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왕관의 주인
작가 : 연유라떼
작품등록일 : 2017.12.12

[현대 로맨스 판타지/당당한여주/사이다]
대한민국 3대 대기업중 하나인 월광그룹의 막내딸 문세라.
"인생 참 쉽다."
그녀에게는 사람들의 프로필이 보이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재력과 능력을 가지고 당당하게 이 세상 쓰레기들 위에 군림한다.

 
03화 당신을 알아가는 것 (1)
작성일 : 17-12-12 14:31     조회 : 196     추천 : 0     분량 : 749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3> 당신을 알아가는 것 (1)

 

 간밤에 수많은 역사가 이곳저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김혜민이 명문대 총장과의 약속을 잡고 저녁으로 한식을 먹는 사이, 명문대 심리학과 고학년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그 날 오지영이 널리 퍼트린 소식을 안주 삼아 술을 한잔 기울인다.

 

 각 방의 조교들을 한데 모아 같이 저녁을 먹으며 그 날 오후의 일을 얘기했다.

 

 조교 중 두 명이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그러고 보니 심리 통계학 수업 때 나 걔 본 거 같아. 진짜 이쁘던데."

 

 "어, 나도. 맨 뒷자리 앉았던 거 같은데. 근데 좀 약간 건방질 거 같기도 한데."

 

 지금부터 그들의 대화는 세라가 무던히 노력했다 한들, 그녀가 잡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여기서 그녀를 오히려 조롱할 수도 있다.

 

 오지영이 조용히 말했다.

 

 "꽤 싹싹한 거 같던데, 그렇다고 못된 거도 아니고."

 

 여기서 세라를 만나본 오지영만이 그녀의 이미지에 힘을 실어준다. 오지영은 조교들이 거짓말 하는 걸 알고 더 자신의 말에 힘을 가했다.

 

 "수업 안 들었다던데? 이형식 마주치기 싫다고. 2학년 수업 위주로 다 바꿀 거래"

 

 괜히 입 한번 놀렸다가 거짓말쟁이가 된 두 조교는 얼굴이 벌게졌다.

 

 "근데 다른 수업이라도 이형식이랑은 마주치지 않아? 이형식 학점 안 좋아서 2학년 전공 중에서도 재수강 해야 될걸?"

 

 오지영이 어깨를 한번 으쓱거렸다.

 

 "하여튼 시간표 다 바꾼다더라고. 이전 시간표가 뭔지 몰라서."

 

 "근데 왜 이형식이랑 마주치기 싫은 거래? 뭐 좀 켕기는 게 있는 거 아냐, 알고 보면?"

 

 거짓말쟁이 조교 중 한 명이 끝까지 세라를 물고 넘어졌다. 그게 그에게는 자존심 회복이나 다름없었지만, 그를 제외한 모두가 그를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세라가 이 상황을 알았더라면 조교들부터 혼쭐을 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없는 이상, 그녀가 그 날 오후 철저히 자기편으로 만든 오지영이 대신 혼쭐을 냈다.

 

 "걔 그런 애 아니더라, 그땐 화나서 고소하려고까지 했는데 같은 과 선배고 앞으로 볼 텐데 불상사 만들고 싶지 않았대.

 

  근데 괜히 만나면 뻘쭘하니까 최대한 마주치기 싫다고 하던데."

 

 누구도 반박할 수 없었다. 그들은 단 한 번도 세라를 보지 못했고, 그녀를 봤다고 하는 오지영이 하는 말이니 믿을 수밖에.

 

 세라에 대한 이미지는 그렇게 굳혀져 갔다. 그녀를 음해하려던 무리의 농간에 당하지 않고. 대단한 소문의 그녀가 편입생이고 생각한 거 보다 더 대단할 거라는 예고편만 남긴 채.

 

 "너 팔찌 이쁘네?"

 

 오지영이 자신의 손목을 보았다. 가운데에 Psychology 라고 적혀 있고 양 가로 구슬처럼 큐빅이 박혀 있는 팔찌였다.

 

 오지영은 세라가 액세서리 디자인이 취미라며 준 팔찌를 만지작거리다 술잔에 잔을 채웠다.

 

 흔히들 그렇게 말한다. 첫인상이 모든 걸 좌우하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마주치고 스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첫인상이 처음이자 끝이지. 그게 다지.'

 

 문세라는 그 사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다.

 

 **

 

 한편 해가 떨어지고 세라는 김윤주와 함께 번화가의 큰 프랜차이즈 커피숍에 앉아있었다.

