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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홍콩러브트립
작가 : 제이J
작품등록일 : 2017.12.1

은퇴후 낯선 도시를 찾아온 톱스타 이한경
그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가이드 송호연
홍콩에서 시작되었던 그들만의 러브 트립

 
5. 슬픈 우리 젊은 날 - 청킹맨션 #2
작성일 : 17-12-12 03:03     조회 : 352     추천 : 0     분량 : 6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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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방안에 놓여있는 것은 싱글 침대와 작은 테이블, 그리고 삐걱거리는 의자가 전부였다. 그 사이의 간격은 트렁크를 열어놓기는커녕 사람 하나가 간신히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비좁았다. 침대커버와 베개커버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얼룩들이 선명했고, 창 너머로는 뒷동의 허름한 외벽이 그대로 보였다. 그 창에 걸린 커튼의 조악한 무늬는 차마 눈뜨고 봐줄 수 없는 지경이었다.

 

 “은혁이 한테 연락했어. 바깥 상황 괜찮아지면 연락 주겠대.”

 

 문가에 선채 통화를 마친 한경이 안쪽으로 돌아서며 말했다. 그는 어이없는 눈으로 실내를 훑기 시작했다.

 

 “우와. 근데 여기 진짜.”

 

 키 큰 남자 하나가 버티고 서있으니 안 그래도 코딱지 만한 공간이 꽉 찼다. 호연은 작은 테이블의 의자에 걸터앉았다. 뜀박질을 했던 탓에 종아리가 뻐근했다. 그녀는 손으로 제 다리를 꼭꼭 주물렀다.

 

 “이런 곳은 어떻게 알았어?”

 “5년 전, 홍콩에 처음 왔을 때 내가 살았던 곳이에요.”

 

 한경은 놀란 눈을 호연에게 돌렸다. 그는 침대 모퉁이에 걸터앉으며 팔짱을 꼈다.

 

 “여기서 살았다고? 혼자?”

 “돈 없는 가난한 여행객이 갈 수 있는 곳이 여기밖에 없더라고요. 공항 버스 안에서 인터넷으로 급하게 예약한 숙소가 청킹맨션에 있다는 건 도착해서야 알았지만.”

 

 요즘도 자주 있는 일이었다. 호연이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이곳을 찾아오는 이유이기도 했다. 유명 예약사이트에 올라와있는 엉뚱한 호텔이름과 멀쩡한 사진, 그리고 값싼 가격에 홀린 여행객들은 현지에 와서야 그 숙소의 실체를 알게 된다. 숙소 카운터를 찾을 수조차 없다, 이상한 남자가 방에 따라 들어오려 했다, 개구리만한 바퀴벌레가 나온다, 어떤 외국인이 오늘 밤 같이 보내자며 엘리베이터에서 치근덕거렸다. 그들 중 일부는 전화기를 붙잡고 엉엉 울어버리기도 한다. 살려달라는 읍소가 이어질 때도 있다. 그녀가 청킹맨션에서 나름 가장 안전하고 깨끗한 숙소들을 꿰고 있는 이유였다.

 

 “딱 이런 방에서 한 달을 살았어요.”

 “한 달 동안 여기서? 밖에 분위기가 저렇게 험한데?”

 

 기가 막히다는 얼굴로 한경이 되물었다. 이 겁 없는 여자 좀 보게, 딱 그런 표정이었다. 낯선 행성에 불시착한 기분이었다. 그때의 호연은 세상의 끝에 서 있었다.

 

 “엄마 유골함을 들고 홍콩에 왔어요.”

 

 한경의 얼굴에 떠있던 부드러운 미소가 단숨에 걷혔다. 왜 그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걸까. 사원에 매단 소원도 말해주지 않았던 사람에게 인생에서 가장 슬펐던 시절을 꺼내 보이고 싶은 이유가 무엇일까.

 

 “꼭 이맘때였어요. 홍콩에 따뜻한 봄바람이 부는.”

 

 그래서 일거였다. 엄마가 떠난 무렵이면 수많은 감정들이 몰려들어 그녀를 심난하게 했다.

 

 “홍콩을 너무 좋아했던 우리 엄만, 죽어서도 홍콩에 묻히고 싶어 했어요.”

 “홍콩을, 왜?”

 “인생을 통틀어 자신이 사랑했던 모든 것이 이 땅에 있었대요.”

