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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칼끝이 너를 향할 때
작가 : 몬밍
작품등록일 : 2017.11.21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 
스캇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한 쪽 눈썹이 날개처럼 치켜 올라갔다.
'언제까지 저 소리를!'
지긋지긋한 말에 이젠 노여움이 타올랐다.
그는 몸을 돌려 분노를 내뱉으려 했다.
그러나...
그를 응시하는 로렌의 눈동자에 까마득한 슬픔을 보고는 온몸이 차가워지는 느낌이었다. '어째서 네가 그런 표정을 짓는 거지?'

 
10화 회의장
작성일 : 17-12-12 12:21     조회 : 245     추천 : 1     분량 : 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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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은빛 머리에 금을 녹인 듯한 눈동자, 손으로 만지면 기름이 묻어나올 것만 같은 검은 망토를 한 황제는 태초에 빛을 품은 까마귀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대대로 그것은 크라온 황가의 상징이었는데, 애기 때부터 탈색을 한다는 사실을 아는 로렌은 빨간 두피에 붙어있는 푸석이는 실타래들을 보며 조소를 흘렸다.

 

 물론 이것은 황실의 고유한 비밀이었다. 그러나 로렌은..

 

 '....‘

 

 ‘내가 이 사살을 어떻게 아는 거지?'

 

 멍청하게 황제를 쳐다보던 그녀는 재빨리 당황을 삼켰다. 그러나 여전히 뒤죽박죽인 머릿속으로 딱딱한 목소리가 내려앉았다.

 

 "거두절미 하지 않고 말하지"

 

 황제는 어느 때보다 심각한 얼굴로 열두 명의 좌중을 훑었다.

 

 "커티슨 마을이 지도에서 사라졌다."

 

 도르르..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렸다. 그들은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고 그것은 로렌도 마찬가지였다.

 

 무언의 손짓 발짓이 회의장내 오갔다.

 

 ‘황제가 우리를 시험하는 건가?’

 ‘캐스턴 백작이 설마 반란을..?’

 ‘웰터펠과의 전쟁인가?’

 

 커터슨 마을은 일주일 째 잠적한 캐스턴 백작 령에 속한 산맥 옆의 작은 마을이었다.

 

 단순히 작은 마을이라면 황궁 회의에 언급될만한 가치도 없었지만,

 그곳이 웰터펠 제국의 군사 요충지라면? 웰터펠과 크라운이 휴전 상태라면?

 

 지도에 사라진 커티슨은 다른 얘기였다.

 

 어쩌면 10년 아니, 20년 넘는 전쟁의 서막일지도 몰랐다.

 

 빨리 짐을 싸서 토르안 왕가에 있는 외가로 이사 계획 중인 토르레 후작의 귀로, 제터슨 공작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폐하, 설마 전쟁...입니까?”

 

 

 

 “하..”

 

 어이없다는 듯이 웃는 황제였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내가 토르안 왕가에 있으니 자신만 아들을 데리고 가면 되는 거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자신도 아내를 따라갈 것을, 하고 때늦은 후회를 하던 토르레 후작과 황제의 금안이 딱 마주쳤다.

 

 “전쟁? 전쟁이지.”

 

 외면하는 한 쌍의 검은 눈을 바라보며 황제는 태양과 같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로렌은 회의장 중앙, 황제 자리에서 이가는 소리를 무심하게 넘기며. 오늘만 몇 번째인지 모를 혼란의 늪에 빠졌다.

 

 ‘이렇게 빠른 시기가 아니었어. 5년 전에 전쟁이 발발했는데, 도대체 이렇게 되면 앞으로 무슨 일이..’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 채, 빠르게 회전하는 생각을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막았다.

 

 “윌터펠 놈들을 당장 죽여 버려야 합니다!!”

 

 목소리 주인은 토리스 남작이었다.

 

 “어찌! 어찌! 휴전 협정 조약을 깨고! 어찌!”

 

 새빻간 얼굴 아래 푸른 실핏줄이 튀어나온 목이 그를 화난 자라 같이 보이게끔 했다.

 

 자신의 어깨쯤 오려나, 그는 도토리 같은 몸으로 부들거리며 분노를 내뿜고 있었는데, 상황도 잊고 회의장 내 사람들은 토리스 남작을 구경했다.

