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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잿빛세상에 뜬 붉은 달
작가 : AT하나
작품등록일 : 2017.12.6

가상세계인 'D월드'가 상용화된 현재, D월드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처리하는 VA수사대원으로 일하게 된 주인공 린느 후즈가 겪을 미래의 이야기

 
011. 리슈베르 사 테러방지팀(2)
작성일 : 17-12-11 21:56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9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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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다음 날 오전이 되어서, 케이프와 린은 접속실로 향해 있다. 반은 제닌의 명령으로 두 사람이 접속할 때를 마중하러 왔다. 윤수도 반을 따라온 것 같다. 이 팀은 아니지만 잠입하러 간다는 이야기는 이미 들은 모양이다.

 

  “진짜 쉽지 않을 텐데. 케이프 형, 잘 좀 챙겨줘요.”

  “제가 잘 하겠습니다, 선배님.”

  “접속해서 오틸라로 이동하기 전에 부대장님께서 리슈베르 관련 서류 보내주신다고 하셨어. 어제 회의한 거 잊지 말고 움직이기만 하면 큰 문제없을 거래.”

  “응. 걱정 마.”

 

  케이프가 린에게 알려준 VA는 오프 장소가 오틸라에서 멀지 않은 이사 플랜트여서, 린이 그쪽으로 접속하기로 했다. 이사 플랜트에서 오틸라로 이동하는 장치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다. D월드의 설정상, 서로가 다른 국가로 되어 있기는 하지만, D월드 자체가 데이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동하는 시간 자체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고속이동장치, 줄여 워프라고 부르는 장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각 국가 이동할 때에만 사용할 수 있고,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D월드에서 벗어날 때 조심해야 하는 것이고 말이다. 이내 케이프와 린이 D월드에 접속했다. 린은 전의 그 VA를 그대로 구성한 후, 케이프와 만나기로 한 장소 근처의 오프 장소로 접속했다.

  접속이 완료되고, 린은 곧장 케이프를 만나기로 한 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은 워프장치를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커다란 짐을 운송할 수 있도록 꽤 커다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사 플랜트 역시도 오틸라처럼 공업지구이기 때문에, 만들어진 물건을 대량으로 운송하는 터미널이 존재한다. 터미널 근처로 가니, 누군가가 린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어제 케이프가 보여준 VA라는 걸 알아본 린이 그쪽으로 뛰어갔다. 리슈베르 관련 서류는 제닌 부대장이 케이프에게 전송을 해주었는지, 어느 새 케이프가 린에게 뭔가를 내밀고 있었다. 린에게 준 것은 리슈베르의 사원증이었다. VA를 미리 제출하라고 하더니만 사원증도 금세 만들었다. 각자의 사원증을 목에 건 후, 린은 케이프가 이미 읽은 서류를 건네받았다. 린이 기계에 대한 지식이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 그것 점검을 위해 파견된 사원들로 설정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일단 리슈베르 공장으로 가서 다소를 주시하는 것과 동시에 증언을 받기로 되어 있다. 기계 점검 및 감사팀으로 되어 있으므로 이들의 증언을 받는 것도 정보국 사람이라는 걸 리슈베르 노동자들은 모른다. 가서 조사를 하면서 말해줄 생각이었다. 어쨌든 조사하는 상황에서는 말해줘야 하니 말이다.

  이내 케이프와 린은 터미널에서 오틸라로 이동하는 표를 산 후, 곧장 이동했다. 워프 장치 자체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으므로, 터미널을 이용하기만 하면 다른 플랜트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워프장치는 정말 별 것 없다. 사람이 이용하는 용은 사람이 들어갈 만한 정도의 구멍으로 되어 있다. 구멍이라고는 했지만 그냥 커다란 원 모양의 문 틀 같은 것이다. 위치를 지정하고 작동시키면 그곳의 터미널과 연결이 되고, 그대로 이동만 하면 된다. 전송워프와 수신워프는 따로 만들어져 있으므로 충돌할 위험도 없었다. 이렇게 중요한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로봇과 관리자 몇 명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금 케이프와 린의 워프를 돕는 것도, 로봇이다. 상체 정도만 사람처럼 만들어진 그것은 웃는 얼굴을 한 채 케이프와 비슷한 음성프로그램을 이용해 말하고 있다.

