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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티그리스 강가에서
작가 : 애플타운
작품등록일 : 2016.5.19

빚을 갚기 위해 마을을 벗어나 시내로 일자리를 얻게 된 마드린느는 저택에서 하인으로 일하게 된다. 그러나 저택은 완벽하지만 그만큼 쓸쓸했다.

 
19장 티그리스 강가에서 (2)[완결]
작성일 : 16-06-22 19:54     조회 : 462     추천 : 0     분량 : 8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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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게도 가족이 있습니다. 아니, 있었지요. 아내와 두 딸이 있었습니다만, 전염병이 돌 때 제 곁을 떠나갔지요. 저는 장례라도 지내줄려고 했으나 주변에서 전염병이 더 옮을거라며 장례를 치루는 일을 거부했습니다. 오히려 까마귀 밥으로 주려고 하더군요. 그런 저를 도와준 유일한 사람이 로첸이었습니다. ”

 

 그렇게 만난 인연은 계속되어 로첸이 티그리스란 성을 가지고서 영주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허트는 로첸을 도왔다. 그의 꾀주머니가 되어 다른 이들을 착취하고 목숨을 빼앗는 일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로첸의 신분을 높여주었다. 그리고 허트는 복수를 하길 원했다. 로첸의 지위를 이용해서, 그의 가족이 전염병에 걸려도 모른 척 하고 장례조차 치르는 일을 방해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똑똑히 기억하고 있던 로첸은 똑같이 그들의 가족을 끄집어내어 쥐와 오물이 가득한 곳에서 생활하게 한 뒤 시체를 까마귀 밥으로 주고 싶었다. 그러나 로첸은 반대했다.

 

 “ 좀 더 나중에 때를 노리게. 지금은 일러. ”

 

 로첸에게 복수를 행할 마음이 없다는 걸 알아챈 허트는 홀로 마을로 기어들어가 똑같이 갚아주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두 딸을 생각하자 의문을 품게 되었다. 아내 줄리아와 딸 줄리와 히스. 그녀들에게 잔인하게 복수를 행한 남편이자 아비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그저 집사로만 남을 것인가? 과연 줄리아가 복수를 원할까? 줄리와 히스가 슬퍼하지는 않을까? 이런 식의 복수가 그들을 더 슬퍼하게 만들지는 않을까? 아니면 내가 너무나도 무뎌져 안정적인 생활에 익숙해버린 나머지 멈추고 싶어하는 것일까. 왜 복수를 향해 날아들지 못하는 지, 자신에게 물어본 허트가 내린 결론은 ‘좋은 사내’ 로 남는 것이 가족을 위한 일이라는 것이었다. 그래, 가족들은 이미 죽었지만 나중에 만날 때 자랑스럽게 여길 만한 성실한 사내가 되자. 그에게 이미 생의 의지나 열정 같은 뜨거운 감정들은 많이 남아있지 않았고 남은 시간들을 죽일 일은 필요했다. 그는 로첸을 도왔다. 정확히는 ‘로첸만’. 로첸의 재산을 불리고 명예를 드높였다. 그리고 성대한 장례식을 다시 한번 치뤘다.

 로첸이 서서히 미쳐가던 일이 심각해지던 즈음, 허트는 그를 막을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선 티그리스 여신에게 제물을 바치기로 했다. 처음에는 개, 돼지, 소, 말과 같은 짐승들로 시작했다. 잘 먹인 놈들로 암놈, 수놈 한 쌍씩을 깨끗하게 씻겨 강가에 보냈다. 그 정도면 되리라고 여겼으나, 여전히 로첸은 정신을 잃어만 갔다. 그의 욕구는 증폭되어만 가고 있었다. 대나무처럼 쑥쑥 자라기만 하지 멈출 줄을 몰랐다. 더 많은 재물을 원했고 주민들의 눈에 더 많은 핏물이 고였다. 그러나 그는 만족할 줄을 몰랐다. 만족할 수가 없었다. 티그리스 여신은 잔인하게도 그에게 욕구를 주되 멈출 수 없는 갈증도 같이 주었다.

 어디, 갈 데 까지 가 보자. 이런 뜻인가. 허트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와중에 로첸의 아내인 멜리사 티그리스가 하인과 시종들을 돌려가며 침대에 들였다. 어디서든 기분만 나면 보는 눈이 많더라도 상관없이 입을 맞췄으며 하인들을 희롱했다. 그러다가 15살이나 어린 하인과 야반 도주를 해버렸다. 그 이후에 그녀의 소식은 애인에게 버림받은 이후로 몸을 보여주는 대신 돈을 받으며 살아가다가 생활고에 못 이겨 섬을 넘어가려고 떠났다고 했다, 거기까지만 들었었다.

