었다. 신가희는 현재는 학생 신분이었고. 하지만 김실장이 보내준 뉴스에는 신가희가 신승리의 장녀라는 사실이 기재되어 있었다.

 

 "경호원 하기에는 아까운 인재인 거 같은데. 누가 봐도 신승리를 중점으로 신가희를 찾은 거잖아."

 

 세라는 김실장 대신 핸드폰을 쓰다듬으며 김실장의 능력을 한 번 더 높이 샀다.

 

 그다음으로 세라가 조사한 건 경쟁사였다.

 

 '정보의 싸움은 이제부터지.'

 

 세라는 책상에 앉아 빈 노트에 여러 기업의 이름을 적었다.

 

 월광그룹은 월광전자를 중심으로 반도체, 신소재가 주력이나 대중에게 친근하게 알려진 것은 건설, 자동차였다. 소소하게 전자기기도 있지만, 삼촌인 문지혁이 가져간 셈이니 제외했다. 호진그룹도 신소재나 반도체에 투자하긴 했지만 주로 약품 계열이었다.

 

 '일단 우리랑 크게 겹치는 건 없네.'

 

 신화그룹도 호진 그룹과 크게 겹쳐지는 계열사는 없었다. 신화가 유명한 건 신화전자. 그리고 신화백화점. 신화호텔. 원래는 백화점과 호텔, 관광 쪽이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들어 신화전자가 강세를 보였다.

 

 그 외 세라가 친한 기업들의 이름을 적었지만 화학 계통 중 호진과 겹쳐 보이는 건 크게 없었다.

 

 세 번째로 알아본 건 호진 경영진과 자신의 인맥 간의 관계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경쟁도 공존도 아닌 전혀 다른 분야이지만 경영진들 사이에서는 어떤 미묘한 관계가 오고 가는지 모른다.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 하지만 이 작업에 지름길은 있었다.

 

 '세준 오빠에게 물어보면 되지.'

 

 하지만 전화 연결음에서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기를 두 번. 장남인 문세준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럼 꿩대신닭이라고.'

 

 세라는 둘째 오빠인 문세진의 방문을 벌컥 열었다.

 

 "오빠, 호진퍼시픽이라고 알어?"

 "노크 좀 해!"

 

 문세진은 화들짝 놀라서 세라를 향해 정체 모를 뭔가를 던졌다. 세라는 자신의 눈앞으로 알 수 없는 뭔가가 던져지자 자신의 결례를 범했다는 걸 느꼈다.

 

 "악! 뭐야, 야동 봤냐? 그럼 방문을 잠그던가!"

 

 세라는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돌려 문세진의 방문을 조용히 닫으려 했다.

 

 "야동 아냐! 변태냐?"

 

 문세진은 이대로 세라가 나가면 '야동을 보다가 여동생에게 들킨 문세진' 으로 낙인이 찍힐 게 두려워 나가던 세라를 급히 붙잡았다. 세라가 다시 방문을 열고 문세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문세진은 초록색 마스크팩을 하고 있었다.

 

 "뭐야, 얼굴에 팩했어? 만화 캐릭터 같아. 그 오우거 나오는거."

 "죽을래?"

 "부끄러워 울만 하다."

 

 문세진이 세라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내밀자 세라는 문세진을 향해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었다.

 

 "근데 왜 왔냐?"

 "아, 오빠. 혹시 호진 퍼시픽이라고 아느냐고."

 "몰라, 그런 거."

 "그래. 오빠에게 뭘 기대하겠어."

 "1절만 해라."

 

 세라가 방문을 닫고 나가려는 데 아까 문세진이 던진 물건이 발에 챘다.

 

 "오빠 아까 뭐 던진 거야?"

 

 문세진이 하고 있는 팩이 들어있던 포장지였다.

 

 [촉촉한 수분이 한가득. 메아리]

 

 세라는 한심한 듯 오빠를 향해 말했다.

 

 "오빠 지금 하는 그 팩이 호진퍼시픽회사 계열 메아리 꺼야, 이 멍청이야."

 "나 이거 끝나면 너 죽는다."