 

  「오틸라로 향하는 워프장치 가동합니다.」

 

  린은 로봇을 가만히 보았다. D월드에서는 워프장치는 발명되었으면서 로봇의 발명은 그리 발전적이지 못하다. 물론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인간 같은 로봇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인간과 로봇이 구분이 안 된다는 건 아직도 먼 미래의 이야기이다. 물론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존재하므로 겉모습만 만들어내면 되지만,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그걸 만들어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옛날에는 호기심으로 만들어내려고 했지만, 실제로 인공지능이 발명된 이후에는 그 인공지능이 움직일 몸 만들어주기를 꺼려하는 것 같다. 실제로 만들어낸 과학자들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상용화는 되지 않았다. 게다가 만들어진 로봇들도 실제 인간들처럼 움직이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아마, 인간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어떤 거부감 때문일 거라고 린은 생각했다. 이내 워프장치가 가동되고, 린과 케이프의 앞에 있던 커다란 원에 아지랑이 같은 것이 일어난 것처럼 공간이 일그러졌다. 케이프는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걸어갔고, 건너편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린도 뒤를 따라 걸어갔다. 그러자 공간이 곧장 전환되었다. 현실에서 VA를 이용하는 사람들만 부작용이 조금 있다. 접속 장소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약간의 고통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 것인데, 린은 귀가 멍멍해지는 걸 느꼈다. 접속할 때 가장 괴로운 게 귀이기 때문인 거 같다. 린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있자, 케이프가 걱정되었는지 린에게 걸어왔다. 린은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다.

  오틸라는 방금 전에 있던 이사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플랜트다. 이곳의 터미널도 로봇들이 가동하고 있으나, 지금은 상품을 보내는 때가 아닌 모양인지 사람들의 수가 좀 더 적어보였다. 케이프가 앞장서서 리슈베르의 공장으로 향했다. 이미 다소의 아지트 위치는 린도 알고 있다. 리슈베르 공장으로 가는 길에 있으므로 아마 공장에 가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공장들은 터미널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제품을 운송할 때에도 운송비를 줄이기 위함인 것 같다. 게다가 이미 리슈베르 쪽 공장에 감사관들이 간다고 연락을 해놓았기 때문인지 터미널 앞으로 나가니 누군가가 린과 케이프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린은 경계하며 그를 보았다. 그는 곧 자신의 목에 걸려 있는 리슈베르 사원증을 보여주었다. 사진과 동일한 사람이다. 아주 젊어 보인다. 녹색 머리카락에 약간 어두운 피부색을 가지고 있는 그는, 순박한 웃음을 지으며 케이프와 린에게 악수를 청했다.

 

  “본사에서 나오신 분들 맞죠? 저는 리슈베르 오틸라지부 공장에서 근무하는 데이브입니다. 두 분을 모시러 왔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기계 부분 관리감독감사를 맡은 린입니다. 이분은 이번 감사 총 담당자이신 케이프씨세요. 현재 몸상태가 좀 좋지 않으셔서 제가 대신 인사드리는 것 사과드립니다.”

  “아닙니다. 저도 실은 좀 몸살기운이 있거든요. 요새 날씨가 좀 그렇죠?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

 

  데이브는 곧장 발걸음을 옮긴다. 공장에서 일한다고는 했지만, 두 사람을 데리러 와서 그런지 가벼운 수트 차림이다. 그리 덥지도 않은데 소매를 걷고 있는 것을 보면, 그건 습관인 것 같았다. 그런데 걸음걸이가 조금 특이했다. 보통 사람들이 걸을 때에는 뒤꿈치가 먼저 바닥에 닿도록 걷는데, 저 사람은 뒤꿈치를 바닥에 잘 안 댄다. 그러니까 까치발을 하고 걸어 다닌다. 워낙 특이해서 린은 그걸 한참 보고 있다가 케이프가 가자고 린을 쳐서, 겨우 정신을 차렸다. 어제 체첸에게 관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린은 그게 머리에 깊게 남은 걸 알았다.