 

 어리고 철없던 한 시절을 평생 그리워하며 산 사람. 낯선 도시에서의 짧은 인연으로 딸아이를 얻게 된 것이 기적이라고, 신의 선물이라고 믿었던 사람. 그 딸과 함께 1년에 한 번씩 홍콩을 찾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던 사람. 세상 누구보다 사랑했으나 세상 누구보다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 엄마.

 

 “한 일주일 동안은 거의 잠만 잤어요. 이 건물은 너무 무섭고, 거리에 나가면 신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싫었거든.”

 

 어깨를 움츠린 채 비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무 문을 세 개나 열어야 도착하는 방에 그녀는 틀어박혀 있었다. 포털엔 현수의 드라마 방영소식이 가득했다. 기가 막혀 웃다가, 억울해서 울다가, 열 받아서 욕을 하다가 쓰러져 잠이 들었다. 지옥 같은 시간들이 흘러갔다.

 

 “방을 나설 때마다 이상한 남자들이 내 방을 힐끔거렸어요. 너무 무서웠는데 다른 곳을 알아보러 다닐 정신도 없었어요. 그때 난 완전 패닉이었거든.”

 

 그녀는 완벽한 이방인이었다.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었다. 작은 테이블에 놓인 엄마의 유골함은 더 이상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지 않았다.

 엄마는 억척스러운 생활력대신 소녀감성을 가지고 살았다. 싱싱한 생선을 고르는 법대신 싱싱한 꽃을 고르는 법을 딸에게 가르쳤다. 여행에서도 그랬다. 그녀는 호연에게 홍콩의 예쁜 곳들만 보여주었다. 한밤중의 레이저 쇼, 피크 파크의 야경, 활기찬 야시장. 엄마는 한 번도 말해주지 않았다. 홍콩의 맨 얼굴은 이런 것이라고. 너는 그저 이방인 일 뿐이라고.

 

 “어느 날 마트에서 사온 음식이 다 떨어졌어요. 때마침 홍콩 케이블 TV에선 이한경씨가 주인공인 그 드라마의 첫 회가 방송되고 있었죠. 그 날은 4월 1일. 내 생일이었어요. 정말로 모든 게 거짓말 같았죠.”

 

 그녀는 엉엉 울면서 그 드라마를 보았다. 울고 나니 더 배가 고팠다.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서럽고 배고픈 생일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날 방문을 벌컥 열고 나왔던 건 될 대로 되라는 심정때문이었다. 설마 내 인생에 더 나쁜 일이 일어나겠나 싶었다. 일어나도 상관없겠다는 자포자기 마음도 있었다. 수상한 얼굴의 사내들이 복도 끝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들을 향해 성큼 걸음을 옮겼다.

 

 “그 사람들한테 물었어요. 여기서 제일 가까운 맛있는 식당이 어디냐고.”

 

 한경의 얼굴은 심각했다. 침대에 걸터앉은 채 상체를 호연쪽으로 기울인 그는 두 손을 꼭 맞잡은 채였다. 무서운 귀신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포즈였다.

 

 “한참 나를 보더니 따라오라 더라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간 그들이 멈춰선 곳은 상가 구석의 인도음식점이었다. 거기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카레가 있었다. 걸신들린 듯 밥을 먹는 호연의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들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Are you OK?

 

 “Are you OK? 왜?”

 

 한경이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 꼭 저런 눈으로 호연은 자신을 둘러싸고 서있는 험악한 외모의 사람들을 올려다 보았다.

 

 “그때 알았어요. 내가 이 청킹맨션에서 가장 고위험 인물이었다는 걸.”

 

 세상을 잃은 얼굴로 나타난 젊은 여자가 혼자 방에 처박혀 두문불출한다는 소문은 게스트 하우스 주인들과 입주민들 사이에 빠르게 번졌다고 했다. 방음이 안 되는 벽을 타고 그 여자의 서러운 울음과 미친 웃음소리, 중얼거림이 번갈아 퍼져갔다. 수건을 교체해주러 들렸을 때 테이블위에 유골함으로 보이는 게 있더란 이야기는 위험지수를 상승시켰다. 빌딩 사람들은 번갈아 그 여자의 방문 앞을 어슬렁거려야 했다. 죽었나 살았나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목을 매달고 죽을까 봐, 건물에 불이라도 지를까봐, 모두들 안절부절 못했다는 거였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내가 이 구역의 미친년이었던 거에요.”

 

 긴장이 풀린 듯 한경이 헛웃음을 뱉어냈다. 세상이 만만하게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험상궂게 생긴 사람들이 그리 나쁜 사람들은 아니라는 걸 알게된 순간이기도 했다. 그 날이었다. 이 도시에서 한번 살아봐야 겠다고 작정했던 것은.