 

 “웰터펠! 이 배은망덕한 황제의 목을 따서!”

 

 “그만.”

 

 당장 웰터펠 황제 목을 조를 듯이 씩씩거리는 남작을 제지한 황제는 귀찮은 듯 짧게 읊조렸다.

 

 “웰터펠이 아니다.

 

 그보다 더한 존재지.”

 

 ‘설마 그가?’

 

 로렌은 갑자기 떠오른 ‘그’의 생각에 살심을 억눌러야 했다. ‘그’는 아니었다. 그가 이런 일을 할 리가 없었다. ‘그’는..

 

 “도대체 누구입니까, 폐하!”

 

 흠칫. 답답해 얼굴이 벌개 진 공작이 벌떡 일어나 외쳤다. 공작이 말하는 게 ‘그’가 아님을 알고 안도하는 로렌은 이상한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물이다.”

 

 “예..?”

 

 호기롭게 일어선 것과 달리 멍청한 공작을 바라보며 황제가 미간을 일그러트렸다. 이런 터무니없는 말을 해야만 하는 그도 괴로웠다.

 

 “물이다 물!”

 

 열한 쌍의 불손한 눈길이 황제를 향했다.

 크라운 제국, 아니 이 대륙에는 물은 많았지만, 호수보다 큰 물웅덩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마을을 집어삼킬 만한 물이라니?

 

 귀족들이 무슨 생각하는지 훤한 황제는 가슴을 탕탕쳤다.

 

 “커티슨 마을이 어제 물에 잠겼다. 하루아침 사람, 짐승, 건물, 마을은 사라지고 물밖에 없어!”

 

 “도대체 이게 무슨..”

 

 불쌍한 아이를 보듯 안쓰러운 눈빛의 토트레 후작이 황제의 싸늘한 눈총을 받고 시선을 깔았다.

 

 다들 한마디씩 입을 놀리는 중, 유일하게 침묵을 지키고 있던 로렌의 낮지만 선명한 목소리가 좌중을 침묵시켰다.

 

 “커티슨 마을의 동태를 확인하고자 하시는 겁니까?”

 

 오묘한 표정의 황제가 로렌을 훑었다. 그러나 차분한 표정의 그녀로부터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렇다. 캐스턴 백작은 내 명으로 해외에 파견되어 대신 조사할 적임자가 필요하다. 캐스턴 백작 부인이 검은 전갈(까마귀 서신을 말한다)을 보내왔지만, 난 정확한 사실 규명이 필요해.”

 

 풀빛 눈이 순간 반짝이던가 싶더니 로렌의 의자가 소리 없이 뒤로 물러섰다. 금안과 열한 쌍의 눈이 그녀의 발끝을 좇았다.

 

 “나는 당신의 종. 어둠과 빛의 수호자이시여 나에게 명하소서.”

 

 시선들의 종착지는 황제의 발치였다.

 황제는 한 쪽 무릎을 꿇은 로렌의 목선을 훑는 푸른 줄기를 가만히 응시하더니 일어섰고

 덩달아 열한 명의 어리둥절한 귀족들도 엉거주춤 엉덩이를 들어 황제와 로렌을 살폈다.

 

 차가운 쇠금속이 쓸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더니, 이윽고 그녀의 정수리, 그리고 양쪽 어깨가 차례 차례 살짝 살짝 닿았다.

 

 “그대의 주군이자, 빛과 어둠을 관장하는 크라운 제국의 황제로서 그대, 로렌 왓슨에게 명하노라. 커티슨 마을에 일어난 재앙에 대해 샅샅이 보고하라.”

 

 “존명.”

 

 로렌은 가볍게 일어나 고개를 읍하였다. 황제가 끝까지 의뭉스러운 눈으로 로렌을 살피며 나가고, 로렌도 잇달아 아수라장이 된 회의장을 벗어났다.

 

 그리고

 

 “흐음..”

 

 푸른 물결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는 목소리가 남작의 히스테릭한 외침에 파묻혔다.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분명히 로렌 왓슨은..

 

 “일이 재미있게 돌아간단 말이야.“

 

  검은 눈이 즐겁게 휘어졌다. 그 안에 빛나는 금빛은 너무 찰나여서, 회의장 내 아무도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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