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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에디온
작가 : 염적
작품등록일 : 2017.11.7

과거 중간계를 휩쓸었던 원인모를 악마들의 습격이 일단락 된지도 어느새 20년, 전쟁을 종식시키는데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세 명의 인간영웅 에디온 중 가장 강력한 자인 에르세데스 메데스의 아들인 에르세데스 이안은 평화속에서 평범한 삶을 살며 20살의 성인으로 거듭난다. 처음으로 맞는 방학에 떠난 첫번째 여행. 하지만 여행도중 대륙 곳곳에서 이상현상들이 발견되고, 이안과 일행의 앞에 다시 한 번 악마들의 위협이 모습을 드러낸다.

 
제 2장 : 전조 (2)
작성일 : 17-12-12 02:12     조회 : 204     추천 : 0     분량 : 8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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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곧장 회관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회관은 여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한 5분정도 걸었을까, 회관 건물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건물은 약 7~8층 정도의 높이었다. 외벽은 나무 대신 뭔지 모를 말끔한 것들로 도배되어 있어 대낮에 땅을 향해 내려오는 햇빛들을 적당하게 튕겨내며 번쩍거리는 깔끔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확실히 다른 곳의 회관에 비해서는 가장 규모도 컸고, 그 위용도 대단했다. 물론 다른 나라들의 건물들에 비하면 수수하기 짝이없는 모습일 터였지만, 그래도 인간들의 도시라고는 아케도니아를 벗어난 적이 없었던 나에게는 그 어떤 건물보다 으리으리해 보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그 부귀의 향연은 기세를 더해갔다. 천장에는 큐빅을 주렁주렁 달아 놔 물방울에 햇빛이 이리저리 반사 되듯 반짝 거리는 샹들리에가 달려있었는데, 그것의 크기가 족히 사람만큼 커보였다. 또 벽에는 도금을 한 듯한 황금빛의 촛대 들이 달려있었는데 그것들의 개수가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았다. 바닥은 역시 대리석이었고 사방을 아무리 둘러봐도 나무로 된 것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었다.

 “여긴 처음 와보는데, 상당히 으리으리 하네요.”

 “뭐가 말이냐?”

 “벽이나, 천장이나. 모두 황금이나 보석들 투성이고, 목재로 된 건 찾아볼 수가 없네요. 과하다고나 할까. 마법사께서 어지간히 금붙이나 보석들을 좋아하시나보죠?”

 “응? 무슨 소리냐 그게?”

 밀레는 이해가 가지 않는 다는 듯이 되물었다.

 “아니, 여길 쓰시는 분이 마법사님이시니까, 그 분의 취향에 맞춰서 지었을 거 아니예요?”

 밀레가 다시 한 번 아까전에 지었던 표정을 지었다. 이번엔 조금 더 심했다. 어떻게 지난 십여년 동안 역사만 주구장창 배워 온 사람이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느냐는 말이 표정에서 읽힐 정도로.

 “이놈아, 아케도니아가 건국 된 게 언제쩍 이야긴데 지금 그런 얘기를 하는거냐? 칼리프가 이곳에 온 건 적어도 이 건물이 지어진지 족히 수십년은 지난 후의 일이라고.”

 나는 다시 한 번 머리를 긁적였다. 칼리프? 아, 마법사의 이름이 칼리프였군! 이제야 기억이 난다. 그건 그렇고 시험에서 다른 건 몰라도 역사는 항상 만점을 받았었는데, 이럴 때 마다 다시 한 번 인간들의 교육이 얼마나 실생활에 쓸데가 없는지를 깨달을 수 가 있다. 젠장, 이건 내 탓이 아니라고, 유연하던 내 머리를 이렇게 굳혀버린 대학이 잘못이지.

 우리는 점점 건물 안으로 깊이 들어갔다. 밀레는 잠시 우리에게 기다리라는 말을 하더니 저 멀리 데스크로 보이는 곳으로 걸어가 직원에게 뭐라 말을 걸었다. 잠시 동안 둘 사이의 대화가 오고가더니 곧 밀레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우리가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나는 걸어오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뭐래요?”

 “수호의회 증표를 보여주니 기다리라더군. 아마도 지금 업무중에 있는 모양이야. 급한 업무는 아닌 것 같으니 곧 내려올 듯 하구나.”

