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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사명
작가 : 성소은
작품등록일 : 2017.11.24

남들의 죽음을 볼 수 있는 한 여자의 지독한 운명과
그로 인한 삶의 비극을 다룬 판타지 소설.

 
16
작성일 : 17-12-11 22:23     조회 : 202     추천 : 0     분량 : 5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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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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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뒷걸음질 쳤다. 두 사람 사이에 떡 하니 서있는 게 왠지 민망했다. 마냥 가깝지만은 않은 거리였음에도 현서의 떨리는 입술이 그대로 보였다. 이 모든 게 다 자신의 오지랖과 호들갑 때문 인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환이 한 걸음 현서에게 다가갔다. 환에게도 떨리는 입술과 하염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현서의 눈물이 보였지만 아랑곳 않았다.

 

 “미쳤냐고 묻잖아. 대체 무슨 낯짝으로 나를 보러 오냐고!”

 

 영이 인상을 찌푸렸다. ‘낯짝’이라는 표현이 거슬렸다. 친 엄마에게 사용할 만한 단어는 아니었다. 게다가 현서의 인상이나 환을 대하는 행동에서 그런 단어를 들을 만한 엄마로 보이지도 않았다. 영이 괜히 헛기침을 했지만 환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현서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증오하고 있다는 태주의 말을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막연하게 느껴졌는데 그 증오를 막상 실제로 경험하니 더 미안하고 두려웠다.

 

 “화, 환아….”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환의 이름을 불렀다. 마치 목구멍 안에 큰 돌덩이라도 들어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일어설 수도 없었다. 내가 미쳐있을 때 환이 느낀 공포가 이런 것이었을까. 현서의 눈앞이 암흑으로 뒤덮였다.

 

 “오늘이 나한테 어떤 날인 줄 알아? 생일이 나한테는 어떤 의미인지 아냐고!”

 

 어느덧 환의 눈도 붉어져 있었다. 슬픔 때문인지 분노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환의 말에 영이 싱크대 위의 케이크를 쳐다보았다. 영의 입장에서 엄마가 아들의 생일 날 케이크를 들고 집에 방문하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현서가 아주 힘겹게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예쁘고 아름답던 현서의 얼굴은 눈물 자국 때문에 지저분하게 얼룩져 있었다. 현서는 차마 환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빠르게 뛰었다.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쥐 죽은 듯이 살 것이지…. 왜 갑자기 찾아와서 사람 뒤집어 지게 만들어, 왜!”

 “환아…. 엄마, 엄마가….”

 “당신이 어떻게 내 엄마야!”

 

 현서가 뒷걸음질 쳤다. 영은 점점 더 현서가 안쓰러워졌다. 동시에 환의 분노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이 현서 곁으로 갔다.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제가 앞까지 배웅해드릴게요. 가요.”

 

 영이 팔로 현서의 어깨를 감쌌다. 현서의 몸은 발작을 일으키는 환자처럼 심하게 떨렸다. 영이 매섭게 환을 노려봤다. 이제 그만하라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분명 굉장한 사연이 있는 두 모자 사이에서 쓸데없는 오지랖을 부리고 있다는 걸 스스로도 알았지만 보고만 있기에 환은 너무 위험해보였고 현서는 나약해보였다. 영이 현서를 현관 앞으로 데리고 갔다.

 

 “양심이 있으면 다시는 나 보러 올 생각 마.”

 

 영은 그런 환의 말을 무시하고 현서가 편하게 신발을 신을 수 있도록 가지런하게 정리했다. 하지만 현서는 이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환의 말대로 다시는 환을 못 볼 수도 있었고 더 이상 태주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다. 환이 떠나고서 5년이었다. 관계가 틀어진 건 그보다 더 오래 된 13년 이었다. 현서는 이제 환에게 엄마이고 싶었다. 현서가 뭐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환에게 애원했다.

 

 “환아, 엄마가 다 미안해. 근데 엄마 있잖아 더 이상 이상한 것도 안 보이고 아무렇지도 않아. 다 괜찮아 졌어…. 우리도 다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어, 환아. 그러니까 제발…. 제발 한 번만 엄마 좀 봐줘.”

 

 영이 입을 반 쯤 벌린 채로 현서를 쳐다봤다. 이윽고 환이 눈앞에 보이는 박스를 들어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건 현서가 보고 있던 영의 짐이 들어있는 상자였다. 영이 소리쳤다.