 

 세라는 급히 방문을 닫고는 다음 정보통에게 달려갔다.

 

 "엄마!"

 

 세라가 1층에 내려가자 거실에서 TV를 보며 요가 하는 김혜민을 볼 수 있었다.

 

 "왜?"

 

 세라의 외침에 김혜민이 뒤를 돌아보고 세라와 눈이 마주쳤다.

 

 "악!"

 

 세라는 엄마의 얼굴을 보자마자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뭐야, 엄마가 오빠한테 팩하라고 줬어?"

 

 세라는 방금 보았던 마스크팩을 또 볼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었다. 요가를 하고 있던 김혜민은 팩을 떼어내고는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아니, 세진이가 하나 줬는데?"

 '오빠가 줬다고?'

 

 세라는 문세진이 마스크팩을 사서 엄마에게 건네주는 것을 상상해보았다. 어디선가 맞지 않는 퍼즐처럼 위화감이 들었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그 상상을 뒤로 미루었다.

 

 "엄마, 그 화장품 회사랑 잘 알아?"

 "어디? 메아리?"

 

 세라는 단번에 알아보는 엄마가 존경스러운지, 아니면 자기가 사놓고도 모르는 오빠가 멍청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앞으로 엄마에게 먼저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알지. 엄마 잘 나갈 때 광고모델 몇 번 했었어."

 "거기랑 사이좋아?"

 

 세라의 질문에 김혜민이 정색하며 되물었다.

 

 "왜, 그 망할 놈의 자식이 거기 아들이래?"

 

 세라는 약 3초 정도 엄마가 말하는 '망할 놈의 자식'이 누군지 생각해보았다.

 '아. 그 꼰대 선배. 엄마가 망할 놈의 자식이라니. 난 잠시 잊고 있었는데.'

 

 세라가 손사레를 치며 김혜민을 진정시켰다.

 

 "아냐, 아냐. 이번에 우리 과에 거기 딸이 있길래, 혹시 우리랑 뭐 안 좋은 거 있는 건 아닌가 해서."

 

 김혜민은 세라를 보며 싱긋 웃었다. 세라의 학창시절, 아무나 다 친구하고 뒷감당은 부모인 그들이 다 해서 고생이었던 때가 생각이 났다.

 

 "거기 대표이사가 여자분이신데, 그때 교양있고 사람이 참 순수했던 것 같아. 엄마도 잘 모르는 분이야."

 "음, 그럼 뭐 원수진 건 없는 거지?"

 "친구가 꽤 마음에 드나 보네?"

 

 세라는 김혜민의 말에 미소로 대답하고 2층의 자기 방으로 향했다. 김실장에게 물어볼 때쯤, 단톡방에 '호진퍼시픽랑 연관 있는 사람 있냐'고 물었는데 거기에 대한 답이 와 있었다.

 

 - 난 잘 모름.

 - 뭐 크게 원수진 건 없는 듯?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이 정도면 그냥 친구 해도 되겠지?'

 

 세라는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한국에 들어오고 난 이후에 새로운 사람을 많이 알게 되었지만 같은 과에 자기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까.

 

 세라가 자기 방문을 열 때 문세진이 세라를 불렀다.

 

 "문세라."

 

 문세진의 중저음의 목소리에 세라는 부리나케 방으로 들어가 한발 앞서서 문을 닫고 잠갔다. 세라를 부르고 전력을 다해 뛰어오던 문세진은 간발의 차로 닫힌 문 앞에 서 있었다.

 

 "야, 나와! 문세라!"

 

 문세진이 문을 쾅쾅 치자 거실에서 김혜민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들렸다.

 

 "니들 싸우니? 조용히 안 해?"

 

 잠시 정적이 흐르는 듯했지만 세라의 핸드폰으로 알림이 연달아 울렸다.

 

 -문세라 넌 죽었음

 -문세라 문 열어라.

 -니 방 앞에서 오늘 노숙한다.

 -나오기만 해봐.

 

 세라는 문세진을 차단하고 가희에게 문자를 보냈다.

 

 -신화호텔. 라운지 바. 9시.

 

 **

 

 신라호텔 스카이라운지바.