 그렇게 지루하게 소파에만 앉아 있은 채로 한 10분이 좀 지나지 않았을까, 나는 멍하게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앞에는 데스크가 있었고, 그 옆에는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놓여져 있었다. 답답하군. 언제쯤 올라갈 수 있으려나. 이 말을 속으로 한 열 번정도 되뇌자 계단에서 누군가가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멍하게 뜬 눈에 힘을 주고는 몸을 꼿꼿이 세워 계단을 직시했다. 그러자 밀레가 옆에서 그런 내 모습을 보고는 아주 잠깐 어깨를 들썩 거리며 놀라더니 곧 고개를 돌려 내 시선을 따라왔다.

 내 시선이 향한 곳에는 한 남자가 서있었다. 그 남자는 잠시 주위를 두리번 거리더니, 이내 우리를 발견하고는 크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밀레도 마찬가지였다.

 “칼리프!”

 “밀레, 오랜만일세.”

 둘은 서로에게 다가가더니 크게 악수를 나누었다. 곧 레이널도 그에게 다가가더니 가볍게 악수를 나누었고 마지막으로 나도 그에게 짧은 목례를 건냄으로서 인사를 주고 받았다.

 그는 짙은 흑발을 가지고 있었다. 옷은 거추장스러운(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흰 색 로브였고 간간히 놓여진 푸른 색 자수가 꽤나 괜찮은 멋을 자랑했다. 그는 마법사치고는 수염이 짧은 편이었는데, 그 적은 수염은 머리칼과 같이 짙은 검은 빛을 지니고 있었다. 간간히 얼굴에는 주름이 패여있었지만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동안이었다. 물론 그것도 그가 지닌 권능 덕분이겠지만.

 “오랜만이네, 다들. 그래, 여긴 무슨 일로 왔는가?”

 칼리프가 다시 한 번 크게 웃음을 지어보이며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나이 들었지만 품위있었고, 그렇게 낮지는 않았지만 울림있었다.

 “우선을 올라가서 이야기 하세. 여기서 이야기하기엔 좀 길어질 듯 하군.”

 칼리프는 밀레의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는 곧 그가 앞장을 서서 우리를 이끌었다.

 계단을 올라가는 것은 생각보다 버거웠다. 짐을 지고 올라가는 것도 일이었지만, 무엇보다 집무실이 꼭대기인 8층에 위치해 있다는게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게다가 이 건물의 천장이 다른 건물들에 비해 배는 높아 계단의 수도 배로 많았다. 덕분에 올라가는 동안 내 종아리는 쉴 틈좀 달라며 쉴 새 없이 불평을 해댔다. 때문에 나는 몇 차례나 쥐에 걸릴뻔한 고비를 넘겨야 했다.

 간신히 꼭대기 층에 도착하니 또 다시 넓게 펼쳐진 복도가 보여왔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천장에는 번쩍거리는 샹들리에, 양 벽에는 도금 된 황금빛 촛대들. 그리고 대리석 바닥. 여전히 휘황찬란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칼리프는 우리를 어느 방 안으로 안내했다. 아마도 그곳이 집무실인 모양이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생각보다는 소소한 모습의 방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의자는 평범한 목재 의자였고, 소파도 꽤 오래되어 보이는 검정색 소파였다. 탁자도 평범한 나무로 되어있었고 그나마 좀 값이 나가 보이는 것은 책상 위에 놓인 목걸이 뿐이었다.

 “생각보다 평범하군요.”

 레이널이 주위를 둘러보며 혼잣말 하듯이 말했다.

 “뭐, 괜히 쓸데 없이 돈을 낭비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렇지, 이곳 만큼은 칼리프 자네 맘대로 꾸밀 수 있으니까.”

 “특별히 부탁좀 했지. 아케도니아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덜 사치를 부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치는 사치 니까. 나는 그런 번쩍거리는 장소에서는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더군.”

 칼리프와 밀레가 연달아 말을 했다. 둘은 죽이 척척 맞았다. 레이널이 말의 불씨를 붙였는데, 정작 대화를 이리저리 주고받는 것은 밀레와 칼리프였으니.

