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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해결사
작가 : 골든피크
작품등록일 : 2017.12.11

40년, 그 오랜 시간동안 윌런 왕국을 지배하던 오리헨은 도리어 속국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그 아래에서 볼모로 잡혀온 '저능아 왕자' 는 오늘도 하루를 겨우 연명하는 처지였다.

 
해결사
작성일 : 17-12-12 04:42     조회 : 239     추천 : 0     분량 : 7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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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름다운 정원의 한 가운데, 금발의 소년은 적발의 소녀와 마주하고 있다. 초록 파스텔 풍의 배경은 누군가 물감으로 그려놓은 것 같은 효과를 내고 있었다.

 

 [무조건 감춰야 돼!]

 [어째서? 감춘다는 거 속이는 거잖아.]

 [속이는 게 아니야. 그... 살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우리 아빠가 그러셨어.]

 [모르겠어. 왜 감추는 거지?]

 

 잠시 생각하려는지 대화가 잠시 중단되었다가 다시 이어졌다.

 

 [나도 사실 잘 몰라. 그냥 무조건 그러라고 해서 그러는 거니까]

 [속이는 거 힘들어?]

 [응, 불편해.]

 [그럼 나랑 약속하자.]

 [무슨 약속?]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둘끼리는...]

 [뭐라고? 잘 안 들려.]

 

 주변 풍경이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지막 말을 듣지 못해 귀를 기울여보려 하지만 입모양만 보일 뿐 도저히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어나]

 [뭐?]

 "일어나 로윈."

 

 슬며시 눈을 뜬 로윈은 방금까지 한 대화가 모두 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딘가 익숙한 것 같은데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로윈은 흐릿한 초점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로, 세로 2미터의 작은 마차 안과 양끝에 놓인 긴 의자. 그리고 로윈과 반대편에 앉아 있는 엘리스...엘리스?

 

 "윌런푸스 왕녀님?"

 

 로윈의 의문 가득한 호명에 그녀는 맞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왜 여기에 계시는 겁니까?"

 

 분명 로윈은 새벽에 일어나 버밋 아카데미로 가는 왕궁마차에 혼자 탔었다. 밤새 잠을 못 자 마차에 기대어 자고 일어났더니 그녀가 떡 하니 앉아 있는 것이었다. 엘리스는 볼을 긁적이며 시선을 회피했다.

 

 "그게 말이지, 내 마차가 고장나 버려서 말이야."

 "데이지궁 마차는 세 대 인걸로 아는데요."

 "세,셋 다 고장나 버렸지 뭐야. 어차피 가는 길도 같으니까 그냥 탔어."

 "네에-"

 

 로윈은 길게 말을 늘어트리며 그녀를 응시했다. 엘리스는 어색하게 웃으며 눈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돌연 눈썹을 찡그렸다.

 

 "뭐야, 그 의심하는 시선은? 내가 거짓말 할 사람으로 보여?"

 "그럴리가요."

 

 로윈은 턱을 괴고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거짓말을 못 한다는 것은 모르는게 이상할 정도였다. 다만 무엇 때문에 윌런의 왕녀씩이나 되는 분께서 좁디 좁은 자신의 마차에 탄 것인지는 도저히 알 수 없었지만 로윈은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혼자 타든지 여럿이 타든지 로윈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흘러가는 풍경을 눈으로 쫓을 뿐이었다.

 

 "있잖아, 로윈."

 

 엘리스는 평상시에 밝았던 그녀답지 않게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어제는, 정말 미안해."

 "뭐가 말입니까?"

 "그, 내가 어제 괜히 로윈을 끌어들이는 바람에... 난 일이 그렇게 될지 전혀 몰랐어."

 

 그녀는 스완 홀에서의 자신의 말이 그에게 모욕을 받게 하는 계기가 될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평민들의 학급에 왕족인 로윈이 같이 수업을 듣는다는 사실이 기가 막혀서 말을 꺼낸 것이었다.

 

 그 뒤에 그녀는 로윈이 참석하는 파티마다 그런 꼴을 당한다는 이스틴의 말을 듣고는 식겁했다. 엘리스가 로윈과 같은 파티에 참석해 본 것은 어제가 처음이었다.

