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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홍콩러브트립
작가 : 제이J
작품등록일 : 2017.12.1

은퇴후 낯선 도시를 찾아온 톱스타 이한경
그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가이드 송호연
홍콩에서 시작되었던 그들만의 러브 트립

 
5. 번외 - 그 곳에선 세상 모든 일이 일어난다.
작성일 : 17-12-12 11:18     조회 : 353     추천 : 0     분량 : 2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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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곳에선 세상 모든 일이 일어난다.

 

 

 “저기에요. 청킹맨션.”

 

 위니의 손가락이 통 창 너머의 커다란 건물을 가리켰다. 복합 쇼핑몰의 3층에 자리한 카페의 실내는 환환 조명이 화사하게 비치고 있었다.

 

 “유명한 곳입니까?”

 “청킹 맨션 모르세요?”

 

 위니가 의아한 눈으로 물어왔다.

 

 “알아야 됩니까? 역사적인 장소에요?”

 “와. 진짜 홍알못이구나.”

 

 은혁은 고개를 여자에게 돌렸다.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한 탓이었다. 위니는 에스프레소 잔을 들어 올리며 태연하게 설명을 이었다.

 

 “홍콩 알지 못하는 남자. 홍알못.”

 “한국어를 대체 어디에서 배웠는데, 그 지경입니까?”

 

 말줄임과 신조어는 은혁의 취향이 아니었다. 급식체 따위는 아예 해석자체가 불가했다. 그는 한국의 신문화에 둔감했다. 톱스타를 죽마고우로 두었으나 그가 나오는 드라마 한편을 제대로 챙겨본 적이 없었다.

 

 “드라마로 배웠어요.”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부류의 여자를 보며 은혁은 고개를 작게 저었다. 나단로드에 위치한 청킹맨션. 근처로 와서 주변상황을 살펴봐 달라는 한경의 연락을 받은 건 2시간 전이었다. 나단로드가 어디인지 청킹맨션이 어딘지 알 길 없는 그가 도움을 청할 곳은 위니 밖에 없었다. 심천에서 어머니를 만나고 돌아온 그녀를 데리러 공항에 들렸던 탓에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침사추이 거리는 어수선했다. 카메라를 맨 기자들과 방송국 차량, 정체모를 사내들과 승합차들이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저들이 누구를 찾고 있는 건지는 빤한 일이었다.

 

 “60년대에 지어졌는데 그때는 고급 맨션이었대요. 중국 반환을 앞두고 부자들이 캐나다나 호주 쪽으로 이민을 가면서 텅 비어버린 거죠. 그래서 점점 슬럼가가 되어버렸어요. 지금은 수 천 명의 외국인 노동자, 불법 체류자들이 살고 있고 싼 게스트 하우스들이 모여 있죠.”

 “보기엔 멀쩡해 보이는데.”

 

 은혁은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작은 창문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긴 했지만 층마다 네온 불빛이 반짝이는 잿빛 외관은 비교적 깔끔해 보였다. 입구 위쪽에 커다랗게 붙어있는 전광판에는 때마침 한경이 주인공이었던 드라마의 한 장면이 플레이 중이었다. 이한경 여기 있어요. 라고 광고라도 하는 듯.

 

 “겉만 리모델링을 해서 그렇지 속은 아주 가관이에요. 멋모르고 갔다가 울면서 나오는 사람들도 여럿 있죠.”

 

 은혁은 수상한 눈으로 청킹맨션을 바라보았다. 이상한 도시였고 이상한 건물이었다. 옆에 앉은 여자도 이상하긴 마찬가지였다.

 

 “많이 지저분합니까?”

 

 테이블에 떨어진 커피 얼룩을 냅킨으로 닦아내며 은혁이 물었다.