  데이브는 자동차를 끌고 왔다. 자동차는 전기로 움직이며, 바닥을 달리는 게 아니라 공중에 약간 떠서 돌아다닌다. 그게 속도를 더 빨리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땅 위에 바퀴를 대고 굴러다니는 자동차도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건 구형으로 취급되므로 잘 사용되지는 않는다. 현실에서도 그건 마찬가지이므로 린도 자연스럽게 차에 올랐다. 데이브는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보였다. 말도 어색하지 않을 때까지만 걸어왔고. 가면서 린은 다소가 운영하는 공장이 어디인지를 기억해내고 그쪽 창문을 계속 보고 있었다. 케이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곧 그 건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겉에서 보기에는 그냥 다른 공장들과 별다르지 않다. 린도 미리 그곳이 다소의 아지트라는 걸 모르고 보았다면 전혀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약간은 실망했다. 물론 겉에서 봤을 때 바로 범죄 현장이라면 여태까지 안 잡힌 것도 이상하겠지만 말이다. 공장으로 향할수록 더욱 긴장이 되었는지 린은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입가로 가져갔다. 긴장하면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는 모양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장에 도착했다. 린의 첫 잠입임무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제발 국장실로 꺼지면 안 되니…?”

  “제닌.. 너 진짜 우리 루나 잘못되기만 하면 진짜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만 안 둘 거야. 어떻게 그 다소 아지트로 잠입을 보낼 수가 있어.. 내가 잘 봐달라고 그렇게 부탁까지 했는데 동기 좋다는 게 대체 뭐야. 진짜 너는….”

  “야, 체첸!”

 

  결국 가만히 듣고 있던 제닌이 참지 못하고 소리를 버럭 질렀다. 휴게실에 있던 보안부 사람들과 수사대 사람들은 슬금슬금 알아서 빠져나갔다. 제닌과 체첸은 입사 동기다. 게다가 최근까지 제닌과 체첸이 같은 팀에서 일했었기 때문에 둘 사이가 이렇게까지 허물없는 것에 대해선 정보국 사람들이 대부분 알고 있다. 게다가 제닌이 저렇게 짜증이 났을 땐 얌전히 끝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도 알기 때문에 사람들이 피하는 것이다. 물론 제닌도 린을 현장에 너무 이르게 투입한 건가에 대해 조금 고민은 있었다. 하지만 기계점검 겸이라고 위장하기가 괜찮아서 린을 보내자고 결정한 거고, 케이프도 실력 있는 수사대원이기 때문에 함께 보낸 것인데…옆에서 불안감만 조장하고 있으니 제닌으로서는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제닌이 담당하고 있었던 리슈베르와 협조를 하는 팀은 리슈베르로 테러가 이루어질 경우,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에 대해 리슈베르와 조율 중이다. 기업으로서는 지켜야 할 기밀 같은 것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제닌의 가장 불안한 작전은 린과 케이프가 들어간 그 작전이다. 제닌은 자신의 바로 옆에서 입을 삐죽거리며 중얼중얼 거리고 있던 체첸에게 짜증을 쏟아냈다.

 

  “너야말로 루나가 잘한다고 믿으면 제발 얌전히 좀 있어. 걔는 어엿한 수사대원이야. 수사대장도 인정한 인재라고. 그런데 지금 네가 그 신빙성을 팍팍 떨어뜨리고 있거든? 진짜 팀 분열시킬래?”

  “야, 그렇지만 진짜 불안한 걸 어떡해? 너나 나나 첫 현장에서 얼마나 실수가 많았는지 생각해보라고. 그렇게 인정하는 인재라고 말하는 루나도 처음 현장에서 다칠 뻔했잖아. 아.. 진짜 미치겠네..”

  “…마지막 경고야. 불안하면 제발 국장실로 꺼져줘.”

  “아.. 부대장님하고 국장님?”

