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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당연하게 사랑해줘
작가 : 서언
작품등록일 : 2017.11.21

온몸이 차가워져 결국엔 죽음에 이르게 하는 불치의 병 '콜드병'. 콜드병으로 엄마를 잃은 천재의사 김세영이 콜드병 환자인 차재훈의 주치의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당연하게 사랑해줘. (18)
작성일 : 17-12-11 20:07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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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화

 

 어린 차재훈은 침대 옆에서 술에 취해 잠든 미정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에는 따뜻함이 뚝뚝 흘러내렸다. 예전에는 매일 사랑한다고 말해주던 미정은 크리스마스가 지나고부터 차재훈을 안아주지도, 사랑한다고 말해주지도 않았다.

 

 “엄마, 사랑해요.”

 

 어린 차재훈의 작은 손이 미정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순간, 미정이 눈을 떴다. 하나밖에 없는 다섯 살 난 어린 아들이 제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화려한 방에 햇살이 가득한 침대에 누워 다섯 살 난 제 자식이 조심스레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랑한다 말하는, 누가 봐도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예전의 미정이라면 어쩌면, 우리 아들 나도 사랑해, 라고 말하며 차재훈을 품에 안아 잠이 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정은 지금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재훈이 싫었다. 몸을 일으킨 미정의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팠다. 방에 나뒹구는 3병의 와인이 두통의 원인이었다.

 

 “엄마 괜찮아요?”

 

 어린 차재훈의 목소리가 귀에 닿았다. 깨질 것 같은 미정의 머리는 이제 어지럽기까지 했다.

 어린 차재훈의 손이 다시 한번 미정에게로 향했다. 미정이 탁-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재훈의 손을 쳐냈다.

 

 “아.”

 

 여린 차재훈의 피부가 순식간에 빨갛게 변했다.

 

 “내 방에 들어오지 말랬지.”

 

 미정의 눈이 무서웠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이 눈에 그대로 투영된 것 같았다. 미정의 눈에 비친 재훈의 모습이 혐오 그 자체였다. 어떻게 내 뱃속에서 이런 애가 나왔지. 미정이 아랫입술을 짓이기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린 재훈은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엉엉, 소리 내 울고 있었다.

 

 “잘못했어요, 엄마, 잘못했어요.”

 

 뭘 잘못했는지는 몰랐지만, 무서운 엄마의 표정이 자신 때문인 줄은 알았다. 어린 재훈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빌고 있었다. 청소하러 들어온 메이드 김은영이 그런 재훈을 급히 안아 들었다. 순간, 김은영의 눈이 커지며 얼음장같이 차가운 재훈을 쳐다봤다.

 

 “내려놔!!!”

 

 히스테릭한 미정의 목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미정이 김은영에게 다가가 사정없이 뺨을 내리쳤다.

 

 “누가 안으라고 그랬지?”

 

 부들부들, 힘이 들어간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놀란 은영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툭, 떨어지는 눈물을 급하게 닦고 은영은 곧바로 몸을 숙였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죄송합니다.”

 

 말하면서도 이가 갈릴 정도로 열이 받고 억울했다. 미정은 그러거나 말거나 은영이 안고 있는 재훈을 죽일 듯 노려봤다. 눈이 마주친 재훈이 은영의 품으로 더 파고들었다.

 

 “무서워요, 아줌마.”

 

 은영의 목덜미 언저리에 어린 재훈의 울음이 섞인 목소리가 닿았지만 은영은 곧바로 재훈을 바닥에 내려놨다. 어린 재훈은 눈 한번 마주치지 않는 은영의 소맷자락을 잡고 또 잡았다.

 

 “이딴 불량품 갖다 버리라고 했잖아!!!”

 

 미정이 말하며 테이블에 놓인 꽃병을 사정없이 밀었다. 어린 재훈이 다시 세상이 떠나가라 통곡했다.

 

 “무서워, 무서워.”

 

 은영이 소매 끝을 잡아 오는 재훈의 손을 뿌리쳤다. 은영의 표정이 엄마의 표정과 닮아다는 걸 깨닫게 되자 재훈은 더 이상 손을 뻗지 않았다.

 

 “아, 제발 좀 닥쳐!!!”

 

 그렇지만 무서웠다. 머리가 산발이 된 엄마도 무서웠고, 여기저기 깨져있는 꽃병도 무서웠고 은영의 표정도 무서웠다. 너무 무서웠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던 재훈은 자꾸만 터져오는 울음을 삼키고 또 삼키고 있었다.

 

 “사모님, 도련님 몸이 너무 차가운데...”

 

 그런 재훈이 안쓰러워진 김은영이 입을 뗐다. 그러자 미정의 눈이 희번덕거리며 은영을 째려봤다.

 

 “닥치라고했지.”

 

 미정에게서 살기가 느껴졌다. 그 표정 그대로 자신의 아들인 어린 재훈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유 모를 살기에 은영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끄윽, 끄윽, 어린 재훈이 그런 엄마를 보며 입을 막고 억지로 울음을 참고 있었을 때였다.

 

 “안녕하세요.”

 

 열린 문, 소란의 틈 사이로 스무 살의 차경현이 인사를 했다. 미정이 그 모습을 보고 입술을 말아 넣었다.

 

 “안녕?”

 

 경현이 울음을 끄윽끄윽, 참고 있는 어린 재훈에게 무릎을 구부리며 인사했다. 어린 재훈은 그 소란 속 유일하게 웃고 있는 낯선 사람에게서 묘한 안정감을 느꼈다.

 미정이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경현에게 다가갔다.