 

 “뭐하는 거야!”

 

 환의 손도 떨려왔다. 환이 천천히 몸을 돌려 현서와 영을 마주보고 섰다. 잔뜩 화가 난 얼굴로 환을 노려보고 있던 영이 환의 표정을 확인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분노, 좌절, 절망 그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담겨있는 얼굴이었다. 환이 감정이 아주 조금 영에게 전해졌다.

 

 “당신 때문에 내가 사람을 죽였어….”

 “아니야, 아니야! 환아 그건…. 그건 엄마가…. 제발 그렇게 말하지 마. 그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당신이 그 날 나를 그렇게 외롭게 만들지만 않았어도…. 절대 죽지 않았을 사람이라고.”

 “환아….”

 

 모두의 감정이 극에 달해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지만 영의 입에서 허탈한 웃음이 세어 나왔다. 사람을 죽였다는 환의 말이 기가 막혔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신의 죽음은 ‘단순살인’에 의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환을 아주 잠깐이나마 동정했던 것이 후회스러웠다.

 

 “그냥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제발 나가 줘…. 더 이상 괴롭히지 말고.”

 

 더는 화를 내지도 않고 그저 나가달라고 간절하게 부탁하는 환의 말에 현서는 모든 욕심을 버려야만 했다. 중심을 잃은 현서의 몸이 휘청거렸다. 다행히 쓰러지기 전에 영이 빠르게 현서를 부축했다. 환이 다시 등을 돌리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너도 같이 나가.”

 

 환의 뒤통수를 보고 있는 영의 눈빛이 매서웠다. 영은 현서의 신발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혼자 남은 환이 현서가 사라지고 나서야 바닥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어쩌면 환도 안간힘을 쓰고 버티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현서를 부축한 상태로 겨우 바깥까지 나온 영이 빌라 입구 계단에 현서를 앉혔다. 그리고 그 앞에 쭈그려 앉아 신발을 신겨주었다. 현서의 동공에는 초점이 없었다. 말 그대로 얼이 빠진 모습이었다. 신발을 다 신겨준 영이 현서의 옆에 앉았다. 뭐라고 사과를 해야 할지 떠오르지가 않았다. 한참을 고민하던 영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정말로 죄송해요. 한 번 더 생각했어야 하는데….”

 

 현서는 아무 대답하지 않았다. 영은 아마 자신의 말이 아예 들리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추운 날씨 탓에 영의 손에 감각이 사라질 때쯤 현서가 잠긴 목소리로 겨우 말을 꺼냈다.

 

 “미안해요. 학생까지 나 때문에 곤란해져서….”

 “아…. 아뇨, 절대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기분 탓 일수도 있지만 그 잠깐 사이에 현서의 얼굴이 수척해진 것 같았다. 저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세어 나왔다.

 

 “좋은 아이예요. 내가 못나서 그렇지…. 다르게 보고 그럴 거 없어요. 학생이 생각하는 것만큼 착하고 성실한….”

 “좋은 사람 같지는 않던데요.”

 

 현서가 고개를 돌려 영을 바라봤다. 영이 씁쓸하게 웃었다.

 

 “말씀드리기가 애매해서 말 못했는데. 아주머니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 아니에요. 잘 모르는 사람인데 그냥 며칠 재워주고 있는 거예요.”

 “어쩌다가….”

 “집에서 쫓겨났거든요. 우연히 만나서 제가 구걸했어요. 며칠 만 재워달라고.”

 

 영은 굳이 더 자세하게 말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현서도 마찬가지였다. 더 물어보고 싶지는 않았다. 또 다시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현서가 천천히 일어났다. 영이 다급히 따라 일어섰다.

 

 “정말 고마워요.”

 

 영이 고민하다가 말했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연락처 알려주실래요? 곧 이사 간다는데 어디로 가는지 제가 알려드릴 수 있으면….”

 

 영의 말이 끝나기 전에 현서가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면 충분해요. 너무 나만 생각했던 거 같아요. 더 이상 괴롭게 하고 싶지 않아요. 차라리 어디에 사는지 모르는 게 나을 수도 있겠네요. 잘 지내요 학생도.”

 

 영이 얼떨결에 허리 숙여 인사 했다. 현서가 골목 끝으로 걸어갔다. 왠지 수경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마음이 너무나 무거웠다. 영이 계단 아래 집 현관문을 바라봤다. 환에게 괘씸한 마음이 들었다. 영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환이 싱크대 앞에 서서 케이크를 버리다가 영을 보고 차갑게 말했다.

