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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잿빛세상에 뜬 붉은 달
작가 : AT하나
작품등록일 : 2017.12.6

가상세계인 'D월드'가 상용화된 현재, D월드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처리하는 VA수사대원으로 일하게 된 주인공 린느 후즈가 겪을 미래의 이야기

 
012. 리슈베르 사 테러방지팀(3)
작성일 : 17-12-11 22:05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11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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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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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누군가의 핸드폰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히 메시지를 많이 보내는 수준이 아니라, 경보가 울리는 수준으로 울리고 있었다. 린도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샷건의 바로 옆에 서 있던 사람이었다. 젊어보였는데, 핸드폰을 어찌하지 못하고 당황하고 있었다. 린은 다시 그쪽으로 걸어갔다.

 

  “문제 있으세요?”

  “네? 그, 핸드폰이 갑자기..”

  “제가 확인해 볼게요.”

 

  그 사람은 얼떨결에 린에게 핸드폰을 넘겼다. 린이 핸드폰을 확인하려고 하는데, 샷건이 성큼성큼 걸어오더니만 린에게서 핸드폰을 빼앗았다. 정말 빼앗아갔다. 린의 손이 샷건의 손톱에 찍혔다. 피가 나거나 하진 않았지만 놀랄 정도는 됐다. 린이 샷건을 보니 샷건은 매우 사나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핸드폰은 여전히 이상한 소리를 내지르는 중이었지만, 샷건은 린을 매우 경계하고 있다. 린은 어깨를 으쓱했다.

 

  “아…제가 기계를 좀 만질 줄 알아서요. 도와드리려고 했는데, 싫으시면 건드리지 않겠습니다.”

  “이름이 린이라고 했지?”

  “네…그런데요.”

 

  샷건은 린을 계속 노려보았다. 린은 자신의 정체가 들킨 것인지에 대해 판단해야만 했다. 들켰다고 한다면 지금 당장 샷건을 잡는 편이 나으니 말이다. 하지만 샷건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그 요란한 핸드폰을 다시 린에게 내밀었다. 린은 멍한 얼굴로 그 핸드폰을 다시 받아들었다. 해결하라는 듯 보고 있다. 정말로 기계를 만질 줄 아는 건지 확인하려는 것 같다. 물론 린은 컴퓨터 쪽이 훨씬 능하다. 핸드폰과 컴퓨터는 비슷하지만 다르고. 그나마 다행인 건, 여기가 D월드라는 점일 것이다. D월드의 물건들도 데이터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실제 기계보다는 다루기가 쉽기 때문이다. 린은 핸드폰을 둘러보다 어디선가 이상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기 때문인 것을 알았다. 핸드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건, 핸드폰에서 데이터를 끄자마자, 그 요란한 소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린은 핸드폰을 주인에게 돌려주면서 입을 열었다.

 

  “누가 이상한 신호를 보냈던 것 같아요. 다시 데이터를 켜면 요란해질 거예요. 경찰에 신고하시는 편이 낫겠는데요.”

  “이상한 신호?”

  “네. 핸드폰이 이상하게 작동하도록 외부에서 신호를 보낸 거예요. 기계적인 결함은 아니고요.”

  “설마 바깥에서….”

  “닥쳐. 먼저 실례하지.”

 

  샷건은 린에게 별다른 해코지를 더 하지 않고, 그대로 가버렸다. ‘바깥에서’라고 그랬어? 린은 뭔가를 눈치 채고 곧장 공장 안으로 뛰어갔다. 케이프와 데이브도 당황해서 따라 들어왔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케이프를 보았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데이브 때문에 못한다는 걸 안 케이프가 데이브에게 입을 열었다.

 

  “할 작업이 생겼으니 사무실 하나 비는 곳 좀 알려주시겠습니까?”

  “아, 네. 이쪽으로 오십시오.”

 

  데이브가 곧장 사무실 하나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곳에 린과 케이프가 들어가고 문을 닫았다. 린은 사무실에서 바깥쪽이 보이는지 확인했다. 아까 전에 간 이후로 샷건 일행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린은 곧장 핸드폰을 이용해 뭔가를 엄청난 속도로 치기 시작했다. 케이프는 린이 옆에서 뭘 치고 있는지 보다가, 그것이 해킹 프로그램인 것을 알고 린을 보았다. 린은 씩 웃었다.

 

  “아니, 손에 핸드폰을 쥐어줬는데 그냥 보내면 되나요? 슬쩍 프로그램 설치해 놨어요. 시간이 얼마 없어서 얼른 할게요.”