 방은 소소 했지만 그 크기 만큼은 작지 않았다. 방안으로 꽤나 오랫동안 걸어 들어가자 접견실 같아 보이는 공간이 나타났다. 그곳은 다른 곳에 비해 꽤나 값이 나가는 물건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탁자도 목재가 아닌 어떤 광물로 만들어져 있었고, 역시나 빼놓지 않고 커다란 샹들리에 하나가 천장의 정 중앙에 매달려 있었다. 아마 이곳 만큼은 중공업자들이 칼리프에게 양보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자, 다들 앉게. 이야기를 해보게나. 여긴 무슨 일인가?”

 칼리프가 정 중앙의 자리에 앉더니 우리를 바라보며 물었다. 밀레도 그를 따라 옆자리에 등을 기대 앉았다. 레이널도 곧 그를 따라 자리에 앉았고 나만 멀뚱멀뚱 선 채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한 가지 부탁을 할 게 있어서 왔네.”

 “무슨 부탁인가? 말해보게.”

 밀레는 잠시 침을 삼키더니 자세를 고쳐잡았다.

 “이안을 데리고 발라테라스를 다녀올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순간 칼리프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눈에 띌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전에 싱글벙글 웃던 사람의 얼굴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입을 열었다.

 “여행을 말인가?”

 의미없는 되물음 이었다.

 “그렇네. 지난 몇년간 방학동안 이안을 데리고 한 것이 고작 본드에서의 농사일이나 훈련들 뿐이었으니, 이제는 좀 색다른 경험을 할 때도 되지 않았겠는가.”

 칼리프는 이번에도 침묵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방금 전과는 조금 분위기가 다른 침묵이었다. 조금은 덜 어두운 침묵 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조금 더 분위기가 가벼웠다.

 “인가를 받기 위해 온 것 이로군.”

 칼리프가 침묵을 깼다.

 “그렇네. 말도 없이 이안을 데리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할 수는 없으니까.”

 밀레의 말에는 아주 조금이었지만 분명하게 긴장감이 서려있었다.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네.”

 “그럴 수도 있다만, 다른 곳이 아니라 발라테라스이지 않은가.”

 “오히려 발라테라스이기에 문제가 되네.”

 밀레는 흠칫했다. 오히려 발라테라스라 문제가 된다니? 발라테라스는 인간의 세 왕국을 통틀어 가장 크고, 가장 부유하며, 가장 안전한 도시었다. 땅 덩어리가 가장 큼에도 불구하고 수비대는 절대왕정체제의 강력한 통치 아래 주민들을 보호하고 있었으며 그 가운데에는 모든 종족을 통틀어 최강의 전투력을 지니고 있는 집단 중 하나인 기사단이 존재했다. 그런데 그런 발라테라스가 오히려 문제가 된다니? 앞뒤가 안 맞는데.

 “그게 무슨 말인가? 오히려 발라테라스이기에 문제가 된다니?”

 밀레가 의아해했다. 그러자 곧 레이널도 거들었다.

 “혹시 물가 상승과 연관이 있는 말씀이십니까?’

 그러자 칼리프는 놀란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마치 ‘어디서 그 소식을 들었는가’ 라는 말을 대변하고 있는 듯한 얼굴이었다.

 “맞네. 어디서 그 얘기를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지금 발라테라스에서 들어오는 공물의 양이 현저하게 적어지면서 국내 물가가 급격히 상승 했지.”

 “빵집 아저씨에게 들었어요.”

 내가 끼어들었다. 밀레와 레이널의 고개가 동시에 돌면서 나를 쳐다봤다.

 “그렇구나. 어쨌든,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원인이지. 그것도 알고 있는가?”

 레이널이 곧장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가게 주인분이 말씀해 주시더군요. 수도를 중심으로 발병한 질병이 원인이라고.”

 “잘 알고 있군. 그렇다면 그 질병이 왜 문제가 되는지도 알고 있겠지.”

 칼리프가 이번에는 밀레를 쳐다봤다. 밀레는 기다렸다는 듯이 꾹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질병이 광폭화를 일으킨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인가?”

 칼리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네. 나도 아주 자세히는 알지 못하네만……”

 “자세히 알지 못하다니. 자네가 자세히 알지 못하면 누가 자세히 아는 건가?”

 칼리프는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도 자세히 알지 못하네.”

 밀레의 표정에 의문이 더해졌다.

 “그게 무슨 말인가?”