 

 “뒷 동으로 갈수록 외국인 노동자들이랑 불법 체류자가 많아서 위험하긴 하지만, 보는 것보다 그렇게 무서운 곳만은 아니에요. 장소든 사람이든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니까.”

 “궁금하다.”

 

 한경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뭐가요?”

 “여기 홍콩, 그리고 송호연이란 사람.”

 

 심장이 덜컥거렸다. 좋아한다는 고백을 들은 것도 아니고, 고작 궁금하다는 한마디에 그랬다. 말의 문제가 아니라 공간의 문제일지도 몰랐다. 침대에 앉은 그와 테이블에 앉은 호연 사이의 거리는 50cm 남짓이었다. 누군가 조금만 몸을 기울이면 상대의 숨결까지 고스란히 느껴질 위험한 거리. 호연은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그에게서 조금 멀어졌다.

 

 “가이드의 철칙이 뭔지 알아요?”

 

 호연은 엉뚱한 말로 입을 열었다.

 

 “여행객과 사생활을 나누지 말라. 저 커플이 부부인지 불륜인지 알려하지 말라. 우리는 그저 여행객을 낯선 도시로 안내하는 가이드일 뿐이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은 군말 없이 도왔으나, 한 번도 그들의 사생활을 궁금해 한 적은 없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꺼낼 이유도 없었다. 직업 철학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지금껏 호연이 스스로를 안전하게 지켜온 방식이었다.

 어쩌면 그녀는 청킹맨션 이 좁은 방에서 온전히 벗어난 게 아닐지도 몰랐다. 맛있는 식당이 어디냐 물었던 딱 그 정도의 태도로 사람들을 만나왔을 뿐이었다. 누구에게도 제 방문을 열어 보일 수 없었다. 남의 방이 궁금하지도 않았다. 이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분명히 그랬다.

 

 “그런데 나도 궁금해졌어요.”

 “…….”

 “당신, 이한경이란 사람.”

 

 세상이 아는 이한경이 아닌 진짜 이한경. 죽은 사람의 흔적을 찾아 안나푸르나로 떠나야 했던 이한경. 그녀는 누군가의 인생이 정말로 알고 싶었다. 그녀로서는 참으로 의아한 감정이었다. 한참동안 호연을 빤히 바라보던 그가 벽에 등을 기대며 입을 열었다.

 

 “가족 같은 선배가 하나 있었어.”

 “그 선배 때문에 네팔에 다녀온 거죠? 한진우.”

 

 호연이 뱉은 그 이름은 한경을 아주 오래전의 시간으로 데리고 갔다. 이보다 훨씬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한경은 한 달을 보냈다. 진우의 장례를 마친 후였다. 한강변이 내려다보이는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의 펜트 하우스. 다시는 주인이 돌아오지 않을 그 곳은 진우의 집이었다. 창밖의 세상은 2월의 강추위에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수 십 년만에 찾아온 강력한 동장군이 한강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다고 모두가 떠들썩했다. 더 추운 땅에 남겨져 있을 진우가 떠올라 한경은 차마 창밖을 내다볼 수가 없었다. 집밖을 나설 수도 없었다. 커튼이 드리워진 어두운 실내에 한경은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난 거기서 한 달 동안 영화만 봤어.”

 

 서재에는 오랫동안 진우가 애지중지 모아온 DVD가 가득했다. 오랜 세월 그가 보고 또 보던 영화들이었다. 액션영화를 보다가 울고, 코메디 영화를 보다가 울었다. 모든 영화마다 진우와의 기억이 묻어있었다. 영화를 보다가 까무룩 잠이 들고 잠에서 깨면 다시 영화를 봤다. 그 외의 어떤 일도 할 수가 없었다.

 

 “선배면서 친구였어. 형이 가는 길을 나는 언제나 한발자국 뒤에서 따라 걸었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데뷔를 앞두고 있었으나 의욕도 없었다. 한 달이 되던 날 유라가 그 집에 찾아올 때까지 한경의 세상은 멈춰있었다.

 

 [이 집 명의, 너한테 옮겼어. 계약금이라고 생각해.]

 

 멍한 눈으로 한경은 유라를 바라보았다. 그 집은 진우만의 공간이 아니었다. 거실의 저 쇼파에 그와 나란히 앉아 웃던 여자가 그녀였다. 한경은 맞은 편에 앉아 그들을 보며 같이 웃었다. 그렇게 따뜻했던 시간이 그들의 기억이었다. 모든 것들이 산산조각나고 있었다.