 

  핸드폰에서 털 수 있는 정보를 털어내고 있는 린을 보며 케이프는 내심 감탄했다. 분명히 여기에 올 땐 굉장히 불안해하지 않았던가? 방금 전까지 물어뜯은 흔적이 선명한 손톱이 보이는데도 이렇게 행동하고 있는 린은 제법 베테랑 수사관처럼 보였다. 린이 전쟁같이 일을 끝내고는 프로그램을 순식간에 폭파시켰다. 프로그램이 남아 있으면 계획대로 안 할 테니 말이다. 최대한 뽑아낼 수 있는 건 뽑아봤는데, 린이 보기에는 도대체가 얻었다 싶은 정보가 보이지 않았다. 아.. 그렇게 힘들게 해킹까지 했는데 이러기야…? 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고 있던 케이프가 린의 어깨를 치더니만 자신이 잠깐 뭔가를 해보려는지 키보드를 자신 쪽으로 당겼다. 린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케이프가 뭔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떤 메시지 하나를 보고는 린에게 돌아가자며 손짓했다. 린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장 터미널로 가서 이사 플랜트로 돌아와 오프를 한 것이다. 그래서 린도 정확히는 케이프가 알아낸 정보가 뭔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자세한 건 케이프씨께서 말씀해주실 거예요.”

  “그 상황에서 해킹을 시도했어? 대담하네. 걸렸으면 곧장 그 공장부터 날려버렸을걸, 샷건 녀석? 걔는 D월드를 진짜라고 인정 안 하는 것 같아. D월드에선 살해도 서슴없이 하거든.”

  “…그거 들으니까 좀 더 무섭네요.”

 

  린이 굳은 얼굴로 말하고 있는 사이, 케이프가 회의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회의실 벽에 있는 화면으로 뭔가를 띄웠다. 아까 린이 해킹했던 정보들 중에 자세히 보고 있던 메시지였다. 케이프의 음성 프로그램이 어색한 어투로 말을 잇는다.

 

  「삭제된 메시지 중에서 시간이 적혀 있는 유일한 메시지.」

 

  케이프가 가리킨 메시지는 정말 시간이라고 볼 수 있는 숫자가 적혀 있는 메시지이기는 했다. 그런데 그걸 테러일자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단순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메시지에 숫자가 섞인 것뿐이기 때문이었다. 케이프는 그 메시지를 두고 암호를 푸는 듯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암호가 걸려 있다면 얘기는 다르다. 케이프는 다소를 줄곧 쫓은, 다소와 관련해서는 전문가라고 말해도 될 정도의 인물이다. 아마 아까 D월드에서 샷건이 케이프에게 말해보라고 한 것도 케이프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곧 암호가 해독되어 다른 창에 뜨기 시작했다. 반은 그걸 보고 경악했다.

 

  “오늘 저녁 6시? 그 땐 사람 제일 많을 때 아니에요? 업무 끝나기 직전이라 다들 회사에 있을 텐데..”

  “얼른 움직여야겠다. 반은 리슈베르에 연락해. 나랑 다른 녀석들은 배치도 완성할게. 케이프랑 린은 수고했어.”

 

  린과 케이프가 임무를 완수하고 나니 다른 사람들이 바빠졌다. 린은 케이프에게 가서 다소가 자주 사용하는 암호에 대해 물어봤다. 그렇게 복잡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린도 금세 익힐 수 있었다. 애초에 린이 그런 것에 관심이 많은 덕도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잘 풀리고 있어서 오히려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정보를 빼낸 것도 자신이고, 문제도 없는 것 같았지만.. 린이 다시 손톱을 물어뜯으려고 하자 케이프가 린의 팔을 붙잡았다. 린이 놀라 케이프를 보았다.

 

  「아직 안 끝남. 불안해하지 마.」

 

  케이프의 말에 린은 이내 자신이 습관적으로 손톱을 물어뜯었다는 걸 알았다. 불안할 때 그런다는 거야 알고 있었지만 여기에서도 그럴 줄은 몰랐기에 이내 손을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프는 린에게 다른 메시지들도 방금 알려준 암호 방식으로 해석해두라고 지시한 후, 바쁘게 움직였다. 린도 자리로 돌아와 케이프가 지시한 대로 암호를 풀어보기 시작했다. 한참 암호를 풀다가 뭔가 이상한 것을 알고 자세히 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린의 어깨를 콱 붙잡았다. 놀라서 비명을 지르고 만 린은 뒤를 홱 돌아보았다. 놀란 쪽은 린의 어깨를 붙잡은 그 사람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았으나 곧 린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웃는다.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네.”