 

 그 전까지는 데이지 궁의 일정 때문에 시간이 맞지 않거나 로윈이 담쟁이 궁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아 만날 기회가 없었다. 때문에 그가 윌런의 대신들에게 모욕을 당하고 그 중심의 글록시안이 있다는 사실이 그녀에게는 일종의 쇼크였다.

 

 "아아, 뭐 괜찮습니다. 어차피 왕녀님이 아니더라도 제가 그곳에 간 것 부터가 예약된 일이니까요. 결국 시간 차이였을 뿐."

 

 엘리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로윈의 말에서 그가 오래 전부터 그런 일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그 상황이 자신에게 벌어졌다면 그녀는 며칠도 버티지 못하고 미쳐버렸을 터였다. 로윈은 엘리스의 눈에 연민의 빛이 흐르자 쓰게 웃었다.

 

 어차피 자신이 이런 취급을 받는다는 걸 엘리스가 알았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윌런의 왕녀였으니까 말이다. 도와줄 수 없는 상대에게 막연한 동정심을 가지는 건 쓸 데 없는 감정소모에 불과하다고 로윈은 믿고 있었다.

 

 한참을 달리던 마차가 속도를 점점 줄이기 시작했다.

 

 "버밋 아카데미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아가씨."

 

 마부석에 앉아 있던 이스틴은 마차가 정지하자마자 마차의 입구를 열었다. 밖으로 나간 로윈은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온통 숲이었다. 어딜 봐도 아카데미라고 생각될 만한 곳은 보이지 않았다.

 

 "잘못 온 것 아닙니까?"

 "아니, 여기가 맞아."

 

 뒤따라 내린 엘리스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로윈이 그 손끝을 따라서 보자 웬 하얀 문 하나가 나무들 틈 사이에 있었다. 저기가 아카데미 입구?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흰 문 앞뒤로 뻥 뚫려 있어 제기능을 상실한 모습이었다. 하얀 문 위에서는 하얀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는데 엘리스가 가까이 가자 갑자기 그 원 위로 숫자가 적혔다. 23

 

 "으으, 23이라니 팔 아픈데."

 "왕녀님, 제가 하겠습니다."

 

 한숨을 푸욱 내쉬는 엘리스를 보던 이스틴이 나섰지만 엘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엘리스는 왕족임에도 불구하고 남을 내려다보려 하지 않고 배려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가끔씩 이상한 부분에 있어서 고집을 부릴 때가 있었다.

 

 "카운트 다운을 여는 건 꼭 아카데미 학생이여야 한단 말야."

 

 멀쩡한 호위기사를 두고 무슨 논리인가 싶지만 그녀가 한 번 고집을 피우면 말리지 못한다는 걸 알기에 이스틴은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엘리스는 앞으로 가서 하얀 문을 열었다. 당연히 안은 아무것도 없었고 반대쪽 풍경만을 비출 뿐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다시 문을 닫고 열기를 반복했다. 로윈은 엘리스가 하고 있는 행동에 머릿속으로 물음표를 띄울 뿐이었다.

 

 "뭐하시는 겁니까?"

 "기다려 거의 다 했으니까. 스물하나, 스물둘, 스물셋!"

 

 마지막으로 문을 열자 아무것도 없었던 문너머에 변화가 생겼다. 문틈에서 푸른 빛알갱이들이 나와 소용돌이 모양을 이루기 시작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아주 천천히 돌던 소용돌이가 잠시 뒤에는 빠른 속도로 회전했고 속도가 점점 줄어들자 그곳에는 새로운 공간이 생겼다. 보석 중에서 오팔의 빛깔과 제일 유사해 보였다.

 

 엘리스는 자신이 그 문을 만들어 낸것마냥 뿌듯한 얼굴이었다.

 

 "어때 신기하지?"

 "워프 게이트였군요."

 

 시큰둥하게 대답하는 로윈의 모습에 그가 놀라기를 기대했던 엘리스가 도리어 놀랐다.

