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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봉주르 주피터(Bonjour Jupiter.)
작가 : 안경잡이
작품등록일 : 2017.11.17

한류에 빠진 프랑스국적의 저승사자(주피터)가 죽어야하는 사람을 잘못 데려가면서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12.
작성일 : 17-12-12 00:38     조회 : 234     추천 : 0     분량 : 3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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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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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방팔방으로 똥을 흩날리며 다니는 한결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었던 세은은 허리를 숙여 한결의 한쪽 팔을 어깨 위에 걸친 뒤 힘껏 몸을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올라온 건 세은의 몸뚱이뿐, 한결의 팔은 미꾸라지마냥 어깨에서 스르륵하며 빠져나갔다. 미끄러운 것도 미끄러운 거지만 한결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다고 느낀 세은은 다리를 쫙 벌리며 최대한 무게중심을 낮췄다. 그리고 이전보다 천천히 한결의 무게를 느껴가면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어깨에서 한결의 팔이 빠져나가는 시간만 길어졌을 뿐, 한결의 몸뚱이는 아니, 세은의 무거운 몸뚱이는 좀처럼 바닥에서 일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다이어트 좀 할 걸 그랬나?’

 

 아무리 용을 써도 한결이 바닥에서 일어날 생각을 보이지 않자 세은은 비대한 자신의 몸뚱이가 원망스러웠다. 아니, 하필이면 수능을 얼마 남기지 않고,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은 이때, 한결과 몸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언제까지 신세타령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친구들에게 바닥에 똥을 지린 자신의 모습을 들킬 수 없었던 세은은 똥이 묻는 것도 불사하고 한결 곁에 바짝 붙었다. 그러면서 교복바지에 똥물이 튀겼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가까이 다가서면서 힘을 좀 더 잘 전달할 수 있었던 세은은 겨우 바닥에 누워있던 한결을 일으킬 수 있었다.

 

 “야, 잠깐만.”

 

 누워있었을 때에는 알지 못했지만 두 다리로 체중을 지탱하면서 한결은 참을 수 없는 변의를 느끼게 되었다. 한결의 변의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로 옆에 있는 세은까지 위협했다.

 

 “결아. 조금만 더 가면 화장실이야. 조금만 참자, 조금만.”

 

 화장실 앞에서 계속 똥을 지리는 한결을 내버려 둘 수 없었던 세은은 양손으로 한결의 엉덩이를 압박해가며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당황한 한결은 비명소리도 내지 못한 채 세은을 따라 가야했다.

 

 “어디까지 들어올 거야? 너 남자잖아.”

 “어? 어........”

 

 여전히 몸은 힘들었지만 언제까지 당황하는 모습만 보일 수 없었던 한결은 남자답게 세은을 제지했다. 그때서야 정신을 차린 세은은 재빨리 칸막이에서 빠져나갔다. 세은이 빠져나가자 남자답게 쾅하며 문을 닫은 한결은 몸 속에 들어있던 음식물들을 쏟아냈다.

 

 “결아! 물 좀 내리면서 일 보면 안 돼?”

 

 리얼한 설사소리에 절로 부끄러워진 세은은 큰소리로 외쳤다. 세은의 외침이 들린 뒤 몇 초 뒤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잠시 후, 들린 건 한결의 비명소리였다. 숱한 경험을 통해 한결의 비명소리가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던 세은은 뒤늦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세은이 도와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좌변기물이 넘치지 않길 기도해줄 수 밖에 없었다. 한결이 좌변기 안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 세은은 청소도구함에서 대걸레를 꺼내더니 화장실 앞에서부터 계속 되어온 똥의 흔적을 지워나갔다.

 

 “와. 미치겠네, 이거.......”

 

 청소도구함에 있던 대걸레는 마른 걸레가 아닌 젖은 걸레였다. 그러면서 대걸레가 지나간 자리에는 똥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엷게 펼쳐지는 기적이 펼쳐졌다. 닦으면 닦을수록 되레 똥이 퍼지면서 세은은 다른 청소도구를 가져오려고 했다. 하지만 죽었다, 살아났다를 반복하면서 시간은 벌써 수업종료 4분 전까지 다가왔었다. 여자의 몸도 아니고, 한결의 몸으로 언제까지 여자화장실에 있을 수 없었던 세은은 비장의 무기를 쓰기로 했다.

 

 “야, 화장실 수도 터졌나봐. 선생님 부르자.”

 

 세면대 아래에서 물이 폭포수마냥 쏟아지자 여학생들은 선생님부터 찾았다. 아버지의 과보호 속에 사는 친구들이라면, 아파트라고 하는 최고의 주거공간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라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른을 부르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재개발에 박식한(?) 아버지의 뜻에 따라 32년 된 다가구주택에 살게 된 세은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집수리하는 걸 보고 다녔다. 그러면서 세면대 아래에 있는 배수관이 생각보다 쉽게 열린다는 걸, 그리고 엄마를 포함한 대부분의 여자들이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물이 바닥에 차면서 세은이 흘리고 다니던 똥은 다행히도 하수관에서 역류한 더러운 물 정도로 인식되었다. 세은 덕분에 쉬는 시간을 호들갑으로 보낸 여학생들은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수업시간을 맞아야했다. 화장실에 한결이 있는 걸 알고 있던 세은은 여학생들이 교실에 들어간 뒤에야 조심스럽게 여자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결아. 아직 안에 있니?”

 “어.......”

 

 안에서 들리는 한결의 목소리는 유달리 힘이 없었다. 한결이 처해있는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세은이 해줄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한결이 마음을 다잡고 안에서 나오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세은아.”

 “어.”

 “치마가 젖어서 그런대, 체육복 좀 가져다줄래?”

 “어! 그래!”

 

 한결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던 세은은 잽싸게 교실로 향했다. 하지만 교실은 수업 중이었다. 수업 중인 교실에 들어가 체육복만 가져올 자신이 없었던 세은은 다른 방법을 선택해야했다.

 

 “저기, 체육복 남는 거 있으면 하나만 빌려줄래?”

 

 세은이 생각한 방법은 체육수업 중인 교실에 들어가 주번에게 체육복을 빌리는 거였다. 마침 체육수업 중인 교실에는 주번 1명만 남아있었고, 주번은 여학생이었다. 본의 아니게 학교에서 손 꼽히는 킹카와 단 둘이 있게 된 주번은 떨리는 듯 입을 막으며 개미 기어가는 소리만큼 작은 소리로 말했다.

 

 “여자꺼 밖에 없는데......”

 “여자 것도 괜찮아.”

 “응?”

 

 얼른 한결에게 체육복을 가져다줘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있던 세은은 훗날 오해의 소지가 생겨날 수도 있는 말을 한 채 교실에서 빠져나갔다. 다시 여자화장실에 도착한 세은은 문 위로 체육복을 던져줬다. 그리고 한결이 나오기만 기다렸다. 잠시 후 화장실문이 열리더니 한결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결은 그 짧은 시간에 희노애락을 전부 맛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결의 모습을 보면서 죄책감이 든 세은은 고개를 푹 숙였다.

 

 “나가자, 너 여기 있으면 안 되잖아.”

 

 이제는 남자가 되어버린 세은과 함께 계속 여자화장실에 있을 수 없었던 한결은 힘없이 화장실에서 빠져나갔다. 그 모습이 유달리 슬퍼보였던 세은은 옆에 서지 못하고 몇 걸음 뒤에 떨어져 조심스레 한결을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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