  “국장님? 지금 비상이에요. 못 들으셨어요?”

  “보고는 받았어. 그래도 무사히 돌아왔으니까 칭찬해주려고 왔지.”

 

  린은 입에서부터 욕이 나올 뻔한 걸 겨우 참고 다시 메시지에 집중했다. 체첸은 린의 반응이 이럴 줄이야 알았지만 그래도 내심 상처를 받고 쓰리다고 느끼고 있다가, 린이 보고 있는 메시지를 같이 한참 보았다. 린은 체첸이 가지 않고 계속 보고 있으니 신경 쓰였는지 체첸에게 그만 돌아가라고 말하려다가, 체첸이 진지한 얼굴로 메시지를 보고 있다는 걸 알고 다시 메시지에 집중했다. 뭔가 있을 거야. 방금 케이프씨가 말해준 방법만으로 완전히 풀린 것 같지 않아. 뭔가.. 뭔가 더 있는 것 같은데..

 

  “암호가 좀 변형된 것 같은데, 해봐. 시간 얼마 없으니까 정 못 풀겠으면 케이프한테 도와달라고 하고.”

  “알겠어요.”

 

  암호가 변형? 전혀 다른 암호가 아니라는 말인가? 이미 체첸이 암호에 대해 꿰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면서, 린은 암호를 푸는데 온힘을 다했다. 체첸은 그런 린을 보며 뿌듯해하다가, 제닌 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제닌은 방금 리슈베르에게 직원들의 퇴근을 조금씩 앞당기라고 말을 전했다. 대신 너무 티가 나면 오히려 다소 쪽에서 먼저 움직일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고도 말해주었다. 그리고 배치도를 보았다. 이미 폭탄을 설치한 흔적은 없다. 다소에서 테러할 것을 알고 폭탄을 찾아봤지만, 리슈베르 건물 내에는 전혀 없었다. 리슈베르에서도 자체적으로 한 번 더 폭탄을 찾으려고 시도한 것 같은데 그런 건 없었다. 그렇다는 건 오늘 6시에 그들은 폭탄까지 가지고 온다는 말이 된다. 물론 폭탄 크기야 상관없을 것이다. 요새는 작은 게 위력이 약하다는 인식은 많이 사라졌으니까. 그렇다면 로비와 1층이 가장 인원이 많이 배치되어야 하고, 옥상 쪽에도 두어야 한다. 어느 쪽에서 치고 들어올지 모르니까. 그리고 이미 보안부 안드로이드들에게도 감시를 강화해둔 상태다. 수상한 인물이 나오면 바로 보고가 들어올 것이다.

 

  “지금쯤 다들 가 있어야 하는 거 아냐?”

  “갈 거야. 배치도 한 번 더 확인하고 있었어. 할 말 있어?”

  “저번에 헨델 테러로 봐선 규모가 작지 않을 거야. 막아내면 좋지만, 안 되면 인명피해를 최소로. 알지?”

  “알아. 야, 너 자꾸 이렇게 내려오면 대장님이 진짜 싫어하지 않냐? 월권이야, 짜샤. 그럴 거면 수사대장을 하든가.”

  “그러게. 그럴 걸 그랬나봐. 내가 왜 국장이 됐을까?”

 

  제닌은 장난으로 던진 말에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는 체첸을 보며 질린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가 테러방지팀에게 접속실로 모일 것을 지시했다. 여섯 명의 수사대원이 모였다. 다른 수사대원들도 백업을 도와주기로 했다. 제닌은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단호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부상을 최대한 줄여. 배치는 보내준 그대로야. 무사히 오프하자고.”

  “네!”

 

  사람들이 외쳤다. 린과 케이프도 접속을 하려는데, 윤수가 린 쪽으로 걸어왔다. 아무래도 백업을 한다는 다른 수사대원에 윤수도 포함된 모양이다. 린이 윤수를 보니 윤수가 린에게 조언했다.

 

  “너 아까 샷건이랑 얼굴 마주쳤다며? VA 형태 바꿔.”

  “아, 네.”

  “조심해라. 현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날 확률도 높으니까. 겪어봐서 알지?”