 ‘섬을 떠나다니… 당신이 안주인이었으면서, 그렇게 바보같이, 돌아오지도 않고 말이야.’

 허트는 멜리사를 잡지 않았던 자신이 죄인이라 여겨졌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로첸의 가족이 아닌가. 장례식을 치룰 수 있게 도와준 로첸의 부인.

 로첸의 쌍둥이 남매 마운 티그리스와 맥 티그리스, 그리고 막내 아들 가이온 아벨 티그리스가 어머니 없이 아버지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까지 저희를 버리자 마운과 맥은 형과 누나답게 가이온을 아버지로부터 보호하려고 애썼다. 기특하게도 마운은 아버지를 도우려고 애썼다. 맥은 가이온에게 어머니 역할을 해주려고 했다. 사려깊고 똑똑한 아이들이었다. 안타깝게도 아버지를 닮아 자폐아가 되어버렸지만.

 그런 식으로 저택은 점점 황폐한 기운만 풍기게 되었다. 하인들도 저택에 머무르려고 하지 않았다. 봉급의 일부를 깎더라도 빨리 나가고 싶어 했다. 혼자 남은 허트는 새로 사람을 고용하려고 애를 썼는데, 이상하게도 얼굴이 허옇고 말이 없는 자들만 저택에 스며들어와 일을 했다. 마치 유령같았다. 그래, 유령이면 어떤가. 더 잃을 것도 없는데.

 마지막으로 남은 티그리스 일원인 가이온마저 빼앗길 수는 없었다. 허트는 젊은 아가씨들을 제물로 바치기 시작했다. 개, 소, 말, 돼지 같은 짐승들에 예쁘게 생긴 아가씨들까지 더해 여신에게 바치자 그제서야 저주가 고개를 숙이는 듯 했다. 다행히도 가이온은 별 탈 없이 잘 자라주었지만 항상 우울해보였다. 가이온이 자기 앞가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크자 바로 섬 밖의 하빈 학원으로 보내버렸다. 그게 허트 반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런 식으로 허트 반은 티그리스 가문을 유지했다. 다 썩어가는 나무에 물을 주고 애정을 주며 보살피는 정원사처럼 시들어가는 로첸을 돌보고 비록 유령 같은 하인들이지만 명령을 내리고 일을 분배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로첸이 떠나갔다. 아마도 그는 좋은 곳으로 갔으리라. 끊임없는 갈증이 없는 곳, 티그리스 여신조차도 손을 댈 수 없는 곳으로…

 허트 반은 가이온과 마드린느를 뒤로 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복도를 걸었다. 넓고 긴 복도를 거북이처럼 걸으며 과거를 되짚어봤다.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사내가 어찌 살았는지 돌아보며 쓴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넓은 집에서 살 줄 알았더라면, 줄리아가 참 좋아했을텐데. 너무 빨리 가버렸어, 당신. 어쨌든 난 당신의 시체를 수습해준 사내에게 할 만큼 했어, 줄리아. 그러니 나, 이제 당신에게로 가도 되는거지? 살만큼 살았고, 일할만큼 일했지만 보람도 기쁨도 느껴지지 않아.’

 ‘ 줄리, 히스, 너희가 내 곁을 떠난 이후로 석양조차 회색빛으로만 보이는구나. ’

 그는 방 안에 두었던 와인 한 병을 꺼내고선 잔에 따랐다. 매끈한 잔에 와인이 넘치지 일보 직전까지 가득 따르고선, 보라색 가루를 듬뿍 집어넣었다. 미련도 없이 단숨에 벌컥벌컥 들이마시더니 휘청거리면서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몸이 뻣뻣해지고 있었다. 다리에서부터 뱀이 몸을 감아올리듯 독기운이 올라와 몸을 가누기 힘들었고 목이 부풀어오르는 듯 뜨거웠다. 혀가 팽팽해지고 앞이 흐릿해져갔다. 갑갑한 듯 숨을 한 번 들이쉬더니 다시는 내쉬지 않았다.

 

 저택에서 일하던 존재들도 몸을 공기와 밀착시키더니 점점 투명해져만 갔다. 그러고선 다시는 저택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저택에 남아있는 사람이라곤 가이온과 마드린느, 마운과 맥 뿐이었다.

