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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문신-외피와 내피-
작가 : 강서진
작품등록일 : 2016.8.29

어떤 한 남자를 찾아가는 옴니버스식의 이야기

 
환상환멸(3)
작성일 : 16-09-04 13:14     조회 : 309     추천 : 0     분량 : 5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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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침묵이 어색했다. 일이 내키지 않게 복잡해진다고 생각하는데, 여자가 말을 걸었다.

 

 “나가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그러죠.”

 

 주인은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주인은 오해를 하는 것 같았다. 여자도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일까. 여자가 차분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괜한 오해로 감정적이게 되면, 이 상황에서는 내가 나쁜 사람으로 몰리게 되어있을 수밖에 없어서 나로서는 난처했다. 밖으로 나가자, 안보다 조금 더 밝은 어둠이 시원하게 펼쳐져 몸을 감싸왔다.

 

 “저기, 진성씨와 알고 있죠?”

 

 "제가 알고 있던 그 사람 이름이 진성이라면요. 저는 이름을 알지 못해서 조금은 모호하군요. 지금, 이름을 들은 게 처음이거든요.”

 

 그러고 보면, 그와는 통성명도 하지 않았다. 이상한 관계.

 

 “그 사람, 사라졌어요.”

 

 “네?”

 

 “찾아…… 찾아 주세요.”

 

 “저는.”

 

 “부탁할게요. 없어졌어요. 아무도, 알지 못해요. 그 사람 어디로 갔는지.”

 

 “저는 이름도 알지 못했어요. 믿어줄 진 모르겠지만, 저는 이름도, 나이도, 직장도, 전화번호도 몰라요.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생각하시는 그런 건 아닐 거예요. 아마.”

 

 “그가 비슷한 사람을 만났다고 했어요.”

 

 “…….”

 

 “오해하지는 않아요. 그렇게 경계하실 건 없어요. 당신에 관한 이야기도 들었죠. 그리고 지금 보고 확신하는 거예요. 당신이라면 어디에 있을 지 알 것 같다고.”

 

 “대체 그 사람이 어떻게 되었다는 거예요…….”

 

 나는 난처했다.

 

 “없어졌어요.”

 

 “실종됐다고 하는 거예요?”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왜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비슷하니까.”

 

 비슷하다. 그 것은 애매한 말이었다. 이 여자는 큰 착각을 하고 있다. 그는 특이하고, 그렇기에 발견된 동류도 나 하나 뿐. 그렇기 때문에 내가 그와 똑같다고 생각해버리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그런 것은 있을 수 없다. 똑같은 기계가 만든 물품도 조금씩 다르다고 하는데, 우리가 똑같다는 것은 마치 다른 품종의 수첩이 단지, 수첩이라는 이유만으로 똑같다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나와 다른 사람이에요.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믿어줄 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름도 모르고 있었어요. 제가 당신보다 그에 대해서 잘 알 리가 없어요.”

 

 “아니…….”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몰라요. 단 하나도. 모르겠어요. 그는 그런 사람이니까.”

 

 여자가 하는 말은 미묘했다. 여자는 말을 이어나갔다.

 

 “당신이 조금 더 잘 알거에요. 나는 정말 하나도 모르니까. 안 찾아줘도 괜찮아요. 제가 돌아다닐 테니까, 여기 있을 거라는 느낌만 말해줘도 괜찮아요.”

 

 “이름도 모르는 제가요?”

 

 그 제안도 이상했지만 내가 더 잘 알거라는 말도 영 이상해서 난감하게 여자를 보았더니, 여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는 듯. 그러니까 함께 가자는 듯. 차가 휙휙 지나치는 도로가에 여자의 작고 아담한 차가 서있었다. 나는 이렇게 난감한 일도 오랜만이라고 생각하며 마력에 이끌리듯 그 쪽의 차 안으로 들어갔다. 상황에 휩쓸리는 기분이었다.

 

 여자는 달렸다. 나는 여자가 어디로 달리는지 몰랐다. 창밖으로 불빛들이 휩쓸리듯 지나간다. 그저 달리고 있는 여자는 또 내게 그가 어디 있는지에 대해 물었고 나는 모른다고 밖에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녀는 답답한 것 같았다. 나는 그 모습이 마치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 아니냐는 암묵적인 물음처럼 느껴져 거북했다. 나는 운전자 옆 좌석의 문에 턱을 괴고 멍하니 앞을 응시했다.