 

  그 때 휴게실 문이 열리고, 반이 들어왔다. 그런데 평소보다 기운이 없어 보인다. 제닌은 반이 왜 저러는 건지 알 것 같아서 다시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마 체첸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린과 케이프가 잠입한 걸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겠지. 오틸라가 다소의 아지트라는 걸 안 이상, 거기에서 들키게 되면 아지트로 끌려가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는 거야 확실히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바보들도 아닐 텐데, 왜 저렇게 불안해하는 거야! 가만히 있는 사람까지 불안해지게! 체첸은 반의 기운 없는 모습을 보고 역시나 자신과 비슷한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제닌에게서 떨어져 반에게 갔다.

 

  “반! 루나 진짜 걱정되지 않아? 무사히 돌아오겠지? 진짜 생채기 하나라도 생기면 어쩌나 싶은데..”

  “괜찮을 거예요. 케이프 형 실력도 좋고, 작전도 큰 무리 없이 진행하기로 결정했으니까요. 지금 밖에서 저나 다른 수사대원들도 대기 중이잖아요. 불안해하지 마세요.”

 

  기운 없이 들어왔던 것과는 달리 차근차근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반의 모습에 체첸은 멍해졌고, 제닌은 그런 체첸의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반은 멍한 얼굴로 제닌과 체첸을 보고 있었다. 제닌은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반이 해주자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 전에도 자신이 하고 있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으므로 하지 않은 것과 똑같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심지어 자신은 욕을 섞어가며 말했는데도 못 들은 것처럼 데미지가 전혀 없었는데 반이 공손하고 타당하게 말을 하니 오히려 넋이 나간 것 같다. 반은 할 말을 다 했다고 생각했는지 물을 컵에 따라가지고 곧장 나갔다. 그리고 걸어가면서 컵에 담은 물을 마시면서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리슈베르 쪽에서는 꽤 협조적으로 나오고 있긴 한데, 수사대원들의 배치 자체를 달가워하고 있진 않다. 테러 자체가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닌 상황이라 그런 것 같다. 자신들 자체만으로 보안을 강화하겠다는 입장도 조심스럽게 꺼내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헨델에 비해서는 좀 덜 협조적인 모습이다. 그리고 반대쪽 화면에는 오틸라 플랜트의 모습이 보인다. 물론 린이나 케이프의 모습이 보이는 건 아니다. 여기서 관찰이 안 되기 때문에 둘이 잠입한 것이니 말이다. 사실 반도 체첸과 제닌에게 그렇게 말해두기는 했지만, 불안한 마음이 있는 건 사실이었다. 반이 린을 믿는 것과는 별개의 일이다.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게 있다. 능력과 별개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 부분이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입이 타는 건지도 모른다. 반은 다시 한 번 물을 조금 마셨다. 그 때 핸드폰이 울렸다. 소스라치게 놀라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린이나 케이프는 아니었다. 응? 갑자기 이 형이 왜? 반은 지금 연락을 받긴 어려워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랬더니 곧 문자가 왔다.

 

  『회사 쪽으로 정보국에서 협조요청을 받았다는 얘기 들었어. 회사에선 좀 꺼려하는 것 같은데 정확한 근거가 있는 거야?』

 

  아. 이 형 리슈베르에서 근무했었지. 반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케이프가 줄곧 다소를 감시하다가 그 행동대장인 샷건이 보낸 것 같은 메시지 하나를 찾아내서 수사가 진행된 것이다. 전에 헨델에 테러를 가했던 사실이 있기 때문에 리슈베르에서도 불안하기는 한데 그걸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는 모양이다. 회사에서야 이래저래 사정이 있겠지. 하지만 사람 목숨이 달린 상황에서 회사 상품 같은 걸 고민하기엔 저울질하기 너무 부족한 거 아닌가? 반은 그렇게 생각했다. 곧 다시 메시지가 왔다.

 

  『테러 자체가 저번에 헨델에게 가한 거랑 비슷하게 이루어질까?』

  『아직 그것까진 몰라. 하지만 비슷할 거라고 예상하곤 있어. 형, 가능하면 협조해.』

 

  반의 메시지에 얼마 안 있다가 말해보겠다는 답장이 왔다. 물론 이 사람이 리슈베르에서 엄청난 위치에 있다거나 한 건 아니다. 그저 회사에서 근무하다보니 안 사실에 대해 궁금했던 모양이다. 다시 화면을 자세히 보며 린과 케이프가 얼른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이번에도 깜짝 놀라 확인했는데 역시나 그 두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중요한 연락은 맞았다.