 급한 일이 있다며 세라가 김윤주에게 전화 한지 30분 만에 윤주가 헐레벌떡이며 커피숍에 들어왔었다. 커피숍의 무거운 문을 단숨에 열자 가장 편안한 자리에서 다리를 꼬고 핸드폰을 보고 있는 세라가 눈에 띄었다.

 김윤주는 세라를 걱정하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세라는 김윤주가 온 걸 발견하고는 울상을 지었다.

 "나 죽는 줄 알았잖아."

 김윤주가 세라의 옆에 앉았다.

 "왜? 큰일이라도 났어? 그 너희 학과 선배라는 애가 보복이라도 한다던?"

 김윤주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세라는 주먹을 쥐고 눈물을 닦는 듯한 몸짓을 취했다.

 

 "심심해서."

 잠시 정적이 흘렀다. 세라는 김윤주의 깊은 빡침이 느껴졌다.

 '이럴땐 정직이 최고지.'

 세라는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여 김윤주의 기분을 달랬다.

 "나 한국에 친구가 너밖에 없잖아."

 

 너무 아쉬운 이야기를 단호하게 하는 터라, 김윤주는 오히려 더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세라의 말이 맞는 말이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

 "네가 문세라 아니었으면 죽었어."

 

 볼멘소리를 하는 김윤주에게 찰싹 기대는 세라.

 "에이, 나도 너 아니면 이렇게 안 부르지. 자자. 스마일."

 그리고는 핸드폰을 위로 들고 카메라를 켜 셀카 모드를 눌렀다. 김윤주는 구시렁거리다가 손으로 브이 자를 그리며 카메라를 향해 어색한 미소를 보내었다.

 [찰칵]

 

 "오, 이거 잘 나왔다. 이거 프사해놔."

 

 "싫어. 나 이번에 메달 딴 거 그대로 둘 거야."

 

 "야, 그게 벌써 4개월 전이다. 이제 바꿀 때 됐어."

 

 세라는 어느새 김윤주의 톡으로 들어가 조금 전의 사진을 김윤주의 프사로 설정해놓았다.

 

 "웰컴투한국…."

 

 상태메시지까지 바꾸는 걸 보고 김윤주가 몸서리를 쳤다.

 

 "아 왜 이래, 내껀데 왜 네가 맘대로 바꿔?"

 

 세라가 김윤주를 껴안으며 그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코 막힌 목소리로 애교를 부렸다.

 

 "딱 3일만!"

 

 오랜 친구인 김윤주는 세라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외로워서?

 유명한 태권도 선수인 김윤주. 신화그룹의 상속녀이지만, 대다수가 태권도 유망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김윤주의 지인은 당연히 운동선수들로 바글거렸다. 늘 김윤주의 시합 때마다 응원 나왔던 세라를 보기 위해 김윤주를 응원한다는 멍청한 녀석이 있을 정도로, 세라는 김윤주의 지인들 사이에서 아이돌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중 몇 명은 이미 세라와 사귄 적도 있고, 데이트도 몇 번 한 적도 있었다. 김윤주를 통해 세라의 실연의 아픔을 전하거나 하는 등 꽤 유치한 일도 많이 했었고.

 

  하지만 그때는 꽤 어릴 적이었고 지금은 김윤주의 인맥도 상당히 넓어졌기에 이전 같은 그런 꼼수는 통하기 힘들다고 김윤주는 생각했다. 그걸 세라가 모를 리가 없는데.

 

 "문세라, 그냥 맘에 드는 사람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해. 누구야. 연결해줄게."

 

 세라는 자신의 손톱을 바라보며 윤주에게 대답했다.

 

 "없어."

 

 김윤주가 잠시 할 말을 잃자 세라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3일 동안만 프사하고 나 소개해달라는 애 있으면 다 연결해줘."

 

 "미친."

 

 세라가 자기 앞의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셨다. 김윤주는 태연하게 앉아있는 세라를 이상하게 여겼다.

 

 ‘원래도 남자가 끊이지 않긴 했지만, 남자를 찾아다니진 않았는데.’

 

 그런 김윤주의 생각 따위는 관심도 없는 듯 세라는 더 이상하게 굴었다.

 

 "나 지금 한국 들어온 지 거의 한 달 다 되어 가는 거 같은데 이것저것 준비하고 한다고 남자 거의 못 만났단 말이야."

 

 김윤주는 직감적으로 '이때다' 싶었다. 지금이 아니면 물어볼 수 없는 질문. 윤주는 과감하게 한 달 전부터 묻고 싶었던 것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너 미국에서 무슨 일 있었지?”

 

 하지만 김윤주의 물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세라는 자신의 핸드폰을 김윤주에게 보여줬다.