 

 가이온과 마드린느는 허트를 막을 수 없었다. 독단적으로 움직이는 그를 제지하기에는 그는 너무나도 행복해보였고 즐거워보였다. 콧노래를 부르며 집에 돌아가는 사내처럼 말이다. 숭고한 순교자처럼 걷는 그를 막기에는 이미 굳어져 있는 결심이었다. 그에게는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로첸이 그의 세계에 유일하게 발을 들인 사람이었지만 그마저도 떠나버렸으니,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그를 막을 권리가 없었다. 엄연한 남에, 뭐라해도 듣지 않을 허트를 그들은 부디 가족을 평안히 만나기를 기도했다.

 

 조용스럽게 이뤄지는 파괴가 마드린느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다양한 비극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 곳에 있는 사람들 말고는 아무도 모르고, 괴상하게도 자연스럽다니. 마치 오래전부터 절벽을 향해 달려왔던 마차같았다. 절벽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말과 마부 손님 모두 그걸 알지만 아무도 피할 생각이 없는 이상한 여행.

 

 “ 가이온, 내 아버지는 항상 술을 마셨어. 기쁘면 더 기뻐지고 싶어서, 슬프면 슬픔을 잊기 위해서, 가난하면 가난을 뒤로하고 싶어서… 그리고 엄마를 때렸지. 죽기 직전까지. 그래서 엄마는 아빠를 죽였어. 보지 못했다고 어머니는 생각하시지만, 사실 그날 밤 난 자고 있지 않았어. 그리고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지. 우리 집에서 폭군이 어떻게 힘을 잃어가는지를. 그리고 이 셸 아일랜드로 온 거야. 아무도 우릴 모르니까. ”

 

 마드린느가 자신의 이야기를, 그것도 아버지의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누군가에게도 드러내보이고 싶지 않았던 그녀의 어두운 우물에서 물을 한 바가지 길어냈다.

 

 “ 그 이후로는 계속 힘들었지. 난 이방인에, 아버지도 없었는데다가, 엄연히 따지자면 어머니는 살인을 했고 가정 형편은 말 그대로 개판이지. ”

 

 마드린느는 가이온의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아주었다.

 

 “ 그 이후에는 알다시피 제물이 될 뻔 했고… 살아남았지만 뭐 그게 그리 좋다고만은 할 순 없었고… 그래도 말이지, 내가 얻은 게 하나 있어. 인생은 계속 흘러가. 아무리 나빠도, 이상해도, 인생은 계속돼. 그러니까 우린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돼. 남들이 뭐라 하든 아무 것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단 말이야. 어짜피 인생은 계속되니까. “

 

 “ 네 인생도 여기서 끝이 아냐. 네가 아버지를 위해 네 힘을 다 쏟아부은 건 알겠어. 곱게 자란 도련님으로써는 쉬운 일이 아니었겠지. 자존심도 굽힐 일도 많았을 거고. 수고했어, 가이온. 이제 너는 너만을 위해 살아가도록 해. ”

 

 “ 겨우 끝냈는데,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느껴져, 린느. 끝난 후에는 마냥 기쁘고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왜일까. 더 외로운 것 같아. ”

 “ 나도 그 기분 잘 알아.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일을 끝냈을 때 우리에게 남겨지는 건 환희가 아니라 다 타버린 재뿐이야. 영웅들의 업적을 기리는 노래나 이야기에서는 벅찬 밝음을 노래하지만, 그건 예술에서나 있는 거고, 우리에게 남은 건 또 다시 살아가야 한다는 막막함이지. 그게 인생일거야. ”

 

 “ 아버지도, 어머니도, 이 집에 일하던 사람들도 다 떠나갔어. 다 여기를 떠났다고. 여긴 저주받았어. 아버지가 말도 안 되는 욕심을 부려서 말이야. 여긴 불태워야해. ”

 

 “ 우리 떠났다고 생각하지 말자. 각자 갈 길을 간 거라고 생각하자. 다만 길이 너무나도 달랐을 뿐이야. 예전에는 같은 책을 읽었지만, 그 책을 다 읽어버린거야. 그냥 서로 다른 책을 읽는 거야. ”

 

 마드린느가 가이온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 혼자가 아니야. 내가 있잖아. 옆에서 도울게. ”

 

 “ 하지만, 린느, 너마저도 다른 책을 읽으러 떠나버리면, 난 버틸 수 없을 것 같아. ”

 

 마드린느가 가이온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 그 모든 일을 겪고도 넌 여전히 빛나고 있으니까. 그 마차안에서 처음 만났던 그 날의 두근거림처럼, 넌 아직도 내게 제일 멋지고 제일 당당한 기사도를 가진 사람이야. ”

 

 가이온은 마드린느의 얼굴선을 따라 시선을 훝었다. 그러고선 조심스럽게 그녀의 뺨에 자신의 뺨을 갖다댔다. 찬찬히 고개를 돌려 그녀의 코에 자신의 코를 맞대었다. 부드럽고도 기분이 좋았다. 심장이 조금씩 빨리 뛰고 있었다. 두근거렸다. 투명한 눈이 보였다. 그 속에서 요동치고 있는 자신과 상대방의 영혼은 손을 잡고 있는 듯 했다. 곧 두 입술이 서로를 향해 마주보다가 하나가 되었다. 입술은 포개졌고, 오랜동안 떨어지지 않았다.