 

  “슐츠 형, 어때?”

  「큰 문제는 없어.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하려고 연락한 거야.」

  “시간이? 왜?”

  「리슈베르측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목록을 보니 인원이 꽤 돼. 최근에 들어간 사람들도 많고. 그 사람들을 일일이 조사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그러니까 지금은 다른 일 해.」

 

  단조로운 목소리다. 반은 그 말을 듣고 아주 약간 풀이 죽었지만 알겠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손에 잘 안 잡힐 것 같지만 슐츠가 아마 계속 잘 봐주고 있을 것이다. 반은 곧 고개를 세게 내저었다가 다른 사건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은 계속 흘렀다. 결국 체첸은 제닌의 손에 쫓겨나 국장실로 홀로 향했고, 제닌은 얼마 지나지 않아 리슈베르에게서 긍정적인 응답을 받았다. 그래서 제닌과 반을 포함한 나머지 팀원들이 그 안에서 어떻게 배치할지를 급하게 회의하고 있는 중에,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막내인 반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는데, 노크를 한 사람은 린이었다! 반이 놀라 린에게 곧장 물었다.

 

  “아무 일 없었어? 괜찮아?”

  “나 무슨 일 있었어야 하니? 무슨 무서운 소릴 하는 거야.”

  “루나 왔어? 케이프는?”

  “오프 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실 것 같다고 해서 제가 보고하러 왔습니다.”

 

  린은 전혀 다치지 않았다. 긴장한 기색도 없었다. 오히려 임무를 무사히 끝낸 것에 대해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회의하던 것을 미루고 제닌은 린에게 수사경과를 보고할 수 있게 했다. 방금 전에 돌아온 터라, 사진 같은 건 없었지만, 린은 간단하게 설명했다.

 

  “운이 좋게 샷건을 현장에서 봤어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서 뭔가를 더 건져내려다가…실은 들켰습니다.”

  “들켜? 잠깐만, 샷건이 너랑 케이프를 봤다고?”

  “네. 그때는 공장을 둘러본 다음에 일부 사원들 이야기를 듣고 나서 바깥을 보러 나온 거였거든요. 바깥에서 우연히 만나는 바람에, 들켰습니다.”

 

  불안해하는 기색도 없이, 린은 산뜻하게 대답했다. 수사대원들은 들켰다는데도 저렇게 긴장감없이 말하는 건 처음이었다. 심지어 들켰는데도 저렇게 멀쩡하게 온 것도 이상하다. 제닌은 린을 재촉했고, 린은 그 때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사실, 린과 케이프는 공장 바깥에 설치했다는 어떤 기계를 보러 밖에 나온 것이었는데, 다소에서 구매한 그 공장에서 나오고 있는 샷건과 우연히 마주치게 된 것이었다. 물론 린과 케이프는 놀랐다. 설마하니 샷건이 여기서 나올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린과 케이프가 그쪽을 보고 있으니, 안내를 해주고 있던 데이브가 오지랖 넓게 끼어들었다.

 

  “아 저쪽 부지는 저희 공장이 아닙니다. 작은 기업이 운영하는 공장으로 알고 있어요.”

  “여어, 데이브! 못 보던 분들이 오셨네?”

  “안녕하세요. 리슈베르 소속 린이라고 합니다. 저희 공장 사람들하고 아시나보네요.”

  “아, 별 건 아니고, 근처이다 보니까 이래저래 만나게 되어서요. 걱정 마십쇼, 인사 정도만 하는 거니까요.”

 

  데이브는 다른 공장과 기업의 기술을 공유한다거나 하는 의심을 하는 줄 알았는지 굉장히 불안해하면서 말했다. 케이프는 가만히 그런 모습을 보고만 있었다. 린은 샷건과 몇몇 사람들을 보고 있다. 샷건은 린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고, 린은 사람들의 수를 셌다. 샷건까지 다섯 명이다. 그 중에 한 명은 데이브와 잘 아는 사이인 것 같다. 하지만 나머지와는 데이브가 인사를 하지 않는다. 나머지도 굉장히 경계하는 눈치다. 린은 더 이상 접근하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그렇군요. 걱정 마세요. 의심하는 건 아니니까요.”