 

 “이거 봐, 귀엽지?”

 

 고양이 동영상이었다. 동영상의 제목은 '민들레 냥이' 였다. 마치 민들레처럼 털을 ‘후’ 하고 불면 날아갈 것처럼 부드러운 털이 몸 바깥으로 뻗어져 있었다. 김윤주는 세련되고 남성적인 자신의 대외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귀여운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김윤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시 동영상에 나오는 고양이를 보았다. 아장아장 걷다가 넘어지는 장면에서 엄마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김윤주는 동영상을 다 보고 나자 ‘말려들었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젠장. 쟤 지금 이렇게 뻔하게 화제 돌린 거야? 고양이 동영상이라니, 반칙이잖아.’

 

 “너무 귀엽지 않아? 이거 품종 뭐야? 넌 알지?”

 

 세라는 김윤주의 물음을 철저히 방어했다. ‘미국’ 의 ‘ㅁ’ 자도 못 꺼내게 하려는 속셈을 눈치챈 김윤주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 세라의 질문에 대답했다.

 

 "노르웨이숲. 아 맞다, 대나무숲에 올라온 건 정리 안 해?"

 

 ‘이 질문은 못 빠져나가겠지.’

 

 김윤주가 의기양양하게 세라를 쳐다보았다. 세라는 김윤주의 얼굴을 빤히 보았다. 그녀의 능력이 없어도 김윤주의 기분은 알 수가 있었다.

 

 [뿌듯함]

 

 세라를 잔소리할 생각에 뿌듯한 김윤주를 보며,

 

 "후, 그건 껌이지. 내가 누구야?"

 

 세라가 비웃었다.

 

 그때 갑자기 두 사람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핸드폰 알림 소리.

 

 -톡톡!

 

 김윤주는 알림 소리에 반사적으로 자신에게 온 연락을 보았다.

 

 "미친"

 

 김윤주는 세라에게 보여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재빠르게 손으로 가렸다.

 

 "친구야? 이쁘네. 나 소개 좀?“

 

 하지만 세라는 이미 핸드폰 화면으로 나온 문자열을 읽고 있었다.

 

 "야, 얜 아냐. 얘 완전"

 

 김윤주가 손을 휘휘 저으며 같잖은 듯 말했다. 관심을 줄 필요도 없는 친구라며.

 

 하지만 세라는 이미 그 친구의 프로필 사진을 확대해 보고 있었다.

 

 “귀여운 상인데?”

 김윤주는 속으로

 

 '비번 걸어놓는다, 진짜.'

 

 라며 이를 갈고 있지만 세라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 친구에게 보낼 답을 쓰고 있었다.

 

 - 지금 논현동에서 만나고 있음. 친구가 괜찮다고 오래.

 

 "야! 나 걔한테 그런 식으로 말 안 한다고"

 

 세라는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쓰던 문장을 지우고 다시 답을 썼다.

 

 - 미친

 

 여기까지 쓰고 보냈을 때만 해도 김윤주는 세라가 거절하려나 하는 1%의 멍청한 희망을 품고 있었다.

 

 - 나 논현동인데 알아서 피해라

 

 연이어 쓴 세라의 톡에 김윤주는 잠깐 품었던 1%의 1초의 멍청한 희망이 부서지는 걸 느끼고 모든 걸 내려놓았다.

 

 "얘 좀 여성 편력이 있는 애야."

 

 "딱 좋네."

 

 김윤주의 한숨 소리가 온 커피숍에 울려 퍼졌다.

 

 **

 

 김윤주와 세라는 유치원 때부터 친구였다. 꽤 좋은 협력 관계에 있었던 신화그룹과 월광그룹은 계열사들을 더 키우기 전에는 서로 경쟁할 일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인지 또래 여자아이들이 친했으면 하는 마음에 김혜민이 김윤주의 어머니를 설득해 모든 활동을 함께 했었다.

 

 그래서인지 김윤주는 세라의 영악함을 가장 많이 봐온 사람 중 하나였다.

 

 한번은 김윤주가 같은 반 남자아이의 고추를 찬 적이 있었다.

 그 아이가 교실이 떠나가라 울다 씩씩거리던 게 아직도 김윤주의 눈에 선하다.

 거기다 하필이면 그 남자아이가 당시 주가를 올리던 신문사의 편집장 아들이었다. 남자아이가 김윤주에게 복수의 칼날을 속으로 품자 세라는 조용히 그 애에게 가서 달래듯 말했었다.

 

 "쪽팔리지? 이런 일이 생긴 건 부끄러운 일이지만 비밀로 해줄게. 금방 나을 거니까 괜찮아."