 

 "어떻게 안 거야?"

 "책에서 봤습니다. 저도 직접 본 건 처음이네요."

 "별로 안 놀라네. 난 처음 볼 때 엄청 놀랐는데."

 "네, 저도 방금 놀랐습니다. 우-와-. 그러니까 들어가죠."

 "베, 진정성이 하나도 없네."

 

 문 안으로 들어가면서 로윈은 문 위에 적혀 있던 23이라는 글자가 빛나는 것을 깨달았다. 엘리스가 23번 열어야 한다고 한 것에서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한 사실이 있었다.

 

 "문 위에 적혀있는 숫자만큼 문을 열어야 하는 겁니까?"

 "응, '카운트 다운' (문의 이름) 에 적혀 있는 숫자들만큼 문을 열지 않으면 그 전까지는 작동하지 않아. 듣기로는 최대 50번이라고 들었는데? 아, 그리고 카운트 다운의 또 다른 특징은 23번이라면 열고 나서 23초 안으로 들어가야돼."

 "1번 열면 1초만에 들어가야 한다니. 제작자도 악취미군요."

 "인정하는 바야."

 

 작은 문 안에는 커다란 돔형 건물의 실내와 연결되어 있었다. 하얀색과 검은색들의 타일이 체크 모양으로 놓여 체스판 같은 바닥이 깔려있었고 그 장소 한가운데에는 카운터라고 적힌 공간이 따로 있었다.

 

 산처럼 쌓여있는 서류 뭉치 앞에서 서류를 뒤적거리던 직원 루시는 누군가가 걸어오자 서류를 덮었다.

 

 "버밋에 오신 것을 환영...어머, 엘리스 언니."

 "안녕, 루시. 별 일 없었지?"

 "저야 늘 같지요. 그나저나 여기는 웬일이여요? 학과 건물 게이트는 여기가 아닐텐데?"

 

 방문객을 안내하는 로비에 아카데미 학생인 엘리스가 올 일은 그다지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던 그녀는 밑에 가려져 있던 로윈을 발견하고는 눈을 빛냈다.

 

 "언니! 저 귀엽게 생긴 꼬마는 누군가요? 남동생인가요?"

 "루시, 나한테 남동생이 있으면 왕가 스캔들이야."

 "아, 그렇네요. 그럼 이 아이는 누군데요?"

 "새로운 전학생이야."

 "에? 전학생이라면..."

 

 루시는 서류 뭉치를 뒤적거리더니 종이 한 장을 빼왔다. 로윈은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처럼 위태로운게 영 불안해 보였다.

 

 "오늘 오기로 되어있는 전학생이면...어라?"

 

 프로필을 눈으로 흩던 루시는 로윈과 종이를 번갈아봤다.

 

 "오리헨투스?"

 

 나지막하게 내뱉은 그녀의 말이 어젯밤의 경비병의 말과 겹쳐들렸다. 그녀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갔고 로윈은 그런 그녀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 시선을 돌렸다.

 

 "루시, 로윈은 지금 전학생으로 온 거야."

 

 경고 섞인 음성으로 엘리스가 어깨를 툭툭 치자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나한테 죄송할 건 없고 지원 서류 주지 않을래? 그리고 작은 발판도."

 

 필요하냐고 눈으로 묻자 로윈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다시금 서류 산을 뒤적거리던 루시는 중앙에 있던 종이를 짚었다. 그러나 위태롭게 쌓여있던 서류들이 서서히 그녀 쪽으로 기울어져 갔다.

 

 "루시 조심해!"

 "에?"

 

 그 짧은 순간 누군가가 그녀를 잡아 뒤로 당겼다. 덕분에 서류 뭉치들은 촤르륵 소리를 내며 그녀의 앞에 떨어져내렸다.

 

 "아, 고맙습니다."

 

 고맙다며 뒤를 돌아보던 루시는 자신을 도와준 사람이 엘리스가 아닌 로윈이라는 것에 살짝 놀랐다. 조그만한 체형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로윈은 무표정한 얼굴로 바닥에 흩어진 서류들을 보고 있었다.