 

 “세상의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이라고 할까. 화재, 매춘, 마약, 강간, 살인.”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끔찍한 단어들을 늘어놓는 위니를 은혁은 식겁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뜻을 제대로 알고 한 말인지 묻고 싶었다. 그가 일하는 싱가포르에서는 그 강력범죄들의 형량을 다 합친다면 감옥에서 몇 번을 죽었다 태어나도 부족할 거였다.

 

 “그런 곳에 지금 한경이가 들어가 있다는 겁니까? 얼른 나와야 되는 거 아니에요?”

 “걱정하지 말아요. 저런 곳에서 한 달을 살았던 여자랑 같이 있으니까.”

 

 이상한 여자가 한 명 더 있는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 극기훈련이나 공포체험이 취미가 아니고서야 왜 저런 곳에서 한 달을 살았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 풍경 희한하지 않아요? 침사추이는 갈수록 화려해져 가는데, 청킹맨션은 블랙홀처럼 늘 저 자리에 있거든요. 심지어 홍콩의 골든 마일이라 불리는 나단로드 한복판에. 이래서 홍콩이 좋다니까.”

 

 그녀는 창 너머의 청킹맨션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은혁은 위니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뜬금없는 궁금증이 끼어들었다.

 

 “위니씨는 왜 홍콩에 삽니까? 부모님은 여기 안 계시다면서요.”

 “나랑 닮아서요.”

 

 일말의 머뭇거림도 고민도 없이 돌아온 답이었다. 여자가 하는 말의 대부분이 그렇듯 해석은 불가능했다.

 

 “아빠는 영국인, 엄마는 중국인. 아빠한테 갈 수도 없고, 엄마랑 살기는 더 싫고. 내 신세가 홍콩이랑 비슷하거든요.”

 

 홍콩은 오랜 세월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도시 곳곳에, 홍콩인들의 생활 속에 영국 문화의 흔적이 남아있는 이유였다.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이 땅의 사람들이 겪어온 혼란에 대해서도 은혁은 잘 알고 있었다. 센트럴을 점령하라는 몇 년 전 우산혁명도 거기서 비롯된 것일 터였다. 은혁이 책으로 배운 한 나라의 현실이 누군가에게는 인생 그 자체인 모양이었다.

 

 “완벽한 이방인. 그게 나에요. 호연이 말로는 생긴 건 예쁜데 집안 꼴은 더러운 게 딱 저 청킹맨션을 닮았다고도 하지만.”

 

 은혁의 입에서 쿡 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런 은혁을 보며 위니는 가볍게 웃어보였다. 건물 앞 도로에는 아직도 기자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저 곳에 있는 두 남녀는 아직 저 건물을 벗어날 수 없다. 다닥다닥 붙은 저 창문들 중 어디에 그들이 있을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은혁은 초조한 눈으로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걱정 말라니까요.”

 “강간, 마약, 살인 어쩌고 했던 게 그쪽이잖아요. 그런 말을 해놓고 걱정하지 말라는 게 말이 됩니까?”

 “그러니까. 세상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이니까.”

 

 아무래도 이 여자는 한국어를 다시 배워야 할 것 같았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도무지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은혁은 미간에 가늘게 주름을 잡았다.

 

 “일어날 수 있는 세상 모든 일에 로맨스도 있지 않겠어요?”

 

 위니는 태연한 얼굴로 청킹맨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였다. 한경은 지금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에 대면해 있었다. 창 너머로 보이는 수상한 사내들은 딱 봐도 건달티가 풀풀 풍겼다. 황유라가 움직였단 소리였다. 심도 있는 대화를 아마도 몹시 험악한 분위기에서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지금 이 분위기는 로맨스가 아니라 느와르 같은데요.”

 “하긴, 저 쪽 세상도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이긴 하죠.”

 

 위니는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기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은혁은 테이블에 올려놓은 태블릿 PC를 잠시 내려다보았다. 유라가 꺼내들 카드는 무엇일까. 무엇이 먼저 그들의 목을 조여올까. 은혁은 심난한 눈으로 창 너머의 건물을, 세상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그 곳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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