 

  윤수의 말에 린은 고개를 끄덕이곤 VA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물론 VA를 바꿀 생각이기는 했는데 어떤 모습으로 할지 아주 잠시 고민했다. 겉모습이야 크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방금 전에 샷건이 본 그 모습과는 많이 차이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린은 키가 조금 작고, 붉은 기운이 도는 갈색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단발머리 여자의 모습을 형성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여성으로 만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다보니 정말로 그렇게 만들었다. 피부는 조금 어둡게 했다. 그리고 접속 장소는 안수즈 플랜트의 리슈베르 본사와 가까운 오프장소였다. 그리고 접속을 끝낸 린은 천천히 움직였다. 다급하게 움직여야 하지만, 자신의 배치는, 리슈베르에 방문한 손님처럼 있어야 하는 로비의 인원이다. 그러니까 급할 것이 없는 사람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걸 마음으로 되뇌며 숨을 고르고 있는데, 이상한 소리가 났다. 뭔가, 신음소리? 하지만 근처에서 아파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린은 혼란스러워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정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닐 거라 믿으며 린은 곧장 리슈베르 본사 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본사가 보이기 시작했다. 리슈베르 건물은 조금 특이하다. 디자인 자체는 일반 건물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건물 색깔이 붉은색이다. 일부러 그렇게 디자인했다고 한다. 본사가 세워진 건 정작 리슈베르가 죽은 이후의 일이었지만, 그 뒤를 이은 CEO의 요구였다고 들었다. 그래서 단번에 발견할 수 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던 린의 핸드폰이 울렸다. 린은 걸어가면서 메시지를 확인했다. 접속할 때 형성한 핸드폰은 수사대원들끼리만 연락이 오게 되어 있으니 확인해야만 했다. 그리고 메시지를 읽은 린은 걸음을 멈추었다.

 

  『케이프 형이 당했어. 대신 내가 들어갈 거야. 당황하지 말고 움직여.』

 

  윤수에게서 온 문자였다. 케이프씨가? 어떻게…?! 린은 심하게 동요가 되었지만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기 위해 옆에 서 있는 자판기로 걸어가 음료수르 고르는 척 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럼, 방금 전에 들었던 그 신음소리는 역시…. 린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리슈베르 쪽을 보았다. 나는 절망하기 위해 여기 온 게 아니다. 지금 중요한 건, 리슈베르와 관련된 일이다. 테러를 막아야 한다. 린이 이내 다시 리슈베르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며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테러까지는 두 시간 정도 남았다. 이제 겨우 4시니까.. 가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리슈베르 근처에 섰을 때였다. 누군가가 린을 뒤에서 공격해왔다! 린은 운이 좋게 걸어가다가 건물 유리벽에 비친 그 모습을 보고 겨우 피했다. 손에는, 스캐너가 들려 있다. 린은 자신을 공격한 사람을 보았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신고하려고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사람은 전혀 멈추려고 하지 않았다. 계속 이어지는 공격에 린은 피하는데 전력을 다했다. 지나가던 사람 한 명이 린을 도와주려고 다가왔는데, 린은 그것을 막기 위해 소리쳤다.

 

  “오지 마세요! 경찰에 신고해주세요!!”

 

  린이 소리치자, 그 사람은 멈칫했고, 린은 다시 공격을 겨우 피해냈다. 그리고 주먹을 꾹 쥐었다. 3달 동안 아무 것도 안 한 게 아니다. 이곳이 D월드인 이상 린은 보이는 것과 같지 않다. D월드는 데이터로 이루어져 있으며, 데이터를 추가할 수 있다. 린은 그동안 익힐 수 있는 호신술이나 체포술을 익혔다. 그 범인이 다시 공격을 하기 위해 팔을 뻗었을 때, 린은 그 팔을 붙잡고는 다른 손으로 팔목을 쳐서 스캐너를 떨어뜨리게 했다. 남자가 놀란 눈을 한다. 린은 멈추지 않고 남자의 턱을 올려치곤 업어치기로 바닥에 쓰러뜨렸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하고 나니 얼떨떨했으나, 일단 체포해야 하기 때문에 남자의 팔을 꺾어 올린 후 수갑을 찾았으나 수갑은 없었다. 아니, 이럴 줄 몰랐지…! 당황한 린은 사람들을 보았다. 그러자 아까 린을 도와주려던 사람이 린에게 경찰을 불렀다고 말해주고는 다가와 남자의 팔을 붙잡아두는 걸 도와주었다. 남자 몇 명이 더 와서 그 사람을 붙잡고 있겠다고 말해주어서, 린은 감사 인사를 하고 흉기였던 스캐너를 챙겼다. 그리고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왔다. 근처에서 순찰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 사람이 절 공격했어요. 이건 흉기고요.”