 

 “어디로 가요?”

 

 “그가 있을만한 곳으로요.”

 

 “그가 실종된 지는 며칠이 지났죠?”

 

 “일주일이요.”

 

 짧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시간이다. 일주일.

 

 “보통 실종된 지 3일이 지나면 죽은 걸로 취급한대요. 하지만 진성씨는 죽은 건 아닐 거예요. 아마도.”

 

 나는 여자를 흘끗 보았다.

 

 “그 결과는 평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거예요. 진성씨는 평범하지 않으니까…….”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요? 보통이라면 의심할 법도 한데, 의심하지 않는 이유-가 그는, 평범하지 않으니까. 인가요?”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주인이 자꾸 관계를 이상하게 보더라고요. 당신은 의심이 가지 않나요?”

 

 나는 싱긋 웃었다.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바람을 피울 사람은 아니에요. 평범하지 않으니까. 그런 평범한 남자와는, 달라요.”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평범하지 않아요. 평범하지 않아요. 이 여자가 하는 말은 이런 유 이외에는 없었다. 그를 묘사하는 다른 단어도 있을 수 있을 법한데 여자에게 가장 중요하게 보이는 특색은 평범하지 않은 것뿐인 것 같았다.

 

 “사랑하세요?”

 

 “네. 사랑하니까 찾으러 다니겠죠.”

 

 “그를 이해하나요?”

 

 “그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에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에요. 그 말은 꽤 단정적인 어조여서, 언뜻 그녀의 신념처럼 보일 정도였다. 어떤 종교의 교리처럼, 그를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어투로, 그리고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분명히 그녀는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 모순.

 

 그러나 그 모순에 대해 이상하다거나, 화가 나거나, 고쳐야한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사람들은 보통 사랑하거나 사랑받거나 하지만, 또 사랑하고 싶어 하고 사랑받고 싶어 하지만 상대방을 이해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낯선 여자와의 드라이브 속에서 시간은 쉽게 흘러가고 있었다.

 

 “앞으로 몇 군데만 더 가면 그가 찾아가는 곳들을 전부 둘러본 셈이에요.”

 

 “아아. 네.”

 

 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멍한 기분이 들었다. 차가 가는 곳곳을 제대로 보지 않고 있었다. 풍경은 네 옆을 계속해서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돌아볼게요. 그가 있을만한 곳을 제대로 말해주세요.”

 

 “그러죠.”

 

 나는 무심코 대답했다가, 여자의 옆얼굴을 스쳐보았다. 그리고 이제껏 해온 고분고분한 대답과는 어울리지 않는 말을 덧붙였다.

 

 “……그가 다른 곳에 있을 경우는?”

 

 “무슨 소리죠?”

 

 “실종되었다면서요. 평소에 있는 곳에 가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는 특정한 곳밖에 가지 않아요.”

 

 “그래요?”

 

 그녀는 확신한다.

 

 “그래요. 그는 제가 찾는 곳. 그 곳들밖에 가지 않아요. 그는 그런 사람이니까. 찾아볼 수 있겠어요?”

 

 “노력은 해볼게요. 자신은 없어요.”

 

 노력을 할 생각도 별달리 없으면서, 나는 대충 대꾸했다. 말해달라고 했던 내 직감은 분명히, 그는 여기 어디에도 없다는 것에 불이 울리고 있었지만 그렇게 말해보았자 이 사람이 믿어줄 것 같지 않았다.

 

 “솔직히 나는 지금까지 지나온 곳, 어디에도 그가 없다고 생각해요.”

 

 역시 그녀는 믿지 않았다. 신념이 확실한 사람 특유의 무시로, 내 말은 상대에게 닿지 않고 허공에 흩어졌다. 듣긴 들은 것인가 싶을 정도로 미동도 없어서 나 역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날, 진성이란 이름을 가진 그 남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름이야 처음부터 몰랐으니 그럴 수 있다하지만 그를 찾는 순간부터 그의 얼굴조차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았던 것이다. 창백한 피부, 창백한 인상, 그리고.