 

 “어디서.”

 

 짝- 하는 소리와 함께 경현의 고개가 돌아갔다. 빨갛게 오른뺨을 보곤 재훈이 미정의 화장대 밑으로 몸을 말아 숨었다. 뺨이 돌아간 경현은 고개를 바로 하며 웃어 보였다.

 미정이 다시 손을 올려 경현의 뺨을 내려치려 하자, 재훈이 눈을 꾹, 감고 온몸에 힘을 줬다.

 그런 재훈을 슬쩍 본 경현이 미정의 높이 올라간 손목을 잡았다.

 

 “애 앞에서 이러면 안 돼요”

 

 경현이 미정의 손목을 잡고 미정만 들을 수 있게 조용히 속삭였다.

 

 “그냥 인정해요.”

 

 미정의 손목이 부들부들 떨렸다.

 

 “너!!”

 “쫓겨나기 싫으면.”

 

 미정의 손을 놓은 경현은 다시 싱긋, 웃으며 화장대 밑에 숨어 있는 재훈에게로 향했다.

 

 “미안해, 놀랐지?”

 

 눈을 꾹, 감고 귀를 양손으로 가리고 있는 재훈의 손을 잡으며 경현이 다정스레 물었다.

 재훈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다. 경현이 재훈을 조심스레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난생처음 낯선 이에게 안긴 재훈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따뜻해.”

 

 경현의 품에 안긴 재훈은 엉엉, 소리 내어 울며 서러움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경현의 넓은 등에 작은 손을 힘껏 뻗어 더 깊게 경현을 안았다. 팔을 힘껏 뻗어도 부족했다.

 

 “혀엉.”

 

 경현이 온 이후로부터 재훈은 경현의 방에서 종종 잠이 들었다. 방에 들어가기 전 재훈은 언제나 경현의 소매 끝을 잡고 말꼬리를 늘려가며 칭얼거렸다. 그러면 경현은 항상 따뜻한 미소를 짓고 그 손을 잡았다. 엄마와 달리 자신의 손을 내치지도 경멸의 눈빛을 보내지도 않는 경현은 재훈에게 언제나 따뜻한 사람이었다. 나와는 다른 따뜻한 손을 가진 사람.

 

 “재훈아.”

 “응?”

 “형이 너 꼭 낫게 해줄게.”

 

 동시에 어린 재훈에게 하얀 가운을 입고 약을 제조하던 경현의 모습은, 신과 같았다.

 

 * * *

 

 차재훈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짧게 침묵이 흘렀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물끄러미 차재훈을 쳐다만 봤다. 봄바람이 살랑, 거리며 불어오고 있었다.

 

 “왜.”

 

 내 시선을 느꼈는지 차재훈이 민망해하며 고개를 돌렸다. 바람에 휘날리는 차재훈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었다.

 

 “고생했네.”

 

 머리를 쓰다듬는 것 대신, 어색한 위로를 건넸다. 내 말에 차재훈이 소리 내어 웃었다. 위로에 서툰 걸 들킨 것 같았다.

 

 “고마워.”

 

 차재훈이 고개를 숙이고 웃으며 말했다.

 

 “넌 미국은 아홉 살 때 간 거야?”

 “응.”

 “혼자?”

 “응, 가는 건 김변호사랑 같이 갔고, 그 뒤로는 쭉 혼자 지냈어.”

 “외로웠겠다.”

 

 나보다 더 씁쓸하게 말하는 차재훈을 슬쩍 쳐다봤다.

 

 “우리 아버지 때문이지?”

 

 여전히 바닥으로 떨어트린 시선과 풀이 죽은 목소리가 신경 쓰였다.

 

 “미안해.”

 

 나도 어색하게 땅을 쳐다봤다.

 

 “네가 왜.”

 

 여전히 시서이 아무것도 없는 바닥으로 향했다. 물론 처음에는 원망의 대상을 찾으려고 했다. 계약서를 건넨 김변호사를 원망해보기도 했고 계약서에 아무 고민 없이 싸인한 고모와 할머니를 원망해보기도 했고, 기사나 뉴스에 간간히 등장하던 차회장을 원망해 보기도 했다.

 

 “그냥, 운명이라고 생각하면, 편해.”

 

 그럴수록 더 힘들었다. 그래서 그냥 체념하는 편이 더 나았다. 한참을 바닥을 향한 시선이 올라오지 않았다.

 

 “손 줘봐.”

 

 물끄러미 쳐다 본 시선에 차재훈의 손이 보였다. 체온을 체크하려고 했던 건데 차재훈이 손을 여러번 바지춤에 닦았다. 이상하게 긴장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왜?”

 

 저 큰 손을 내게 내밀면서 잡기도 전에 물어오는 차재훈이 웃겼다. 오늘따라 더 똥강아지 같았다.

 

 “차갑네.”

 

 내 손을 충분히 가리는 큰손을 잡았다 놓았다. 차재훈이 그제야 긴장이 풀린 모습이었다.

 

 “내가 준 약 계속 안 먹을 거야?”

 “먹을게.”

 

 뾰족하게 올라간 눈꼬리가 내려간 것처럼 느껴졌다.

 

 “날 뭘 믿고 먹냐고 그러지 않았나?”

 

 괜히 장난치고 싶고, 괴롭히고 싶었다.

 

 “처음엔 그랬는데...”

 

 차재훈이 말꼬리를 흐리며 숙였던 고개를 천천히 들어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좋은 사람이잖아, 너.”

 

 보조개가 깊게 패인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차재훈의 모습이 느릿하게 느껴졌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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