 

 “너도 가라고 했을 텐데.”

 “짐은 가지고 가야 될 거 아니야. 그리고 이렇게 나가라 할 거면 내 돈 내놔.”

 

 환이 미리 꺼내 놓았던 통장을 영의 발밑으로 가볍게 던졌다.

 

 “백 만 원이고 뭐고 그냥 제발 꺼져라.”

 

 최대한 인간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영이 온 바닥에 펼쳐져 있는 자신의 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네가 다 주워.”

 

 환이 실소를 터트렸다.

 

 “네가?”

 “저기 안에 어떤 것들이 들어있는 지 알긴 알아? 난 너랑 달라. 넌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싫고 끔찍하겠지만 난 아니거든. 네가 아무렇게나 바닥에 집어던진 저것들이 나한테는….”

 “저 여자가 엄마인 건 어떻게 알았어.”

 

 영이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다행히도 영의 짐들에 덮여 바닥에 둔 책이 보이지 않았다. 영이 애써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려 태연하게 행동했지만 저도 모르게 입이 바싹 말라왔다.

 

 “그거야 계속 본인이 엄마라고 그러시니까….”

 “똑바로 말해. 문 앞에 와 있는 거 같다고 했잖아. 얼굴만 보고 네가 어떻게 그 여자에 대해서 알아.”

 “그건….”

 

 환이 빠르게 영의 앞을 지나쳐 걸어갔다. 그리고 바닥에 펼쳐져 있는 영의 짐을 들추기 시작했다. 이윽고 환이 사진을 꽂아뒀던 그 책을 발견했다. 영이 한 쪽 눈을 찌푸렸다. 환이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그리고는 곧 영에게 소리쳤다.

 

 “네가 뭔데 이걸 보고 지랄이야!”

 

 환의 고함에 영의 호흡이 가빠졌다. 짐을 뒤져본 건 명백한 잘못이었지만 왜인지 알 수 없는 서러움이 밀려왔다. 순식간에 영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뭐라 말을 꺼내고 싶은데 울먹이는 목소리가 티가 날까봐 차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환이 책을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렸다. 버리는 모습까지 보고서야 영이 울먹이며 말했다.

 

 “그래! 좀 뒤졌다. 그게 뭐. 하도 죽을상을 하고 있어서 대체 어떤 놈인가 싶어서. 내가 어떤 놈한테 그렇게 되는지…. 궁금해서 그랬다, 그게 뭐!”

 “나가라고.”

 “그렇게 가라고 지랄 안 해도 갈 거야. 답지도 않은 가출 소녀가 고귀하신 그 쪽 인생에 끼어들어서 정말 미안하네요! 나도 너 같은 놈한테 죽기….”

 

 차마 뒷말은 하지 못한 영이 상자 안에 물건을 마구잡이로 주워 담았다. 울고 있는 자신이 너무 싫었다. 왜 자꾸만 눈물이 흐르는지. 강해보이는 영이었지만 사실은 이제 막 성인이 된 여린 아이였다. 죽는 사람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는 또 다른 미안함이었다. 생각 않고 말하는 환이 얄밉고 싫었어도 사실은 다 맞는 말이었다. 영이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면 적어도 오늘만큼은 모두 상처받지 않았을 것이다. 짐을 다 챙긴 영이 박스를 들고 일어섰다. 싱크대 앞에 서있는 환은 여전히 영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번만 더 간섭 좀 할게.”

 

 환이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있을 때 잘해. 반평생 엄마 없이 고모 집에서 눈칫밥 먹으며 산 내 눈에는 너 진짜 멍청해 보여. 당장 백 만 원도 없어서 이사도 못가는 주제에 혼자 잘 사는 척, 없어야 편한 척 하지 마.”

 “저게 진짜.”

 

 밖으로 나온 영이 온 힘을 다해 현관문을 닫았다. 쾅, 하는 소리가 복도에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영이 나가고 나서 환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하루라도 편하게 넘어가는 날이 없었다. 환이 틀어놓은 물 때문에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는 케이크를 내려다봤다. 환은 이 모든 일들이 전부 생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늘 그래왔으니까. 이번에도 변함없이 생일이라 더 슬픈 것 뿐 이라고. 환이 눈을 감았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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