 

 더 이상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꿈을 꾸고 나서 하루만 지나도 그 기억이 희미해지듯이 그와 무슨 이야기를 많이 하기는 했던 것 같은데 그 이야기들과 그가 희미한 안개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와 내가 그다지 깊은 무언가를 맺은 사이가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 않으면 못 본지 오래됐다고 한들 이렇게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날 본 여자의 모습이 더욱 선명한 인상으로 남아있을 지경이었다.

 

 ‘그녀에게 뭐랄 게 아니라, 나도 환상을 보고 있는 꼴이야.’

 

 나는 그제야 깨닫는다. 그녀도, 나도 틀렸다는 것을. 그리고 사회적인 기준으로 보았을 때, 진성이라고 하는 그 남자도 틀려먹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그들과 관련된 일을 잊기로 생각했다.

 

 그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나는 평소의 삶으로 쉽게 돌아왔고 가끔씩은 그를 만났던 술집에 찾아가서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고는 했다. 지루할 정도로 보통의 삶이었다.

 

 ‘죽을 지도 몰라.’

 

 때때로 주인이 진성에게 했던 말이 불확실하게 뇌 속에 울리어왔다.

 

 ‘쓰다.’

 

 나는 종종 그 곳에서 술을 마시며 생각했다. 그를 만난 행위는 상당히 쓴 것이 아니었을까. 하며. 별로 말하지 않으며 계속해서 생각했다.

 

 ‘죽었을까?’

 

 대개 그에 대한 것들이었다.

 

 

 

 그런 마음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지고 포기하게끔 되었다. 그런 것에 계속 신경을 빼앗기고 있기에는 삶은 빠르게 돌았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이 있었다. 그다지 좋지 않은 감정들을 마음속에 넣어놓고 싶지 않았다. 망각이라는 것은 의외로 강력했다.

 

 술집에 가는 것도 전보다는 뜸해졌던 어느 날 나는 혼자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시는 사람을 보았다. 익숙한 분위기. 나는 누구인지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이목구비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그 분위기를 마주하자 누구인지 즉각적으로 알아볼 수 있었다. 속에 있던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은 상태였던지 나는 즉시 다가갔다.

 

 “살아있네.”

 

 먼저 말을 걸며 자리에 앉자, 거부해오지는 않는다. 언제나처럼 그와 내가 있으면, 내가 다가가고 그는 거부하지는 않지만 환영하지도 않는다. 이상한 느낌이 들 정도로 언제나와 똑같이 나는 그를 마주하고 있었다.

 

 “앉아.”

 

 그는 자리를 가리키며 대화를 허용해주었다.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다시 나타났구나.”

 

 “실종?”

 

 “그래. 실종.”

 

 “내가?”

 

 “응. 당신이. 네가.”

 

 “실종된 적 없어.”

 

 그의 말투는 지금 막 배워서하는 것처럼 어색했다. 나는 그가 마시는 잔을 바라본다. 투명하고 독해보이는 느낌이 액체너머로 넘실거렸다. 단지, 느낌일 뿐이지만 그의 말투는 약간 취한 듯 보이기도 했다.

 

 “네 여자 친구가 네가 실종되었다고 말했어.”

 

 “그런 적 없어.”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 때, 그에게서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문신을 했던 것일까. 처음 본 것이었다. 그는 오른쪽 검지에 이상한 문양이 길게 새겨져 있었다. 그건 나의 목덜미에 있는 문양과도 약간 닮아있었다.

 

 “그래. 넌 그냥 나갔다온 거겠지. 실종이나 가출이 아닌 외출쯤이었겠지?”

 

 나는 그의 말에 수긍하며 물었다. 그는 재미있는 말을 들었다는 듯이 엷게 웃더니 물음을 던졌다.

 

 “……너는 날 이해해?”

 

 “아니.”

 

 나는 잘라 말했다.

 

 “그래?”

 

 “완전한 이해가 어디 있겠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거지.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나는 전혀 몰라.”

 

 “그럼, 너는 너를 이해하고 있을까?”

 

 “……질문이 어렵네.”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껍데기일 뿐이고 허상일 뿐 아닌가.”

 

 그 것은 그의 혼잣말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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