  “아, 네.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네. 죄송하지만 잠시만 실례할게요!”

 

  린은 그제야 상황판단이 됐다. 케이프가 다친 건 자신 때문인 게 분명했다. 케이프는 접속을 하자마자 공격당했다. 그렇다는 말은 누군가가 린과 케이프를 미행해서 샷건과 만났던 오틸라 플랜트에서부터 그 옆의 이사 플랜트까지 쫓아와 두 사람이 오프하는 장소까지 알아냈다는 이야기이다. 그곳에서 잠복하고 있다가 움직였다는 말은, 샷건과 접촉했던 자신이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린은 이를 갈며 전속력으로 달렸다. 리슈베르 쪽이 기이할 정도로 조용하다. 다른 수사대원들에게도 연락이 없다. 린은 리슈베르 본사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안은, 침묵에 잠긴 채 얼어 있다. 그리고 로비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남자가 뒤를 돌았을 때, 린의 뒤로 문이 잠기고 셔터까지 내려가 아무도 들어올 수 없게 됐다. 밖에서부터 들어오던 햇빛이 차단되고, 로비에서 흘러나오는 빛만 남았다. 그는, 샷건이다. 린이 숨을 고르며 멍하니 서 있자, 샷건이 웃었다.

 

  “역시나 변형VA였나? 추적 프로그램을 붙이고 있는 사람 모습이 바뀌어 나타났군.”

 

  샷건이 비열하게 웃는다. 린은 자신의 예상이 적중했다는 것을 알고 인상을 찌푸렸다. VA 자체는 변형할 수 있다. 그리고 한 번 사용한 VA는 일회용이므로 오프하면 자동으로 소멸된다. 하지만 접속할 때 사용한 주소는 계속 동일하다. 린은 그 주소는 바꾸지 않고 VA의 모습만 바꾸고 접속했다. 그게 문제였다. 샷건이 핸드폰을 빼앗는 척하면서, 린에게 주소추적 프로그램을 달아두었던 모양이다. 그러니 린의 모습이 바뀌어도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샷건은 겁에 질린 사람들을 보며 웃고 있다. 샷건은 온몸에 폭탄을 두르고 있다. 누가 제압하려고 들기만 해도 몸이 날아갈 것이다. VA가 날아간다는 건, 그 사람의 목숨도 날아간다는 뜻이 된다. 분명히 죽을 것이다. 설마 테러라는 게, 자살테러였어…? 행동대장쯤 되는 놈이 설마 자살폭탄테러일 거라곤.. 수사대원 중에 여기에 이미 들어와 있던 사람은 없는 건가? 아무래도 샷건은 일부러 정보를 흘리고 수사대를 유인한 것 같다.

 

  “어쩔 생각이야?”

  “섣불리 외부에 연락했다가는 큰일 날 거야.”

 

  샷건이 린을 보며 말했다. 린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샷건은 이리저리 걸어 다니며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고 있다. 뭘 어떻게 해야 하지? 아무 것도 생각이 안 나. 폭탄을 터뜨리면 안 되는데.. 그렇다고 내가 저 폭탄들을 압수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신체적인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샷건이 상식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접근만 해도 바로 폭탄을 터뜨릴 것이다. 그러면 이 테러는 조금도 막지 못한 셈이 된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뾰족한 수가 나지 않는다…! 린은 샷건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겁에 질린 사람들밖에 보이지 않는다. 수사대 사람들은, 분명히 올 거다. 시간을 끄는 게 나에게 이득이야. 그 때 샷건이 다시 입을 열었다.

 

  “D월드는 가짜야. 말 그대로 가상이라고. 왜 사람들이 이런 곳에 스스로 가두는 걸 정부가 공인하는 거지? 무슨 근거로 변형VA를 국가에 소속된 사람만 가능하게 하고? 그건 모두에 대한 기만 아닌가? 게다가 왜 D월드 사람들에게는 이곳이 D월드라는 걸 알리지 않지?”

 

  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D월드에 대한 불만 중 가장 큰 불만은 바로 저것이었다. 국가가 그 D월드를 제한한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D월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곳이 D월드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 일단 국가 쪽에서 D월드를 제한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D월드를 자기 멋대로 살아갈 수 있게 해버리면, 피해가 막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걸 막기 위해 국가에서 제한을 가한 것이다. 변형VA의 경우엔 공안과 관련해서만 허가해주고 있다. 매번 자신이 접속한 VA 형태에 대해 보고해야하므로 매우 귀찮은 작업이기는 하나, 사실 겉에서 보기에는 매우 불합리하기는 하다.