 

 어느새 휘파니성애자 신가희와 세라는 도란도란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재벌 자제들 답게 집안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서로의 그룹이 크게 상호작용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신가희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그 사실에 더 긴장이 풀렸다.

 

 "사실 이 과 별로 관심 없었는데, 자꾸 집에서 가라고 해서."

 

 신가희가 눈앞의 칵테일을 한 모금 마셨다.

 

 "근데 화학과 쪽으로 가야는 거 아냐? 화장품이면."

 

 세라는 먼저 칵테일을 마신 신가희의 잔에 짠하고 부딪히고는 자신도 마셨다.

 

 "오빠가 화학 쪽으로 이미 들어갔고, 엄마 생각으로는 회사가 더 커지려면 인맥 같은 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아예 경영학과나 심리학과나 이런 거로 가라 해서."

 

 세라는 그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었다. 의외로 심리학이라는 것은 광범위해서 여러모로 많이 쓰인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경영심리학처럼 연계되어 있을 때지, 심리학만 파고들기에는 좀 동떨어질 수도 있다.

 

 "그럼 원래 무슨 과 가고 싶었는데?"

 "보석세공이나 뭐 보석디자인 쪽?"

 

 세라는 그제야 신가희가 다시 보였다. 단색 위주의 스타일링에 화려한 장신구나 가볍게 포인트를 주는 장신구들. 신가희가 보석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스타일링이었다.

 

 '그래도 스터드 팔찌는 의외였지만.'

 

 신가희는 얼굴에 취기가 점점 달아오르는지 손 부채를 하며 말을 이어갔다.

 

 "휴학도 그래서 한 거야. 싱가포르 쪽에 디자인 학교 간 거거든. 동시에 대학을 두 군데를 다닌 셈이긴 하지."

 "싱가포르? 디자인학교?"

 "응. 거기가 좀 유명하다고 그래서. 고집부려서 갔지. 그냥 어학연수로 나간다고 하면 뭐 하는지 정확히는 모를 테니까."

 

 세라는 말없이 신가희의 말에 공감했다.

 

 "그래서 거긴 졸업했어?"

 "응. 인턴쉽까지 했어. 근데 좀 짧게 하고 바로 한국 들어온 거야. 어차피 말단이 크게 하는 거도 없더라고. 그냥 흐름만 대충 봤어."

 

 세라는 신가희가 대견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명확하게 아는 데다가 그 꿈을 좇기 위해 벌써 이만큼이나 노력을 했다니. 세라는 가희에게 공통된 관심사를 꺼내면 더 친해질거라 생각하고 자신의 팔찌를 보여주었다.

 

 "나도 보석 디자인하는 거 좋아해. 이거 내가 디자인한 거야."

 

 한 가운데 큐빅을 중심으로 꽃잎이 퍼지듯 금속으로 장식했다. 문세라의 이니셜이 반복된 팔찌의 띠는 세라가 얼마나 자존감이 높은 사람인지를 나타내는 듯했다.

 

 "네가 만든 거야?"

 "디자인만. 만드는 건 의뢰했지."

 "너 진짜."

 

 신가희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넋이 나간 듯 말했다.

 

 "돈 많나 보네."

 

 세라는 신가희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뭐야, 너희 집도 돈 많잖아."

 "너 정돈 아니지. 만드는 걸 의뢰하면 어디다가 의뢰하는거야? 너희 그룹 계열사 중에 비슷한 거도 없잖아. 아파트 아니면 자동차일거 아냐."

 

 세라는 민망한 듯 살짝 웃으며 머리를 귀 뒤로 쓸어넘겼다. 세라는 자산의 정도에 따라 친구 관계가 멀어지는 게 싫었다. 그녀에게 한국에서 편히 부를 수 있는 친구가 몇 없는 것도, 친구들이 먼저 급을 나누어 세라를 높은 급으로 올렸기 때문이었다.

 

 세라는 분위기를 바꾸려고 손을 들어 바텐더를 불렀다. 그러자 그녀들 또래 되어 보이는 키 큰 남자가 다가왔다.

 

 "아무거나 추천해봐요."