 

 "저 종이들..."

 "아, 괜찮아요. 나중에 정리하면 되요."

 "혼자 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만."

 

 로윈은 앞으로 나가 바닥에 흩어진 종이들을 슥슥 모았다. 루시는 놀란 눈으로 로윈의 행동을 쳐다보았다. 비록 식민 지배를 받는 오리헨 이라고는 해도 엄연히 한 왕국의 왕자일텐데 이러한 잡일을 하는 데에 아무런 꺼리낌이 없었다는 것이 나름대로의 쇼크였다.

 로윈이 하는 것을 보고 뒤따라 온 엘리스와 같이 서류들을 줍자 금세 정리를 마칠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게 평소에 정리 좀 해야지, 루시야."

 "헤헤, 여기로 내려오는 서류가 한 두개가 아니다보니."

 "으이구, 하여간. 그럼 이제 지원서를 로윈한테 설명해줘야지."

 

 루시는 고개를 끄덕이고 꺼내온 지원서를 로윈에게 내밀었다.

 

 "아르넬 님 같으면 일단 학급이 1반으로 되어 있으니까 바로 밑에서 전공으로 배울 학부와 부전공으로 배울 학부를 선택해 주시면 되요. 일단 지원이라고 되어 있지만 학부마다 개별 시험을 통과하셔야 되요. 시험이 떨어지신다고 해서 꼭 학부에 들어가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예비 번호가 붙는다는지 불이익이 따를 수 있으니까요."

 

 버밋에는 총 10개의 학부가 있었다. 검술학부, 마법학부, 정치학부, 치료학부, 외교학부가 전공이었고 고대룬어학부, 건축학부, 제련학부, 세공학부, 연극학부가 부전공이었다.

 각 학부마다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고 또 학부의 수가 적은 듯 보이지만 실제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학문들을 집약적으로 모아놓은 교육 커리큘럼이라서 학부의 수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적었다.

 각각의 학부에 대해서 설명을 모두 마칠 때쯤, 루시는 '하지만' 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왕족 신분이시라면 기본적으로 정치학부를 듣는 것이 필수에요. 정치학부 칸에 빨간색 별표가 되어있죠?"

 "안 되어있습니다만."

 "네, 거기에... 아니 없다고요?"

 

 왕족이라면 필수여야 할 칸을 선택사항으로 만들었다라. 아무리 봐도 그에게 굴욕감을 줄 의도가 다분했다. 의미없는 짓이군 하고 그는 속으로 코웃음 쳤다.

 

 도리어 로윈은 이런 장난을 쳐준 작자에게 작은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정치학부는 그의 흥미에 전혀 동하지 않는 학부였기에 구태여 들을 필요가 없다니 반가울 따름이었다.

 나머지 학부들 중에서 들어갈 수 있을만한 학부나 마음에 드는 학부를 고르려니 로윈은 쉽게 고르기가 애매했다. 그가 고민하는 동안 엘리스는 루시를 조용히 불러내었다.

 

 "루시, 난 네각 정말로 착하고 친절한 아이라고 생각해."

 "왜 그래요, 언니?"

 

 난데없는 그녀의 칭찬에 루시는 한 발을 뒤로 뺐다. 그녀가 화사하게 웃고 있었다. 그녀가 웃고 나서는 항상 경고가 잇따른다는 것을 루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말이야, 로윈을 나쁘게 보지만은 말아줘."

 "에?"

 "불쌍한 아이야, 항상 외롭게 지내왔고 외부와의 문을 닫아왔으니까... 그러니까 너라도 반갑게 대해줬으면 이 언니는 정말 고맙겠는걸?"

 "알겠어요, 언니."

 

 루시는 예쁘게 웃는 엘리스의 얼굴이 어딘가 슬퍼 보인다고 생각했다. 혹시 그녀는...

 

 "언니 혹시."

 "다 했습니다만?"