 

 거기다 한술 더 떠 다음날에는 선물을 가져다주며

 

 "어제 일은 보던 나도 너무 안타까웠어. 참, 이거 비밀이지. 미안해. 다른 사람들 앞에선 절대 말 안 할게."

 

 잘못을 한 건 김윤주인데 마치 고추를 차인 남자아이가 부끄러운 일을 당한 것처럼 이야기 하는 화법 때문에 김윤주조차 자신이 잘못 했다는 걸 인지 하지 못했었다. 물론 몇 년 후에 세라의 영악함을 인정하면서 상황을 인지했지만.

 

 그래서인지 김윤주는 SNS에 자신의 사진을 올리며 태평하게 앉아있는 세라가 불안해 보였다.

 

 미국에 있을 때만 해도 이 정도로 연애를 가볍게 생각하는 애는 아니었는데, 그 영악한 아이가 앞으로 뭘 하고 싶어 할지 상상이 전혀 가지 않았다.

 

 조금 전의 프사만 해도 그렇다. 미국에 가기 전의 세라였다면, 이런 짓은 절대로 하지 않았을 것이며 설령 남자가 고프다고 하더라도 소개해달라고 말을 했을 것이다. 이렇게 여러 수를 써가며 토끼 덫을 만드는 게 어울리지 않았다.

 

 '도대체 미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일주일에 세 번씩은 통화하며 연락하던 세라가 이 주 정도를 가끔 톡만 보내고 바쁘다고 하더니, 어느 날 갑자기

 

 [나 내일 한국 감]

 

 이란 톡과 함께 갑작스레 한국으로 왔다.

 

 '오늘 만나면 무슨 일 있었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김윤주는 조용히 한숨만 쉬었다.

 '절대 말 안 할 건가 보네.'

 

 그런 김윤주의 마음을 눈치챈 세라도 미안한 마음은 들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일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 누구에게도.

 

 오히려 가족들은 더 물어보기 힘들겠지만, 소꼽친구인 김윤주라면 물어보는 걸 포기하지 않을 것만 같았기에 더욱 미안했다.

 

 '오늘 너무 생각 없이 행동했나?'

 

 세라 본인 이 생각해도 방금의 톡은 좀 무리수였다고 생각하는 찰나였다.

 

 "야, 김윤주!"

 

 카페의 문이 열리고 아까 그 톡의 남자가 들어왔다.

 

 작은 키와 갈색의 파마 머리와 동그란 안경이 어울리는 남자였다.

 

 옷도 댄디한 느낌. 운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체격이 꽤 왜소했다.

 

 '프사도 귀여운 상이더니, 귀여운 상 맞네.'

 

 세라는 흐뭇하게 웃고 있었고 김윤주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넋이 나갔다. 그 많고 많은 카페 중에 어떻게 여기를 찾은 건지.

 

 "안녕하세요"

 

 싱글싱글 웃으며 다가오는 남자. 누가 봐도 연애에 능숙해 보였다. 아니면 정말로 사람 사귀는 걸 좋아하거나.

 

 "김윤주 여기서 뭐 하냐?"

 

 김윤주가 어벙벙하게 말을 못 잇는 사이에 남자가 세라의 옆에 앉아서 세라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윤주 친구 노유진이에요. 여자 이름 같지만, 여자 아닙니다."

 

 "문세라에요."

 

 "저 이 근처에 친구 만나러 왔는데, 갑자기 약속이 미뤄져서요, 여기서 좀 쉬고 있어도 되죠?"

 

 김윤주가 더 말을 하지 못하게 입을 막으려는 속셈이었다.

 

 이 모든 게 세라가 걸어놓은 덫이란 걸 모른 유진은 스스로 '괜찮은 변명이야, 괜찮을 거야' 라며 자신을 안도시켰다.

 

 당연히 세라는

 

 "전 상관없어요."

 

 라고 답했다.

 

 "괜찮지? 김윤주?"

 

 유진이 김윤주에게 답을 재촉하지만, 김윤주가 대답하기도 전에 다시 세라에게 물어보았다.

 

 "세라 씨? 는 몇 살이에요?"

 

 "저 24살이요."

 

 "어, 나도 그런데. 그냥 말 편하게 할까요?"

 

 세라는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나는 어디. 여긴 누구.'

 

 김윤주는 마치 드라마 속의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연애장면에서 저 멀리 청소를 하는 청소부 아주머니 같은 기분이었다.

 

 지금 자신의 눈앞에 일어나는 일들이 실화인지도 모르겠고, 낄 자리도 없고, 그렇다고 나가기에는 어중간한 분위기.