  또 하나, D월드에 대한 비밀을 만들어낸 건, 국가의 결정이었다. 물론 처음 D월드가 만들어졌을 때, 사람들은 D월드가 D월드라는 걸 알고 접속했다. 그런데 D월드가 생각보다 안락하고 평온하자, 사람들은 D월드로의 이주를 원하기 시작했다. 아주 단기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래서 먼저 사람들의 현실의 신체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영양공급이나 건강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침대 같은 것이 개발되기 시작하더니, 관리가 되지 않아 D월드에 오래 있다가 사망하는 사람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정부에서는 D월드에 시간제한을 두려고 했으나 그것에 대해선 사람들이 반대하며 들고 일어났고.. 그래서 정부가 결정한 방법이 바로 D월드에 대한 비밀을 함구하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D월드로의 ‘이주’를 공식적으로 허용했다. 조건으로 몇 가지가 붙었는데 가장 중요하고 지켜져야 하는 조건이 바로 ‘기억말소’였다. 현실세계에 대한 기억만 지우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사람들의 기억을 전부 지워 D월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했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건 그렇게 살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렇게 ‘이민’을 허가하기로 사람들이 합의한 거야.”

  “‘이민’? 우습군! 그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뿐이야. 이 가짜 속에서, 사람들이 진짜로 살아간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렇게 이주가 보편화되니, 그것에 반대하는 무리도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다소처럼 겉으로 드러나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무슨 단체에 소속되어 있지는 않으나 작게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장 위험한 건 겉으로는 그렇지 않은 척하면서 다소와 같은 단체를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D월드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사실 D월드에 접속할 수 있는 주소나 VA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들이 행동할 수 있는 건, 그렇게 뒤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마 샷건도, 그런 경로로 행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샷건은 계속 같은 말을 지껄여댔다. 시간이 꽤 지났다.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대체 왜…? 그 때 샷건이 누군가에게 다가갔다. 린과 반대쪽에 있는 사람이라 린에게는 잘 보이지 않았다. 샷건은 겁에 질린 사람들 쪽으로 걸어가, 누군가를 붙잡아 인질로 잡았다…! 누가 움직이는 낌새라도 있었나?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린은 식은땀이 나는 걸 느꼈다. 잡힌 사람은 괴로워했다.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학생 정도로 보이는 사람이다.

 

  “좀 지루해지는데 게임이나 하나 할까? 아주 간단한 게임이야! 내가 죽이는 게 빠를지, 너희가 구하는 게 빠를지!”

 

  샷건은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르는 그 사람을 서게 했다. 그 사람의 다리가 벌벌 떨리는 게 보였다. 넘어질 뻔한 걸 겨우 면한 그 사람은 샷건의 손에서 너무나 벗어나고 싶어 하고 있다.

 

  “이 사람이 세 발자국을 걸은 다음부터는 뛸 거야. 그 때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총으로 이 녀석을 쏠 거거든. 만약 그 전에 너희가 이 녀석을 구하면, 그러면 게임을 너희가 이기는 거야. 그렇지 못하면 내가 이기는 거고!”

 

  미친놈이…! 사람 목숨을 대체 뭘로 보는 거야! 노루사냥이라도 되는 줄 알아?! 린은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괜히 심기를 건드렸다가 인질에게 갈 피해가 걸렸다. 다행히 린은 입구 바로 앞에 있다. 그 사람은 이쪽으로 달려오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린에게 기회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린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심장소리가 귓가에서 쿵쿵 울려댄다. 뛰지도 않았는데 숨이 차오른다. 아마 저 인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샷건은 인질을 데리고 입구 쪽까지 걸어왔다. 마치 린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인질은 샷건의 재촉으로 한 발자국 내딛었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또 한 발자국 내디뎠다. 마지막 발자국이 닿기 직전, 샷건의 총이 움직였다…! 린은 곧장 튀어나갔다. 린과 동시에 누군가도 함께 움직였다. 그리고 샷건의 총이 불을 뿜었다.

 
작가의 말
 

 테러가 오늘이라는 걸 알아챘지만 과연 막을 수 있었을까요? D월드로의 '이민'은 많은 사회적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어요. 아마 이 글에서는 그것에 대해서도 많이 다루게 될 것 같아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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