  “네.. 다행이네요.”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그럼 업무 때문에 이만 가보겠습니다.”

 

  사실 샷건과 더 대화를 해보고 싶은 게 린의 본심이었지만 여기서 더 대화를 할 만한 주제도 없었고, 그럴 말재간도 없었기에 린은 이것저것 묻고 싶은 걸 꾹 참고 다시 공장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들어가자마자 이쪽이 가장 잘 보이는 방으로 가서 바깥의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린과 케이프, 데이브를 불러 세운 쪽은 샷건 쪽이었다. 샷건의 목소리는 꽤, 묵직했다.

 

  “잠깐.”

  “네? 무슨 일이시죠?”

  “우리 쪽 공장하고 가까이 있는 공장 식구들인데 그냥 이 정도로만 인사하고 헤어지는 건 좀 아쉬운데.. 괜찮으면 좀 더 대화하지 않겠나?”

 

  샷건이 꽤 정중하게 의사를 물어왔다. 린으로서는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샷건이 먼저 대화를 하자고 나서다니 예상도 못한 상황이지만, 이건 기회였다. 테러의 조짐은 보였어도, 언제 테러를 할지는 아직 확실히 알지 못했다. 그것에 대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라고 생각하며 린은 샷건 쪽으로 다시 걸어갔다. 그 때 케이프가 린을 붙잡고는 귓속말을 할 모양인지 자신에게 손짓했다. 린은 케이프에게 귀를 가져다댔다. 케이프의 음성프로그램이 들려온다.

 

  「불안함. 빠져.」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케이프가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린은 무엇이 불안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케이프의 명령을 따르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샷건 쪽을 돌아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죄송합니다. 팀장님께서 업무가 바쁘니 돌아가자고 하시네요.”

  “그쪽 팀장은 말을 하지 못하나?”

 

  샷건이 대뜸 물었다. 매우 실례되는 질문이다. 처음 본 사람에게 말을 놓는 것도 불쾌한 일인데(물론 샷건 쪽이 훨씬 나이가 많은 VA지만) 난데없이 말을 못하냐는 질문을 하다니. 린이 그것에 대해 따지려고 하는데, 갑자기 케이프가 린을 붙잡았고,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크게 말씀드리기 그래서 그랬던 것뿐입니다.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케이프가 말을 했다! 놀랐지만 티를 내진 않았다. 린은 샷건과 사람들 쪽으로 작게 목례하곤 다시 공장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린과 케이프 족이 아니라, 샷건 쪽에 생겼다.

 
작가의 말
 

  린과 케이프 팀이 조사를 시작했네요. 다소의 행동대장, '샷건'과 만나게 되었는데 과연 무사히 지나올 수 있을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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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013. 리슈베르 사 테러방지팀(4) 2017 / 12 / 12 241 0 11789   
12 012. 리슈베르 사 테러방지팀(3) 2017 / 12 / 11 249 0 11192   
11 011. 리슈베르 사 테러방지팀(2) 2017 / 12 / 11 260 0 9964   
10 010. 리슈베르 사 테러방지팀(1) 2017 / 12 / 10 232 0 9061   
9 009. 세잎클로버(3) 2017 / 12 / 10 251 0 9279   
8 008. 세잎클로버(2) 2017 / 12 / 9 247 0 12680   
7 007. 세잎클로버(1) 2017 / 12 / 9 263 0 9112   
6 006. 수사대 첫 임무(4) 2017 / 12 / 9 234 0 4911   
5 005. 수사대 첫 임무(3) 2017 / 12 / 9 228 0 10289   
4 004. 수사대 첫 임무(2) 2017 / 12 / 7 238 0 7314   
3 003. 수사대 첫 임무(1) 2017 / 12 / 7 242 0 10554   
2 002. VA수사대(2) 2017 / 12 / 6 258 0 6350   
1 001. VA수사대(1) 2017 / 12 / 6 394 0 1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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