 

 "나도 그 영화 진짜 재밌게 봤는데!"

 

 "그 속편 다음 주에 개봉하는 거 알아?"

 

 "맞아 맞아. 보러 갈 사람 있어? 나랑 보러 갈래?"

 

 "그래. 개봉 날에 볼까?"

 

 김윤주는 뭔가 세라의 보호자 같은 느낌이 있었다. 일전의 일도 그렇고, 세라의 보디가드인 김실장이 옆에 없을 때는 김윤주가 세라의 보디가드가 늘 되었었다.

 

 누군가 세라에게 해코지를 하거나 나쁜 말을 하면 누구보다 앞서서 그걸 막아내는 듬직한 친구.

 

 노유진이 얼마나 여자를 많이 바꾸는지 아는 입장으로서 결코 세라에게 그런 질 나쁜 친구를 소개해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세라의 마음은 정반대였다. 오는 남자는 막지 않고, 가는 남자도 붙잡지 않는다.

 

 김윤주는 세라가 이형식에게 그렇게 대한 이유가 '잘 모르는 데 그녀를 붙잡은 못된 남자'라서라고 알고 있지만, 실상은 달랐다.

 

 '옷을 못 입어서'

 

 세라가 이형식을 보자마자 느낀 이미지였다.

 

 헬스광인 거로 추정되는 커다란 몸집에 촌스러운 트레이닝복과 올백 머리. 세라는 얼굴도 보지만, 얼굴만큼 중요한 건 스타일이었다. 물론 예의 없고 찌질한 것도 싫었지만.

 

 그에 반해 유진은 달랐다.

 

 능숙한 말빨. 세라는 자신의 마음을 얻기 위해 모든 스킬을 쓰고 있는 유진이 마음에 들었다.

 

 "그럼 나 친구 만나러 갈게. 연락할게."

 

 유진이 나가는 순간까지 김윤주는 멍하니 테이블만 바라보고 있었다. 세라가 김윤주의 눈앞에서 손을 휘휘 젓자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시계를 보았다.

 

 겨우 15분. 유진은 겨우 15분 있다 간 것이었다.

 

 15분 사이에 세라의 얼굴에서 핑크빛이 감도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던 김윤주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쟤 괜찮은데?"

 

 세라의 말은 종을 치는 당목이 되어 김윤주의 지끈거리는 머리를 뎅 하고 울렸다.

 

 "진심이야?"

 

 세라는 오히려 김윤주의 반응이 재밌는지 한술 더 떠 말했다.

 

 "응. 한번 만나봐야겠는데?"

 

 그렇게 그 간밤에는 수많은 역사가 이곳저곳에서 쓰이고 있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2 21화 당신을 알아가는 것 (8) 2017 / 12 / 15 194 0 5712   
21 20화 당신을 알아가는 것 (7) 2017 / 12 / 15 191 0 5910   
20 19화 종의 진화 (6) 2017 / 12 / 15 213 0 6287   
19 18화 종의 진화 (5) 2017 / 12 / 15 181 0 6067   
18 17화 종의 진화 (4) 2017 / 12 / 14 201 0 5912   
17 16 종의 진화 (3) 2017 / 12 / 14 198 0 6119   
16 15화 종의 진화 (2) 2017 / 12 / 14 203 0 5519   
15 14화 종의 진화 (1) 2017 / 12 / 14 201 0 5964   
14 13화 당신을 알아가는 것 (6) 2017 / 12 / 12 215 0 5650   
13 12화 당신을 알아가는 것 (5) 2017 / 12 / 12 211 0 5831   
12 11화 당신을 알아가는 것 (4) 2017 / 12 / 12 184 0 5733   
11 10화 첫 단추 (7) 2017 / 12 / 12 191 0 5638   
10 09화 첫 단추 (6) 2017 / 12 / 12 193 0 5957   
9 08화 첫 단추 (5) 2017 / 12 / 12 192 0 5653   
8 07화 첫 단추 (4) 2017 / 12 / 12 195 0 6492   
7 06화 당신을 알아가는 것 (3) 2017 / 12 / 12 195 0 8071   
6 05화 당신을 알아가는 것 (2) 2017 / 12 / 12 189 0 7531   
5 04화 첫 단추 (3) 2017 / 12 / 12 201 0 6482   
4 03화 당신을 알아가는 것 (1) 2017 / 12 / 12 197 0 7496   
3 02화 첫 단추 (2) 2017 / 12 / 12 199 0 6651   
2 01화 첫 단추 (1) 2017 / 12 / 12 202 0 6729   
1 00화 프롤로그 2017 / 12 / 12 353 0 644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