 

 갑작스레 끼어든 로윈의 말소리에 둘의 대화가 중단되었다. 루시는 로윈이 건넨 종이를 받기만 하고 시선은 엘리스에게로 가있었다. 왕족답지 않게 평민 출신인 자신에게 친근하게 대해주던 엘리스는 방긋 웃기만 할 뿐이었다.

 

 "이제 뭘 더하면 됩니까?"

 "아, 이제 지원하신 학부로 가셔서 입학 시험을 받으시면 되요."

 "내가 데려다 줄게, 로윈."

 "괜찮습니다만."

 

 엘리스는 루시에게 인사를 하고 로윈과 함께 가버렸다. 떠나간 뒷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던 루시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불쌍한 엘리스 언니, 어쩌다가..."

 

 안타까운 생각에 혀만 차던 그녀는 다시금 카운터로 돌아갔다. 로윈이 지원한 학부에 지원자가 간다는 연락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종이에 적힌 내용을 확인하는 루시의 눈이 커졌다.

 

 "뭐야, 이게."

 

 루시의 황당한 중얼거림과 함께 그녀의 손에 있던 종이가 땅으로 떨어졌다. 주광색 마법등 아래에 놓인 종이에는 검술학부와 고대룬어학부가 적혀 있었다.

 

 로윈은 무엇을 지원했냐고 물어보는 엘리스의 말에 사실대로 대답해주었다.

 

 "뭐? 검술학부에 지원했다고?"

 "예,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무덤덤하게 대답하는 그의 모습에 엘리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주 많지. 일단 너는 왕족이라서 정치학부가 필수잖아."

 "선택 사항을 준 건 아카데미 측입니다."

 "그리고 검술학부 생들은 대부분 레옹성의 기사들 후보생들이라서 오리헨을 싫어할 거고,"

 "어느 학부를 간들 안 그렇겠습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검술 실력이..."

 

 엘리스는 로윈의 작은 체구를 내려다보았다. 열 살 밖에 되지 않을 법한 작은 몸집. 비웃으려는 의도는 전혀 없지만 겨우 이런 몸으로 검술을 한다고? 엘리스의 시선을 알아차린 로윈의 눈에 순간적으로 이채가 흘렀다..

 

 "그럼 왕녀님, 저랑 내기 하실래요?"

 "무슨 내기?"

 

 엘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로윈은 커다란 샹들리에가 달린 천장을 바라보며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만약 제가 검술학부에 들어가면 제 소원 한 가지만 들어주세요."

 "...못 들어가면 네가 들어줘야 해."

 "내기에 있어 그건 당연하지요."

 

 엘리스는 어쩐지 자신감 있어보이는 로윈의 모습이 의아했다. 그러나 버밋 아카데미의 입학 시험은 정말로 어렵고 특히나 난이도가 최악으로 소문난 검술학부 시험이기에 내기를 수락했다.

 로윈이 검술학부 집합소인 연무장으로 들어가고 나서 엘리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스틴,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걸까?"

 "글쎄요, 오리헨투스님이 검술 수련을 열심히 했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한 번도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으니 잘 모르겠군요."

 "음... 그건 그렇고 너는 여기 있어도 되는 거야, 이스틴? 안 가봐도 되겠어?"

 "... 괜찮습니다. 저에겐 왕녀님을 호위하는게 더욱 큰일이라서요."

 

 엘리스는 자신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호위기사 이스틴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무엇보다도 엘리스의 안위를 우선적으로 여겼다. 설사 다른 일을 하고 있다가도 엘리스가 외출을 하려고 하면 항상 문 밖에서 대기하는 그림자 같은 호위기사.

 본래 직업이 있으면서도 엘리스의 부탁으로 호위기사를 자처해 준 이스틴에게 엘리스는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혹시나 불편한 일 있거나 힘든 일 있으면 꼭 나한테 말해줘."

 "네."

 

 어차피 일이 생기면 그녀 스스로 해결할 것을 알지만 엘리스는 언제나 그렇게 말하고 빙긋 웃어주었다.

 

 "로윈에겐 미안하지만 떨어져 줬으면 좋으련만."

 

 연무장에서 몸을 돌리면서 엘리스는 무슨 소원을 빌지 기분 좋은 상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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