 “말 그대로일세, 아케도니아에서 그 누구도 그 일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네.”

 밀레는 그 말에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

 “최고위원회조차 말인가? 도대체 어째서?”

 “들어오는 소식이 없기 때문이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몇주간 발라테라스에서 아무런 공문도 들어오지 않았네. 평소라면 이해가 가는 일이지만, 이런 이상현상이 몇주째 지속되고 있는데 그렇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

 “그런데 아케니안 위원회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단 말인가?”

 “최근에 파견할 별동대를 구성하려고 해봤지만 마땅한 인재가 없더군. 나나 아킬리오스가 가자니 국정에 공백이 생겨서 지금 군인들 중에서 보낼 만한 인재들을 꼽아보고 있는 중인데, 적당한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아.”

 밀레는 잠시 자리에 앉아 입을 다물고는 곰곰이 생각했다. 이번엔 꽤나 긴 공백이 지속됐다. 한 십오 초 쯤 지났을까, 밀레가 공백을 깨고는 조심스럽게 칼리프를 향해 한 가지 제안을 건냈다.

 “우리가 그 사절단 역할을 하는 것은 어떠한가?”

 순간 내 눈과 레이널의 눈이 모두 커다래졌다. 으잉? 이게 무슨 말 이람? 조심해서 가겠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 저런 말을 해서 설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밀레가 그렇게 바보같은 사람은 아닐텐데. 무슨 생각으로 저런 말을 한거지.

 “자네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진심일세. 오히려 자네에게는 지금으로서는 시간을 끌어 봤자 불안요소만 늘어나는 꼴이 아닌가? 게다가 나만큼 믿음직한 지원군이 어디있겠는가?”

 밀레가 능청을 떨었다. 동료 앞에서도 저 능글맞음은 여전하군. 하지만 과연 칼리프가 저런 능글맞음을 받아줄 만큼 유도리가 있는 사람일지는 의문이다. 나는 곧장 고개를 살짝 들어 건너편에 앉아있는 칼리프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음? 표정이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네.

 “허허…… 자네의 그 능글맞은 말투는 여전하군. 맞는 말이긴 하네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자네의 능력이 아니라 이안의 신변과 관련된 걱정일세.”

 “나도 이해는 하네. 하지만 언제 까지고 온실속의 화초를 키우고 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제 이 녀석도 세상에 나가볼 때가 되었지.”

 말 잘한다! 지금 만큼 밀레가 멋있게 느껴졌던 적은 없다. 계속해요, 밀레!

 “정 걱정되면 믿음직한 사람 몇 명만 붙여주게. 그 정도는 내 감수하지.”

 나는 고개를 들어 다시 한 번 칼리프의 표정을 살폈다. 좋아. 거의 다 넘어 왔군.

 “이미 마음을 굳히고 왔구먼. 의회에서 질책이 내려오면 자네 의견이라고 올릴 걸세.”

 “그럼 동의하는 겐가?”

 칼리프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이제와서 거절하면 나만 나쁜 놈 되는 꼴 아닌가.”

 앗싸! 통과다! 헤헤, 잘 했어요 밀레.

 “대신 조건이 하나 있네.”

 엥? 불안하게 또 왜 이러시나.

 “뭔가? 말 해보게.”

 밀레도 목소리에 옅은 불안감이 묻어났다.

 “자네 말 대로 사람 한 명을 붙여주겠네. 믿을 만한 친구가 한 명 있어. 용병업무로 꽤나 이름을 날린 친구인데, 아마 든든할걸세. 짐은 되지 않는 다고 내 보장하지. 그 친구와 함께 정확히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좀 조사해주게. 볼거리도 좀 보고. 느긋하게 다녀오게. 그리고 무슨 일인지 알아내게 되면 그 친구를 다시 로시스로 보내주게. 이후에 자네들은 갈 길가고. 혹시나 심각한 일이라면 함께 돌아오는 것을 추천하고.”

 칼리프가 쉬지 않고 그 긴 말을 끝내자 밀레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 말인즉슨 귀찮은 일을 우리에게 떠 맡기겠다는 말 이로군.”

 “자네들의 여행을 지원해주는 대가라고 생각하게.”