 

 [데뷔하자.]

 “내가 가지게 된 건 시작부터 전부 진우 형 거였어. 완벽한 대타였지.”

 

 한경을 보는 호연의 눈이 흔들렸다. 동정과 연민 안쓰러움이 섞인 시선이었다. 유라도 저런 눈으로 자신을 봤어야 했다. 적어도 진우형의 마지막은 그런 얼굴로 보내줘야 했었다.

 

 “그날 황유라가 두고 간 게 당신 대본이었어. 진우 형이 하려던 드라마.”

 

 그 대본에 담겨있던 한 남자의 이야기는 한경을 세상으로 나오게 했다. 자신만큼 슬프고 진우만큼 불행한 남자가 거기에 있었다. 그 인물에게로 도망치고 싶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연기하고 싶었다.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 따위는 없었다. 진우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면, 그를 잃은 아픔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다면, 딱 그 정도가 한경이 바랐던 전부였다.

 

 “모든 게 계획되었던 듯 착착 돌아갔지.”

 

 진우가 골라놓은 영화대본, CF모델, 드라마들이 줄줄이 한경에게로 밀려왔다. 신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도 없는 일들이었다. 황유라와 스타그룹이 발 벗고 나선 덕이었다. 그들은 하루아침에 대단한 스타를 만들어냈다. 그 과정에 애꿎은 피해자들이 있었다는 걸 한경은 오랜 후에야 알게 됐다. 한참 주가를 올리던 배우들의 악성루머, 고액 세금 체납, 숱한 스캔들이 적재적소에 골고루 터졌다. 그 반사 이익은 오로지 한경의 것이 되었다. 그 무렵 세상은 한경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럼 아까 그 남자들을 보낸 건 황유라에요?”

 “내가 진우형의 죽음을 쫓고 있으니까. 멈추라는 경고겠지.”

 

 호연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는 알지 못할 거였다. 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져 왔는지, 어떤 일들이 벌어지려 하는지.

 

 “나에 대한 많은 뉴스가 쏟아질 거야. 탈세 어쩌면 마약, 혹은 여자.”

 “탈세나 여자는 그렇다 해도 마약? 이한경씨 설마 마약해요?”

 “원하지 않아도 충분히 중독 될 수 있어.”

 

 호연의 눈이 동그래졌다. 몸이 아파도 매니저가 건네주는 약을 함부로 먹을 수 없었다. 약성분이 무엇인지 몰래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야 했다. 누군가가 건네는 술을 함부로 받아 마시지도 못했다. 담배도 당연히 그랬다. 주위의 모든 이를 의심하고 경계해야 하는 삶이 그의 것이었다.

 

 “그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많은 것들을 만들어 쥐고 있어. 큰 일을 덮어야 할 때마다 그 중 하나를 꺼내들지.”

 

 연예계의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모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그쪽으로 쏠릴 때마다 그 뒤에서 다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은 음모론자들의 헛소리가 아니다. 톱스타의 이혼소식, 연예계 전반을 흔드는 마약수사, 세기의 스캔들. 마치 준비해두었던 듯 절묘한 타이밍에 터지는 그것들은 절대로 우연이 아니다. 그 모든 것을 쥐고 흔드는 큰 손들이 그 세계에 존재했다. 그 손에 쥐어줄 카드를 들고 있는 자가 유라였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믿지 마. 당신이 직접 본 것만, 직접 들은 것만 믿어.”

 

 그것은 간절한 부탁이었다. 자신의 슬픈 시절을 그녀에게 꺼내보인 이유였다. 당신만은 내 편이 되어달라고. 진짜 내 모습을 기억해 달라고.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알 수 없는 눈으로 한경을 바라보던 호연이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홍콩에 오는 사람들은 골목을 들여다보지 않아요.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알고 싶어 하지도 않죠. 모두가 반짝거리는 빌딩을 보고, 화려한 거리를 걷기 바쁘니까. 하지만 어둡고 지저분한 이런 곳들이 홍콩의 맨 얼굴이죠.”

 “…….”

 “그런 얼굴을 오늘 하나 더 보네요. 진짜 이한경.”

 

 그때 그는 알지 못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그가 홍콩에서의 시간을 기억할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이 낡은 청킹맨션이 되리라는 걸. 그날의 그 곳이 그들의 진짜 여행이 시작된 장소였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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