 

 바텐더는 세라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호텔 지배인이 직접 전화해서 비위를 맞추라는 지시를 받았었다. 평소의 다른 손님이라면 '아무거나 추천해보라'는 애매한 주문은 짜증이 났겠지만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해서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는 칵테일 셰이커로 여러 술을 묘기하듯이 넣고는 화려하게 섞었다.

 잠시동안 세라와 신가희는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바텐더는 이 아리따운 두 여성분이 셰이킹(shaking)을 유심히 바라보는 걸 느끼고 셰이커를 더 화려하게 이리저리 돌렸다.

 

 하지만 두 여인이 보는 것은 조금 달랐다.

 흔들리는 팔, 그 옷 아래에 감추어진 잔 근육들.

 캄캄한 실내의 어두운 조명은 바텐더를 쳐다보는 두 여인의 눈빛을 감추었다.

 잠시 모든 대화를 잊게 만드는 탄탄한 몸매에 넋이 나간 두 사람은 바텐더가 칵테일 잔을 그들 눈앞에 갖다 놓자 정신이 들었다.

 

 "이번에 제가 만든 음료입니다. 이름은 아직 못 붙였습니다."

 

 진홍빛의 음료가 맨 밑바닥을 깔고 그 위로 투명한 술에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고 있었다.

 잔의 상단에는 설탕으로 발려 있었고, 술의 수면위로 얇게 자른 자몽이 올려져 있었다.

 바텐더가 말했다.

 

 "여기서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그는 잔의 음료를 섞었다.

 

 "어머."

 "대박."

 

 음료를 섞자, 진홍빛에 가려져 있던 붉은 꽃잎이 음료 위로 날아와 자몽의 아래를 바쳐주었다. 색은 좀 더 연한 분홍빛으로 바뀌었다. 바텐더가 잔의 밑부분을 손가락 사이에 넣고는 두 사람에게 밀어 넣었다. 세라와 가희는 홀린 듯이 잔을 받아 건배하고 상단의 설탕을 먼저, 그리고 음료를 시음했다.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듯한 꽃향기가 목구멍으로 타고 들어갔다. 달콤한 벌꿀과 상큼한 자몽이 합쳐진 듯했다.

 

 "도수가 세네요."

 

 바텐더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이 뭐라고요?"

 

 신가희가 묻자 바텐더가 난감한 듯 말했다.

 

 "아직 못 정했습니다."

 

 세라는 칵테일을 한 모금 더 마시고 입안에서 충분히 음미하고 목구멍으로 다시 넘겼다.

 

 "뭐든 사연이 있는 게 좋죠. 이거 마시니까 생각나는 단어는 있는데."

 

 그때

 

 -웅

 

 하고 꽤 큰 진동이 울렸다. 신가희는 테이블 위에 있던 휴대폰을 확인했다. 세라도 잊고 있던 점퍼 안의 휴대폰을 꺼냈다.

 

 - 이번 주 금요일 6시에 개강총회 있습니다. 안되시는 분만 답장 주세요.

 

 "아, 개강총회네."

 

 방금까지 바텐더를 바라보며 흐르던 섹시한 기류의 산통을 깨는 문자였다. 세라가 신가희에게 물었다.

 

 "개강총회? 총회? 주주총회 같은 총회?"

 

 취기가 오른 신가희는 세라의 어깨를 툭툭 치며 크게 웃었다.

 

 "아, 진짜 웃겨. 그냥 개강했다고 서로 인사하고 술 먹는 거야. 주주총회라니."

 

 신가희가 핸드폰을 뒤집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세라도 핸드폰을 다시 넣어두려던 찰나, 읽지 않은 메시지 하나가 보였다.

 

 - 저번에 말한 영화, 내일 개봉하는 데 같이 볼래?

 

 유진이었다. 세라는 순간 이 모든 게 눈앞의 칵테일처럼 분홍빛으로 느껴졌다.

 오랜만에 새로운 친구도 사귀었고, 새로운 술도 마셨고, 새로운 남자도 연락이 왔다.

 

 - 좋아.

 

 세라는 빠르게 답장을 하고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참 인생 쉽다. 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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