 칼리프가 미소를 지었다. 뭐, 나로서는 별 불만이 없었다. 우선 가게 된다는 것이 중요했으니까. 붙여준다는 그 사람은 누구려나. 지금은 그게 가장 궁금했다.

 “붙여준다는 그 친구 이름은 뭔가?”

 “성은 에르메니아로, 이름은 에온일세. 나이는 삼십 언저리에, 나와 인연이 닿아 지금은 로시스에서의 용병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친구일세. 믿을 만한 친구이니 걱정은 안 해도 좋네.”

 그 말을 들은 레이널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에르메니아 가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겠지. 레이널은 대단한 역사광이니까. 에르메니아 가문이면 굉장히 유서깊은 고대의 가문인데, 현재는 발라테라스에서 꽤나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가문이다. 타국의 귀족이 이런 곳에까지와서 용병일이나 하고 있다니. 나도 놀란 것은 매한가지였지만 저기 저 호기심으로 빛나는 레이널의 눈과 활짝 열려있는 귀를 따라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에르메니아라…… 발라테라스의 귀족이 여기엔 무슨일로?”

 “말했지 않은가. 용병이라고. 스스로 귀족의 직위를 버리고 나온 친구일세.”

 칼리프의 대답을 들은 밀레의 표정에는 한층 깊은 흥미가 묻어나왔다.

 “호오…… 그렇다면 믿을 만 하다 생각하는 근거는?”

 밀레가 꽤나 격앙된 목소리로 물었다.

 “12인의 마스터 나이츠 (Master-Knights) 중 한 명이었네. 이 말 하나면 충분 하겠지.”

 순간 놀라운 표정이 우리 모두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특히나 레이널은 더더욱. 그는 이번에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기사단에 있던 자가 무엇하러 용병활동을 한다는 말인가요?”

 “그거야 나도 알 수는 없지. 그런 것까지 세세히 물어보지는 않았네. 궁금하면 자네들이 직접 물어보게나.”

 칼리프는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할 말은 끝났네. 수호의회에 소식은 보내 놓지. 말은 잘 해놓겠지만, 질책이 내려올 수도 있네. 그건 자네에게 떠넘길걸세. 그것까지 내가 감당 할 수는 없네.”

 “이해하네. 내가 책임지도록 하지. 그분들도 이해할걸세.”

 “고맙네.”

 칼리프는 그렇게 뒤돌아 선채 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순간 그는 허리를 들썩이며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뒤돌아 서더니 말했다.

 “내가 안내하지. 먼저 내려가서 용병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을테니 천천히 내려오게.”

 칼리프는 그렇게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가자 우리도 곧장 그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공이군요.”

 “저 친구 성격이 워낙 깐깐한 게 아닌데, 이 정도면 싸게 먹힌 걸 세.”

 밀레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말씀을 잘 하셨습니다. 처음에 사절단 얘기를 꺼냈을 때는 꽤나 놀랐는데, 그게 생각보다 좋은 쪽으로 작용 했군요.”

 레이널이 의자를 제자리에 집어 넣으면서 말했다.

 “깐깐하다고는 했다만 저 친구만큼 융통성이 넘치는 마법사는 없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무슨 소리냐고 소리를 바락바락 질렀을거야. 마법사란 보통 꽉 막혀있는 사람들이니까. 저 친구가 이곳에 배정받은게 운이 좋았지.”

 밀레는 그 말을 하고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자, 이제 만족하냐?”

 만족 하냐고요? 만족하다 마다. 오늘만큼은 밀레를 껴안고 자도 괜찮다고 할 만큼 기분이 기뻤다. 나는 대답대신 미소로 화답했다.

 “원, 어지간히 좋은가 보네.”

 “일이 잘 풀려서 다행입니다.”

 레이널이 내 모습을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밀레도 곧 그 말을 듣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승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가 마지막으로 앉았던 의자를 책상 밑으로 집어넣었다. 그는 의자를 집어넣고는 기지개를 한 번 쭉피면서 하늘로 날아갈 듯 발 뒤꿈치를 들어 몸을 쭉 폈다. 보는 내가 다 개운하다.

 그는 기지개를 핀 후 마무리로 하품까지 한 번 거하게 들이키더니 아직까지도 미소가 떠날 줄을 모르는 내 얼굴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가 말했다.

 “자, 내려가자. 그 에온이라는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한 번 만나러 가보자고.”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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