 

 리브는 말을 몰아 울지 않는 산맥 직전에 도착했다. 아도니스가 경고했었던만큼 어떤 일이 생길지 몰랐다. 그렇다고 해서 멈출 생각은 없었다.

 

 말을 계속해서 몰고 싶었으나, 지친 말은 더 걸을 기운도 없는 지 휘청거렸다. 리브는 말을 냇가로 데려가 물을 마시게 하고 풀도 뜯게 했다. 말이 쉬는 동안 리브는 계속 걸으며 어찌할 지에 대해 고민했다.

 

 ‘ 길을 어떻게 뚫을 건가. ’

 

 첫째, 엘렌시아에게 부탁해 안전하게 수도로 갈 수 있게 부탁한다.

 이건 그리 좋은 방법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자신의 과거 행적에 비추어 보면, 염치없는 짓이었다. 지도자 자리에 앉기 싫다고 한 주제에 부탁까지는 무리였다.

 

 둘째, 말을 타고 수도까지 간다.

 할 수만 있다면 하고 싶으나, 어려워보였다. 말이 그 먼 거리를 건강하게 달릴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거니와, 산맥을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산맥을 넘는다고 해도 수도로 가는 일이 문제였다.

 어찌 할 것인가. 생각하며 걷기만을 계속했다.

 

 한편 말에서부터 멀어져가는 리브를 발견한 자가 있었으니, 이제는 투르크 족의 지도자라고 할 수 없는 아도니스였다.

 그는 지도자 자리에서 내려와도 그에 맞는 대우를 해줄거라 생각했지만, 엘렌시아는 그에게 한 치의 간섭과 조언을 허락하지도 않았고 없는 듯 조용히 있으라고 요구했다.

 그런 건 아도니스가 기대한 전개가 아니었다.

 위대한 아도니스, 우리 투르크 족을 다시 번성시킬 위대한 후계자를 데려온 아도니스, 이런 식의 영웅 대접을 예상했었던 그에게 다른 엘프들은 오직 엘렌시아, 새로운 그들이 여왕만을 바라보았다.

 “ 그녀가 우리를 구원할거야! ”

 “ 이제 우리도 다시 번성하겠지! “

 “ 왕좌가 주인을 되찾았으니 어찌 기뻐하지 않겠는가! ”

 경사가 났다며 기뻐하는 엘프들.

 그런 엘프들에게 대놓고 자신의 섭섭함을 따질 수는 없었지만 속에서는 천불이 일어나고 있었다.

 ‘괘씸한 녀석들. 내가 어떻게 우리를 위해서 일했는데, 이렇게 모르는 척의 대접이라니. ‘

 속을 가라앉히기 위해 꼴도 보기 싫은 엘프들을 피해 영토 근처, 산맥의 아래쪽까지 내려와 서성이던 아도니스는 리브의 말을 발견하고서 독초를 한 움큼 뽑아다가 손수 말의 입에 대서 먹여주었다. 말이 손바닥까지 햩으며 다 먹자 유유히 아도니스는 만족해하며 산맥으로 돌아갔다.

 

 아무것도 모른 채 고민에 이리 저리 걷다가 돌아온 리브를 기다리고 있는 일은 충분한 휴식으로 생기를 되찾은 말이 아니라, 거품을 물고 쓰러진 말이었다. 긴 혀를 내밀며 헐떡이더니 말의 몸이 굳어버렸다.

 

 ‘ 아… ’

 

 주제넘게 행동하지 말라는 신의 뜻인가? 리브는 말 옆에 털썩 앉아서 말의 눈을 감겨주었다. 그래도 있어서 든든한 친구였는데.

 

 리브에게 남은 방법은 딱 하나였다.

 될 지 안 될지 모르지만, 앉아 있을 순 없기에 시도해보기로 했다.

 어머니의 일기장으로부터 알게 된 마법 같은 일이 이번에도 또 일어날 수 있을까?

 그 때에는 산맥으로 가기 위해, 어머니의 유언대로 행동하는 일이라 순조로웠지만, 유효할 지는 아닐지는 확신이 없었다.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기도하며 보고 싶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휘파람을 불었다.

 ‘ 부디… 제발. ’

 

 저 멀리서부터 바람이 일어오더니 거대한 날개를 가진 새가 날아오고 있었다.

 흰 몸통에 길디 긴 검은 날개가 빠른 속도로 리브를 향해 날아오더니 그 앞에 바로 서서 몸통을 내밀었다.

 숲을 태울 수 있을 정도로 큰 알바트로스가 리브의 부름에 대응했다.

 리브는 감격해하며 알바트로스에 올라탔다.

 ‘ 어머니, 감사해요. ‘

 어머니는 이런 일까지 다 알고 계셨던 걸까?

 벅차오르는 가슴과 함께 알바트로스가 날아올랐다.

 알바트로스는 안정적인 비행을 하는 새였으나 태풍처럼 빠른 속도로 눈을 한 번 깜박일 때마다 산을 하나씩 넘었고 마을을 하나씩 지났다.

 

 리브의 마음을 읽었는지 알바트로스는 마테호른의 집 앞까지 금새 날아가더니 리브를 떨어트리고선 매몰차게 날아가버렸다.

 순식간에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져버린 리브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어 고개를 올려다보았다.

 고르티아가 보라색의 긴 원피스를 입고선 리브를 쳐다보고 있었다.

 “ 여기서 뭐해요? ”

 “ 어… ”

 뭐라고 말해야 하지.

 그러니까, 당신을 보기 위해 다 때려치고 수도로 돌아가다가 말이 갑자기 죽었고, 그래서 집만큼 큰 알바트로스를 타고서 오다가 새가 날 내동댕이 쳤는데, 그게 여기네요.

 당신 앞이네요.

 이렇게 말한들 고르티아가 이해할까?

 요상한 일인데. 아니, 더 이상한 일도 같이 겪었잖아?

 우연이란 게 겹겹이 쌓이는 일이 흔하던가?

 

 고르티아가 리브를 일으켜세우며 말했다.

 “ 일은 다 끝났나보죠? “

 “ 그런 셈이죠. ”

 고르티아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 여긴 왜 왔어요? 그것도 우리 집 앞에 앉아있기나 하고. ”

 고르티아가 긴 눈매로 리브를 흘겨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 그러니까… ”

 리브는 머뭇거리만 했다.

 고아원에 일손이 부족하니 도와달라고 할까?

 

 “ 지금 산책가려던 참이었는데, 그쪽 얼굴 보니까 안되겠네요. ”

 고르티아가 리브의 팔에 팔짱을 슬쩍 끼며 몸을 붙였다.

 

 “ 일단 같이 가서 뭘 좀 먹어요. 그 다음에 얘기해요. ”

 

 “ 그 전에 할 일이 있어요. “

 

 리브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고르티아의 얼굴을 마주보더니, 그녀의 입을 맞췄다.

 

 짧은 입맞춤에 고르티아는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해졌다가, 리브만 보고 있다가, 리브의 귓가에 고양이처럼 갸르렁거리며 속삭였다.

 “ 계속해요. “

 

 리브가 고르티아의 머리를 손으로 감싸며 입을 맞췄고, 고르티아도 리브의 어깨를 안으며 귓가에 울리는 종소리를 맘껏 감상했다.

 

 티그리스 가문의 주인은 정식으로 가이온 아벨 티그리스가 되었다. 로첸 티그리스는 1세대 주인으로 기록으로만 남게 되었다. 마드린느 테르피는 가이온 아벨 티그리스를 도와 영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도왔다. 작게는 저택을 수리하고 새로 일할 사람을 뽑는 것부터 해서, 크게는 세금 제도를 정비하고 장부를 정리했다. 그 동안 받지 않았던 평민들의 항의나 요구 사항도 들어 차비책을 마련했다.

 

 가이온과 마드린느는 일도 열심히 했지만 휴가도 즐겼다. 수도로 가서 고메르가 주연인연극 ‘햄릿’ 을 관람하기도 했다. 고메르가 맡은 역할은 고뇌하는 왕자였다. 그의 성격과 딴판인 캐릭터였지만 그는 훌륭한 연기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마테호른도 뿌듯해 했다.

 

 리브는 여전히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했다. 그 곁에는 고르티아가 함께 했다. 가이온은 영주로서 고아원에도 자금을 보태기도 하고, 자주 방문해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장미가 무성한 해에, 두 쌍의 연인이 남은 시간을 함께 하기로 하는 식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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